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88)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88. 납치(88/192)
#88. 납치
2024.02.26.
‘칼리안 클라우스, 부인인 에시카 클라우스와 이혼하다.’
다음 날 토레스 주간 신문의 1면에 실린 헤드라인의 제목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에시카 클라우스 부인이 남편인 칼리안 클라우스(前 공작)의 서명이 담긴 합의 이혼서를 청사에 제출했다.이혼 합의서는 다른 절차 없이 수용되었으며, 그들은 그 즉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그들의 이혼이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는 이유들이 있다.
그의 어머니인 리오나 클라우스는 현재 군납 대여금 횡령 혐으로 구금되어 있으며, 에시카 클라우스를 청부 살해하려 시도하는 기가 막힐 악행을 저질렀다.
이에 더해 칼리안 클라우스는, 에시카 클라우스의 친우이자 클라우스가의 시녀장인 유리 아네시스와 외도하여 그녀를 임신하게 했다.
유리 아네시스는 에시카 클라우스에게 독살을 시도하여, 리오나 클라우스와 같이 현재 황실 조사단에 의해 구금되어 있는 중이다.
클라우스 가에게 이토록 부당한 대우를 넘어 심각한 범죄를 겪어 온 에시카 클라우스는 본지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밝았고 아마도 앓던 이를 뺀 심정이라고 추측할 수 있겠다.
(아마도 빚만 남았을) 클라우스가의 재산 합의에 대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칼리안 클라우스와 결혼했을 당시 지참했던 지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브리기트는 막대한 손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에시카의 오빠, 슈페르트 브리기트는 신문을 접었다.
브리기트의 막대한 손해라…… 기자들의 상상력은 때로 불쾌할 정도라니까.
정확히 따지자면 손해를 볼 뻔했으나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에시카가 제게 편지했던 때가 있었다.
제게 엘뮤르의 토지를 구입해 달라고.
그리고 추신에 이러한 말도 덧붙였었다.
‘오라버니께서는 차명으로 취헨의 토지를 구입하세요. 아직 완전한 고점이 오지 않았는데, 서부 거점지 발표 일주일 전에 급히 사려는 자들이 있을 거예요.
그때 그들에게 현금을 받고 취헨의 토지를 넘기시면 됩니다.’
슈페르트는 에시카의 말대로 토지를 구입하고 기다렸다.
서부 거점지로 선정되면 더 큰 이득을 볼 텐데, 약간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국 거점지 발표 일주일 전 클라우스에게 토지를 넘겼다.
리오나 클라우스의 명령을 받은 한스라는 자는 비싼 값에 토지를 사면서도 즐거워 보이는 눈빛이었는데, 이 또한 에시카의 설계였다.
어쨌든 슈페르트가 토지를 팔아 이득을 본 금액은 에시카의 지참금의 두 배 정도나 되었다.
그러니 브리기트가 에시카의 결혼과 이혼으로 손해를 보았다는 것은 어폐가 있는 말이다.
“……에시카.”
그저 슈페르트는, 오빠로서 동생을 걱정할 뿐이었다.
이혼 절차가 성립되었다는 편지를 받고 그녀를 급히 만나 위로하기를 원했으나 에시카는 선약이 있다며 슈페르트와의 만남을 미루었다.
슈페르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창 밖을 바라보았다.
두 클라우스의 패망은 반기는 바이나, 불안한 구석이 있다.
그것은 잠자고 있는…… 황후였다.
**
“…….”
에시카가 탄 마차는 클라우스 저택을 출발해 외진 길에 접어들었다.
등받이에 몸을 기댄 그녀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양도 계약서에도 서명한 뒤 칼리안은 클라우스 저택에서 떠났다.
그리고 때에 맞게 법원에서 승리한 칼리안의 이복 형제들에게, 공작가의 계승권을 넘겨받는 서류를 작성했다.
그녀는 이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클라우스 공작 부인으로 불리울 것이다.
이복 형제들에게 계승권을 빼앗긴 칼리안이 더 이상 공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클라우스의 빚은 이혼 절차가 끝나자마자 일전에 창고에서 발견한 재산을 털어 즉시 처분했다.
클라우스 저택은 온전히 에시카의 소유가 된 것이다.
내일이면 저택 개조 작업을 위해 많은 인부들이 저택에 도착할 것이고 저택 수리와 개조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될 것이다.
한스에게 총괄을 맡겼으니 이에 대해서는 더 생각할 것이 없었고, 셀릭서…… 이제 그 재료들을 구해 가며 차분히…….
끼익-
순간 마차 바퀴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안이 덜컹였다.
“…….”
마차가 멈추어 서자 에시카는 눈썹을 굳혔다.
바깥에는 출발할 때는 보이지 않던 매캐한 안개가 껴 있었고 어쩐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에시카는 예감할 수 있었다.
‘습격인가.’
에시카는 기운을 집중해 주변을 살피며 마차에서 내렸다.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구두가 바닥에 닿았다.
‘……뭔가 이상해.’
습격이라면 인기척이 느껴져야 한다.
하지만 주변에 인기척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마부조차도 증발한 듯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일 테다. 습격이 아니거나, 아니면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진짜들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거나.
에시카는 눈을 감고 더욱 기운에 집중했다.
그리고 일순간-
채앵-!
옷에서 검을 꺼내어 엄청난 속도로 저를 습격하는 누군가의 검을 맞받아쳤다.
