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78)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특별 외전 2화. 편견은 금물(178/192)
#특별 외전 2화. 편견은 금물
2024.04.30.
“이게 바로 그 메그너라이트 검이란 말씀입니까?”
황궁의 5기사단원들은 새로 보급받은 검을 이쪽저쪽 돌려가며 살펴보았다.
청은색이 감도는 검은 기존에 쓰던 철제 검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5기사단장 테브는 골똘한 눈빛으로 새 검을 살피는 기사단원들에게 말했다.
“철과 메그너라이트를 절반씩 섞은 것이다. 강도는 보급형의 검보다 강하고 무게는 가벼워서 전투 효율이 매우 좋다. 그리고…….”
백 수레가 넘는 메그너라이트가 발견되었던 날, 황궁 대장장이들은 만세를 불렀다.
그것은 매우 비싸며 희귀한 금속이었기 때문이다.
제국군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아스티아 황녀 전하와 황후 폐하께서 충성스러운 황궁 기사단에 하사하는 하사품이기도 하고.”
메그너라이트의 발견이 아스티아와 에시카의 합작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황궁 기사단원들 중에서도 막내격인 해리 홀란드는 공중을 향해 소심하게 검을 휙, 휙 휘둘러 보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경쾌하게 느껴진다.
그는 한때 청사 관원이 되는 꿈을 가졌었지만, 사냥제에서 현 황제의 고강한 능력을 보고 뒤늦게 검술을 시작했다.
몸집은 왜소한 편이었지만 누구보다 날쌘 탓에 그는 황궁 기사단 입단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어색하지만 세심하게 자신들의 검을 다루어 보는 단원들에게, 기사단장은 엄중히 말했다.
“하지만 명심해라.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말 끝을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이어받았다.
“기사의 고강함은 스스로의 실력에 달려 있을지니.”
모두의 시선이 훅 끼어든 여자의 목소리 쪽으로 돌아갔다.
기사단장 테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맞죠?”
그리고 그들은 목소리의 주인을 보자마자 놀라 흠칫하며 기사의 예를 보이며 몸을 숙였다.
갑작스러운 황후 폐하의 등장에 놀라 넋이 나가 있는 해리의 옆구리를, 옆의 다른 기사가 쿡 찔렀다.
그제야 그는 시선을 아래로 낮추며 기사다운 몸짓을 했다.
“물론입니다, 황후 폐하.”
대답한 기사단장 테브는 민망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는 제가 늘 단원들에게 하는 말이었는데, 언제 들고 외우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행히도 새 검이 다들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에시카의 목소리가 기사들의 정적 위에 깔렸다.
해리는 에시카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그녀는 부유한 귀족 사내들이 입는 의류를 입고 있었다.
화려한 수가 놓인 흰 셔츠와, 검은 바지.
아카데미에서 본 바로는 귀족 여인들은 바지를 입지 않는다. 귀족이 그런데 황족은 더더욱 그러하겠지.
그러나 눈앞의 황후 폐하는 마치 사내들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제 스물이 된 자신과 동년배라고 해도 어색함이 없었다.
두근-
그녀의 호수와 같은 푸른 눈동자는 맑고 깊었으며 무릇 갓 스물이 된 청년 해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분도 계시는구나. 마음씨도…… 고우실까?’
“그럼…….”
에시카는 입술을 비틀며 기사단원들을 차례로 보았다.
그리고 기사단장 테브에게 말했다.
“새로 보급한 무기가 썩 괜찮은지, 대련으로 시험해 보도록 할까요?”
그 말에 기사단원들이 흠칫 어깨를 움츠렸다.
유일하게 에시카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하는 해리는 멀뚱히 있다가 테브와 눈을 마주쳤다.
‘황후 폐하께서 설마 우리와 대련을 하신다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사내의 복장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황후께서 기사들 따위와 직접 대련을 하다니 그런 상상 못 할 일을 할 리가…….
그러나 그 설마가 진짜인 모양이다.
테브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오늘은 저희 막내, 해리에게 가르침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다른 기사단원들이 잘못 걸렸다는 듯 동정심 섞인 눈으로 해리를 쓱 돌아보았다.
해리는 얼떨떨한 얼굴로 테브에게 물었다.
“하지만 단장님. 기사의 덕목은 정의, 아무리 대련이라고 하더라도 여인이신 황후 폐하께 어찌 검을 겨눌 수…….”
“쓰읍.”
테브는 어림없다는 듯 쇳소리를 냈다.
에시카는 이미 돌아서서 자신이 쓸 검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가 고르고 있는 것은, 이번에 새로 나온 반짝반짝한 검이 아닌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훈련용의 검이었다.
그것들은 날도 무디고 대체로 낡아 있었다.
“잘 듣거라, 해리. 황후 폐하께서는 보통의 여인이 아니시다.”
“무…… 물론…… 당연히 보통 분이 아니시긴 한…… 높으신 황후 폐하이시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해 덤벼라. 지루해 역정이 나셨다간 앓아누워야 할 수도 있으니.”
테브는 으르렁거리는 듯 엄한 목소리로 해리에게 말했다.
해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막 받은 자신의 검을 들고 대련을 위해 앞으로 나갔다.
최선을 다해 덤비라고? 저 가녀리고 아름다운 여인에게 어떻게 그런단 말인가.
