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48)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48. 클라우스 공작가의 안주인(48/192)
#48. 클라우스 공작가의 안주인
2024.01.17.
리오나는 칼리안의 집무실을 찾았다.
그녀의 고운 미간 사이가 찌푸려져 있었다.
집무실에서 서류를 처리하던 칼리안이 시선을 들었다.
그러나 칼리안은 리오나가 자신을 찾을 것이라고 이미 눈치챈 듯,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
범상치 않은 칼리안의 반응에 리오나는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하지만 잠시 뒤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칼리안의 앞으로 다가갔다.
칼리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서 제 어머니를 마주 보았다.
리오나의 입술이 열렸다.
“칼리안…….”
그녀는 일렁이는 눈으로 칼리안에게 말했다.
“내가 고용한 악사를…… 칼리안이 해고하라고 명령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리오나는 칼리안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잘못 안 것이겠지요? 내 아드님이 나와 상의도 없이 그렇게 일을 처리하실 리가 없지 않습니까.”
수 초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하녀들에 의해 문이 닫히자 더욱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칼리안은 한참 뒤 입을 열었다.
“저는 어머니의 아들이지만, 클라우스가의 가주입니다.”
칼리안의 말에 리오나의 눈썹 끝이 매섭게 올라갔다.
“칼리안!”
“월봉 이천 링에, 보너스까지 하면 1년에 거의 오만 링이 그자에게 들어가더군요.”
리오나는 흠칫했다.
황궁 악단 출신의 악사는 잘생기고 멀끔했으며 교양이 있었다.
그저 그런 떠돌이 악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단 말이다.
그가 연주하는 노래를 들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젖어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그게 어떻다는 겁니까.”
“그자가 주문한 악기 가격이 또 오만 링.”
“…….”
합치면, 십만 링이다.
하녀나 하인 하나의 연봉이 삼천에서 오천 링 정도이니, 스무 배가 훌쩍 넘는다.
“가문의 재정 상황이 나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클라우스가의 재정이 탄탄했다면 사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클라우스는 현재 들어오는 수입보다 나가는 지출이 더 큰 상태로.
에시카와의 결혼 지참금으로 집안이 휘청이는 것은 면했지만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는 상태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 뜻대로 악사 하나 고용하지 못합니까? 난 공작을 낳은 어머니예요. 공작 대부인이 그 정도도 하지 못하면 세상이 비웃을 겁니다!”
화가 난 리오나는 칼리안에게 따졌다.
“악사를 고용하기 위해 정원사를 해고하셨더군요.”
“그놈은 눈엣가시였어요. 불경스럽게 비료를 아무 데나 흩뿌려 두어서 내 발을 더럽혔죠.”
리오나는 칼리안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내가, 그놈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습니다. 만약 넘어졌더라면 다칠 수도 있었어요!”
리오나의 눈동자가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 언제나 감정에 호소했다.
그리고 리오나에 대한 동정심을 가진 칼리안에게, 그녀의 전략은 언제나 잘 먹혔다.
하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칼리안은 그저 빤히 리오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고된 정원사를 불러 이미 조사를 마쳤기 때문이다.
비료는 필요한 부분에만 뿌렸을 뿐이고, 이전에 리오나와 충돌이 있었던 것은 맞다고 했다.
리오나가 가장 아끼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꽃 파미나스가 그녀의 온실에 있는데, 리오나는 정원은 어떻게 되든 그 꽃에만 집중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파미나스의 꽃잎 몇 개만 떨어져도 화를 내었고, 정원의 다른 꽃들을 위해 비료를 뿌리는 시간까지 성을 내었다고…….
결국 그 끝은 해고였다고 하며 정원사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심지어 얼마 뒤 기자를 만나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썩 거슬리는 일이었다.
칼리안은 다른 저택에 취직할 수 있도록 소개장을 써 주고 그를 내보냈다.
클라우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입막음에 대한 돈도 어느 정도 쥐여 주었고 말이다.
“어머니…….”
칼리안은 입을 열었다.
리오나 클라우스, 그녀는 제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얼굴에는 옅은 주름이 보였고 행동 역시 미묘하게 탐욕스러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리오나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시카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저택이 어떻게 돌아가건 모든 것을 리오나에게 맡긴 채, 악화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겠지.
“어머니께서는…… 조금 쉬셔야 할 것 같습니다.”
큰 결심을 한 듯 나직이 흘러나오는 칼리안의 말에 리오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잠시 후 리오나가 굳은 얼굴로 입을 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공작?”
그녀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공작가의 안살림을 오랫동안 맡아 오시느라 지치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이렇게 힘들어하시는 걸 모르고 집안에 신경 쓰지 못한 제 불효입니다.”
리오나의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돌려 말하는 것이었다.
“어머니께서 원하신다면 악사는 다시 복귀시키겠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평화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는…….”
칼리안이 말을 이었다.
“……에시카에게 안살림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꼭 쥔 리오나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에시카에게 안주인의 자리를 계승할 준비를 하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칼리안!”
