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64)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164. 예쁜 남자 어때요?(164/192)
#164. 예쁜 남자 어때요?
2024.04.25.
“손수건.”
에시카는 딱딱하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파르는 그것을 보란 듯 등 뒤로 숨기며 말했다.
“나랑 놀아 주면 돌려줄게요.”
“…….”
에시카는 가타부타 말 없이 품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단검보다는 약간 길고 장검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 검은 푸르스름한 오러가 빛나고 있었다.
“이런, 튜레시안과 카모스의 좋은 협력 관계가 형성되었는데 황태자비께서 카모스의 왕세자를 죽인다면…….”
이파르는 고개를 갸웃하며 에시카를 약올렸다.
“황태자 전하께서 슬퍼하시지 않을까요?”
황태자 전하라는 말에 에시카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뻔히 보이는 수작에 넘어가 줘야 할까.
기사와 마법사가 근거리에서 싸우면 무조건 기사의 승리이다.
그리하여 마법사는 기사가 다가오기 전에 마법의 기운을 끌어모아 방어하며 원거리에서 적들을 해치운다.
하지만 이 순간까지 반응이 없는 것을 보았을 때 이파르는 정말 방어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에시카는 유들거리는 이파르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는 없었다.
“…….”
이파르를 노려보던 에시카는 휙 뒤돌아섰다.
그 반응에 이파르는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그리고 가고 있는 에시카에게 말했다.
“손수건은요? 그냥 두고 가게요?”
“손수건 때문에 부부 간에 하지 않아도 될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면 돌려받지 않는 게 낫답니다. 카모스의 왕세자 전하.”
그녀는 현명했고 이파르의 꾀에 말려들 생각이 없었다.
에시카는 이파르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파르는 에시카와 거리를 두고 뒤따르며 물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만드셨잖아요. 결과물은…… 뭐, 좀 그렇지만.”
속을 긁는 것 같은 뒷말에 에시카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루쯤 시간을 또 내지 못할 건 없으니까요. 다음부터는 손수건 도둑이 훔쳐가지 못하도록 방 안에서 할 겁니다.”
에시카의 말에 이파르의 입가가 실룩거렸다.
정말이지 철벽으로 된 성 같은 그녀이다.
이런 모습에 레스반도 그녀에게 빠져 버린 것이겠지.
자신 또한 본능적으로 시선이 가고 말이다.
이파르는 손수건을 띄워 에시카에게로 날려 보냈다.
이파르를 등지고 걷고 있던 에시카의 손에, 이파르가 마법으로 날려 보낸 손수건이 안착했다.
에시카는 그것을 대충 두 번 접어 제 품 안에 넣었다.
그리고 멈추어 서서 이파르를 바라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경고했다.
“목숨이 아깝거든, 다음번에는 이런 장난은 치지 마세요.”
이파르는 살벌한 발을 내뱉는 에시카에게로 몇 발짝 다가서며 말했다.
“그거 아십니까. 카모스는 다부다처체가 허용된다는 거.”
다부다처제라는 것은 한 남자가 여럿의 처를 두거나 한 여자가 여럿의 남편을 두는 것이 모두 허용된다는 것을 뜻했다.
일부일처의 튜레시안과는 많이 다른 문화이다.
“레이디가 카모스인이었다면, 역시 두 번째 남편 정도는 욕심낼 수 있었을 텐데.”
다부다처제라니…… 생각만 해도 복잡하다.
이미 에시카는 여러 번의 결혼 생활을 했고 남편은…… 하나면 족하다.
차고 넘친다는 말이다.
“솔직히 저 정도면, 잘생겼잖아요. 데리고 놀기에도 좋고.”
이파르는 예쁜 얼굴로 생글거리며 웃었다.
햇볕을 받으면 더 화사하게 빛나는 금발과 청록색의 보석처럼 아름다운 눈동자.
콧대와 턱선은 여장을 해도 혹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인형이다.
이파르는 에시카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딱딱히 표정을 굳히고 있는 에시카에게 손을 뻗었다.
그가 만진 것은, 이미 바람에 살랑이고 있는 은빛 머리카락의 끝뿐이었지만 그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했다.
“튜레시안에 그런 제도가 없다고 해도…… 레스반 형님이 받아들이시지 않는다고 해도…….”
이파르의 모친에게도 애인들이 있었다.
이파르는 그 노예들의 얼굴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황태자비께서 괜찮으시다면 비밀 애인이 되어 드릴 의향이 있는데.”
“…….”
“좋아하고 있습니다. 레이디.”
아마 이런 제안을 듣는 귀족 부인들이라면 누구나 얼굴이 빨개졌을 것이다.
안 된다고 거절하면서도 마음이 갈팡질팡 흔들리겠지.
아니, 안 된다고 딱 잘라 거절할 이의 수가 의외로 적을지도 모른다.
몸 좋고 잘생기고 부유하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청년이 이렇게 잘생긴 얼굴로 구애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에시카는 눈썹을 굳힌 채 한참 동안 이파르를 바라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별 쓸데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대답은…….”
“대답할 가치가 없어서 거절합니다.”
곧장 말을 끊는 에시카가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녀의 자태는 꽃향기를 풍기는 여신처럼 아름다웠으며, 이파르는 그녀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에시카는 자신이 이 생에서 마주친 여자들 중 가장 대단한 여자임을.
