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60)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160. 황제의 결심(160/192)
#160. 황제의 결심
2024.04.24.
“아닙니다. 폐하. 이 일로 카모스와 튜레시안의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면…….”
이파르는 낯 좋은 얼굴로 황제에게 대답했다.
“그것이야말로 저희 카모스가 가장 바라는 것이죠.”
그렇게 대답한 이파르는 에시카를 보고도 눈을 찡긋했다.
“…….”
그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에시카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에시카가 느끼기에 이파르는 속을 알 수 없는 노련한 고수에 속했다.
사실 고수들이 속을 알 수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든 그것을 바꿀 힘이 있고 책임질 상황이 없으니까 기분에 따라 행동이 갈리는 것이다.
가령 적 하나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어중간한 힘을 가진 자들은 반격하지 못하게 확실히 죽여 놓지만 고수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하는 것을 봐서 건방지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살려 보내도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파르가 마음을 바꾸어 황후의 편을 끝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황후는 고수들이 싫어할 만한 분명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제가 마치 엄청난 선물이라도 줄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
호전적으로 알려진 카모스의 왕이라면 몰라도, 신선 노는 것 같은 얼굴을 한 저 능구렁이 왕세자가 피곤해질 일에 구미가 썩 당길 리 없다.
반면 에시카와 레스반이 제안한 선물은 결이 달랐다.
카모스에 헤노모스 독점권과, 산지 에우니브스에서의 5년간의 헤노모스 채굴권.
헤노모스는 튜레시안에서는 금지되어 있는 중독성 약물이었지만, 카모스에서는 최상급의 마법 원료로 취급된다.
그것은 카모스와 같은 섬에서는 채취할 수 없는 것이며 어느 대마법사가 대륙을 정복하려 한다면 그 이유는 오로지 헤노모스일 것이다.
헤노모스 신봉자이자 중독자인 황후가 그에게 제안할 리 없는 것이며 말이다.
“황태자비.”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 에시카는 주의를 돌렸다.
그는 푹 팬 눈으로 에시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곧 있을 건국제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고, 그 행사는 이제 황태자비의 소관이다.”
황제의 말에 에시카는 속으로 흠칫했다.
제국의 가장 주요한 세 가지 행사. 황제의 탄신일, 건국제, 사냥제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사는 언제나 황후가 주관해 왔다.
황후의 자리가 빈 지금 황궁에서 가장 고귀한 여인은 황태자비인 에시카였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건국제를 에시카가 맡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이 상황에 적절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폐하, 아직 반역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마음의 충격이 큰 와중에 벌써 정무를 걱정하는 황제를 말리는 시종이었지만 황제는 말을 이었다.
“나는 이날 황위를 황태자에게 선위할 걸세.”
그 엄청난 파장에 모두가 놀라 굳었다.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자신이 방금 들은 말을 의심했다.
이파르조차도 이는 예상하지 못한 듯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황제의 노기는 아까보다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의 호흡은 마냥 안정적이지만은 않았다.
“폐하. 우선 들어가시지요. 몸이 상하시겠습니다.”
“맞습니다 폐하. 우선 기운을 조금 복돋우신 뒤…….”
“그만.”
황후의 반역에 대한 충격으로 충동적으로 이런 말을 한다고 판단한 자들이 황제를 부축하려 들었으나 황제는 팔을 올려 제게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에시카는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고, 황제는 노쇠하기는 했지만 의지가 강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결정한 것이 아니네. 황후의 반역 때문에 한 이야기도 아니고 말일세.”
황제는 좌중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오래전부터 선위할 날을 노리고 있었고, 황태자가 에우니브스에 다녀오면 황위를 물려줄 생각이었네. 건국제에서 말일세.”
“……폐하……!”
“그러나 황후의 반발이 뻔할 것을 알아 뜻을 숨기고 있었네. 그런데 이제는 더 나를 붙잡는 것이 없군.”
황제는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곁에 있던 아스티아가 황제를 부축했다.
“황후는 반역 죄인의 처리 절차에 따라 처단할 것이고, 나는 정무를 보기에는 너무 늙었다. 이미 레스반이 내가 맡은 일보다 훨씬 많은 황제의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그의 진정성이 목소리에 가득 담겨 있었다.
그들은 충성심과 씁쓸함이 섞인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레스반처럼 강한 무력에 기반한 카리스마로 부하들을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합리적이고 지혜롭게 통치했으며, 귀족과 평민들에게 두루 인망이 깊었다.
황제는 발을 내디뎌 천천히 에시카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니 황태자비에게 명령하겠네.”
전령을 받은 레스반이 돌아올 시기는 건국제의 기간에 걸쳐져 있었다.
황제가 낮은 목소리로 엄숙히 말을 이었다.
“건국제에서 내 아들 레스반이 황제로 취임하게 될 것이니, 이를 철저히 준비하도록. 이는…….”
“…….”
“엄중한 황명이로다.”
황제의 말에 여기저기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제 폐하!”
“폐하!”
