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77)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특별 외전 1화. 혜택(177/192)
#특별 외전 1화. 혜택
2024.04.29.
“응애애-”
조용하던 황궁은 아기 울음소리를 시작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아기 황녀의 방은 에시카의 방 옆이었다.
“깨어났구나.”
유모가 아기를 안기도 전, 에시카가 나타났다.
에시카는 아기 침대에 누워 콧잔등을 찌푸리고 있는 아기를 품에 안더니 젖을 물렸다.
갓 100일 남짓이 된 아기는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모유를 먹었다.
이제 능숙하게 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는 에시카의 모습에 유모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옳지.”
아기를 바라보는 에시카의 눈매는 서늘했지만 눈동자 속에는 환한 모성애가 담겨 있었다.
유모는 귀족 집안에서 이전에도 두 번을 일했지만 이토록 아기에게 정성을 다하는 산모는 처음 보았다.
보통의 귀족 부인들은 새벽녘에 아기가 울면 피곤한 표정으로 유모에게 젖을 먹이라고 시키지만, 에시카의 얼굴은 조금의 짜증도 없이 대낮처럼 맑고 아름다웠다.
물론 그녀는 모르고 있다. 에시카가 훨씬 전에 일어나 운기조식과 수련을 끝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의 체력은 유모가 모셨던 두 귀부인을 합한 것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말이다.
“젖이 더 나오지 않는구나.”
10분 정도 수유를 한 에시카는, 아기를 품 안에서 떼어 냈다.
그리고 눈썹을 살짝 굳힌 채 옷을 추슬렀다.
“원래 젖이 적은 체질이 있습니다. 황후 폐하.”
유모는 아기를 받으며 말했다.
“젖의 양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미 황의가 관련된 약재들로 약을 지어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아기 양의 반쯤 되는 것이 그나마 늘린 것이었다.
에시카는 자신이 그런 체질이라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내공을 운용해 젖의 양을 늘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 유모가 위로하듯 말했다.
“어머니의 젖만큼 좋지는 않겠지만 황녀 전하를 배고프게 하지 않을 테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뭐, 굳이 내공까지 운용해 쥐어짜낸 젖에 영양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세 번째 아이를 출산한 유모는 옷깃을 열어 황녀에게 젖을 물렸다.
그녀는 자신의 아기를 포함해 두 아기를 먹일 정도로 젖 양이 풍부했다.
하지만 에시카의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던 아기 황녀는 발버둥을 치듯 몸을 움직이며 유모의 젖을 물지 않으려 했다.
“……어머나?”
유모는 의아한 듯 아기 황녀를 내려다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물었는데, 오늘은 변덕이 생기신 모양이다.
“황녀님. 배고프시다면서요.”
젖살이 오른 아기가 콧잔등을 찌푸렸다.
에시카 역시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으아앙! 응애!”
이내 울려 퍼지는 큰 울음 소리.
“오늘…… 황녀님이 왜 이러실까요?”
몇 번 더 젖을 물리려 했지만 아기는 얼굴을 돌리며 젖을 물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을 쓰며 울어 댔다.
그 울음소리에서 문득 ‘음마’라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하고.
유모는 다시 아기 황녀를 에시카에게 안겨 주며 말했다.
“아무래도 황녀님께서는 제 젖이 싫으신 모양입니다.”
“…….”
황녀는 이미 덮인 에시카의 가슴을 파고들어 반갑다는 듯 볼을 부볐다.
그 모습이 짠하면서도 귀여워서 에시카의 입술에 웃음이 흘렀다.
유모 역시 자신의 예상이 맞다는 듯 말했다.
“원하는 것이 따로 계셨군요.”
“하지만 어쩌지, 나는 네게 줄 것이 없는데.”
에시카는 긴 손가락으로 아기 황녀의 이마를 흝으며 말했다.
아기 황녀는 배가 고픈 듯 계속 입을 뻐끔대고 있었다.
“차라리…… 젖병을 물려 주시면 어떠시겠습니까. 소젖을 데워 오겠습니다.”
에시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고, 유모는 시녀들을 시켜 소젖을 데워 오게 했다.
그리고 그것을 젖병에 넣어 에시카에게 주었다.
에시카는 황녀를 품에 안은 채 젖병을 물려 보았다.
황녀는 똘망똘망한 금안에 에시카를 담은 채 젖병을 쪽쪽 빨기 시작했다.
옆에서 유모가 몸을 살짝 숙이며 에시카에게 말했다.
“역시, 황후 폐하의 품에서 드시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울던 황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에시카의 품 안에서 쪽쪽 젖병을 빨고 있었다.
에시카는 그 모습이 신기하고 귀여워 한참 동안 황녀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매일매일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출산 과정은 힘들지만 경이로웠으며, 태어난 새 생명은 그녀의 세계를 무한하게 넓혀 준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을 따르는 모습까지 보니, 세상의 정상에 오른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
아기가 잠든 것을 확인한 에시카는 자신의 침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침대에는 오늘의 과업을 마친 레스반이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샤워까지 끝낸 건지 말끔한 모습의 그에게서 은은한 향기가 났다.
“황녀는 잠들었나?”