“예전의 에시카는 자격이 없었겠지만, 요즘의 그녀는 많이 변화한 듯합니다. 어머니께서 가르침을 주신다면, 앞으로 안살림을 꾸려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칼리안은 에시카의 자질을 두둔했다.
리오나는 부아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클라우스는 오로지 리오나의 것이다.
에시카 따위는 절대 자신을 대신할 수 없다.
‘그 여우 같은 계집이 칼리안의 머리 위에 앉아 또 나를 골탕 먹였어.’
살인 청부까지 했는데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천운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리오나는 굳은 입술을 뗐다.
“……공작께서 이 어미를 이리도 걱정하니…….”
더 화를 내는 것은 이득이 없다.
칼리안은 효심이 깊지만 고집이 세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이 어미가 기쁩니다.”
그녀는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리오나의 반응에 칼리안도 함께 옅게 미소 지었다.
“오해하지 않고, 제 말씀을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
리오나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간 지 오래였다.
**
“악! 이거 놔!”
“네가 놓아!”
“꺄악!”
“건방진 것! 유령 부인의 하녀 주제에!”
퍽- 퍽- 발길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녀들이 소모품을 가져다 쓰는 창고 앞,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싸움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폭행에 가까웠다.
대부인의 하녀 여럿이 셀라를 공격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이 폭행이 이뤄지고 있는 동안 누구도 가까이 다가오지 못할 것이다.
대부인의 하녀들은 집안에서 가장 기세등등한 고용인들이었다.
무엇보다…….
“풋…….”
팔짱을 낀 유리가 고개를 비스듬히 들고 셀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석 달간 조사 때문에 자리를 비운 뒤 입지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그녀는 다시 대부인에게 알랑거리며 시녀장으로서의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유리가 요즘 제일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대부인이 아끼는 꽃 파미나스의 생육이었다.
하루에 여덟 번씩 확인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잠을 다섯 시간밖에 자지 못했지만 유리는 제 야망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중이었다.
“흑…… 헉…….”
하녀들에게 두들겨 맞은 셀라가 입술이 터진 채 유리를 노려보았다.
칼리안이 그녀의 침구를 저택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바꾸라고 했었고, 푸른 백조 털로 만든 침구가 가장 좋은 것이었다.
하인들이 이불은 교체했지만 베개는 약간 시간이 걸려 이곳에 직접 교체품을 받으러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침 유리와 대부인의 하녀들이 있었고 셀라는 괴롭힘을 당하게 되었다.
“어머, 이를 어쩌니, 셀라?”
유리는 지난번 셀라가 회초리 사건에서 칼리안 앞에서 진실을 말했던 일로 셀라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
“푸른 백조의 털로 만든 베개를 가져간다고 건방을 떨더니, 푸른 백조처럼 얼굴이 푸르딩딩해지겠구나.”
유리의 말에 대부인의 하녀들이 깔깔 웃었다.
셀라는 피 섞인 침을 퉤 내뱉고 유리를 노려보았다.
꺾이지 않는 눈빛에 유리는 입꼬리를 올렸다.
“주인을 닮아 앞뒤 분간 못 하는 것은 여전해.”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뺨을 세게 후려쳤다.
찰싹, 하는 소리와 함께 셀라의 얼굴이 휙 옆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셀라는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다시 유리를 노려보았다.
“앞뒤 분간 못 하는 건 시녀장이시겠죠.”
“뭐?”
“친구였던 부인을 배신하고 부인의 보석을 빼돌리고, 대부인께 붙어서 아첨을 떨며 부인을 괴롭히고…… 대부인께서 시녀장을 곁에 두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유리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공작 부인의 기를 꺾고 굴욕을 주기 위해서예요. 그리고 그 목적이 다해 당신이 쓸모없어지면, 당신은 어떻게 될까?”
셀라의 말은 유리의 정곡을 찔렀다.
리오나는 에시카를 지독히도 싫어한다.
그러니 유리 자신도 에시카를 치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리오나는 언젠가 에시카를 쫓아내기를 원하고, 그 후에는…….
“풋…….”
하지만 유리는 우습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누구도 모를 것이다. 리오나조차도 상상하지 못하겠지.
에시카가 쫓겨나더라도, 유리는 이 저택에서 뿌리를 뻗을 무기를 가지고 저택에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주인을 닮아 멍청…….”
“멍청한 건 너겠지, 유리.”
뒤에서 훅 흘러드는 목소리에 유리는 어깨를 움찔했다.
“감히 내 하녀를 건드려?”
고개를 돌리니, 언제 다가왔을지 모를 에시카가 섬뜩한 미소를 띤 채 있었다.
히죽거리고 있던 대부인의 하녀들은 바짝 얼어붙었다.
“…….”
예전 같았으면 하녀들 모두, 에시카가 나타나든지 말든지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사이에 모두가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유리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시카…….”
이를 으득 갈며 이름을 부르는 그녀에게 에시카가 나직한 명령조로 말했다.
“무릎 꿇어. 시녀장.”
단호한 명령조에 유리의 눈동자가 격하게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