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29)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129. 통곡의 무덤(129/192)
#129. 통곡의 무덤
2024.04.07.
황궁이, 제국이, 발칵 뒤집혔다.
아무도 오지 않는 동쪽 폐허에서 시체 열한 구가 발견되었다.
여덟 구는 여자의 것이었고 세 구는 남자의 것이었다.
남자 시체들 중 하나는 기사의 것으로 보였고 둘은 시종의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여자 시체들 중 네 구는 하녀들의 옷을 입고 있었으며 네 구는 걸친 것을 보아 코르티잔으로 보였다.
문제는 하녀들의 시체 한 구와 코르티잔 시체들 중 세 구가 임신 상태였던 것이다.
황의의 설명으로는 두 구는 죽은 지 오래되어 임신 몇 주였는지 알 수 없고 다른 한 구는 임신 중기인 20주 정도인 것 같고, 마지막 시체는 최근에 사살된 것으로 임신 초기가 분명하다고 했다.
황제의 눈에 띤 금발의 시체는 임신 초기의 시체였다.
“폐하. 제게 문책하시겠다는 것이…… 설마 오늘 그 화재에 대해서입니까?”
웅장한 정전 안, 오늘은 귀족들에게 황궁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모든 것이 확실해지기 전에 엉뚱한 말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저 서슬 퍼런 수십의 기사들만이 장식품처럼 도열하여 서 있었다.
황제는 황좌에 앉아 있었고, 가장자리에 레스반과 에시카가 서 있었다.
황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황제 단상의 몇 계단 아래에 있는, 통상적으로 관료들이 황제에게 뭔가를 보고하거나 문책받을 때 서는 자리에 서 있었다.
아스티아는 황후의 뒤에서 황제를 향해 고개를 깊이 조아리고 있었다.
“황후에게 다시 묻겠소, 동쪽 폐허의 시체들을 아는지.”
“모릅니다.”
황후는 입술이 푸른 와중에도 독기가 흐르는 눈으로 시체들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황제의 눈썹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렇다면 황궁에 코르티잔들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소?”
“코르티잔이라니요, 누가 감히 그런 불결한 것들을 들인단 말씀입니까.”
“누가 감히겠소!”
황제의 노성이 정전에 울려 퍼졌다.
황후의 꼭 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황궁에 코르티잔을 들일 녀석이 브레이튼 말고 또 있냐는 말이오!”
황후는 까득 이를 갈았다.
황제의 말대로, 황궁 안까지 매춘부들을 들여 놓을 남자는 브레이튼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후는 발악해 보기로 했다.
“황태자도 있지 않습니까!”
“뭐?”
황후는 손가락으로 레스반을 가리켰다.
그리고 바락바락 외치며 혐의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노력했다.
“한때 황태자는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소문이 들 정도로 여자와 거리를 두었습니다. 누구와 만난 이야기도 들려오지 않았죠. 하지만 사실 황태자가 그 전부터 여자들을 만나고 있었고…….”
황후의 눈동자에 독기가 들끓고 있었다.
“살인을 좋아하는 황태자 특유의 잔혹함으로, 입을 열지 못하게 다 죽여 버린 것이라면 말이 되지 않겠습니까!”
“감히 짐의 아들을 모욕하다니!”
황제가 분노해 벌떡 일어나려다가 이마를 짚고 다시 털썩 의자에 앉았다.
그의 주름진 눈매 속 눈에는 분노가 서릿발처럼 맺혀 있었다.
황후는 즉시 무릎을 꿇고 황제에게 발악하듯 외쳤다.
“브레이튼도 폐하의 아들입니다. 어찌 그 처참한 시체들에 대한 혐의를 뒤집어씌우신단 말씀입니까, 폐하. 제발 그 아이를 불쌍하게 여겨 주세요!”
황후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화를 내뱉던 황제의 분노가 아주 조금은 누그러졌다.
에시카는 황후의 모습에 내심 감탄했다.
전생의 황태후도 황제의 분노를 크게 들끓게 했다가 동정을 자극하여 김을 빼는 식으로 조종하고는 했는데 그 기술은 여전했다.
황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황후를 보며 차분히 말했다.
“나는 브레이튼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황후를 의심하는 것이오.”
“저는 브레이튼의 어미입니다. 누군가 브레이튼의 아이를 가졌다면, 정실이 되지 못할지라도 위대한 황실의 씨인데 어찌 제 손으로 여자들을 죽일 수 있단 말입니까.”
확실히, 황후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배 속 손주를 해할 어머니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전생에서 그녀에게 태아를 몇 번이나 잃어 본 에시카로서는 기가 찰 따름이었다.
저 황망해하는 얼굴의 밑에는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괴물이 숨어 있었다.
“…….”
황제는 눈썹을 찡그린 채 한참 동안 황후를 보고 있었다.
황후는 정말 억울한 표정이었으나, 시체들이 가장 유력한 범인을 말해 주고 있었다.
여자 시체 네 구와 남자 시체 두 구는 황후를 모시던 하녀와 시종들이었으니.
게다가 코르티잔 시체들의 팔에 끼워진 팔찌는 분명 아스티아가 안내했던 시체의 손목에 낀 것과 동일했다.
황자 브레이튼이 제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주는 증표로 알려져 있는.
“그 관을 가져오라.”
황제는 황후와 더 입씨름하는 것 대신 시종에게 명령했다.
시종은 곧장 바깥으로 나갔고, 잠시 후 정전의 웅장한 문을 지나 새 나무로 만든 관 하나가 황후의 옆에 놓였다.
