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51)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151. 발악할수록 빼앗기다(151/192)
#151. 발악할수록 빼앗기다
2024.04.21.
어둠이 내려앉은 에시카의 표정을 여유로이 감상하며 황후는 속으로 읇조렸다.
너의 희망은 잿더미가 되어 산산히 흩날릴 것이며,
너의 소유물들은 갈갈이 찢겨져 형체도 없이 버려질 것이고,
너의 소중한 이들은 모두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너와의 인연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시간을 거슬러 너의 탄생을 저주하게 될 것이며,
너의 존재를 부정하게 될 것이다.
에시카. 부정하고 불길한 더러운 마녀야.
에시카는 알아야 했다. 제가 잃게 될 것이 무엇인지. 그리하여 두려워해야 했다.
황후의 지난 적들이 그러했듯 더 잃게 될까 봐 절망하여 제게 대적하지 못해야 했다.
원래 인간은 아끼는 몇 가지 존재를 망가뜨리는 것만으로도 통곡하여 힘을 잃기 마련이니까.
아무리 강한 마음을 가진 자일지라도.
“송구합니다. 황제 폐하. 귀한 황금 사슴을 돌보지 못한 죄를 물어 주십시오.”
축사 관리인들이 일제히 황제의 앞에 엎드렸다.
황제는 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황금 사슴은 황태자비의 소유이니, 그것들을 돌보지 못한 너희의 처벌 수위는 황태자비가 정할 것이다.”
에시카는 주먹을 꾹 쥔채 사슴 옆으로 한 발짝 나와 황제에게 예를 갖추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사슴에게서 흘러나온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황후는 사슴과 축사의 몰골을 보더니 태연히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황금 사슴은 황태자비의 소유이지요.”
모두의 시선이 황후에게 향했다.
황후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런 불길한 일이 일어나다니, 이는 황태자비에 대한 타메론의 경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황후!”
황제가 타이르듯 황후를 불렀지만 황후는 차가운 눈으로 벽의 피로 쓰인 글자를 보았다.
“폐하께서도 저 구절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타메론의 선지자께서, 고대 왕국 룹타에 선지자를 통해 보낸 경고였죠. 하지만 룹타인들은 그 경고를 무시하고 선지자를 죽였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왕국의 파멸이었다.
황후는 작은 한숨을 내어쉬었다. 그리고 하찮은 것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에시카를 보았다.
“제국의 풍요를 상징하는 황금 사슴의 뿔이 저리 잔인하게 꺾인 것도, 저는 심상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황태자비가 신정의 주관권을 가지게 되기 전까지는 지금껏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지 않습니까.”
“어허, 해석이 과하오.”
황제는 엄히 황후를 타일렀다.
하지만 이미 시종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드리워져 있었고, 벽에 피가 쓰인 이 축사의 분위기는 더욱 기분을 을씨년스럽게 했다.
손에 피를 묻힌 황태자비의 모습도 그렇고 말이다.
“폐하께서는 방금 제게 황금 사슴을 돌보지 못한 자들의 처벌 수위를 맡기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서늘한 분위기 속 에시카가 입을 열었다.
황후는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그렇다. 황금 사슴은 황태자비가 데려온 것이니.”
“저는 이것이 타메론의 경고라고 생각하지 않고, 튜레시안 황실을 저주하는 자의 범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둠 속 형형한 눈을 빛내며 에시카는 말했다.
그 시선의 끝은 황후를 향해 있었다.
“잘린 뿔의 단면을 보면 날카로운 도끼를 쓴 것이 분명하며, 피 역시 사슴의 피가 아닙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모두 벽의 피를 보았다.
에시카는 제 손에 묻은 피를 그 옆에 문질러 가로 일자로 그었다.
분명 피의 색과 점도가 달랐다.
“이 범행을 위해 미리 준비한 다른 동물의 피이죠.”
“……허어!”
에시카의 발견에 황제는 숨을 들이켜며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의 여자라면 이런 괴기스러운 상황에 질려 피가 사슴의 피인지 아닌지 파악할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사슴이 피를 흘리고 있고 뿔에서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으니 당연히 사슴의 피인 줄로만 알았겠지.
“하지만 타메론 경전에서는…….”
“타메론께서 이렇게 치밀한 계획을 꾸며 경고하셔야 할 만큼 무능하다는 말씀이신가요?”
황후의 말을 에시카는 날카로운 반박으로 끊었다.
그 말에 황후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에시카의 말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타메론은 전능한 신. 선지자들은 타메론의 권능으로 기적을 행하며 이러한 조잡한 방식은 타메론 경전에 나오는 신성함과는 거리가 멀다.
“폐하께서 이를 황실 모독으로 간주하여 조사를 명해 주실 것을 청합니다.”
눈썹을 파르르 떠는 황후에게서 시선을 옮겨 에시카는 황제에게 청했다.
에시카의 말에 모두의 눈이 그녀를 향해 쏠렸다.
