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69)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169. 아스티아의 단독 행동(169/192)
#169. 아스티아의 단독 행동
2024.04.27.
사업의 규모가 처음의 몇 배로 커졌음에도 한스는 장부를 잘 점검하는 일을 빼놓지 않았다.
장부 점검을 하지 않았던 가문이 결국 어떤 꼴이 되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힌 부인 오셨습니까. 자유 상업 지역의 입점 절차가 까다롭다고 하던데, 허가는 어떻게 되었는지요.”
“이틀만에 받아냈습니다. 엘뮤르의 가장 요지에 우리 분점이 들어설 거예요. 자유 상업 지역이라 거래도 활발하니 어쩌면 새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죠?”
한스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메르힌 부인이 찻잔을 들고 말했다.
“이런, 생각보다 정말 수월하게 해내셨군요. 대단합니다.”
“뭐, 이쯤이야. 호호.”
“앞으로 매출 상승은 따 놓은 당상이군요.”
“황후 폐하께서는 어쩌면 대륙 최고의 부자가 되실지도 몰라요.”
수도에 처음 올라올 때만 해도 영 사업적 감각이 없었던 그녀였지만, 에시카와 사업을 시작하며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또한 자신이 이러한 분야에 자질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사교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유행을 선두하고 있었다.
작위는 낮다고 하나 세상은 점점 작위보다는 자본이 중요한 시대로 흘러가고 있었고 그녀의 가문은 더 많은 부를 틀어쥐게 되었다.
그 때문에 공작과 백작 부인들마저 메르힌을 존중하고 그녀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물론 메르힌 부인은 제 입김이 아무리 강해져도 한때의 리오나 클라우스처럼 그것을 남용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의 모든 행적이 반면교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참, 헤모스 씨가 황궁의 차석 요리사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평민 출신으로는 최초라고요.”
“저도 어제야 소식을 들었는데, 역시 메르힌 부인은 빠르시군요.”
한스는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기울였다.
따스한 찻물이 입 안으로 흘러들었다.
차석 요리사 임명에 대해 헤모스는 사실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책임질 일이 많아지는 데다가 자유 시간이 줄어들어 도박하러 갈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었지.
하지만 모두가 헤모스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요리 솜씨가 뛰어났으며, 약학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에시카가 배합법을 말해 주면 정확히 그것을 제조해 내니,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실력이다.
하위 요리사들은 평민들이 맡지만 수석과 차석 요리사는 귀족 출신이 맡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헤모스가 최초로 그 관례를 깼다.
몇몇 요리사들이 불만을 말했지만 에시카의 서슬 퍼런 눈빛에 입을 꾹 다물었고 말이다.
“폐하께서 즉위하신 지 벌써 석 달,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군요.”
“바뀌는 시류 속에서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거죠, 그렇지 않나요?”
메르힌 부인의 말에 한스는 피식 웃었다.
“어디에서 자주 들어 본 말입니다.”
“이런, 황후 폐하의 어록을 훔친 게 티 나나요?”
“아주 많이요.”
대저택의 풍광은 평화롭고 아름다웠고, 한가한 오후는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
아스티아는 초조한 표정으로 방 안을 하염없이 서성이고 있었다.
바깥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황급히 문밖으로 귀를 댔다.
“수상한 놈들이 있는지 살펴라!”
“누군가 에릴 퓨즈를 독살했다!”
“황궁을 봉쇄한다!”
기사들의 목소리는 격하게 울려 퍼졌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끽-
그때, 돌연 창문이 열리고 보인 여자의 모습에 아스티아는 아연실색했다.
살랑이는 긴 은발과 또렷한 인상을 주는 푸른 눈동자.
그녀는 다름 아닌 황후 에시카였다.
그리고 여긴…… 4층이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아스티아는 당황한 눈으로 놀라 큰 소리를 냈지만, 에시카의 표정은 태연했다.
그녀는 제 방에 들어오기라도 하는 듯 자연스럽게 창문을 통해 아스티아의 방으로 들어와 바닥에 발을 내디뎠다.
툭-
아스티아는 흠칫해서 물러서려 했지만 에시카의 걸음이 더 빨랐다.
한 걸음 두 걸음, 빠르게 다가온 에시카는 아스티아의 바로 앞에 멈추어 섰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시면 너무 당황스러운…….”
“아스티아 황녀.”
에시카의 날카로운 시선에 아스티아는 흠칫했다.
“…….”
그녀는 애써 모른 척을 하며 시선을 피하여 했지만 에시카의 푸르른 청안이 그녀의 속을 뻔히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아스티아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에시카는 피식, 입꼬리를 올리더니 서늘하게 속삭였다.
“왜 멋대로 행동한 건가요.”
“제가 뭘…….”
“폐하의 뜻을 어기고 왜 에릴 퓨즈를 죽였냐고 묻고 있는 거예요.”
그 차분한 어조에 아스티아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잠시 후 아스티아는 똑바로 눈을 뜨고 에시카를 보았다.
“그자는 죽어 마땅한 자예요. 그래서 죽였을 뿐이에요. 아시잖아요. 그자가 폐황후의 사주를 받아 독약으로 제 아기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아스티아는 눈썹 끝을 올린 채 강하게 말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는 주근깨와 함께 그림자가 져 있었다.
