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75)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75. 추악한 클라우스 공작가(75/192)
#75. 추악한 클라우스 공작가
2024.02.13.
에시카 클라우스, 그녀는 브리기트가의 여인으로 3년 전 클라우스 공작의 처가 되었다.
사교계 활동을 전혀 하지 않던 그녀에 대해서는 여러 소문이 떠돌았는데, 일 년 전만 해도 가장 설득력 있는 소문은 이것이었다.
시골인 프리하츠 지방의 평민 출신 귀족인 에시카가 낯을 많이 가려 수도 토레스의 귀족들을 부담스러워하며 이에 클라우스 공작 대부인이 고민이 많다.
자신의 친우 볼란과 마샬 부인을 통해 교육해 보기도 했지만, 에시카 클라우스는 공작 부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기 힘들어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와 같은 에시카에 대한 이야기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클라우스가의 스캔들이 파다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클라우스 공작이 공작 부인의 친우인 유리와 외도하여 그녀를 임신시켰다는 이야기였다.
유리 아네시스는 에시카를 사칭하여 보석을 횡령하려 했던 질이 나쁜 여인이었고 말이다.
또한 공작 대부인이 스미첸의 왕족을 사칭한 평민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며 황실 조사단의 조사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이러한 클라우스가의 스캔들은 지금껏 쌓아 온 클라우스의 명성을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부서뜨리고 있었다.
여기에, 오늘 한 가지 이야기가 둑을 꿰뚫는 폭탄처럼 정점을 찍을 것이다.
“유리 아네시스, 그 여자 말이야. 클라우스 공작 부인을 독살하려 했대요.”
“세상에나. 클라우스 공작 부인처럼 여자로서 가련한 분도 있을까……. 대부인께 그 고통을 당하고도 손수 생일 파티를 주최하실 만큼 선량한 분이신데.”
“이번에는 내연녀 따위에게 죽을 뻔하다니요.”
“클라우스 공작 전하,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요. 아내 하나 지키지 못하고…….”
여자들은 수군대며 클라우스 공작가의 흉을 보았다.
리오나 클라우스, 사실 그녀의 사교계 입성에도 꽤나 잡음이 있었다.
그녀는 전대 클라우스 공작의 한낱 내연녀였을 뿐이니까 말이다.
결국 클라우스가의 안주인 자리를 차지하여, 누구도 찍 소리 내지 못하게 했지만 귀족 부인들의 머릿속에 그 시기의 마뜩잖음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여성 편력은 대물림된다더니…… 그렇게 능력이 좋고 잘생기면 뭐해요.”
“그런 천박하고 사악한 여자를 임신시키다니, 클라우스가의 미래도 뻔하네요.”
“클라우스 공작 부인이 이번에야말로 이혼 신청을 하겠죠? 지참금에 위자료까지, 공작가의 재정이 꽤나 흔들리겠어요.”
“에이, 설마요. 아무리 그래도 클라우스 공작가인데 그런 돈도 없으리라고요?”
귀족들의 이혼 절차는 꽤 번거롭고, 여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제국 귀족의 명예를 크게 더럽힐 만한 치정 사건의 일방적인 피해자였을 때이다.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내연녀가 본처를 죽이려 했다.
이보다 더 치명적인 스캔들은 없었다.
**
“…….”
까무룩 잠들었던 에시카는 눈을 떴다.
중독된 척을 하다가 졸려 그만 자 버리기까지 했다.
이곳은 에시카의 방 안이었고, 좋은 향기를 가진 향초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
그녀의 침대 옆에 높인 의자에, 레스반이 앉아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놀란 에시카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레스반은 에시카의 팔목을 잡고 조금 힘을 주었다.
다시 누우라는 듯.
에시카는 어쩔 수 없이 그냥 다시 누웠다.
깨어나자마자 레스반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은, 중독을 연기하려 기운을 탁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실 줄 몰랐어요.”
“…….”
레스반은 말없이 에시카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눈빛이 오늘따라 유독 무거워 보였다.
한참 뒤 레스반은 에시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차가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따뜻했다.
제 몸을 차갑게 했기 때문일까.
손이 이마에 닿는 감각이 어쩐지 이상해 에시카는 눈썹을 움찔했다.
“…….”
두 사람은 시선을 맞추었다.
레스반의 입술이 달싹였다.
“……뭘 할지 내게 먼저 말해 줄 수는 없었나?”
책망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에시카는 가슴이 따끔거렸다.
어쩌면 그가 걱정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들어와서 상태를 본 후에는 그가 진실을 눈치챌 수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언젠가 적들이 황궁에 쳐들어왔다. 내가 아홉 살 때였지.”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적들은 내 형제들과 누이들을 잔혹하게 죽였어. 끔찍한 장면이었다…….”
자신이 그의 트라우마를 자극한 것일까.
에시카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잠시 후 레스반은 에시카의 이마에서 손을 뗐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에시카의 눈에 머물러 있었다.