그 짝이 레스반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빼앗아 올 수라도 썼을 텐데. 하다못해 뒷조사를 했던 대로 얼마 전 죽은 칼리안 클라우스가 남편일 때였다면 말이다.
그 남자는 얼핏 마주친 것만으로도 너무 형편없어서, 에시카의 눈이 한때 발바닥에 달렸던 것은 아닌가 진지하게 의심할 정도였는데.
“……후우.”
이파르는 실연의 아픔에 손을 가슴에 올리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태어나서 유일하게 자신이 인정할 만한 남자가 그녀의 짝이었다.
두 개의 보석 중 이미 더 눈이 가는 쪽을 정했다는데, 다른 보석에는 눈길도 주지 않겠다는데 이렇게 아쉬운 일이 있을까.
물론 이파르는 알지 못했다.
에시카의 과거에 어떤 아픔이 있으며, 에시카는 절대 자신이 겪은 아픔을 자신이 사랑하는 레스반에게 겪게 하지 않을 것임을.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군.”
이파르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튜레시안의 건국제가 사흘 안으로 다가왔으니, 그 안에 떠나는 것이 복잡하지 않겠지.
그래도 이번 여행의 전리품은 섭섭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다 얻어 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
건국제의 전날, 붉은빛을 띤 구름이 하늘을 불길하게 뒤덮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구름의 모양이 두터웠기에, 사람들은 혹시 비가 오면 덮을 것을 챙겨서 광장으로 나왔다.
황후의 처형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논해졌다.
신전에서는 화형을 주장했으며, 황실 조사단에서는 교수형을 주장했다.
그리고 황후에게 목숨을 잃은 이들의 가족들은 더 잔인한 방식을 원했고 말이다.
하지만 레스반은 황실 조사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마녀…… 저기 마녀가 온다!”
“마녀다!”
“마녀가 나타났다!!”
교수형대가 설치된 광장에, 간수들에게 끌려 황후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소리를 질러 댔다.
이미 그녀의 악행은 전 제국민에게 알려졌고 그녀가 나라를 어지럽힌 사교의 우두머리라는 것도 밝혀졌다.
한때 에시카를 마녀라고 주장했던 황후 그 자신이, 이제 모든 이들에게 마녀라 불리우고 있었다.
황후의 몰골은 끔찍했다.
수일 동안 씻지 않고 갇혀 있었기에 지저분한 것을 제외하고도, 제가 스스로 머리를 쥐어뜯어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심하게 빠져 있었으며 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손톱 끝은 피투성이였는데 살려 달라고 감옥 벽을 긁어 댔기 때문이다.
황후는 며칠간 잠도 자지 못하고 제대로 밥도 먹지 못했다.
감옥 안에 가득 들이찬 원한령의 환상이 그녀를 내내 괴롭혔기 때문이다.
“…….”
황후는 넋 나간 모습으로 간수들에게 이끌려 교수대 앞에 섰다.
그러자 조금은 정신이 돌아왔고 성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늘은 황후에게 분노하고 있었으며 죽이라고 소리를 쳐 대고 있었다.
죽음을 목전에 앞둔 황후는 이 끔찍한 상황에 광인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천한 것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내가 뭘 잘못했기에……!”
모든 생물은 약한 것이 강한 것에 잡아먹히는 것이 당연한데, 짓밟히는 약한 것들의 태생이 문제인 것이지 왜 자신을 악하다고 하는 것인가.
“나는 선택받은 인간이다! 타메론께 선택받았단 말이다!”
간수들에게 밀려서 교수대 가까이 서면서도 황후는 발악하며 외쳤다.
제 결말은 이러해서는 안 된다.
자신은 영광의 황좌에 앉아야 하며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고 두려워하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이처럼 천한 것들이 분노하는 와중 그들의 눈요기가 되어 죽을 수는 없다.
“…….”
부릅뜬 황후의 눈에 로브를 쓴 한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검은 로브로 얼굴을 뺀 몸을 전부 가린 여자는 군중들 속에서도 눈에 띄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차분했으며 입술은 꾹 닫혀 있었다.
에시카, 그 망할 마녀가 자신의 최후를 구경하러 온 것이다.
“타메론이시여!”
추한 마녀 같은 몰골의 황후는 목에 밧줄이 걸리면서도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눈동자는 하늘을 향해 있었고, 눈꼽이 낀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다시 돌아보아도 자신이 잘못한 것을 깨달을 수 없었다.
그러니 억울하다. 사무치도록 억울하다.
한낱 저 보잘것없는 마녀와의 대결에서 패배하였다는 사실이.
제 목에 밧줄을 건 간수들은 아래로 내려갔다.
손은 등 뒤로 묶여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었다.
“타메론이시여! 들리십니까! 무지하고 천한 저것들을 몽땅 벌해 죽여 주시옵고 저를 구해 주시옵…….”
그 발악이 계속되던 때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구름이 번뜩이더니 한 줄기의 번개가 황후에게 내리꽃혔다.
가장 높은 교수대에 서 있었기에 번개를 맞을 법한 것은 맞지만 너무도 절묘한 때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황후의 비명이 쩌렁쩌렁 울렸고 그녀의 몸이 마른 장작처럼 불에 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