레스반이 황위에 오른 이후 잠시 보류되어 있던 죄인들에 대한 처분이 내려졌다.
죄가 중한 자들은 큰 벌을 받았고, 재산이 몰수되기도 했으며, 유배를 당하기도 했다.
반역 행위 외의 다른 악질적인 죄가 드러나서 사형대에 올라간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만큼 피의 숙청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제위에 오르기 전에도 전쟁광이라고 불리우던 레스반이었기에 피바람이 강하게 일 것을 기대했던 자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에 불만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고작 노예의 낙인을 찍고 카모스에 팔아넘기는 거라니…… 그곳에서 좋은 주인을 만나 잘 먹고 잘산다면 튜레시안의 정의는 어디에 있나요?!”
아스티아가 제 아기를 죽일 뻔한 에릴 퓨즈에게 분노한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에릴 퓨즈는 정말 죽어 마땅한 죄를 많이 지었다.
에시카에게 피를 내게 해 경전을 필사하게 한 일만 해도 그러하고, 사냥제의 일은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는 협조하여 황후의 죄를 증명하는 데 공을 세웠다.
적어도 목숨만은 살려 주는 일은 그 공을 감안한 결과였고 말이다.
하지만 노예의 인장을 찍기 위해 대기하던 중 아스티아 황녀에 의해 에릴 퓨즈는 독살당했다.
“……아스티아.”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에시카는 팔을 뻗어 아스티아를 안았다.
에시카에게 안긴 아스티아의 눈동자가 짙게 일렁였다.
단 한 번도 에시카가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안아 준 것을 본 적도 없었고, 안겨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황녀의 감정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에시카가 차분하게 입술을 달싹였다.
“그것이 정의를 수호하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겠군요.”
아스티아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일렁였다.
그녀를 안았던 팔을 뗀 에시카는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아스티아의 얼굴은 아까보다 훨씬 차분해져 있었고 들을 준비가 되어 보였다.
“나는 지금까지 죄를 짓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그들이 받는 벌을 관찰했어요.”
“…….”
“죄가 없어도 벌을 받는 자도 있었고, 죄에 비해 터무니없이 가벼운 벌을 받는 자도 있었죠. 벌을 받지 않는 자도 있었고…….”
“황후 폐하.”
에시카의 입술에 씁쓸한 미소가 고였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때로는 가벼운 벌이 더 큰 벌이 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마치 버릇없이 자란 아이가 훗날 집안에 재난을 불러일으키듯, 당시에는 온당치 않아 보이는 어떠한 것이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 인과율의 법칙에 따라 수긍할 만한 결과를 가져오죠.”
“…….”
에시카의 말에 아스티아의 손끝이 떨렸다.
브레이튼, 칼리안, 그리고 알헤미츠와 팔마니아 백작가의 자제들…….
그들의 현재 모습이 에시카의 말뜻과 닿아 있었다.
“에릴 퓨즈의 목숨을 살리겠다는 것은 그저 그와 약속했던 형벌의 협상일 뿐이었습니다. 황궁은 그의 죄를 덜어 줄 수 없어요. 어떤 인간도…… 죄가 인생이 되어 버린 사람의 죄를 사할 수는 없죠.”
“저는…….”
죄가 인생 자체가 되어 버린 자들.
그래, 그들에게는 바꿀 수 없는 인생 방식 자체가 형벌이 될지도 모른다.
비열하고 악랄한 삶은 필시 악의와 파멸을 가져오는 것이니.
제 발에 걸려 넘어진 그 많은 이들처럼 말이다.
제 손으로 멸악하려 했던 에시카의 사고방식은, 황후의 최후를 보고 다소 유해졌다.
그리고 하나의 생을 건너서라도 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자신과 그들의 악연을 통해 확신했다.
“두 분의 뜻이 그렇다면 제가…… 주제넘었군요…….”
뒤늦게 에시카의 말을 깨달은 아스티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황제와 에시카가 에릴 퓨즈를 용서한 것이 아닌가 오해하고 있었었다.
그들이 용서했다는 소문이 들리는 전남편 칼리안처럼 말이다.
하지만 에시카의 눈동자에 그들에 대한 용서의 감정은 없었고 그 눈은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처럼 잔잔하면서도 형형했다.
에시카는 오히려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식으로든 벌을 받게 될 그들의 운명에 대해.
“제가 잘못했습니다. 황후 폐하.”
황제와 황후의 뜻을 뒤늦게 이해한 아스티아는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알량한 정의감과 개인적인 분노로 더 높은 뜻을 거슬러 버렸다.
그런 아스티아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에시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돌아서며 말했다.
“아닙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에시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흘러갔다.
“어쩌면 아스티아에게 죽는 것도 인과의 일환일지도 모르겠네요.”
쌓은 죄가 많기에, 노예로 팔려가도 어디에선가 곱지 않게 죽으리라 예상은 했었는데.
하지만 아스티아의 손에 더러운 그자의 목숨을 묻힌 것이 달갑지는 않았다.
돌아 나가는 에시카를 보던 아스티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굳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아스티아가 입을 열었다.
“꼭 드려야 할 말씀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