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77)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77. 황후의 훼방(77/192)
#77. 황후의 훼방
2024.02.15.
취헨이 서부 거점에 선정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에시카는 찬란한 승리감을 맛보았다.
지금 클라우스의 전 재산은 취헨에 묶여 있었다.
취헨에 투자하느라 진 그들의 빚은 어마어마하였으며, 리오나가 마지막 사활을 걸며 무슨 짓을 했는지도 보고받았다.
취헨이 서부 거점에서 탈락한 이상 클라우스는 완전히…… 망한 것이다.
에시카의 지참금의 열 배가 있어도 이 정도 손실은 만회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은 리오나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 책임의 범위는 굉장히 크며 그들은 절대 저택도, 명예도 지키지 못할 것이다.
클라우스에 대한 복수가 성공했다는 것이 에시카의 감흥을 돋구었다.
하지만 한 가지, 그에게 더 들어야 할 것이 있었다.
레스반의 목소리가 이어 들렸다.
“다음 소식은 유감스럽게도 좋지 않아.”
그의 다음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다.
“……엘뮤르 역시 서부 거점으로 선정되지 못했거든.”
이번에는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었다.
에시카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레스반을 바라보았다.
에시카는 방금 들은 말을 다시 되짚었다.
취헨이 거점으로 선정되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치고, 엘뮤르조차 서부 거점이 되지 않았다고?
물론 에시카가 리오나처럼 차관까지 빌려 써서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엘뮤르의 땅은 취헨처럼 비싸지도 않았고, 설령 엘뮤르가 거점으로 선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손실률은 20퍼센트가량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분명 원작과 달랐다.
미래를 예상한 에시카의 계획과도 달랐고 말이다.
당연히 엘뮤르가 서부 거점으로 선정될 줄 알고 땅을 매입한 것인데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이죠?”
에시카는 레스반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레스반은 표정을 굳힌 채 말을 이었다.
“황후가 나보다 먼저 폐하를 찾았었다.”
레스반의 말에 에시카의 손이 움찔 움직였다.
마리엘라 루세인, 그녀는 튜레시안 제국의 황후로서 칼리안의 고모이다.
그녀는 전생에서 읽었던 책의 내용을 되짚어 보았다.
황후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와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영향력 없는 방해꾼일 뿐이었으며, 국교의 광신도였고, 레스반의 일대기의 병풍처럼 묘사되어 있었다.
그러나 클라우스를 친정으로 둔 그녀는 분명 클라우스 공작가와 관계가 깊었다.
그녀는 읽었던 원작의 내용을 떠올렸다.
[클라우스 공작가는 황후의 친정으로, 자질이 뛰어나지 않았던 2황자가 레스반만의 기반을 가지게 된 것은 모두 황제의 안배 덕분이었다.]에시카는 잠시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황제는 이십 년 전 눈앞에서 처와 자신의 자식들을 잃었다.
그에게 복수는 숙명 같은 것이었으나, 불행히도 힘과 능력이 없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대행하듯 복수를 수행해 나가며 제국민들의 무한한 지지를 얻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무적인 일인가.
황제는, 레스반이 전쟁터로 출전할 때마다 기뻐했다.
또한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었다.
[황제의 재목은 언제나 레스반 데온 루세인뿐이었다. 그러나 황제는 레스반이 동생인 브레이튼을 존중하기를 바랐다.]엄청난 전공을 가진 황태자가 존재함에도 황후와 2황자의 입지가 꽤 컸던 이유.
황제는 의도적으로 클라우스 공작가를 키웠다.
아마 그것은 늦게 낳은 아들인 브레이튼을 보호하기 위한 안배였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제 자식들이 죽는 것을 더 이상 보기 싫었을 테다.
그런 차원에서, 클라우스 공작가의 존재는 늘 황후를 든든하게 해 주었을 것이다.
레스반이 황제에게, 엘뮤르를 서부 거점으로 달라고 청한다.
그렇다면 황제가, 소중한 아들의 청을 들어준다…… 꽤나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클라우스 공작가 출신인 황후의 존재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원작과는 달리 에시카가 활약에 따라 클라우스가 몰락에 가까워져 감을 알게 된 황후의 불안감과 분노를 말이다.
“……뭔가를 놓쳤다고 생각했는데.”
에시카는 입술을 달싹였다.
원작의 결말은 그대로가 아니었다. 원작에서의 에시카 클라우스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자결할 운명이 아니게 된 것처럼, 원인이 바뀌면 결과가 바뀐다.
“이거였군요.”
그리고 이번 서부 거점 선정 사건도 그러했다.