“힘내거라. 해리.”
“그래. 결과는 정해져 있지만.”
“꼴사납게 울지는 마.”
선배들은 농담인지 응원인지 모를 말들을 건넸다.
아무튼 둥근 원 안에, 해리는 에시카와 마주 보고 있었다.
은빛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채 검 손잡이를 천천히 잡는 그녀의 모습은 얼핏 성스러워 보여 해리는 또 잠시 멍해졌다.
언젠가 극장에서 보았던 연극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여자 배우가 여신의 옷을 입고 검을 잡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지.
“…….”
“뭐 하는 것이더냐. 검을 똑바로 잡지 않고.”
그런 기분을 깬 것은 아름다운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목소리였다.
순간 얼음물을 끼얹는 듯한 느낌에 해리는 어깨를 움찔하고는 검을 잡았다.
‘방금 소름이…… 하지만 아무래도 져 드리는 것이 현명하겠지.’
해리는 검을 들고 천천히 다가오는 에시카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행여 황후 폐하의 몸에 생채기라도 내면 안될 것이기에, 그 이유가 첫 번째이고.
훌륭한 기사는 여자와 같은 약자를 공격하지 않…….
퍽-
“으윽!”
순식간에 배가 차여 뒤로 날아간 해리는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수 초 뒤에야 가쁜 숨을 내쉬며 헐떡였다.
방금 거대한 투명 망치가 자신을 후려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투명 망치의 실체는 에시카의 유려한 발차기였을 뿐이다.
“……설마…….”
“쯧. 시시한 녀석이로구나.”
에시카의 입술이 거만하게 달싹거렸다.
“진심으로 덤비지 않는다면, 오늘밤은 고통으로 잠에 들지 못할 줄 알거라.”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강자의 여유를 발견한 해리는 손 끝을 움찔했다.
편견의 단꿈에서 헤어 나와 황급히 검을 잡으며 일어섰다.
보통 여인이 아니라는 테브 단장의 말이 이거였어?
그런데 아무리 보통 여인이 아니라고 해도 방금 그런 괴물 같은 힘은…….
푸콰과곽-
두 사람의 대련을 보고 있던 테브 단장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선황후를 패배시킨 뒤, 황후 에시카는 검에 선명한 소드 오러를 띄우며 자신이 소드 마스터임을 증명해 내었다.
그런 그녀를 직접 상대했던 날, 그는 거대한 벽을 맞닥뜨리는 기분이었다.
‘이 정도면 몸풀기인데, 그나마 내 검을 받을 만한 역량을 가진 자들은 그대들밖에 없구나.’ 하는 다소 굴욕적인 평가를 하셨지.
물론 그 평가에 반발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매에는 장사가 없었다.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하는 것이 무인들의 생리이니, 그녀는 자신의 지위뿐 아니라 막강한 실력으로도 기사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렇게 종종 황궁 기사단을 데리고 놀던 황후 폐하는 회임을 하셨고, 황녀 전하를 출산하기까지는 기사단에 들르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메그너라이트 검의 출시와 함께 출산 후 처음으로 방문하신 것이다.
“쿠엑! 큭!”
그러니 기사단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애송이 막내 해리가, 황후 폐하께서 얼마나 고강한 분인지 알 리가 없었다.
‘그래도 다른 기사들보다는 덜 두들겨 맞는군.’
민첩성이 좋은 녀석이라서인지, 덜 맞는 감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리가 든 검. 에시카에게 제대로 휘둘러 보지도 못하고 손에서 달랑대는 것에 그치고 있지만 그래도 꽤 가벼운지 평소보다도 움직임이 빨랐다.
“크윽!”
에시카의 일격에 멀리 떨어져 나간 해리는 정신이 오락가락한 채로 가물거리는 하늘을 보았다.
그의 코에서는 쌍코피가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뭐 이런 괴물이……!’
아마 오늘 해리는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절대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에시카의 움직임은, 언젠가 사냥제에서 그가 보고 정신을 빼앗겼던 레스반 데온 루세인의 움직임 못지않으니.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해리는 눈을 감고 완전히 기절했다.
“쯧. 기대한 만큼은 못 버티는군.”
해리의 옆에 떨어진 메그너라이트 검이 살짝 휘어 있었다.
아마 대장장이들에게 맡겨 검을 다시 펴 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평소의 움직임과는 달랐습니다.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이를 지급한다면 2할 정도의 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사단장 테브는 자신의 역할대로 관찰한 바를 말했다.
에시카는 완전히 만족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어차피 기술의 발전은 시대가 흐를수록 가속도가 붙을 테고 이 정도면 하급 잔챙이를 중급 잔챙이로 만들어 줄 정도는 되겠으니. 전군에 보급하도록 해야겠군요.”
아마 해리가 기절하지 않았다면 ‘잔챙이’라는 그녀의 평가를 듣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테브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황후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메그너라이트 검이 황궁 기사단을 포함해 전군에 보급되면 어마어마한 전력 향상이 있을 것이다.
“저 녀석은 제대로 치료해 주시길.”
말을 마친 에시카는 휙 뒤돌아섰다.
소드 마스터의 괴물 같은 실력에 숨죽이고 있던 기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떠나가는 에시카를 바라보는 테브의 눈에는 그녀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었다.
저 정도의 경지에 다다르려면 대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