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72)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72. 특보(72/192)
#72. 특보
2024.02.10.
“뭐?”
에시카는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유리는, 클라우스의 영광이 영원할 줄 알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 너, 너는 악마야. 내가 황후 폐하께도 편지를 드렸고, 공작 전하도 곧 네가 망할 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너는 클라우스를 망하게 하려고…….”
그랬기에 배 속에 칼리안의 아이를 가진 것이겠지.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금방이라도 에시카를 밀어내고 칼리안의 곁에 설 수 있으리라 믿었을 테다.
그러나 제가 그리도 간절히 움켜쥐었던 패가 처음부터 최악의 패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유리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너에게 줄 임신 선물이 있어.”
“……뭐? 임신 선물?”
유리의 눈썹 끝이 움찔 움직였다.
적의를 드러내면서도 임신 선물이라는 말에 호기심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우스웠다.
에시카는 다리를 꼬며 말했다.
“네가 내게 가장 바라던 걸 거야.”
“설마…….”
유리는 생각했다. 자신이 에시카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라면 단 하나.
이혼 서류밖에 더 있겠는가.
설마 이혼 서류를 써 준다고?
“…….”
유리의 경악한 표정을 바라보며 에시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얼굴에 화색이 떠올랐다.
차가운 몸에 피가 돌고 심장이 뛰고 있었다.
혹여 그녀의 마음이 변할까 두려워 유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부드럽게 했다.
“에시카, 잘 생각했어. 나라도, 아무도 사랑해 주지 않는 허울뿐인 공작가의 부인으로 사느니 친정으로 돌아가서 자유롭게 사는 것을 택할 거야.”
에시카가 칼리안과 이혼하게 되면, 그의 아이를 임신한 유리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공석인 공작 부인의 자리는 필시 자신의 것이리라.
“그동안 너에게 못 할 짓을 했던 건 진심으로 사과해. 하지만 그를 너무 사랑…… 아니, 에시카. 고맙고 또 고마워.”
그녀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빙 돌아왔지만 결국 이렇게 성취하는구나.
그녀의 눈이 승리감과 행복감에 번뜩이는 것을 보며 에시카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유리에게 말했다.
“내일 내 방에 와. 준비해 놓을 테니.”
청사에서 돌아온 그녀의 몸속에 태아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에시카는 유리 아네시스와의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고심했었다.
거짓과 기만과 배신.
오랜 세월 동안 그녀에게 받은 것을 비교했을 때 절대 섭섭지 않게 돌려주어야겠지.
**
유리가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작가는 뒤집혔다.
그것은 어느 신문 기사 때문이었다.
“자, 어디 보자.”
한스가 알아 온 진실은 꽤나 재미난 것이었다.
에시카는 방의 발코니에 느긋이 앉은 채, 아침에 발행된 따끈한 신문 ‘주간 토레스’를 넘기고 있었다.
저택의 풍경은 매우 조용했고 볕은 따뜻했다.
[특보! 클라우스 공작 대부인의 과거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전대 클라우스 공작의 마음을 사로잡은 화려한 꽃, 리오나 클라우스(전 리오나 이자벨레아)
공작 대부인인 그녀는 멸망한 왕국 스미첸의 이자벨레아 왕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황궁 서고에 숨겨져 있던 이자벨레아 왕가의 인명부에 리오나라는 이름은 없으며, 그녀가 부인들을 초대해 보여 주었던 스미첸 왕국의 가계도는 암시장에서의 어둠의 경로를 통해 위조한 결과물로 밝혀졌다.
그녀의 사촌 오빠라고 주장하는 발론 크로넴과의 인터뷰 결과, 이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클라우스 공작 대부인, 리오나 이자벨레아, 아니, 리오나 크로넴의 고향이 스미첸은 맞다.
하지만 그녀는 왕족은커녕 귀족도 아니었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돛대의 천을 만드는 직물공이었고 그녀의 어머니는 산나무 열매를 따서 팔던 주부였다고 한다.
대부인에게는 주정뱅이 반트라는, 그녀보다 열 살 많은 오라비가 있었는데 그의 악명 때문에 그녀의 집안은 골치가 썩었다고 한다.
발론 크로넴은 그 시절의 일을 회상하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그녀는 자원병 명부에 말썽을 부리는 오라비의 이름을 써서 냈고 그를 스미첸의 마지막 전쟁에서 희생시켰으며, 제 부모마저 혐의를 뒤집어씌워 노역장으로 보내었다.
그렇게 열일곱의 나이에 부모의 남은 재산을 팔아 스스로를 아름답게 치장한 뒤, 스미첸의 왕족을 자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기극에는 한때 스미첸의 암흑가를 주름잡았던 사기꾼 제롬 다리우스가 연관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클라우스 공작에게 접근한 것 또한 계획적이었을 것이라고 발론 그로넴은 말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지금, 클라우스의 명예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언젠가 리오나가 거친 목소리로 낮은 욕설을 내뱉었을 때, 그녀는 에시카에게 제 꼬리를 내보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확실히, 왕족이 쓸 만한 어조는 아니었지.’