황제는 차가운 눈으로 황후에게 명령했다.
“관에 든 이가 누구인지 보시오.”
황후는 굳은 얼굴로 관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바네사 알렌 남작 부인, 황후의 시녀요. 남편이 죽고 황궁에 들어온 지 3년 정도 되었지.”
아까 발코니에서 밀어 떨어뜨린 시녀가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다.
머리에 피가 난 것으로 보아 불운하게도 돌이 있는 곳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고는 했습니다. 갑자기 그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죠.”
“그런데 왜 황후의 하녀들이 그녀의 시체를 들고 동쪽 폐허로 향하다가 발견된 것이오!”
레스반이 풀숲에 숨은 하녀들의 기척을 곧장 알아채지 못했다면, 그녀들이 시녀의 시체를 운구하고 있다는 것은 숨겨졌을 것이다.
“폐하, 동쪽 폐허로 향하려던 것이 아니라 길이 겹쳤을 뿐입니다. 황궁의 정문은 시녀의 시체를 들고 나가기에 좋은 장소가 아니니까요. 북문으로 가서 그녀의 가족들에게 시체를 인계할 것을 명령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묻힌 하녀들…….”
황후는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 아랫것들의 이름조차 알지 못합니다. 제 소속이기는 하지만 침구나 세탁하는 그것들을 죽여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합리적인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다. 황후에게 그들은 파리 목숨일 뿐이니까.
“억울합니다. 저는 타메론의 이름으로 저의 결백을 맹세할 수 있습니다!”
황후는 타메론의 광신자였고, 타메론께 대고 맹세한다는 것은 이 순간이 진심임을 뜻했다.
물론 그녀가 보통의 타메론 정교가 아닌 사교를 믿고 있으며, 사교의 교리 중 하나가 타메론을 위해서라면 믿지 않는 자에게 거짓을 말해도 된다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다.
“…….”
황제의 주름은 더 깊어지고 있었고, 황후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었다.
황후의 뻔뻔함에 에시카의 입술이 비틀렸다.
그리고 그때 레스반이 입을 열었다.
“모든 증거가 범인이 황후 폐하임을 가리키는데, 황후 폐하께서는 아니라고 주장하시니 제대로 조사할 필요가 있겠군요.”
황후의 서릿발 같은 시선이 레스반에게 향했다.
“리하임 백작에게 내사를 맡기시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폐하, 리하임 백작은 황태자의 사람입니다! 불공정하게 조사할 것이 분명해요!”
황실 조사단에 의한 내사가 시작되면 황후의 권력은 제한되게 될 것이다.
내사는 과거의 오랜 기록부터 살펴보는 것이니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이고,
황후는 꼼짝도 하지 못하는 몸이 된다.
제 발을 묶어 놓겠다는 황태자의 말에 황후는 반발했다.
“저는 분명 타메론의 이름에 맹세코…….”
“타메론의 이름에 맹세코.”
황태자의 말이 황후의 말을 끊었다.
황후의 눈동자가 사납게 흔들렸다.
“이 팔찌를 모르십니까?”
황태자가 꺼낸 그것에 황후가 주먹을 꽉 쥐었다.
“루비트 팔찌, 흔한 팔찌이기는 하지만 브레이튼이 제 애인들에게 뿌리는 팔찌였죠. 시체들에게서도 나왔고 얼마 전에 우리 모두가 확인한, 임신하지 않은 시체에서도 나왔습니다.”
“……!”
“그때 황후 폐하께서는 황태자비가 헛소문을 들은 것이라고 하셨죠. 여전히 그 말을 타메론께 맹세할 수 있겠습니까?”
레스반의 서늘한 금안이 황후를 향하고 있었다.
“아스티아 황녀를 시켜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맹세할 수 있겠냐는 말입니다.”
황후는 죽일 듯한 눈으로 레스반을 노려보았다.
그때 황제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부정했던 것이 독이 되어 돌아온다.
뒤에 있는 아스티아는 미동도 없이 서 있었고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여기서 아스티아가 진실을 말한다면, 결국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
자신이 덫에 걸려들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당시 황태자비를 향했던 황제의 분노는 곱절이 되어 들이닥치고 있었으니까.
원래 사람은 무언가에 화를 낸 뒤에 사실은 자신이 속아서 화를 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스무 배로 화가 나는 법이니.
내사가 시작되면, 브레이튼이 여자들 몇을 애인으로 두었다는 것은 쉽게 밝혀질 것이다.
아니, 그 전에 등 뒤의 아스티아가 입만 열어도 끝이다.
여기서 타메론에게 다시 맹세한다면 자신의 타메론에 대한 맹세는 전부 거짓이라는 것이 증명되어 방금 했던 발악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될 것이다.
“그녀와, 오늘 발견한 시체들이 황자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황후는 지금 다른 갈림길을 찾아야 했다.
브레이튼의 명예를 버리든지, 혹은 자신의 명예를 버리든지 둘 중 하나이다.
그리고 마침 브레이튼은 에우니브스로 떠나 있어서 황후의 말에 반박할 수 없다.
“……!”
일순간 황후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던 자신이었는데,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이지?
그리고 그 시체들은 한낱 화재로 드러날 깊이에 묻은 것이 아니다.
황자 브레이튼을 에우니브스로 보내는 계획은 잘 진행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그곳에 보내는 것조차도 미리 짜여진 판이었다면…….
“…….”
황후는 문득 한 마디도 하고 있지 않은 에시카를 보았다.
그녀의 푸른 눈은 평온하고 잔잔했으며 입꼬리에는 옅은 미소가 고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