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83)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외전 4화. 육아물 (4)(183/192)
#외전 4화. 육아물 (4)
2024.05.01.
“예, 황후 폐하. 하오나 그 재능은…….”
“검도 마법도 어느 경지 이상을 넘어가면 그 본질은 비슷해지지.”
“예?”
엄마는 잔잔한 푸른 눈으로 창문 밖의 먼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땅과 자연의 강한 기운을 몸에 받아들여 사용한다는 건 동일해. 검을 통해서인지, 마법 수식에 의해 생겨난 것인지 표출의 형태만 다를 뿐이야.”
“…….”
“만약 타메론이 인간에게 소드 마스터의 힘을 주신 것이라면, 대마법사의 힘의 원천도 같을 테니…… 신이 주신 힘을 국교에서 금할 이유가 없다.”
나는 엄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황의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폐하?”
엄마는 아빠를 보며 물었다.
아빠의 금안은 천천히 엄마를 향했고 두 사람이 눈을 맞추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탁월한 강자였고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대가 엘레나를 낳기 전 내게 말했었지.”
아빠의 나직한 목소리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아기가 어떤 인생을 선택하든 응원하겠다고.”
“…….”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든, 그 꿈을 펼치게 하고 싶다고.”
나를 낳기 전에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니…… 감동이다.
“……나도 마찬가지야.”
잠깐의 정적 끝 아빠의 입술이 달싹였다.
확신이 섞인 다정한 목소리에 엄마의 잔잔한 눈이 일렁였다.
잠시 후 엄마가 은은한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설마…… 폐하.”
황의는 황제 내외가 나눈 대화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이 말한 것 때문에 혹시 벌을 받으면 어쩌나 순간적으로 후회했던 것 같다.
아래로 기어들어가듯 어깨를 움츠렸던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한 황의를 다그치지 않는 것에 더해, 아이의 금지된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다니.
황의는 당황한 와중에도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하…… 하지만 마법 금지에 대한 법률을 푼다면 여파가 클 것입니다.”
“반발하는 자들도 분명 있겠으나 제국이 얻는 것도 클 것이다.”
“제…… 제국이 말씀입니까? 황녀 전하 외에도 어떤…….”
황의는 더듬거리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고, 아빠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대의에 대해 입을 열었다.
“황의도 알다시피 우리는 카모스와의 교역을 강화하고 있다.”
해적들이 세운 나라로 알려진 카모스에는 귀한 보물들과 좋은 자원이 있었다.
늙은 왕과 함께 왕국을 통치하기 시작한 왕세자 이파르는 튜레시안과의 교역에 적극적이었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교역을 점점 강화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법을 개방한다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자들을 받을 수 있겠지.”
교역에는 인적 교류도 표함되었다.
하지만 두 나라의 문화가 다른 점이 방해가 되었는데, 타메론을 믿지 않는 카모스의 학자들을 튜레시안 사람들이 배척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레스반은 차별 금지에 대한 법률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마법사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유는 얼마 전에 마법을 사용하는 카모스인이 제국민에게 폭행당한 일로 황궁까지 떠들썩했기 때문이다.
사실 시녀들은 ‘아무리 교리가 중요해도…… 나만 안 사용하면 되지, 외국인을 왜 건드리나요’ 정도의 의견이었고 내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기술을 교환하고 제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빠는 다행히 쇄국 정책과는 거리가 먼 성격인 것 같다.
“물론 황녀의 재능을 꽃피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뒤이어 나온 내 이야기에 나는 움찔했다.
그리고 못 들은 척 눈을 감았다.
나……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
아빠가 예상했던 대로 마법 금지에 대한 법률을 풀자 처음에는 반발이 엄청났다.
하지만 의외인 점도 있었다.
하나의 국교를 믿고 있는 튜레시안이고, 그 주요 교리 중 하나를 훼손하는 것이라서 대부분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찬성하는 수가 절반 가까이 되었다는 것이다.
“타메론 경전에 명시적으로 마법 금지라고 기록된 부분은 없잖아.”
“하지만 불경한 힘을 조심해야 한다는 구절이 여러 곳에 있어. 타메론의 뜻이 은유적으로 마법 금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지.”
“그건 해석하는 자에 따라 다른 것 아니겠어? 그렇게 치자면 폐황후는 소드 마스터의 능력도 불경한 힘이라며 배척했잖아.”
“그…… 그건…….”
마법 금지 해제를 찬성하는 시녀의 말에, 그렇지 않은 시녀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는 겨우 뭔가가 생각난 듯 덧붙였다.