“네. 아주 곤히 자고 있어요.”
에시카는 침대 옆의 전신거울 앞에 서서 머리카락을 빗었다.
요즘 아기는 손을 바동대다가 겁도 없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그 모습마저 가슴이 따사로워질 만큼 귀여운 게 함정이었지만.
“아기를 낳은 여인은 몸이 변한다던데, 머리카락도 빠지고…….”
레스반은 침대에서 나와서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긴 머리카락을 빗고 있는 그녀의 뒤에서 머리카락 몇 올을 손에 올리며 말했다.
“그대는 달라진 것이 없군.”
그 말에 피식 웃은 에시카가 대꾸했다.
“어쩐지 아쉬워하는 것 같습니다만?”
“설마.”
레스반은 거울 속 에시카를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저 그대가 어떤 모습이 되건 사랑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어.”
레스반의 말대로 출산 100일가량이 지난 산모들은 보통 출산 전의 모습과는 꽤 달라진다.
붓기가 빠지지 않고 살로 가서 몸이 둔해지는 경우도 있고,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져서 머리가 비어 보이기도 한다.
출산 후유증으로 뼈마디가 아파서 고통을 겪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극한의 효율성을 가진 몸으로 환골탈태한 에시카로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그녀는 여전히 미모의 최전성기에 있었다.
피부는 투명하리만큼 맑았고 머리카락에는 윤기가 흘렀으며 몸에는 작은 군살조차 없었다.
아마 선황후가 살아 있었으면 마녀라고 손가락질을 했을 것이다.
“글쎄요, 이렇게 건강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지만…… 이런 생각은 듭니다.”
에시카는 은색 달처럼 반짝이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뒤에는 든든한 체구의 레스반이 서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산고와 산후를 경험해 봐도 좋지 않을까. 물론 고통스럽겠지만, 더 깊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황녀의 출생이.”
레스반은 에시카의 뒤에서 그녀를 단단하게 안아 주었다.
에시카가 두 번의 생 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어느 기억은 가물거리는 찰나의 순간으로 남고, 어느 기억은 영혼의 뼈에 새겨진 듯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그리고 에시카는 황녀를, 이 순간을, 그 어느 기억들보다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남들과 같은 고통을 겪어도 좋으니 그 고통을 통해 이 순간을 더 생생하게 기억에 새기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이니 말이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인생에 있어서 출산이 하나의 분기점인 것 같기는 하군.”
아기의 탄생은, 두려워할 것이 없었던 부부에게 두려움을 알게 해 주었다.
말할 수 없이 소중한 것이 생긴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지키고, 잘 키우기 위해 무수한 번뇌가 찾아든다.
에시카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돌려 레스반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가벼운 키스를 받은 레스반은 에시카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그럼 이제 이 분기점에서…….”
그러고는 침대로 데리고 들어가 그녀를 눕히며 위에 올라타 엎드렸다.
넓은 어깨와 나른하면서도 유혹적인 눈빛, 어쩌면 그는 에시카의 산후 회복이 빠른 것에 대한 가장 큰 수혜자였다.
“아기가 잠든 혜택을 누려 보도록 하지.”
이내 그의 입술이 에시카의 입술 위로 깊게 내려앉았다.
**
“응애애-”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자, 방 구석에서 졸고 있던 유모는 눈을 뜨고 아기에게 다가갔다.
새벽을 우렁차게 알리며 황녀는 젖을 달라고 울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기를 안기까지 황후 폐하께서 나오시지 않았다.
“에구, 황녀님. 울지 말아요.”
유모가 한참 아기를 달래고 있을 때가 돼서야 황후의 방문이 열리고 에시카가 등장했다.
“…….”
오늘의 그녀는 어째서인지 어제보다 조금 피곤한 얼굴이었다.
뭐, 피곤한 인상에도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답다는 것은 같지만 말이다.
목에 붉은 자국은, 뭔가에 물리셨나?
“일어나셨습니까, 황후 폐하.”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 에시카는 아기를 안아 들었다.
어째 어제보다 더 무거워진 것 같다.
아니면 어젯밤에 별로 자지 못해서 피곤한 탓인가.
하품까지 한 번 한 에시카는 젖을 물렸다.
‘이제 약간 아기 엄마 같으십니다.’
피곤한 느낌의 에시카를 보며 유모는 웃음섞인 말을 삼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보다 수유가 훨씬 일찍 끝난 탓인지 에시카가 눈썹을 살짝 구길 때였다.
황후의 방을 통해 또 다른 긴 그림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느낌으로 황후와 황녀를 바라보던 유모는 흠칫했다.
그는 다름 아닌, 황제 레스반 데온 루세인이었기 때문이다.
“폐…… 폐하…….”
고개를 까딱한 황제는 황후 옆으로 가서 손을 내밀었다.
“황후는 이제 침실로 돌아가 쉬도록, 그리고 유모는 젖병을 준비하라.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먹일 터이니.”
세상에, 다정하기도 하시지. 하고 유모는 내심 감탄하며 시녀들에게 우유를 타 오라고 시켰다.
에시카는 살짝 얼굴을 붉힌 채 레스반의 귀에 뭐라고 투정을 하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