조금 잠긴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뒤로 나는 놀라지 않았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피를 뿌려도,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았지.”
“…….”
“그런데 오늘.”
레스반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나직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었다.
“놀라다 못해…….”
에시카의 눈동자가 다시 흔들렸다.
“……심장이 철렁하더군.”
레스반은 손을 들어 에시카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제 가슴에 올렸다.
그의 심장이 쿵, 쿵, 묵직하게 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봄날의 고동 소리처럼 그녀를 일깨우고 있었다.
얼어붙었던 심장에 따스한 훈풍이 불 듯, 피를 타고 따뜻한 무언가가 온몸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볼에 오묘한 열기가 느껴졌다.
“저는…….”
제법 차분한 톤으로 말한다 했는데, 끝이 미미하게 떨렸던 것도 같다.
레스반 같은 고수는 이런 감정 변화는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에시카는 문득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도망치면, 중독된 척했던 게 헛일이 될지도 모르는데.
“…….”
레스반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타이르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흘러든다.
“그대에게 나를 걱정시켜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기대는 하지 않았어.”
에시카는 눈을 감았다.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문득 피식, 웃는 듯한 레스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귀를 기울이니…… 최소한의 가책은 느끼는 것 같아서, 그만 가 보도록 하지.”
레스반과 함께 있으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고마워요.”
걱정해 줘서.
“조만간 또 들르지.”
한 마디 던졌지만, 레스반은 얄미운 미소를 옅게 남기고 뒤돌아섰다.
긴 고백을 하던 것은 그였는데 어쩐지 제가 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에시카는 그 기분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레스반이 나가고도 한참 동안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
“에시카를…… 에시카를 만나게 해 주세요! 에시카는 진실을 알고 있어요!”
유리가 끌려간 곳은 청사가 아니었다.
나라에서 반역죄에 준하는 죄를 지은 죄인들을 조사한다는, 황궁 조사단의 조사실.
그곳의 경비는 이전 청사에서 보았던 것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삼엄했다.
여기저기에서 피 냄새와 신음 소리가 들렸다.
“제가 독을 먹인 게 아니에요. 저는 그냥…… 에시카가 오라고 해서 왔을 뿐이라고요! 그 애가 먼저 이혼 요청서를 준다고 해서……!”
유리의 발악을 믿어 줄 만큼 페르토스 리하임 백작은 만만한 이가 아니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그런 변명으로 넘기기엔, 당신의 행보가 너무…… 지독하군요.”
백작의 말에 유리는 눈썹을 꿈틀했다.
“지독하다니요. 전 클라우스 부인의 친우로서 처음 클라우스 공작가에 발을 들였고, 클라우스 공작을 위로해 주다가 의도치 않게 임신하게 되었을 뿐이에요. 몇 가지 오해가…….”
“전에도 윗분에게 몹쓸 것을 먹인 적이 있지 않습니까.”
유리가 크게 반박했다.
“말도 안 돼요. 대체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때 백작의 뒤쪽에서, 병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한 여자가 유리 앞에 섰다.
그녀의 얼굴을 알아본 유리는 움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대부인의 세 하녀 중 하나였던 에밀리아였다.
쫓겨나며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그녀의 얼굴 왼쪽에는 큰 흉터가 져 있었다.
에밀리아는 독기 가득한 눈으로 백작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전에 클라우스 대부인 아래에서 일했던 에밀리아입니다. 저는…….”
에밀리아의 검지 끝이 유리를 향했다.
“이 간악한 여자가, 자신이 부인에게 약을 먹였던 걸 제게 뒤집어씌워서 저택에서 쫓겨났어요.”
유리의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에밀리아가 대부인에게 배탈약을 먹여서…….”
“하인의 증언을 받았어요. 이 여자가 가축용 약을 훔치는 것을 보았다는……! 그리고 이거!”
에밀리아가 내민 증거에 유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것은 병을 막고 있던 마개였다. 대부인에게 먹인 뒤 마개는 바닥에 버렸는데 어째서……!
“마개에 이 여자의 머리카락이 끼어 있었어요.”
“……!”
대체 어떻게 에밀리아가 저런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누군가 자신을 함정에 몰아넣기 위해 전달한 것이 틀림없었다.
“배…… 백작님, 아니에요. 이건 모두 거짓말일…….”
“머리카락 색은 당신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 같더군요.”
“……그…… 그런…….”
“한 번의 범죄를 저지른 자가 두 번째 범죄를 저지르기는 쉬운 것이고, 모든 것은 조사해 보면 드러나겠죠. 아주 뚜렷하게.”
백작의 서늘한 눈빛에 유리는 숨이 막혔다.
유리는 정말 억울했다. 대부인에게 약을 먹인 것은 맞지만, 에시카에게는 먹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앞의 백작은 유리의 말을 들어 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에밀리아는 이제야 유리에 대한 복수를 한 듯 의기양양하게 뒤돌아섰다.
“두고 봐. 네가 저지른 짓들, 다 돌려받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