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61)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61. 벌집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61/192)
#61. 벌집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24.01.30.
칼리안은 집무실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와 나눈 모든 대화가 가시가 되어 끝없이 제 가슴을 찌른다.
에시카에 대한 원망이 속에서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아무리 서운한 것이 많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게다가 그 반지…….
“…….”
칼리안은 영롱한 에메랄드가 떠오르자 눈썹을 굳혔다.
유부녀가, 다른 사내가 꼈던 반지를 낀다니.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할 말이 없었다.
“유리와 같은 것으로요?”
칼리안은 연인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알렛 반지를 에시카에게 사 준 적이 없다.
그들의 사이에는 결혼반지조차 없었다.
그러나 칼리안의 아이를 임신한 유리는 칼리안이 준 알렛 반지를 끼고 있었다.
“제기랄…….”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서 용서받을 수 있는 거지?
그가 집무실의 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공작 전하.”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창백한 표정의 유리가 서 있었다.
일순간 반사적으로 눈이 간 것은 그녀의 하얀 손이었다.
제가 저지른 죄의 증거, 그것이 그녀의 손에 끼워져 있었다.
“…….”
칼리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일순간 저것을 빼내어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 볼록한 유리의 배가 들어왔다.
그 안에는 칼리안 자신의 씨앗이 심겨 자라고 있다.
마치 절벽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공작 전하.”
그때는 마냥 아름답게 보이던, 에시카가 아니라 이 여자가 부인이었으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유리의 얼굴이 더는 예뻐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욕심으로 덕지덕지 찬,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처럼 보였다.
“여기는 무슨 일이지?”
칼리안은 제게 다가오려는 유리에게 손을 뻗어 거리를 벌리며 차갑게 물었다.
유리의 붉은 눈이 애처롭게 일렁이고 있었다.
“……저를, 저를 도와주세요. 공작 전하.”
유리는 조금 나온 제 배를 손으로 감싸며 울먹였다.
“방이 너무 추워요. 하녀들은 늘 차가운 물만 가져다주고, 음식도 죄다 오래된 것들뿐이에요. 공작 전하의 아이를 임신한 몸인데…… 못 견디겠어요.”
앵앵대는 유리의 목소리가 영 짜증스러웠다.
“이전에 에시카가 쓰던 방으로 알고 있는데.”
“그…… 그건…….”
“지내기 나쁘지 않은데, 에시카의 투정이 과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칼리안의 날카로운 질문에 유리가 흠칫했다.
유리는 흔들리는 눈으로 칼리안을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하…… 하지만…… 에시카는 임신한 몸이 아니었잖아요.”
“…….”
“저는 제 안녕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클라우스의 아이를 위해 부탁드리는 거예요. 공작 전하.”
유리의 볼을 타고 맑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애원에 소질이 있었고, 칼리안에게 다시 부탁했다.
“공작 전하…… 전하께서 제게 실망하셨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친구인 에시카를, 공작 전하에 대한 애정 때문에 질투한들, 제가 공작 전하와 클라우스를 사랑하고 공작 전하의 아이를 임신한 것은 변하지 않아요.”
아이는 유리의 유일한 구명줄이었다.
“이제는 저를 용서해 주세요. 공작 전하를 사랑해요. 제발…….”
칼리안은 유리를 응시했다.
그리고 감정 없는 눈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 가 보거라.”
유리는 당황한 듯 칼리안에게 되물었다.
“네?”
“내 시간이 나면 알아서 처리할 테니, 이만 가 보라고 하지 않았느냐.”
긴 애원 끝에도, 칼리안의 눈에는 귀찮음 따위밖에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그가 에시카를 향해 보내던 시선과 다름없었다.
유리는 그래도 제 호소가 칼리안에게 조금은 먹혀들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칼리안은 그저 자기를 치워 버리고 싶은 생각뿐인 것처럼 보였다.
“……공작 전하!”
“사람을 불러 너를 끌어내야겠느냐. 공무가 바쁜데 너의 투정을 들어 주고 있을 시간은 없다.”
칼리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리는 주저앉듯 바닥에 털썩 앉았다.
에시카가 아무리 예쁘게 치장하고 노력해도,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칼리안 클라우스 공작을 제 것으로 만든다면 그 정복감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리라 생각했다.
칼리안의 마음이 제게 기우는 것을 느꼈을 때, 완전히 그를 제 남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었다.
하지만 칼리안은 한때 에시카에게 했던 것처럼, 유리를 냉대하고 있었다.
“……이럴 수는 없어.”
칼리안의 집무실 문이 닫히고, 홀로 주저앉은 유리는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칼리안 클라우스. 제 아이를 가진 자신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언젠가 에시카가 자신을 비웃듯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게 클라우스 공작은 말똥으로 가득 찬 황금 마차야.”
그리고 이제야 어렴풋이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
황궁 조사단의 리오나 클라우스 조사 업무가 마무리되었다.
결론은 가네쇼프 잔당들과의 반역 행위 가담에 대한 혐의는 없으나, 그들에게 에시카 클라우스를 죽일 것을 사주한 혐의는 인정되었다.