취헨이 탈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황후는 클라우스를 몰락시키려 하는 적들을 이롭게 하지 않을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아마도 취헨이 탈락하게 되면 가장 유력한 지역의 소유주를 적으로 추정했을 것이고,
“엘뮤르의 지형을 가네쇼프 반역 세력들이 꿰뚫고 있어서 부적절하다는, 군사 연구원의 자료를 폐하께 제출했어. 날조된 것이었으나, 이미 칙령은 끝났다.”
“엘뮤르를 꼭 집어 방해했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겠군요.”
그녀는 엘뮤르의 상당한 지역이 에시카의 소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황태자와의 이런 관계도 눈치채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황태자 전하께서 저를 돕고 계셨다는 것도요.”
마지막 전쟁을 끝내고 청하기 위해 황제에게 나아갔을 때는 이미 황후의 방해 공작이 끝난 뒤였다.
조용히 잠자고 있던 사자가 고개를 들어 으르렁댄 것이다.
엘뮤르와 취헨 대신에 선정된 땅은 마첸이라는 해안 지대였다.
항구 지역에 인접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부지의 위치는 조금 애매해도 면적이 넓어 꽤 쓸모 있는 땅이었다.
그리고 누구의 이해관계도 개입되어 있지 않았다.
일의 전말을 들은 에시카는 한참 동안 말 없이 서 있었다.
클라우스에게 승리했지만, 완전한 승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 일로 그녀를 날카로운 눈으로 눈여겨볼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생각하던 레스반이 입을 열었다.
“엘뮤르가 서부 거점으로 선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 내가 엘뮤르를 위해 다른 것을 요구했으니, 기다리면 다시 때가 올 거야.”
레스반은 황제와의 독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가 레스반이 누군가를 위해 청한다는 것에 매우 흥미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 누군가에 대해 짐작하지는 않았으나, 결국 알게 될 것이다.
그가 한때 레스반에게서 빼앗으려 하던 것을 되찾았다는 것을.
에시카, 그녀는 원하든 원치 않든…… 더 강렬한 소용돌이의 중앙에 서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저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군요.”
에시카는 차분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레스반에게 말했다.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너무 쉽게 풀리는 것을 무작정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느리더라도 완벽하게 가는 것이 좋겠지. 또한 인생은 본래 새옹지마가 아닌가.
이내 그가 에시카를 향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의 나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었다.
“오늘 얻어 온 것은 비록 절반의 승리뿐이지만.”
“…….”
“남은 절반의 승리는…….”
뜨거우면서도 여유로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레스반의 눈과 마주한 에시카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그는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대가 나를 갖게 될 때, 안겨 주도록 하지.”
일순간 가슴 부근이 욱신거렸다.
튜레시안의 전쟁광 황태자, 레스반. 그의 진심이 짙은 눈빛으로 전해져 오고 있었다.
“…….”
언제나 레스반의 모습은 강자 그 자체였다.
전생에 에시카가 보았던 고수들처럼, 그의 감정은 쉬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만은 달랐다.
강하면서도, 소년처럼 절절한 감정이 에시카에게로 전해져 왔다.
에시카는 제 심장 소리를 느끼며 그를 바라보았다.
제 마음을 간질이는 이 감정에 대해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감정이 어떤 미래를 불러왔는지에 대해서도 복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에시카는 생각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는 않는다고.
그녀는 조금 차분해진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
“제 일을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자신의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클라우스의 일은 완벽하게 끝내는 것이 좋겠다.
그들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말이다.
“리오나 클라우스와 칼리안 클라우스가 저지른 엄청난 죄에 대해, 제보 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그게 오늘이면 좋겠지.
**
“마…… 말도 안 돼.”
황궁에서 들려온 소식에 리오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제 뺨을 철썩철썩 때렸다.
평소의 그녀로서는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이건 꿈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리오나의 입술 끝이 기묘하게 비틀려 실룩이고 있었다.
“그래. 마첸이라니, 말도 안 돼. 다들 취헨이 서부 거점이 될 거라고 했어. 이건…… 확실한 정보였다고. 취헨이…….”
리오나는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대부인…….”
“……대부인…….”
애니와 루사가 대부인의 옆에 쪼그려 앉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리오나를 불렀다.
하지만 리오나는 그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취헨, 취헨, 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때 리오나의 방문이 열렸다.
리오나는 누가 들어오는지조차도 관심이 없었다.
이제 그녀의 방에, 그녀의 서랍 안에, 귀한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진주 팔찌까지 다 취헨 투자를 위해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어머니…….”
칼리안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