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6)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7. 받은 대로 되돌려 주다(6/192)
#7. 받은 대로 되돌려 주다
2023.12.07.
대부인과의 티타임, 칼리안의 눈썹이 흠칫 움직였다.
찻잔을 잡은 그녀의 손바닥에 작은 분홍빛의 실금이 보였다.
“손을…… 다치셨습니까, 어머니?”
칼리안의 말에 대부인은 싱긋 미소 지었다.
“별일 아닙니다. 그저…….”
그들이 차를 마시는 화원에는 장미 향이 가득했다.
“아껴 주었더니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이가 있어, 회초리질을 조금 했습니다.”
그 말에 칼리안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리오나 클라우스, 원숙한 아름다움과 기품을 가진 클라우스 공작가의 대부인.
“너는 클라우스 공작이 될 아이야, 칼리안.”
제가 게으름을 피울 때마다 그녀는 회초리질을 했다.
그 엄격함으로 칼리안을 훌륭히 성장시켜, 어엿한 공작가의 후계자로 만들어 냈다.
그렇기에 칼리안은 언제나 대부인을 깊이 신뢰하고 따랐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손이 상하실 만큼…… 무리하시니, 제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그녀가 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설령 조금 잔혹하거나 외부에 드러내지 못할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 어미에게는 오로지, 공작뿐입니다. 공작의 앞길에 누가 될 일이 있다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막을 거예요.”
리오나의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있습니다. 저를 생각하는 분은…… 언제나 어머니뿐이라는 것을.”
“그런데…….”
리오나는 걱정스러운 듯 눈썹을 조금 좁히며 칼리안에게 물었다.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세요.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습니까?”
리오나의 물음에 칼리안은 찻잔을 잡은 손을 움찔 움직였다.
언제나 아들의 얼굴에 서린 근심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리오나는 오늘 역시 그러했다.
“……아닙니다.”
칼리안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오늘따라 차의 맛이 유달리 썼다.
에시카의 눈빛이 떠오른다.
속을 꿰뚫듯 서늘한 벽안이 아직도 무의식 속에서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푸른 눈을 떠올리자 다시 속이 울렁이는 것 같았다.
칼리안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황태자 전하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아, 맞아. 오늘도 들르신다고 하셨죠.”
대부인은 곱게 미소 지었다.
“어서 가 보세요, 공작.”
“그럼 평온한 시간 되십시오, 어머니.”
돌아선 칼리안은 성큼성큼 저택을 향해 걸었다.
대부인은 한참 동안 칼리안의 굳건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미소를 띤 그녀의 입술은 서서히 굳어 갔다.
이내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녀가 대부인에게 가까이 가서 무릎을 꿇고 약통을 열었다.
“이러다 흉이 지겠습니다. 이렇게 뒤늦게 바르시면 좋지 않아요.”
그리고 그녀의 고운 손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손바닥의 실금을 따라 꼼꼼히 약이 발라졌다.
“내가 가문을 위해 얼마나 힘쓰는지, 내 아들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대부인은 차갑게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잠시 뒤 물었다.
“시녀장은 지금…… 어떻다고 하더냐.”
“유리 아네시스 말씀이십니까.”
에시카 클라우스에게 물세례를 퍼붓고 온 세 하녀는, 에시카에게서 들은 말을 대부인 리오나에게 곧장 일렀다.
그리고 리오나의 반응은 뻔했다.
“일주일 정도는 거동이 힘들 것 같습니다.”
주인이 아랫것에게 회초리를 드는 일은, 엄격한 클라우스 공작가에서 드문 일이 아니었다.
다리가 피범벅이 될 때까지 대부인에게 회초리질을 당한 유리는 실신해서야 지독한 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 일주일 정도면 충분히 반성하겠지.”
리오나의 입꼬리가 피식 올라갔다.
브리기트만도 못한 아네시스가의 딸 주제에 감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입에 올렸다고?
제 주제를 모르는 것들은 모름지기 톡톡한 교육이 필요한 법이다.
시녀장이 심심할 때마다 갖다 바치는 브리기트의 보석들, 그런 쓸모가 있지 않았다면 진작 처리해 버렸겠지.
“감히 내 아드님을 욕심내다니…….”
리오나는 찻잔에 남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술을 달싹였다.
“……제깟 것이.”
**
“아흑…… 아흐흑…….”
어둑한 방 안, 유리는 피투성이가 된 제 양쪽 종아리를 흰 천으로 누르며 울고 있었다.
대부인의 회초리질은 정말 끔찍했다.
피가 튀기는데도 그녀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매를 때려 댔다.
애원하고 울부짖어도 그녀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기절하고서야 그 끔찍한 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안 돼……. 흑흑…….”
그리고 깨어나서 본 제 종아리의 상태는 끔찍했다.
피멍은 물론이고 가는 상처들이 수도 없이 패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맞아 상처가 나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러다가 분명 흉이 지고 말 것이다.
그러면 칼리안 클라우스의 눈에 예뻐 보이지 않을 거야.
“망할 에시카 때문에…….”
그 원망은 자신을 때린 당사자인 리오나가 아닌, 에시카에게 향했다.
고통스러운 제 다리를 꼭 잡으며 유리는 눈물이 찬 눈을 번뜩였다.
