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55)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155. 유리의 마지막 환상(155/192)
#155. 유리의 마지막 환상
2024.04.22.
유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공격한 자를 보았다.
그녀는 에우니브스 신전의 신녀들 중 하나였다.
가슴 중앙을 찌른 단검에 독이라도 발라 놓았는지, 찔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목구멍에서 핏덩어리가 콜록 하고 튀어나왔다.
유리의 흰자위가 붉어져 있었다.
“왜…….”
유리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을 공격한 이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유리를 찌른 신녀는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휙 돌아설 뿐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유리가 주저앉았고, 신녀는 멀어져 가고 있었다.
혀가 마비되어 얼얼했으며 목을 통해 피가 꾸역꾸역 넘어오고 있었다.
“……윽…….”
유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왜…… 왜 내가 죽어야 하는 거지? 내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유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점점 정신은 혼미해져 오고 숨은 가빠지고 있다.
“…….”
끝내 쓰러진 유리의 눈동자에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오래전부터, 유리는 에시카를 싫어했다.
겉으로는 그것을 티 내지 않았지만 그녀가 불행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불행에 일조하기 시작했다.
에시카는 자신을 위해 클라우스까지 와 준 친구에게 고마워했지만, 유리는 제 속내를 점점 새카맣게 드러내며 에시카를 더욱 고립시켰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내가 가지기 위해서는 빼앗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것이 세상의 진리이며 자신은 멍청한 에시카보다 영리했을 뿐이다.
칼리안 클라우스의 마음을 잡았다고 자신했을 때 유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에시카가 다른 사람이 된 듯 변해 버릴 줄은, 그리고 제가 가진 것을 망쳐 놓을 줄은 말이다.
마차를 절벽에 대고 밀어 버리듯, 에시카는 유리가 애써 그녀의 자리를 빼앗아 탄 마차를 추락시켜 버렸다.
그리고 더욱 높은 자리에 올라 유리를 비웃었다. 이제는 유리가 아무리 기를 써도 발치에서조차 닿을 수 없는 까마득한 자리에서 말이다.
에시카의 행복은 유리를 두 발 뻗고 잠들지 못하게 했다.
저보다 못한, 멍청하고 한심한 에시카가, 황태자비라니…… 생각만으로 고통스럽고 분노가 들끓는다.
유리 아네시스가 졌다고? 그럴 리가. 제 인생은 패배하지 않았다고 이를 악물었다.
속을 긁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은 황후의 손을 잡고 에시카를 끌어내리는 방법뿐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승하하시고, 레스반 대신 내가 제위를 잡을 것이다.”
황후가 언제부터 역심을 품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황후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유리에게 단꿈을 꾸게 했다.
“클라우스는 복귀되어 제국 최고의 가문이 될 것이고, 너는 그 안주인이 될 테지. 그리고 마녀 에시카는, 광장에서 모두가 보는 가운데 불태워 없애는 것이 좋겠구나.”
그 말을 듣는데 어찌 그렇게 가슴이 뛰고 절로 입술 끝이 올라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것은 유리가 가장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었고,
주마등의 끝에 유리는 자신이 바라던 꿈을 꾸고 있었다.
“마녀를 불태워 죽여라, 에시카. 간악한 마녀의 몸이 불에 타고 있다.”
“공작 부인, 무도회의 가장 좋은 자리를 부인을 위해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리 오시죠.”
유리의 입술 끝에 비릿한 미소가 고이고 그녀의 눈에서 허망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그 눈동자가 빛을 잃어 갔다.
이내 차갑게 식은 손에서 완전히 힘이 풀렸다.
유리 아네시스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
레스반은 에우니브스를 향해 떠났다.
그곳에 도착하고, 반란을 진압하고, 정리한 뒤 돌아올 기일까지 하면 빨라야 보름이 될 것이다.
황제는 여전히 병약한 몸으로 정무를 보고 있었고 황후는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
그동안 에시카는 수도 토레스의 모든 신전들을 감찰하고 다녔다. 오늘도 에시카는 감찰 중이었는데, 그녀가 변방의 작은 신전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화사한 풍경이 순식간에 얼어붙기라도 하듯, 신관들의 표정이 굳었으며 신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은의 양 에시카. 그 이름이 이미 제국민들에게 알려지기는 했지만 황후는 잔당들을 통해 에시카를 폄하하기 위해 애썼다.
이것은 신성한 영적 전쟁이었으니 온 힘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사교의 무리로 잡혀가지는 않았지만 황후의 역경전은 이미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뚜렷히 남아 있었고 그들의 시선으로 에시카는…… 사악한 마녀일 것이다.
