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56)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156. 성공은 달콤한 꿈(156/192)
#156. 성공은 달콤한 꿈
2024.04.22.
황후가 모든 것을 빼앗기면서도 내세우지 않았던 무기가 있는데 그것은 ‘신전병’이었다.
황궁 기사단만큼이나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발된 그들은 신전을 지킨다.
그들은 고강한 무력을 가졌고, 그 수는 황궁 기사단의 2할에 이르렀다.
그들은 황후의 명령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었고, 레스반이 기사단 대부분을 데리고 반역을 토벌하러 떠난 뒤 드디어 때가 왔다.
반역은 팔다리가 잘리고 심장이 꿰뚫린 황후의 마지막 살길이었으며 최후의 발악이었다.
그것은 황태자비 에시카가 신전 감찰을 위해 황궁을 떠난 때 은밀하고 확실하게 이루어졌다.
정원 산책을 하던 황제는 뒤쫓기다가 어딘가에 숨었으며, 황후의 사람이 아닌 모든 황궁 내의 시종과 병사들이 제압되었다.
“폐하의 신병은 아직도 확보하지 못했느냐.”
황후가 왕좌에 앉은 채 초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웅장한 정전에는 각이 잡힌 신전병들이 도열하고 있었고, 황후는 그들 중 하나에게 물었다.
그는 일전에 에시카를 납치했던 경험이 있는 탁월한 실력의 신전 기사였다.
“어차피 황궁 안을 빠져나가지 못했으니, 독 안에 든…….”
쥐라고 하려다가 그는 말을 아꼈다.
어찌 되었든 아직은 황제이니 말이다.
반역을 한 지금에도 황족 모독죄에 걸릴 만한 것은 본능적으로 언급을 피하게 되었다.
“오리아트 루세인은 더 이상 황제가 아니다.”
그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 황후는 큰 소리로 모든 이에게 외쳤다.
감히 부르는 순간 모독죄로 사형을 면치 못하는 황제의 진명이 황후의 입을 통해 불리어졌다.
“……!”
얼떨결에 반역에 동참하기는 했으나 긴가민가하는 자들도 있었다.
지금까지 황후의 계획이 아주 여러 번이나 황태자비에 의해 저지되는 것을 본 자들이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열렬한 신심의 고취였다.
황후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타메론의 의지를 모욕했으며, 타메론에 대적한 진짜 반역자이다!”
모두가 황후를 보고 있었다.
“튜레시안 제국은 타메론의 가호 아래 세워진 신성 제국. 황제일지라도 어찌 신의 위에 자리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오만하게도 신을 무시했다.”
황후는 왕좌에서 일어나서 소리를 높였다.
“그 역적은 신성한 신전을 악마와 마녀의 손에 넘겨주었으며, 나의 아들…… 타메론의 선한 뜻으로 태어난 브레이튼을 죽이기 위해 악마를 보냈다.”
브레이튼의 죽음. 아직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을 뿐이지 그것은 예정된 것이었다.
황후는 비통한 와중에도 기뻐하고 있었으며 이 모습은 그들의 정신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진정한 타메론의 선지자인 황후 폐하께서는, 아들의 순교에도 절망하시지 않는다.
이는 타메론의 예언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신성한 순교 끝에 진정한 타메론의 시대가 오리니. 우리는 그분의 자비 안에서 영원히 머물지어다!”
황후의 열띤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리하여 신심이 고취된 자들은 하나둘 자세를 바르게 하기 시작했으며, 결연한 의지를 눈에 담았다.
마치 자신들이 선택받은 자들이라도 되는 양, 사기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악마 레스반의 군대가 내 아들을 순교시키고 돌아오기 전, 이 황궁은 완전히 타메론의 것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도 레스반이 황궁의 군사 전부를 이끌고 진격한 것은 아니었으며, 어느 정도의 군사들과 기사들이 황궁 안에 남아 있었다.
황후가 처음 황궁을 점령하기 시작할 때 한 일이, 그들의 우두머리들을 잡아넣는 것이었다.
“그대들은 병권을 완전히 장악하라.”
우두머리를 잃은 병사들은 저항 없이 자신의 것이 될지어니.
레스반이 설령 다시 황궁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그 전에 그들을 흡수하기만 하면, 레스반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에시카는 그 전에 황궁 길목에서 죽음을 맞게 될 것이고.
“존명!”
“그리고……!”
황후가 말을 잇는 그때 문이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고, 다가오는 그를 보고 흠칫한 황후는 이내 짙은 미소를 띠었다.
이번 일을 가능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조력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가 마법으로 적들의 발을 묶지 않았으면 남아 있는 신정병의 병력 만으로 황궁을 탈취하는 것은 요원했을 것이다.
“왕세자시여, 오셨군요.”
금발과 청록색 눈동자를 가진 잘생기고 키가 큰 남자는,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정전에 들어왔다.
카모스의 왕세자 이파르. 카모스의 위대한 대마법사이자, 차기 왕위를 가질 남자였다.
또한 처음에는 황후와 황태자간의 알력 싸움을 관망했지만…….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이 드넓고 부강한 튜레시안 제국의 절반에 튜레시안의 상업권 전부까지 걸었으니 넘어오지 않을 리가.
최소한의 계산 능력이 있다면 황후의 편에 서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오늘도 아름다우시군요.”
이파르는 황후의 손을 들어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싱긋거리며 황후의 편을 들어 보겠다고 했다.
위대한 마법의 능력으로 병사들을 이끄는 우두머리들을 모두 제압하며 말이다.
“……카모스의 흑장미처럼.”
하지만 여기서 신전병들은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마법이란 타메론의 뜻에 반하는 사특한 주술로서, 황후가 깊이 혐오하는 것이었다.