개방 놈들은 얼굴을 멀끔히 씻겨 놔도 개방 냄새가 났다.
신문을 접으며 에시카는 빙긋 웃었다.
이번에 열었던 리오나의 생일 파티는 매우 성대했다.
참여한 귀족들이 모두 파티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신경을 썼으니까 말이다.
가마슈는 에시카가 리오나를 위해 준비한 장치였다.
그곳의 왕족들만이 가마슈를 아치형으로 자른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왕족이 아닌 리오나는 그것을 자를 수 없었다.
그것에는 기술이 필요했으며 그녀가 칼을 대었으면 그것은 쉽게 무너졌을 것이다.
리오나는 똑똑했다.
그래서 그녀는 케이크를 무너뜨리는 대신 웃기지도 않는 이유를 대었으며 그것은 귀족들에게 아주 인상적으로 남았을 것이다.
어쩌면 조금 감동적인 장면이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조차 에시카의 계획 중 하나였다.
그녀가 스미첸의 왕족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지금.
‘모두가 경악하고 있겠지.’
그녀의 뻔뻔한 거짓말이, 불과 어제까지 지속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네 말대로 어릴 적 스미첸의 왕궁에서 가마슈를 먹고는 했지. 하지만 내 조국은 이미 사라졌어, 가마슈에 얽힌 추억들도 산산이……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
모두가 리오나가 하는 말을 들었다.
“내게 조국은, 더 이상 스미첸이 아니라 클라우스란다. 난 더 이상 스미첸의 왕족이 아니라, 튜레시안의 귀족이고 말이야.”
이제는 모두가 그녀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테고.
어제 그녀가 스미첸의 왕족이 아니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무슨 말까지 했는지를 언급하며 더욱 극적으로 그녀를 조롱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그녀의 출신이 공표된 이상, 최근 있었던 클라우스의 스캔들에 대한 퍼즐이 딱 맞아떨어진다.
‘리오나 클라우스는 원래 천박한 여자였던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경악할 만한 콩가루 집안의 서사는 이러하다.
제 집안 단속을 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공작과, 선량한 공작 부인.
공작과 외도해 아이를 임신한 내연녀.
그리고 수십 년 전에 클라우스가에 있었던 일이 이와 연계될 것이다.
리오나는 당시 공작의 본처를 내쫓았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채 아이들을 데리고 뛰쳐나와 다시는 공작가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천박한 내연녀가 본처의 자리를 탐내는 서사가 세대에 걸쳐 이어진다.
이 원죄는 모두 리오나 클라우스에게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칼리안 클라우스는, 클라우스 공작가의 정당한 후계자가 아니다.’
이러한 스캔들은 칼리안의 뿌리를 갉아 먹는다.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여자 리오나 클라우스.
그 여자가 낳은 자식인 칼리안의 명예도 함께 더럽혀지는 것이다.
쿵쿵쿵-
바깥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시카는 기지개를 켠 뒤 손에 내력을 실어 신문을 태워 버렸다.
어차피 다시 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이긴 승부는 복기하지 않는 법이니까.
“공작 부인, 공작 전하께서…….”
하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칼리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칼리안의 눈 밑은 검었고, 얼굴은 퀭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에시카의 앞에 다가와 섰다.
“에시카…….”
칼리안의 마른 입술이 달싹였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 괴로움이 담겨 있었다.
“어제…… 내가 많이 취해서 쓰러졌다고 하더군.”
“그러셨나요? 공작 전하를 부축했던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저도 꽤 마셨던 터라 가물가물하네요.”
에시카를 바라보는 칼리안의 눈에는 의심이 담겨 있었다.
어제 그녀에 대한 악몽을 꾸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악마에 씐 듯 불타오르고 있었지.
그리고 괴물처럼 잔인한 말을 자신에게 퍼부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신기루보다 더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오늘…….”
칼리안이 무거운 눈빛으로 에시카를 보며 말했다.
“신문에 허위 기사가 실렸소.”
“아…… 저도 들었어요. 어머님의 출생에 관한 기사요.”
에시카는 옅은 미소를 띤 채 칼리안을 똑바로 응시할 뿐이었다.
아무런 비통한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이.
칼리안은 그런 그녀가 낯설고, 불쾌했으나,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에시카…… 진짜 부인 에시카는 어디에 있지?
언젠가 있었던 순진무구하고 악의를 모르던 그 에시카 말이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돌려달라고 어깨를 붙들고 소리 지르고 싶은 심경이었다.
“혹 그대가 한 일이오?”
설마, 설마 아니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마슈 케이크를 보며 당황하던 리오나의 낯빛을 칼리안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는 어머니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지만, 만약 케이크를 준비한 에시카가 이미 어머니가 스미첸의 왕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만약 그래서 그런 케이크를 준비한 것이라면.
“제발 에시카, 아니라고 해.”
그녀의 어깨를 꽉 잡고 흔들고 싶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칼리안은 그녀에게 물었다.
에시카는 그저 빤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칼리안은 그녀가 부정해 주기를 바랐다.
“…….”
하지만 에시카의 입가에는 서늘한 미소가 고였다.
칼리안의 심장이 덜컹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