정전에 모여든 자들이 울음 섞인 슬픔을 표하며 황제를 불렀다.
몇몇 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뒤늦게 온 사람들은 이 상황을 전달 받고 놀라서 비틀거리며 쓰러지기도 했다.
모시던 사람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원래 비통한 일일지니.
덕을 쌓은 상관일수록 그러한 법이다.
이 와중 에시카는 바른 자세로 서서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지만 유약하게 이마를 잡고 휘청이는 일은 없었다.
에시카의 눈이 시간이 흘러 차분해졌을 때 황제의 입가에 미소가 걷혔다.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봤지.”
혼잣말 같은 그 목소리는 에시카를 칭찬하는 것이었다.
황제에게는 많은 풍파와 위협이 필연적으로 닥쳐온다.
그리하여 그 곁에 있는 여인은 심지가 강해야 할 것이니, 황제는 지금껏 에시카만큼 강한 여인을 본 적이 없었다.
에시카는 천천히 마른 입술을 열었다.
“황명…… 받들겠습니다.”
차분하고 나직한 음성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
“죽어! 다 죽어 버려!”
브레이튼은 눈알을 번뜩이며 검을 잡고 휘둘렀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도망치는 시종들이 몸을 베여 쓰러졌다.
건물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지루해하던 모든 것들이 화염에 스러지고 있다.
처음부터 승리할 가능성은 없었다.
유리는 많은 귀족들이 브레이튼을 도울 준비가 되었다는 군사 자료를 보여주며 승산이 높다고 그를 부추겼지만 유리가 의문사하고 나서 다시 살펴보니 전부 조작된 것일 뿐이었다.
망할 계집 같으니라고.
“다 죽어 버리라고! 아하하하!!”
하지만 황궁을 향해 이미 검을 뽑았으니, 그들을 토벌할 황태자가 오고 있었다.
브레이튼은 늘 그를 두려워했다.
레스반에게서는 짙은 혈향이 풍겼고, 그는 마치 가치 없고 하찮은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브레이튼을 내려다보는 자이다.
감히 질투조차 할 수 없었지만 레스반이 가진 것에는 욕심이 났다.
황제가 된다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향락을 즐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었다.
“황자 전하, 제발 진정하시고…… 크억.”
브레이튼의 검이 자신을 말리는 시종의 배를 꿰뚫었다.
그래, 황제가 된다면 눈치 보지 않고 사람을 죽여도 될 것이다.
언제나 귀를 시끄럽게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 자리는 제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으니, 벌을 받을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브레이튼.”
시종이 쓰러지고, 그 뒤로 브레이튼이 두려워하던 체벌자가 나타났다.
반역을 선포하자마자 에우니브스의 병사들은 두려워 흩어졌다.
어느새 이곳에는 그저 황제를 향해 죽여 달라고 애원한 것이나 다름없는 2황자 브레이튼만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서 죽겠느냐, 아니면 황궁에 돌아가서 죽겠느냐.”
레스반은 건조한 목소리로 브레이튼의 의사를 물었다.
브레이튼은 피가 잔뜩 튀긴 얼굴로 멍하니 서 있더니 검을 툭, 떨어뜨렸다.
자신의 무능력에도 불구하고 황제가 자신을 언제나 감싸 주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균형의 시혜 안에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아왔는데 이제 그것도 끝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형님…….”
어차피 무슨 짓을 해도 레스반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사람이 백 명이 있더라도 레스반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브레이튼은 힘없이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브레이튼의 검에 맞아 죽은 시종들도 있었고, 꿈틀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브레이튼은 그것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약자는 벽에 붙어 있는 곤충만큼도 못한 존재였으며, 그의 태도가 변할 때는 이처럼 강자를 마주할 때뿐이었으니.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 뜻이 아니라는 것을.”
“…….”
“전부 어머니께서 꾸민 일입니다. 어머니가 유리, 그 망할 여자를 통해 저를 조종한 게 분명합니다.”
미쳐 날뛰던 브레이튼은 잠시나마 죽음을 두렵지 않다고 여겼지만, 막상 목전에 그것이 찾아오니 입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저는 황위를 욕심내지 않습니다. 형님께서 다 가지세요. 저는 그저…….”
“너를 살려 두면 또 많은 자들이 죄 없이 죽겠지.”
“혀…… 형님…….”
“네 애를 밸 여자들과 기분에 맞추지 않은 시종들. 그보다 더 무력한 것들.”
에시카는 무력한 것이 악에 스러지는 것을 싫어했다.
그녀가 살기 바라는 세상은, 그런 패악한 힘의 논리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이 아니었고 말이다.
레스반은 서늘한 눈으로 브레이튼을 내려다보았다.
“형님. 살려 주십시오. 앞으로 조용히, 없는 듯이 살겠습니다. 여기 에우니브스에서…… 예? 황궁에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겠습니다.”
브레이튼은 벌벌 떨며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지만, 레스반은 검집에서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푸르스름한 검날이 고개를 내밀자 브레이튼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