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80)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외전1화. 육아물 (1)(180/192)
#외전1화. 육아물 (1)
2024.04.30.
엘레나 루세인, 그것이 거울 속에 보이는 이 아기의…… 아니, 내 이름이었다.
그렇다. 나는 전생의 기억을 안고 태어난 환생자이다.
분명 차에 치여 죽었는데, 눈 떠 보니 응애- 하고 울고 있었다고!
“우우…….”
거울 속 내 머리카락은 예쁜 엄마를 닮아 눈처럼 아름다운 은색이었고, 눈은 아빠를 닮아 샛노란 황금색이다.
볼은 젖살이 올라와 통통하고 침이 묻어 촉촉한 입술은 반들거렸다.
‘귀여워…….’
나는 내 손에 들린 말랑말랑한 기린 거울 장난감 속 내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동화 속에서 나왔다고 해도 좋을 만큼 사랑스러운 여자 아기의 모습이었다.
“으헤에.”
여기에서 하나 고백하자면 이건 첫 번째 환생이 아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죽어 튜레시안 제국에 환생한 이 오예나에게 하나의 전생이 더 있었단 말이다.
첫 번째 생에서의 나는 배 속에서 태아인 채로 죽었다.
뭔가 뜨겁고 독한 약물 같은 것이 내 속을 고통스럽게 파고들며 숨을 끊어 놓았는데, ‘안 돼!’ 하고 소리를 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엄청 뚜렷하게 들렸다.
(태아여서 언어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신기하게도 소리의 의미는 곧장 알 수 있었다.)
아마 첫 번째 생의 엄마는 뭔가 독에 당해서 나를 잃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떠올려 봐도 엄청나게 처절한 목소리였으니 말이다.
배 속에서 들렸던 바깥의 소리도 몇 가지 기억하는데, 남들이 그녀를 천귀비라고 불렀었다.
귀비면 황제의 후궁일 테니 치정이나 정치적인 싸움이었을까?
아무튼 그렇게 죽고 한국의 오예나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와중 또 스무 살이 되자마자 죽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행복하고 밝은 삶은 아니었다.
고아로 태어나서 시설에서 지내다가 막 독립을 준비할 때였으니까.
앞이 막막하긴 했지만 열심히 살아 보려 했는데 음주운전을 한 듯 이상하게 운전하던 차가 인도를 덮쳐 죽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아기로서의 삶은 나의 세 번째 삶이다.
이번에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남기가 목표닷!
“황녀 전하, 곧 황후 폐하께서 드셔요. 깨끗이 얼굴 닦아야죠?”
거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나를, 유모가 들어 올려 아기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젖은 수건으로 내 맨들맨들한 얼굴을 문질렀다.
내가 도리도리 고개를 젓자 유모의 얼굴에 귀엽다는 듯 웃음꽃이 피었다.
머지않아 문이 열리고 우리 엄마인 황후 폐하가 들어왔다.
“……!”
제국의 황후답게 우리 엄마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
아마 수백 미터 밖에서도 눈에 띌 것 같다.
넋을 놓고 볼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는 둘째치고 굉장히 고귀하고 신비한 분위기가 흘렀다.
엄마가 오자 유모와 함께 모든 시녀들이 몸을 살짝 숙였다.
엄마는 말없이 내가 누워 있는 아기 침대로 다가왔다.
이제 6개월인 나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손을 바동거리며 엄마를 반겼다.
‘아…… 안녕하세요…….’
그런 내 형편없는 몸짓을 보고 엄마의 미간이 움찔 움직인다.
으앙, 무서워…….
그렇다. 우리 엄마는 아주 아름답지만 백설공주 속의 왕비만큼이나 뭔가 무서운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카리스마 넘치는 정도겠지만 나처럼 심약한 아기에게는 말이다.
엄마는 무뚝뚝한 성격 같고, 쉽게 웃지도 않는다. 가끔은 웃지만…… 웃는 모습도 뭔가 무섭다.
“…….”
이내 엄마는 말없이 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으로 내 머리를 쓸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엄마와 눈을 맞추고 침을 꿀꺽 삼켰다.
“우유는?”
“이제 드실 시간입니다. 준비해 드릴까요? 황후 폐하?”
“그래. 내가 먹이도록 하지.”
엄마의 입술이 움직였고 유모는 나를 위해 따뜻한 우유를 준비해 주었다.
시녀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메르힌 부인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사업체에서 가장 질 좋은 우유를 선별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먹는 우유는 프리미엄 우유란 말이지!
젖병을 물자 고소하고 맛있는 우유가 꿀꺽꿀꺽 넘어갔다.
내가 우유병을 잡고 우유를 먹는 모습을 엄마는 빤히 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뭔가 엄청 날카로운 느낌이라서 살짝 눈치를 보게 된다.
그리고 호기심이 들기도 한다.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차가운 분위기의 절세미인은 맞는데,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저런 눈을 가진 사람들은 다 사연이 있거든.