에시카는 눈썹을 굳혔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고수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또 빈 공간에서 다른 흑의의 사내가 튀어나와 에시카를 공격했다.
과연, 기운을 숨기는 법을 아는 자들이다.
최소한 고위 기사급은 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공작가에서도 이런 실력의 인물은 없었다.
그들은 에시카가 검을 쓴다는 정보를 알지 못했는지 다소 당황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하고 에시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속도와 정확성이야. 검이 군더더기가 없군.’
에시카는 검에 내공을 실어 그들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하지만 본녀에 비할 바는 못 돼.’
에시카는 그들의 공격을 빠른 속도로 쳐 내었다.
이래 봬도 천마교주의 딸, 극마의 경지에 도달했던 그녀였다.
그때의 힘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지만 어지간한 고수들에게는 당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실력을 보았을 때 지금 상태로 둘 다 제압하기는 무리였기에 에시카는 피할 틈을 노렸다.
하지만 틈을 발견했다 생각한 순간, 어떤 이질적인 기운이 그녀를 짓눌렀다.
‘……이건…….’
붉은 기운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제기랄. 방심했다.’
일반적인 공력과는 다른, 외부의 기운이었다.
그것은 사슬과 같은 형태로 바닥에서 솟아나 에시카의 몸을 뱀처럼 타고 올라갔다.
에시카를 공격하던 남자들은 에시카가 일순간 항거 불능 상태가 되자 검을 거두었다.
‘……혈교의 사술과 비슷해……. 이건 틀림없이…….’
에시카는 빠득 이를 갈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수풀에 서 있는 검을 로브를 입은 자가 보였다.
아마도 ‘마법사’라 불리는 직업의 작자일 것이다.
그들은 희귀하며, 멀리서도 기운을 운용해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고 한다.
에시카는 사슬을 통해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반항해 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그것은 에시카를 강하게 조여 왔다.
과연 이들은 누구이길래 에시카를 기다리고 있다가 공격한 것일까.
짐작이 가는 바가 없었다.
리오나와 칼리안 모두, 자객을 고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망해 버린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들 말고는 에시카에게 원한을 품을 만한 자가 없다.
“……너희는…… 누구지?”
에시카의 눈앞이 흐려지고 있었다. 정신 역시 안개가 낀 것처럼 몽롱해졌다.
오늘, 뭘 하러 나왔더라.
“…….”
에시카는 힘 없이 눈을 깜빡였다.
그래, 편지를 받았었다.
레스반이…… 준 편지. 그녀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다며 장소와 시간을 적었다.
에시카는 잠시 고민했지만 나가는 쪽을 택했었고.
레스반의 얼굴을 떠올린 순간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잠시 후 사슬이 걷히고 축 늘어진 그녀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혀를 차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분께서 마녀라고 부를 만하시군.”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 않았어. 대체 이 여자는…….”
수풀 안에 있던 마법사는 나타났을 때처럼 기척 없이 조용히 사라졌다.
“……소문대로 매우 아름답군. 이런 여자가 그렇게 엄청난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남자는 검집에 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어쨌든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어. 오늘 무슨 용무로 저택을 나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여 누군가 눈치채고 찾으러 오기 전에 그분께 데려가야 해.”
그들은 에시카를 다시 마차에 밀어넣었다.
마차가 다시 안개 속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따뜻한 봄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아래 서서, 한참 동안 먼 곳을 내려다보고 있던 아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여덟 살인 자신보다 두 살이 많은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천마교주가 될, 마교의 후계자 독영.
명문세가의 귀공자처럼 잘생긴 얼굴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고강한 마공을 가진 소년이었다.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요.”
독영은 한 걸음, 두 걸음 걸어서 영령의 옆으로 와서 섰다.
멀리 보이는 마을, 모내기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뒤편의 측백산림에서는 마교의 젊은 정예들이 무공 수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교주께서 혈영비급을 태워 버리셔서 많이 상심했군.”
“제가 그걸 어떻게 구했는데요. 개방 거지들에게 쓴 돈이 얼마인데…….”
영령은 입을 비쭉거리며 말했다.
“몇몇 마인들에게 정파의 방식으로 무공 수련을 하게 하실 만큼 개방적인 아버지이신데 왜 혈교의 비급에만은 그렇게 꽉 막히셨을까요?”
천마교주에 불만이 많아 보이는 영령의 모습에 독영은 흠, 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글세,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독영의 입술이 달싹였다.
늘어진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깨를 털어내는 소리처럼 들렸다.
혹은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의 소리 같기도 하다.
“……네? 못 들었어요.”
영령은 독영에게 다시 물었다.
하지만 그는 입을 닫은 채 영령을 보고 미소 짓고 있을 뿐이었다.
뚝-
어디에선가 물방울이 떨어진다.
영령, 아니, 에시카는 눈을 떴다.
검은 천으로 눈을 감아 두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다른 감각을 통해 주변을 감지할 수 있는 훈련을 했기에 곧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아까는…… 꿈이었구나.’
울퉁불퉁 튀어나온 벽과 천장의 돌, 그리고 골마다 맺혀 있는 이슬, 습한 냄새.
눈이 퇴화한 원시적인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것이 느껴진다.
이곳은 동굴이었다. 아마 그녀를 습격했던 자들이 여기에 데려다 놓은 모양이다.
양손은 사슬에 묶여 결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