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47)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147. 환영 무도회(147/192)
#147. 환영 무도회
2024.04.19.
몇몇 하녀들이 에시카의 뒤를 따랐다.
처음 들어올 때는 황후가 그녀를 미워한다는 소문이 돌아, 아랫것들도 에시카를 슬금슬금 피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황후의 친정 클라우스가 쓰러진 이후 세력이 약해지던 2황자파의 귀족들은 사냥제에서 7할이 갈려 나갔다.
게다가 황후의 기반인 신정의 주관권이 황태자비에게 옮겨온 이상, 이제 에시카의 황궁 내에서의 권력은 막강했다.
제국의 유일한 황녀 아스티아가 황태자비의 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더욱 그러했고 말이다.
“사천당문에서 내게 봉투를 보낸 적이 있었다.”
“예…… 예?”
에시카의 걸음마다 드레스 자락을 바로 하던 하녀는 그녀의 말에 움찔했다.
사천당문이…… 뭐지? 발음도 너무 어려워서 따라 말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았다.
“당연히 썩 수상한 봉투였어. 내가 사천당문 후기지수의 왼쪽 무릎을 분질러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도 하고…… 하지만 암습은 예상하고 있었어도 봉투는 그렇지 못했거든.”
“……예.”
에시카는 가끔 자신에게 혼잣말 같은 말을 건네고 했다.
자신이 그녀가 공작가에 있을 때 아끼던 하녀 또래이며 그녀를 닮았다고 하며 말이다.
이럴 때는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것이 그녀가 할 일이었다.
에시카는 말을 이었다.
“호기심이라는 놈은 고약해. 독이 틀림없이 장치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봉투를 열어 보게 하니 말이야. 아무튼 그 봉투에는…….”
에시카의 고운 미간이 찌푸려져 있었다.
“봉투를 열면 바깥에 분사되는 극독이 들어 있었고 나는 하얀 분진이 일어나는 순간 후회했지. 호기심, 그것이 또 나를 곤란하게 하는구나.”
밤하늘에 둥근 달이 떠 있었다.
그것은 낮에도 떠 있었을 테지만 밤이 어둑해지고 나서야 보인다.
“아무튼 독을 맞고 일주일을 앓았다. 그 뒤 아픈 몸을 이끌고 사천당문에 찾아가 그 후기지수 놈의 오른쪽 무릎까지 분질러 줬지.”
사천당문을 단신으로 뒤집어 놓고 온 뒤로 편지는 오지 않았다.
아버지와, 독영 오라버니에게 위험한 짓을 했다며 꾸중을 들었지만…… 그런 경험 또한 호기심의 대가였다.
그런데 다시 태어나서도 그 망할 호기심을 버리지 못하다니.
에시카는 칼리안에게서 받은 쪽지의 내용을 떠올렸다.
[그대가 사악한 악마에게 씌인 것을 알고 있소, 에시카.나는 지금껏 그것도 모르고 매정하다고 그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
그대에게 씌인 악마는 이 편지를 보고 분노하겠지만, 이것을 읽고 있는 진짜 그대는 내 마음을 알리라고 생각하오.
솔직히 말하자면, 두렵소. 우리의 운명을 갈라 놓은 그 모든 일들이, 원망스러우며 나는 무력감을 느끼오.
하지만 나는 끝까지 나와, 나를 사랑했던 당신을 믿으려 하오.
답신은 보내지 않아도 좋소.]
세 번을 다시 읽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형편없는 편지였다.
대충 짐작해 보자면, 사냥제에서 제 모습을 본 칼리안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확실히 칼리안이 알던, 3년 동안이나 바보로 살던 에시카가 수많은 사람들을 제압하는 모습은 그에게 혼동을 가져다주었겠지.
그리고 그의 자기합리화 방식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전의 에시카와 문자 그대로 다름 사람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에시카의 모습을 보며, 정말 그녀가 뭔가에 씌었다고 말이다.
‘우습지도 않군.’
에시카는 사냥제에서, 사람들이 제게 검을 겨눌 때 그의 얼굴을 보았다.
기괴하게 일그러진 입술은 분명 웃고 있었다.
차라리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어-
그 지독한 자기애적 회피주의자는 한 순간도 변하지 않았다.
“다음부터 칼리안 클라우스가 내게 전해달라며 뭔가를 전하거든…….”
에시카는 달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걸 받아 오면 네가 죽는다고 하거라.”
에시카의 말에 문득 등이 오싹해진 하녀는 이것이 그저 혼잣말이 아닌 경고의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리안은 그 쪽지를 전해 주며, 하녀에게 돈을 같이 쥐여 주었다.
“명심하겠습니다. 황태자비 전하.”
하녀는 제 치맛자락을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귀족들이 잔뜩 모인 연회장, 왕좌에는 황제와 황후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최근의 사건들이 타격을 입혔다는 말이 맞는지, 황후의 얼굴은 이전의 이런 파티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어두워 보였다.
2황자파는 작위가 낮더라도 황궁 파티에 최우선적으로 초대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티 인원의 10분의 1이 되지 못했다.
사냥제에서의 일로 잡혀 벌을 받았거나, 조사받고 있는 인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은 섣불리 황후의 이름을 담지 않을 것이다.
황후는 그들에게 뭔가를 명령할 때 꼭 한 다리를 거쳐서 했고, 제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자들은 철저하게 응징했다.
“영광과 번영이 가득하시기를.”
왕좌의 앞까지 깔린 카펫 위, 카모스의 왕세자 이파르가 황제를 대면하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카모스의 왕궁 기사들이 서 있었다.
“…….”
에시카는 이파르를 응시했다.