뻔히 이렇게 될 줄 알면서, 대부인의 하녀들 들으라고 잘도 그런 소리를 했었다.
“꼭 죽여 버릴 거…….”
끼익-
그때 방문이 열렸다.
아까 하녀에게 흉이 지지 않는 상처약을 구해 오라고 했으니, 가져온 모양이었다.
고개를 반쯤 든 유리는 하녀의 원피스 자락을 보며 생각했다.
하녀는 약을 잔뜩 가져왔는지 양동이를 들고 있었다.
“어서 약을…….”
“풋.”
하지만 약을 달라는 소리를 끊는, 바람 빠지는 듯한 비웃음 소리에 유리는 흠칫했다.
이내 위를 올려다본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에시…… 카?”
은빛 머리카락을 높이 묶은 에시카가 미소를 띤 채 제 앞에 서 있었다.
에시카는 한껏 즐거운 얼굴로 입술을 열었다.
“가여운 유리.”
유리의 얼굴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어째서 에시카가 하녀복을 입고 제 앞에 있는 거지?
그 얼굴을 보자마자 분노가 치밀기 시작한다.
“예비 시어머니가 썩 잘해 주시는 모양이구나.”
“너…… 너……!”
유리는 에시카를 노려보며 악을 써 댔다.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큰 고초를 겪었는지 알아? 네가 그런 말을 해서!”
“아, 클라우스가의 며느리? 네가 간절히 원하는…… 내 자리?”
저를 내려다보는 에시카의 눈빛에 유리는 더욱 열 받았다.
“난 너와 달라. 내가 그분의 곁에 선다면 너처럼 한심하고 멍청한 짓을 하며 공작 전하의 총애를 잃는 일은 없을 거야. 지금은 대부인께서 나를 인정하지 않으시더라도…….”
“그게 네가 원하는 거야? 그걸 위해 친구의 얼굴을 한 채 뒤에서 칼날을 갈았고…….”
에시카가 말을 이었다.
“내 뒤통수를 쳤지. 가상한 노력이네.”
에시카의 태연한 눈빛은 유리의 자격지심을 자극했다.
제가 가지기 위해 발버둥 쳐도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을, 언제나 에시카는 쉽게 얻었다.
칼리안 클라우스 공작, 그 완벽한 남자의 부인 자리마저도.
“언젠가 네 모든 것을 뺏고 말 거야.”
유리가 이를 으득 갈며 말했다.
“……그런데, 유리.”
에시카는 상체를 조금 숙여 유리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웃음기를 띤 채 입술을 달싹였다.
“내게 클라우스 공작은 말똥으로 가득 찬 황금 마차야.”
“……뭐?”
유리의 눈 주변이 파르르 떨렸다.
‘그깟 똥 마차, 절벽에 대고 밀어 버릴 거란 말이야.’
일그러진 면상에 대고 이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에시카는 말을 참았다.
알아서 화로로 들어가겠다는 적은, 다리 꼬고 한가로이 구경하는 것이 좋으니.
부서진 말똥 마차에서 꺼이꺼이 우는 유리의 모습은 썩 보기 좋을 것이다.
“너, 무슨 소리를…….”
어쨌든 그녀는 한번 받은 것은 반드시 갚아 주는 성격이다.
“아, 널 위해 소독할 물을 가져왔어.”
에시카는 들고 온 양동이를 높이 들어 그 안의 물을 유리의 머리에 끼얹었다.
물은 유리의 머리를 타고 흘러내려 온몸을 적셨다.
하녀들이 에시카의 몸에 물을 끼얹었을 때처럼 말이다.
“아아악!”
유리가 요란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상처를 감싸고 있던 젖은 천을 움켜쥐었다.
살이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아파! 아아악!”
“소독에 좋은 소금물이야.”
피식 웃는 에시카의 말에 물기에 젖은 유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런 심한 상처에 지저분한 소금물을 끼얹는다면 필시 끔찍한 흉터가 생기고 말 것이다.
“안 돼! 안 돼! 악!”
유리는 젖은 천을 떼며 울부짖었지만 이미 상처에 소금물이 스며들어 고통을 가중하고 있었다.
상처가 타는 듯 아파왔다.
“제발! 싫어! 아아악!”
에시카는 고통스러워하는 유리의 몸부림을 즐겁게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문을 닫았음에도 그녀의 울부짖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려왔다.
“아아, 역시 하녀복은 편해.”
에시카는 상쾌한 얼굴로 기지개를 켰다.
이전의 자신이라면 질색을 했겠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으니 당분간 유용하게 입어 줄 생각이었다.
‘그럼 이제 주방에 가 볼까…….’
유리의 방을 나선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 번째 코너를 돌았을 때였다.
툭-
갑자기 나타난 단단한 무언가에 흠칫 놀란 에시카는 반사적으로 발을 멈추었다.
몸이 기우뚱 넘어가고, 낙법을 취하려는데 뭔가가 제 허리를 잡아 강하게 이끌었다.
“…….”
이어 제 허리를 받치고 있는 큰 체구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에시카의 눈동자가 일렁였고, 에시카를 지탱하고 있는 남자의 눈 역시 옅게 일렁였다.
새카만 머리카락과 찬란한 황금안을 가진 남자.
제국의 황태자 레스반 데온 루세인.
그가 에시카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