“하지만 마법 금지가 타메론의 뜻이 아니라면, 왜 지금까지 튜레시안에서는 마법이 금지되었겠어. 이유가 있겠지.”
대충 듣기에도 빈약한 반박이었다.
이처럼 마법 금지 법률을 폐지하겠다는 황명 이후 여기저기에서 이에 대해 소리 높여 웅성이기 시작했는데 그 불길은 오래지 않아 진화되었다.
백은의 양인 황후…… 그러니까 우리 엄마가 신전 회의체를 설득한 것이다.
신전 회의에는 제국 주요 신전들의 우두머리들이 참석했는데, 그들은 엄마의 협박, 아니 설득에 넘어가 ‘마법이 그렇게 유해한 것은 아니다’는 새로운 해석을 발표했다.
종교 지도자들의 새로운 해석에 대한 파장은 대단했고, 이는 뒤로 불만을 드러내던 자들을 잠잠해지게 했다.
타메론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신전에서 그렇다는데 신도들이 뭐라고 더 반박하겠는가.
머지 않아 더 나아간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것은 ‘마법은 타메론이 인간에게 선물한 힘 중 하나’라는 것이다.
기존의 소드 마스터를 보는 견해와 동일하다.
설명되지 않는 강렬한 힘, 그것은 타메론의 인가와 가호가 있기에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것!
이에 사람들의 마법에 대한 인식도 점점 변화해 갔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받아들이는 이의 수보다 많았지만, 이 수가 점점 역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법 금지 법률이 폐지된 뒤 2년 뒤,
“이러한 일을 거쳐 제국 최초로 ‘마법의 정석’이 출간되었습니다. 황녀님.”
작은 의자에 앉아 있는 내게 두꺼운 마법서를 보여 주며, 황궁 마법 교사가 설명했다.
그가 말한 역사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내가 그 일의 시초가 된 당사자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의 결과로, 카모스의 인재들을 더 많이 들여올 수 있었고 이는 제국을 더욱 부강하게 만들었습니다. 황제 폐하의 혜안은 참으로 넓으시죠.”
“…….”
“황후 폐하 역시 신정의 주관자로서 굉장히 큰 공을 세우셨고 말입니다.”
황궁 마법 교사는 30대 후반 정도 되는 남자였는데 튜레시안과 카모스의 혼혈인이었다.
“거리에서 얻어맞을 때만 해도 이 나라에 마법이 들어오는 것은 바늘귀로 쥐가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그리고 한때 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마법사 폭행 사건의 피해자기도 했다.
“자. 그럼 잡설은 그만하고, 다시 수식 공부를 해 볼까요. 이렇게 손가락으로 삼각형 모양을 만들고…….”
“…….”
“손이 작고 통통해 아직은 어려우신 모양이군요.”
“……네.”
그는 내 엄지와 검지를 붙여 간신히 삼각형 모양을 만들게 했다.
“작은 불을 상상해 보십시오.”
“부리요?”
“네. 예쁘게 타오르는 작은 불. 모닥불보다 작은 것 말입니다.”
“모다뿌보다 댜근 거…….”
이제 세 살이 된 나는 눈을 감고 따뜻한 불을 상상했다.
마법 선생님의 말씀이 들린다.
“그리고 제가 알려 드린 불의 수식을 사용해 보는 겁니다. 그 수식의 계산대로 오러의 흐름을 배열한다고 생각하시고요.”
나 같은 어린애가 하기에 어려운 일이었지만 나는 집중해서 수식을 떠올렸다.
오러에 극도로 예민하다는 황의의 말대로 나는 주변에 떠다니는 오러의 기운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재능의 영역이라고 한다. 나 같은 체질은 음악인으로 치자면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나 다름없다.
마법 강국 카모스에도 이런 오러 예민 체질은 1년에 서너 명 정도만 태어난다고.
그리고 대마법사인 카모스의 왕세자도 나 같은 오러 예민 체질이었다고 했지.
“불을…… 오 이런!”
마법 선생님의 외침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놀라 눈을 격하게 일렁였다.
“우와아…….”
내 짜리몽땅한 손으로 만든 삼각형 안에 콩만 한 불꽃이 귀엽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 불을 본 것은 처음이다.
그것을 골똘히 그것을 보는 내 뒤에서 마법 선생님은 감탄의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황녀님께서는 정말로 영재…… 아니 천재이십니다. 설마 했는데 세 살에 첫 구현화를 이루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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