마지막 남은 성전을 더럽히기 위해 찾아온.
“……자금 장부 목록을 보려 합니다.”
에시카가 신전의 행정 회계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에 들어서자, 경계하는 듯한 눈빛들이 자신을 맞았다.
그러나 에시카의 뒤에는 황궁 기사들이 서슬 퍼런 얼굴로 서 있었고, 이미 병권까지 가지고 있는 에시카이기에 사제들로서는 에시카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황태자비 전하. 신전 자금 내역은 공개할 수 없습니다.”
눈썹을 올린 사제 하나가 에시카에게 반박했다.
“신전에 흘러드는 모든 돈은 타메론의 것이며, 타메론의 것은 그 누가 될지라도…….”
에시카가 눈짓을 하자 뒤의 병사가 검을 뽑아 들어 사제의 목에 겨누었다.
그러자 사제가 눈을 크게 뜨고 얼어붙었다.
기사들을 데려왔어도, 설마 무력을 쓰겠거니 하던 신관들도 모두 놀라 몸을 굳혔다.
“…….”
에시카의 앞을 막아섰던 사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꾹 닫았다.
에시카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전부 뒤져라.”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기사들이 신전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누구는 헌금통을 뒤집고 돈을 꺼냈으며, 누구는 문고리를 잡아 빼서 잠긴 문을 열었다.
신전이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
에시카는 그저 태연한 표정으로 이 모든 상황을 관망했다.
“안 된다! 안 돼!! 타메론의 위대하신…… 으어억!”
신관 하나가 뭔가를 보호하려다가 기사의 발에 채여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신전을 찾은 신도들이 웅성거리며 에시카를 보고 있었다.
누가 보기에는 에시카가 깡패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황후가 말한 대로 신전을 망치기 위해 온 마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시선 따위는 상관없었다.
“장부를 찾았습니다!”
멀리서 기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주저앉아 있던 사제의 얼굴이 당황에 물드는 것이 보였다.
기사들 둘이 장부가 담긴 궤짝을 들고 오고 있었다.
에시카는 서늘한 표정으로 그것을 보았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이것 외에도 하나가 더 있었다.
동맹인은 선물을 확인해야 성문을 열어줄 것이다.
“…….”
이미 얼굴이 하얘진 상급 사제 몇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머지않아 에시카가 바라는 다음 소식도 들려왔다.
“저장고를 찾았습니다!”
매번 꼬리를 잘라내는 황후의 성격상 위험하게 황궁 내에 그것을 대량으로 저장해 둘리가 없었다.
비밀 창고 역할을 할 황후의 거점지는 신전들이었다.
그리고 수도의 신전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것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외곽의 보잘것없는 신전까지 오기 전에는 말이다.
“치밀하기도 하지.”
에시카의 입술이 차갑게 달싹였다.
눈 밑에 짙은 그늘이 있는 사제 하나가 바들바들 떨며 외쳤다.
“타메론의 천벌을 받을 것이오.”
에시카는 하찮은 벌레를 보는 눈으로 사제를 내려다보며 기사들을 따라 발을 옮겼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책장 뒤에 숨겨진 육중한 문 앞이었다.
역경전에서 나오는 주요 장면 몇 개가 문에 부조로 새겨져 있었다.
기사들이 손에 힘을 주고 문을 잡아당겼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에시카는 태연한 표정으로 품 안에 검을 꺼냈고, 그것에 오러를 담았다.
“……!”
에시카에 대해 모르고 있던 기사들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저것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가 아닌가. 어떻게 황태자비께서……!
그러나 에시카는 더 이상 제 능력에 대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제 힘으로 태연히 문을 갈랐다.
육중한 문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종이장처럼 뜯어졌다.
그리고 문이 뜯어진 그곳에는 가득 쌓여 있는 에메랄드 빛 약품이 가득했다.
이는 에시카가 소드 오러로 문을 찢었을 때보다 놀라운 장면이었다.
법적으로 금지된 약물 헤노모스…… 그것이 가득 들어찬 창고가 신성한 타메론을 숭배하는 신전에 있다니!
기사들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지금까지 상상치 못했던, 피바람이 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전조는 헤노모스를 압수하고 사제들을 묶어 호송하는 기사들과 에시카가 신전 바깥으로 막 발을 내디뎠을 때 선명하게 드러났다.
황궁에서 달려온 시종과 시녀 하나가 황급히 에시카의 앞에 서서 예를 갖추었다.
그들의 표정은 매우 다급해 보였다.
“황태자비 전하. 큰 변고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에시카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타이밍 좋게 마지막 불이구나.’
“황후께서 반역하셨습니다! 황궁이 완전히 점령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