마법으로 곧바로 치유했는지 목의 생채기는 이미 사라져 있었고, 그는 좋은 인상으로 황제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황제 역시 왕세자 이파르의 방문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에시카는 먼 뒤에서 조잘거리는 여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브레이튼과 어울리기를 즐겨 하던 여자들이었다.
“와, 저게 사람 미모야? 너무 잘생기셨잖아.”
“쉿.”
“언제는 타메론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야만인이라더니…….”
“근데 잘생긴 걸 어떡해.”
“그래도 황태자 전하보다는 덜하지?”
황태자라는 말이 나오자 에시카의 관심이 저도 모르게 그 대화에 쏠렸다.
“비슷하지 않아? 솔직히 잘생긴 건 황태자 전하께서 더 잘생기셨지.”
“근데 황태자 전하는 무섭잖아.”
“맞아. 저기 왕세자 전하는 눈만 마주쳐도 녹아내릴 것처럼 환하신데…….”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였다.
그때 막 연회장에 들어온 레스반이 에시카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가 잡을 수 있게 손을 올리며 물었다.
“날 기다리고 있던 건가?”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준비가 철저한지 둘러보고 있었어요. 아시다시피 선물 담당이라. 확인할 부분은 다 했어요.”
“앞쪽으로 가지.”
에시카는 자신을 에스코트하듯 뻗은 그의 손에 손등을 올렸다.
시원한 향기가 조금 뒤늦게 코끝을 통해 흘러든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자 물이 갈라지듯 인파가 갈라졌다.
그들은 이내 황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카모스의 왕세자 앞에 섰다.
“튜레시안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카모스의 왕세자.”
레스반의 말에 이파르는 황제로부터 레스반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 교류는 수 초 동안 지속되었다. 에시카가 눈썹을 움찔일 정도로 이상하게 오래.
그리고 이파르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그 옆의 에시카와도 눈을 맞추었다.
“…….”
에시카는 황궁 예법으로 이파르에게 인사했다.
멀찍이 보고 있던 그가 가까워지자, 특유의 이국 꽃 냄새가 났다.
향기로웠지만, 에시카가 좋아하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중원에서 저런 향기를 피우는 꽃들은 보통 가시나 독이 있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황태자 전하. 옆에는 황태자비 전하이실 테고.”
에시카는 표정을 구기지는 않지만 차가운 눈으로 이파르를 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옅게 비틀리며 움직였다.
“황태자 전하는…….”
에시카에게서 몇 초 동안 떼지 않았던 그의 시선이 느릿하게 레스반을 향했다.
그리고 그 눈빛이 복잡하게 일렁이는 것을 본 순간 에시카는 눈매를 움찔 움직였다.
“원래 구면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고수들의 감정은 읽기에 너무 복잡하며 그들의 생각을 읽어 내느니 점을 치는 게 낫다.
하지만 청옥 같았던 그의 눈이 순간 밤바다처럼 보였던 느낌은…….
“그렇소. 왕세자.”
레스반의 말에 이파르는 눈웃음을 지으며 레스반과 악수했다.
새로운 사실에 놀라워하는 황제에게 이파르는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해 설명했다.
“제국에 흉사가 생겨 황태자 전하께서 타국을 떠돌 때, 잠시 카모스의 왕궁에 계셨습니다.”
“허어…… 그런 일이 있었군.”
흉사라면 20년 전의 인연이라는 건가. 어쩌면 어린 에시카를 만나기 전의 일일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레스반은 어린 나이에 타지를 떠돌아다니며 노예 생활을 했다고 들었으니…….
“…….”
레스반의 눈빛은 짙었고, 에시카는 레스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런데 둘이 원래 아는 사이라면…… 이파르가 대마법사라는 사실도 알고 있는 걸까.
우선 환영 무도회가 끝난 뒤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태자비는, 카모스 사절단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소개하거라.”
왕좌에서 황제가 에시카에게 명령했다.
모두의 시선이 에시카에게 쏠렸다.
그중에는 아까 자신과 검을 맞대었던, 레온이라고 불리는 기사도 있었다.
에시카는 차분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가져오거라.”
그녀의 명령에 시종들이 낑낑대며 상자를 가져왔다.
그리고 힘을 모아 그것의 뚜껑을 열었다.
“튜레시안의 일곱 특산품을 담았습니다. 일곱 특산품은 각기 다섯 수레씩 준비되어 있으며, 이곳에서는 한 상자에 담아 보여드립니다. 중부의 황금 밀, 북부의 비비곰 털목도리, 북서부의 흑범 장갑, 해안의 벨벳 포도, 평원의 푸른 백조털, 사막 지대의 낙타 육포, 그리고 구두로 가공해 쓸 수 있는 흑물소 가죽 원단. 그리고 가운데의 것은 오로지 하나뿐인…….”
희귀하며 화려한 특산품들로 이루어진 상자의 가운데에는 영롱한 보석이 가득 박힌 방패가 있었다.
“영원의 방패입니다.”
방패는 정교했고 아름다웠는데, 튜레시안과 카모스의 이름이 함께 각인되어 있었다.
황제는 그것을 보자마자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지만 방패는 우방을 의미한다.
‘선물 외교라, 적절하군.’
에시카는 볼수록 감탄이 튀어나오는 며느릿감이었다. 역시 어서 손주를…….
아니지, 황제는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고개를 젓고 말했다.
“카모스의 왕세자는 이 선물들을 가져가, 우호의 뜻을 전하기를 바라오.”
“귀한 선물들 감사히 받겠습니다. 황제 폐하, 그리고…….”
이파르는 에시카를 보며 또,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그 미소를 띠었다.
“황태자 전하.”
이파르는 생글거리는 얼굴로 황태자를 보며 말했다.
“저의 첫 춤은, 귀한 선물을 준비해 주신 황태자비 전하께 청해도 되겠습니까?”
레스반의 눈썹 끝이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