이미 리하임 백작이 역경전과 사교의 사건으로 귀족들을 심문하고 있었다.
“이것은 황실의 안녕을 해치기 위한 사교의 의식으로 보이며.”
에시카는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말을 이었다.
“제게 신정의 주관권을 수여하신 폐하에 대한 도전입니다.”
황제는 엄한 눈으로 에시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선명한 청안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황제는 균형을 중요시한다. 그가 균형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20년 전 적들의 손을 잡고 황권에 도전하여 나라를 찬탈하려 한 반역자들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어느 세력이라도 과도한 힘을 얻으면 다른 마음을 품을 수 있으니.
그러나 정면으로 황권에 도전하는 자가 있다면, 황제는 거침없이 힘을 실어 줄 것이다.
역심을 품은 자를 타도하는 것이 우선이니 말이다.
“…….”
황후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것은 그저 상서롭지 못한 징조, 에시카의 불운을 의미하는 징조이면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에시카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조차 권력의 강화를 위해 이용하고 있었다.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이유는, 이 상황을 만든 자가 황후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난 생에서도 나를 저주했고, 내 것을 전부 앓아갔다. 그리고 내가 절망하고 힘을 잃고 고꾸라지기를 바랐다.’
에시카는 황후를 보며 속으로 말했다.
‘그러나 당신이 내게 심은 분노는 그저 식량일 뿐이었다. 당신을 파멸시키기 위해 내가 기꺼이 씹어삼키는.’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치열하게 맞부딪혔다.
둘 중 하나가 파멸하기 전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하듯, 강력한 시선의 교차였다.
“황태자비에게 제한된 범위의 병권을 주겠다.”
잠시 복잡한 표정으로 생각하고 있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병권이라니, 역사상 황태자비에게 군사들을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일은 없었다.
“폐하!”
황후가 하얗게 질려 이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외쳤다.
“이는 균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제한된 범위이다. 오늘 일을 꾸민 자라면 필시 악의에 찬 위험한 자일 테니, 황태자비는 반역자를 잡기 위한 목적으로 황궁 4기사단과 5기사단을 지휘할 수 있다.”
“……!”
그들은 황궁 기사단 중에서도 몸이 날래고 실력이 좋은 자들이었다.
“황궁 안까지 반역자의 그림자가 드리웠으므로 이는 황태자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황후는 더 이상 토를 달지 마시오.”
눈을 부릅뜬 황후는 에시카를 노려보았다.
에시카의 손에 묻은 피는 이미 말라붙어 있었다.
그녀를 향해 계속 덫을 놓고 구덩이를 팠지만, 절벽으로 몰리는 것은 자신이었다.
두 기사단의 병권까지 가져간다니. 이제 에시카는 대놓고 황후를 감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
에시카의 입매가 선명하게 비틀렸다.
황후는 제가 어느새 낭떠러지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팔다리가 잘리고, 심장조차 단검이 몇 개나 꽃혀 있었다.
하지만 숨쉬고 있는 이상 악의 본능은 절대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
축사에서의 일을 본 자가 이파르에게 가서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전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이파르의 눈동자가 빛났다.
그의 입에는 어느새 미소가 걸려 있었고 말이다.
“이런,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종이 말을 마치자, 이파르는 즐거운 표정으로 생글거리며 말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심상치 않다 싶었더니 정말 심상치 않은 여자였고,
알면 알수록 그녀는 자신을 더욱 재미있게 했다.
“그때 죽이지 않기를 정말 잘했어.”
그의 얼굴에는 악의가 없었지만 말은 섬뜩했다.
이파르는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켰다.
이파르에게 말을 전하던 종은 뒤로 물러나고 그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머지않아 이 나라의 하늘에 잔뜩 구름이 낄 징조가 보였다.
아마 황금 사슴을 그렇게 만든 자는 틀림없이 그 남자겠지?
축사 쪽으로 몰래 접근하는 눈 밑이 시커면 남자를 얼핏 본 적이 있었다.
칼리안 클라우스. 에시카의 발가락과도 감히 견주지 못할 별 볼 일 없는 사내.
그가 다시 시선을 하늘로부터 내렸을 때, 눈썹 끝이 미미하게 움찔했다.
제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키가 큰 그림자가 잔디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고작 영역의 일부를 침범했을 뿐인데도, 마치 전부를 잠식해 나가는 것처럼 큰 존재감을 느끼게 했다.
다가오는 것만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파르의 눈가가 살짝 굳어 있었다.
하지만 입매는 여지없이 즐겁게 찢어졌다.
“…….”
그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서서, 다가오고 있는 황태자 레스반을 맞았다.
한때 가족이 되길 바랐으나 매정히 자신을 버리고 떠난 친구.
“안녕, 형님.”
이파르는 반갑게 미소 지으며 형형한 기운을 풍기는 레스반에게 인사를 건넸다.
“절 회유하러 오셨나요?”
그러려면 좋은 것이 필요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