그런 악마의 힘을 쓰는 자와 손을 잡는다라. 찝찝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타메론은 맹수의 입을 빌어 선한 자를 지키시리니.”
이를 의식한 황후는 이파르의 손을 올리며 그들에게 말했다.
“그분의 의지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신묘한 것이로다.”
이는 타메론 역경전에 나오는 내용이었다.
황후에게 왕세자가 마법사라는 것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애초에 에시카의 암살을 맡길 때부터 악이 악을 심판하게 하리라며 정당화를 했으니, 이 위대한 타메론의 대업에 그가 끼어 있어서 이상할 점이 뭐란 말인가.
“황제는 잡았습니까?”
이파르의 질문에 황후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올라갔다.
“숨어 있는 황제를, 곧 잡을 것입니다.”
“그렇군요. 저는 황제는 아니더라도…… 황후께서 데려오길 바라는 여인을 잡아 오긴 했습니다.”
이파르가 뒤의 부하에게 눈짓하자 그는 여자 하나를 데려왔다.
“…….”
끌려 온 여자를 본 황후의 입꼬리 끝이 서서히 올라갔다.
아스티아 황녀였다. 한때 제 편인 줄 알았으나 감히 자신을 배신한.
결코 편히 죽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 계집.
“이 간악한 년 같으니라고…… 도망가기 전에 잘 잡아 왔습니다. 왕세자시여.”
아스티아는 적들에게 잡혀 있는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황후를 보고 있었다.
어깨를 으쓱한 이파르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잡아 온 김에, 황족 하나를 더 잡아왔습니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그는 튜레시안 영토의 절반에 더해 튜레시안에서의 상업 독점권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잡아 온 또 하나의 황족이라.
황후는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이 황궁 내의 황족은 황제와 황후, 그리고 아스티아뿐이었다.
레스반은 에우니브스로 군사를 이끌고 떠났으며, 에시카는 변방의 신전에 갔다.
그곳에서 뭔가 발견할지라도 고할 황제의 자리가 제게 점령당했으니 쓸모없는 일일 터.
“……잡아 온 거라고 하기에는 무례하나.”
이파르가 흐음, 하고 생각하다가 싱긋 웃더니 말했다.
“들어오십시오. 레이디.”
그리고,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은 채 등장한 여자의 모습에 황후의 눈썹 끝이 올라갔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신전 감찰을 나갔던 에시카였다.
그 표정은 태연했으며, 눈동자는 얼핏 건조하고 무심해 보이기도 했다.
에시카는 황궁 병권을 장악하기 전까지 들어올 수 없었어야 했다.
몇 초간 놀라서 어깨를 굳힌 황후는 겨우 상황을 파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카모스의 왕세자를 포박하라! 그리고 황태자비를 죽여!”
이파르가 배신한 것이다.
아니, 배신이 아니라 어쩌면 처음부터…….
“왕세자를 포박하라!”
“황태자비를 죽여라!”
정전 안에는 황후의 신전병들이 있었다.
그들의 수는 어림잡아도 백은 되었으며 그들의 실력은 소드 마스터급에는 미치지 못해도 뛰어난 기사들이었다.
그러나 에시카의 얼굴도, 이파르의 얼굴도 태연했다.
에시카는 아스티아를 뒤로 물러나게 했고 이파르와 등을 맞붙였다.
이파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지막까지 조금 고민했습니다, 레이디.”
그가 원한다면 정말 황후의 편을 들어 황궁을 뒤엎고 튜레시안을 전란에 빠트릴 수 있었을 것이다.
영토의 절반이라는 달콤한 대가를 받아 가고 말이다.
“하지만 저울 바늘이 가리키는 결과는 명확했으니 더 심술을 부릴 필요는 없었어요.”
에시카는 검을 뽑아 들었고 그녀의 검날에 선연한 오러가 휘감기기 시작했다.
레스반은 떠나기 전날 이파르를 만나 대련 내기의 결과에 승복할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에시카와 이야기 나누었던 ‘그것’에 대해 약속의 인장을 찍었다.
그것은 영토의 절반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대마법사로서는 상당히 솔깃한 제안이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이파르의 등 뒤로 에시카는 말했다.
한때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을 지키지 못했던 레스반은 더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아갔고, 또 나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것은 에시카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역시 아직까지도 화풀이를 하는 것은 볼썽사납기도 하고.”
에시카의 검에 맺힌 오러를 보며 흠칫하던 신전병들은 경악하기 시작했다.
이파르의 머리카락이 살랑이며 뭔가를 불러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꺼림칙하고 강력하고 사나운 기운은 발밑에서 튀어나왔다.
“아…… 악마다!!”
“타메론이시여!”
바닥을 뚫고 어두운 보랏빛의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손처럼 남자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검을 휘둘렀지만 잘리면 다시 자라고, 또 자랐다.
에시카는 기묘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의 마법은 매우 강력하고 대단한 힘이다.
“네놈들이 감히 타메론의 뜻을 찢어 놓고도 성할 성싶더냐!”
황후는 검지 손가락을 들며 쩌렁쩌렁 소리를 질렀다.
그녀를 지키던 신전병들은 이미 패닉 상태였기 때문에, 누구도 그녀에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저주를 받아 죽을 악마! 마녀!”
분노해 펄펄 뛰고 있는 황후이지만 느끼고 있을 것이다.
회심의 반역 계획은 처참하게 실패하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때 또 다른 한 남자가 천천히 등장했다.
“……황후.”
황제의 엄한 얼굴을 본 황후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녀는 뒤늦게야 이곳이 이미 치밀하게 짜여진 신성극의 무대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