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87)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외전 8화. 육아물 (8)(187/192)
#외전 8화. 육아물 (8)
2024.05.03.
나는 목소리를 높이며 격하게 엄마의 품에 안겨 들었다.
조금 까슬까슬한 드레스 치맛자락이 나를 감쌌고, 무릎을 굽힌 엄마는 내 조그마한 몸을 들어올려 자신의 품 속으로 안아 주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며 우리 둘 다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깨어났구나. 엘레나.”
차분한 엄마의 목소리에, 불안하게 뛰던 심장이 점점 진정되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품에 이마를 묻고 파고들었다.
‘엄마 냄새…… 좋아…….’
이렇게 좋은 걸 오러 예민증 때문에 무섭게 받아들였던 때도 있었는데…….
엄마는 한참 동안 토닥거린 나를 내려놓은 뒤 푸른 눈동자로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깨어난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나는 곧바로 깨어났는데 엘레나는 깨어나지 못해서 한바탕 소동이었어. 기력을 많이 소진해서 잠든 것뿐이라는 황의의 소견에 그제야 마음을 놓았지.”
그러고는 미소를 짓고 덧붙였다.
“……사랑스러운 내 딸. 다시 만나서 다행이구나.”
그 말을 듣자 행복해서 가슴이 콩콩 뛰었다.
내 힘으로 엄마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내다니,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엄마의 따뜻한 사랑은 내 용기에 대한 보상 같았다.
“엄마는 이제 괜차는 거예요?”
나는 엄마의 홀쭉해진 배를 보았다.
원래 아기를 낳으면 이렇게 바로 홀쭉해지나?
아니면 엄마가 소드 마스터여서 금방 원래의 상태로 회복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응, 엘레나가 순수한 오러의 씨앗을 나누어 주어서, 엄마의 오러 통로에는 이전과 같은 정순한 오러가 흐르고 있단다.”
“다행이에요…… 근데…….”
나는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유모와 시녀들을 보았다.
엄마가 무사히 돌아왔고 아무렇지도 않다면 유모와 시녀들의 반응은 뭐지?
“……아빠는요?”
나는 이 자리에 없는 아빠에 대해 물었다.
아빠가 허락해 주시지 않았다면 엄마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가 죽어갈 때 아빠는 같이 죽어가는 듯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
내 질문에 엄마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어쩐지 눈매가 더 서늘해진 것 같기도 하고…… 착각인지는 몰라도 한기가 스미는 느낌에 몸이 추워 나는 손으로 내 어깨를 감쌌다.
“네 아빠는…….”
“황제 폐하께서 드십니다!”
시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곧장 아빠가 성큼성큼 내 방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빠의 눈썹은 굳어 있었고 긴 그림자가 아빠의 뒤로 드리웠다.
아빠는 내 가까이에 있는 엄마를 보고 잠시 걸음을 멈칫했다.
“…….”
그런데 엄마의 반응이 이상하다.
아빠를 보고 반가워하기는커녕 싸늘한 눈빛으로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아빠는 그런 엄마를 한참 동안 착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 내 앞에 마주 섰다.
나는 큰 키의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눈이 부실 만큼 잘생긴 우리 아빠!
보석이 박힌 듯 아름다운 금안은 복잡한 심정을 담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른 입술이 어렵게 달싹인다.
“엘레나…….”
그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그리고 가까이서 본 아빠의 얼굴은 평소보다 조금 거칠어 보였다.
마치 잠도 한숨 못 잔 사람처럼…….
몸을 숙여 나와 시선을 맞춘 아빠는 나를 보며 나직이 말했다.
“잘 돌아왔다.”
수식어 하나 없는 짧은 말이었지만 그 목소리에서 자책과 안도가 섞인 아빠의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와 아빠의 분위기가 왜 이런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아빠와 엄마를 힐끔거리며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했다.
“대송해요. 아빠.”
불쑥 나온 내 말에 아빠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이러면 내가 억지로라도 오해를 풀어줄 수밖에 없잖아.
엄마 아빠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약간의 거짓말 첨가쯤이야!
“엄마가 이러나지 아느면 엄마를 따라가게따고 고집뿌려서…….”
“…….”
“엄마업씨는 살 수 업따고 아빠를 속쌍하게 해서요.”
그런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근데 엄마가 이러나지 아났으면 진짜 그래쓸 거예요. 나는 엄마 업씨는 모싸라!”
“아무리 그래도…….”
입을 꾹 닫고 있는 엄마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런 위험한 고집을 부릴 수가 있니!”
엄마는 눈썹 끝을 세운 채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아빠의 눈동자가 슬픈 사냥개의 눈처럼 음울하게 흔들린다.
엄마에게 원망받고 있는 이 상황이 목을 죄는 것처럼.
하지만 엄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건 어린아이가 할 일이 아니었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아니?”
그렇다.