리오나에게 벌금이 선고되었고 사교계는 이 소식에 다시 한번 크게 들썩였다.
이제 누구도 리오나에게 티파티나 사교 모임의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다.
리오나의 친구인 마샬과 볼란마저도, 그녀와의 친분을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유리 그것이 공작을 찾아갔다고?”
리오나가 눈썹 끝을 올리자 하녀 애니가 대답했다.
“네. 공작 전하께 처우 개선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하, 감옥이 아닌 골방에 처박은 것에 감사해야 할 처지에, 주제를 모르는 년이야.”
리오나의 눈동자가 분노로 이글댔다.
“임신만 하지 않았으면 지독한 벌을 줬을 텐데.”
리오나의 몸에서 피어나는 살기에 세 하녀가 몸을 조금 움츠렸다.
유리는 임신한 몸이 아니었다면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클라우스 공작의 아이를 임신한 터라, 만약 아이가 잘못되었을 때 적어도 확실한 원인이 되는 해는 끼치면 안 되었기에 리오나는 참고 있는 중이었다.
“저…… 그리고…… 공작 부인께서…….”
하녀는 꼭 잡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고했다.
“검은 네뿔 산양 가죽으로 구두를 제작하고 싶으시다고 하십니다.”
“……뭐?”
리오나의 눈썹 끝이 아까보다 더 격하게 올라갔다.
검은 네뿔 산양은 매우 귀한 동물이고 가죽의 질이 좋아서, 황족들이나 소수 고위 귀족만이 그 가죽을 사용해 신발을 제작했다.
저번에도 황실 하사품으로 검은 네뿔 산양 한 마리를 받았는데, 자신을 위해 구두를 제작할 계획이었던 리오나였다.
그 구두를 신으면 수많은 부인이 우러러보고, 찬사하는 것이 매년 연례 행사였으니 말이다.
악소문으로 얼굴에 먹칠을 한 지금 네뿔 산양 가죽으로 된 구두를 신지 않으면 이제 리오나의 위세도 끝이라며 다른 귀족들이 속으로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런 미친 소리를……!”
리오나는 하녀의 뺨을 때렸다.
하지만 말은 더 잇지 못했다.
에시카, 그 망할 에시카는 자신들이 이혼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이러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해 주지 않아 이혼 요구장을 내밀기라도 한다면…….
“……망할 것. 완전히 우리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군!”
리오나는 이를 바득 갈았다.
뺨을 맞아 쓰러진 하녀가 손으로 볼을 잡고 울고 있었다.
“……그런데 에시카가 어떻게 집안의 귀한 것들에 대해 아는 거지?”
리오나는 문득 의구심이 들어 중얼거렸다.
에시카는 리오나의 파미나스 온실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공작가의 예산 중 많은 부분이 파미나스에 들어가는 것도 모를 테고 말이다.
올해도 황실에서 네뿔 산양을 하사받았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그런 세세한 것을 알려면 공작가의 장부가 필요하다.
“……난 아직 가문의 재정 관리 권한을 넘겨주지 않았다고!”
정원의 독초 사건이 있었을 때, 칼리안은 에시카에게 재정적 권한을 슬슬 이양할 것을 권유했으나 리오나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집사 대행을 하고 있는 하인에게, 장부를 더욱 극비리에 관리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에시카는 제 보석함을 들여다보듯 뻔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설마…… 다들 그년에게 협조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클라우스는 그녀만의 왕국이어야 했다.
하인과 하녀들은 모두 리오나를 위해 충성을 바쳐야 했고.
모두가 리오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슨 짓이건 했다.
그러나 이 순간 리오나는 혼란스러웠고 두려워졌다.
새 여왕벌이 벌집을 빼앗듯, 제가 집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
“……다음 주에는 세상이 뒤집히겠구나.”
에시카는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다음 주에 서부 거점에 대한 발표가 있다.
그 발표를 듣게 되면 리오나의 표정은 어떨까.
떠올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부인, 편지를 가져왔어요.”
셀라가 편지 하나를 가지고 에시카에게 다가왔다.
“소남작께서 보내신 거예요.”
가볍게 편지를 받아든 에시카는 그것을 뜯었다.
그리고 여유롭고 느긋이 편지의 내용을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구절에서 에시카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그럴 리가……?’
편지에는 아버지와 가족들의 안부, 그리고 토레스의 동향에 대해 적혀 있었다.
그중에는 다음 주에 발표될 서부 거점이 취헨으로 내정된 것 같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아마 취헨이 아닌 엘뮤르에 투자한 에시카를 걱정하는 듯했다.
‘……브리기트의 정보는 꽤나 정확하다.’
슈페르트가 이리 단정 지어 말할 정도면 근거 없는 정보가 아니라는 말이다.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클라우스를 집어삼키려고 했던 일이, 까딱 잘못하다가는 그들에게 승기를 쥐여 준 것으로 끝날 수가 있었다.
잠시 후 편지를 접고 일어선 에시카가 셀라에게 말했다.
“외출해야겠어.”
“누구를…… 만나시려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영 내키지는 않았지만, 황제의 뜻에 대한 정보의 접근성에 이보다 가까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에시카의 입술이 달싹였다.
“……황태자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