두고 보라고. 내 말이 맞다.
그런데…… 졸려…….
아기의 몸은 배가 부르면 자연스레 잠이 같이 왔다.
우유 한 병을 다 비운 나는 그것을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자려고 했는데, 엄마가 손을 들어 내 겨드랑이에 끼운 뒤 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를 세워 안았다.
엄마에게 안기자 갑자기 잠이 번쩍 깨는 느낌이다.
엄마에게는 자스민과 로즈가 섞인 듯한 좋은 향기가 났다.
향수를 뿌린 것 같이 인위적인 향이 아니라 부드러우면서도 향긋하다.
어떻게 사람에게 이렇게 좋은 향이 나지?
툭- 툭-
엄마가 손을 뻗어 내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엄마가 뭘 하려는지 알고 있다.
내가 아기를 키워 본 적은 없었지만 아기가 된 지금, 우유를 먹고 트림을 하지 않으면 전부 게워 내게 되어 충격이었다.
황의의 말로는 아기의 위는 1자로 되어 있어서 소화를 시켜 줘야 한대나.
아무튼 아직은 번거로운 것이 많다.
나는 작게 트림을 했고 엄마는 나를 다시 아기 침대로 눕혀 주었다.
그리고 또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왜…… 왜죠?’
엄마의 입술이 달싹였다.
“전에 내 품에서만 우유를 먹을 때는 낯을 가린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쩐지 내 눈을 피하는 느낌이군.”
그 목소리가 서늘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서 있던 유모는 곧장 엄마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뭐 아기들은 하루하루가 다르니까요.”
“그런가…… 그래도 누가 어미인지는 확실히 인지하는 것이 좋을 텐데.”
이…… 인지하고 있다고요!
엄마는 악당 같은 눈을 빛내며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행여 누군가가 엘레나를 데려가려 할 때 그대로 따라간다면…….”
히이익.
방금 엄마 눈빛 엄청나게 무서웠다.
창문이 닫혀 있는데 머리카락은 왜 살랑거렸지?
“……아니군. 그래, 괜한 걱정이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대책이 필요하겠어.”
엄마는 생각을 중단하듯 말을 끊고 되뇌었다.
그…… 근데…… 대책이라뇨? 그렇게 살벌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면 무섭잖아요!
내가 엄마를 인식한다는 사실을 보여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만 돌아가 보지. 신전 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
오늘도 엄마는 일이 바쁜 것 같았고 아침마다 내게 우유를 먹여 주는 의식이 끝난 뒤 나갔던 것처럼 또 뒤돌아섰다.
나는 이때다 하고 숨을 흡 들이켜고 준비했다가.
“으아앙!”
울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막 우유를 먹어 든든한 몸으로 있는 힘껏 울기 시작하니 내 울음소리가 방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으아아앙!”
뒤돌아섰던 엄마가 멈칫하더니 천천히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멍하니 서 있던 유모가 황급히 손뼉을 쳤다.
“황후 폐하께서 떠나시는 것이 싫으신 모양입니다.”
그래, 이 반응이다. 이제 됐…….
“…….”
엄마는 손을 뻗어 다시 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선명한 푸른 눈과 마주치니 더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으앙, 히끅. 으아앙.”
나는 그렇게 빤히 보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 엄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미간을 움찔 움직인 엄마는 의외로 내 뜻을 들어주었다.
나를 살포시 안아 준 것이다.
“히끅, 히끅.”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꽤 오래 훌쩍였다.
이건 의도한 것까지는 아니었다.
원래 아기들은 크게 울면, 완전히 전의 호흡을 되찾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토닥- 토닥-
엄마가 울지 말라는 듯 손으로 내 등을 토닥였다.
그건 나를 트림시킬 때와는 다른 좀 더 다정한 손짓이었다.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나를 안고 있던 엄마가 속삭이는 소리가 귓가로 흘러들어왔다.
“엄마가 떠나는 게 싫은 거구나.”
차분한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움찔했다.
그리고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인 듯 엄마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신전 회의를 두고 내가 여기 있을 수는 없으니…….”
나는 내심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다른 아기들처럼 엄마를 좋아하는 것을 확인했고 이제 신전 회의도 있으니 그만 돌아가시는 게 좋겠다.
나는 아기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잼잼놀이도 하고 거울도 보고 잘 놀 수 있으니까.
육 개월, 혼자 있는게 좋은 나이…….
“……신전에 함께 가야겠군.”
엄마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잠깐만요? 일하러 가는데 나를 데려간다고요?
“그럼 채비하겠습니다. 황후 폐하.”
엄마의 말에, 유모와 시녀들이 분주하게 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나는 엄마의 품에 꼬옥 안겨 있었고 떨어져 있어도 괜찮다고 설명할 길이 없다.
엄마는 즐겁다는 듯 입꼬리 한쪽 끝을 비스듬히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