엄마랑 아빠는 나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엄마가 깨어나서 아빠를 뭐라고 비난했을지 뻔하다.
어떻게 세 살배기를 그런 위험에 노출시키냐며 눈썹을 굳히고 화를 내셨겠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폭군처럼 강한 아빠라도 엄마 앞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사과와 함께 엄마를 달랬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엄마의 화가 풀리지 않은 것이다.
“아빠가 아파써도 똑가타쓰 꺼에요.”
그래서 나는 내 고집에 비난을 뒤집어쓴 아빠를 변호했다.
내 말에 엄마의 푸른 눈동자가 옅게 흔들렸다.
“가족이자나요! 엄마도 아빠가 그랬다면…….”
간절한 호소를 담고 엄마를 보며 말했다.
“구하러 가자나요?”
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엄마는 말을 잃은 듯 나를 보다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입술을 달싹였다.
“그래, 구하러 갔을 거야.”
그 말에 아빠의 손끝이 움찔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구하러 갔겠지. 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불길을 뚫고서라도 그랬을 거야.”
아빠가 천천히 시선을 돌려 엄마를 보았다.
엄마의 푸른 눈동자는 또렷했고 강한 확신을 담고 있었다.
괴로워하는 듯 보이던 아빠의 입가에 아주 천천히 미소가 고였다.
“하지만 엘레나, 너는 어린아이야. 그리고 아이는 어른에게 보호 받아야 하는 거야. 아이가 위험하게 어른을 구하려 하면 안 된다고.”
엄마는 엄하지만 사랑을 담은 눈으로 나를 타일렀다.
나는 엄마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
“네! 다시는 안 그러께요! 잘모테써요!”
갑자기 터진 내 발랄한 목소리에 시녀 둘이 웃음을 참듯 고개를 푹 숙였다.
아빠는 아까 엄마의 말 이후로 계속 엄마를 보고 있었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구하러 간다는 그 말이 가슴에 남는 모양이었다.
엄마도 천천히 눈을 돌려 아빠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엄마의 볼이 조금 붉어 보였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나는 생각했다.
‘성공!’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
조용한 와중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아빠였다.
“엘레나도 깨어났으니, 같이 정원에서 티 타임을 가지는 게 어떨까. 황후.”
수 초의 정적이 다시 흐르고 엄마가 대답했다.
“……그래요.”
**
티 타임 도중 나는 어린애처럼 당장 동생들을 보고 싶다고 투정을 부렸다.
사실 어린애니까 어린애‘답게’가 더 맞는 말이지만…….
내 경험치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아무튼 발을 구르며 떼를 쓰기 위해서는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했다.
그래서 유모의 손을 잡고 그곳을 먼저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둘 다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말이다.
서먹했던 마음을 푸는 가장 좋은 약은 대화이니까.
“황녀님, 그렇게 황자님들이 보고 싶으셨어요?”
내 손을 잡은 유모는 귀여워 죽겠다는 눈초리로 나를 보며 되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유모가 이 깊은 아기의 속을 알겠어요! 에헴!
“황자님들은 이쪽 방에 계세요.”
나는 유모의 손을 잡고 복도를 걸어 엄마 방 옆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넓이는 엄마 방만큼이나 웅장했는데, 여긴 내가 아기 때 쓰던 방이기도 했다.
햇볕이 잘 들었고 엄마 방과 연결되는 문이 있어서 언제든지 엄마가 바로 드나들 수 있었다.
넓고 웅장한 방에 비해 두 개의 아기 침대들은 작았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며 아기들을 보고 있던 시녀들은 내 등장에 놀라 움찔하고는 나를 향해 몸을 숙이며 인사했다.
“황녀 전하 오셨습니까.”
나는 그녀들의 인사를 받고는 아기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
시녀 하나가 황급히 발 받침대를 가져왔다.
나는 키가 작았기 때문에 발 받침대 위에 올라가서 까치발을 딛고도 겨우 얼굴의 반만 아기 침대의 위로 올라갔다.
그래도 새로 태어난 동생들의 얼굴은 볼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은색 머리카락에, 눈을 감고 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눈은 아빠를 닮은 금색 눈동자라고 한다.
금색 눈동자는 루세인 황가의 징표로, 황족의 핏줄은 누구나 금색 눈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니 우성의 유전자인 모양이다.
“귀엽따…….”
나는 볼을 발그레 붉힌 채 중얼거렸다.
신생아들이라 그런지 아직 얼굴에 오동통한 살이 오르지는 않았다.
눈썹도 별로 보이지 않고, 가끔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은 너무 조그맣다.
발도 너무 작고 귀엽고 말이다.
이 애들이 내 남동생들이라니…… 어쩐지 가슴이 벅찼다.
처음에는 그냥 엄마와 아빠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 동생들을 보러 가겠다고 했는데,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아앙, 동생들 너무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