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16
116
116화 300만불의 사나이 (4)
샌 브루노(San Bruno).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과 샌마테오 사이에 있는 도시로 달리시티, 브리즈번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위성 도시 권역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근처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과 도시 북쪽의 골든게이트 국립묘지 이외에는 딱히 눈에 띄는 특색이 없는 이 도시가 그나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지지 않는 이유는.
이곳이 2005년 문을 연 컨텐츠 호스팅 웹사이트, 요튜브(YoTube)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제1회 요튜브 월드와이드 퀴즈 대회]요튜브 본사 단지 내에 위치한 요튜브 컨벤션 센터에 레드카펫이 깔렸다.
그러자.
“밀지 마! 난 오늘 3시간 전부터 여기 와 있었다구!”
“에헤이 무슨 소리야 난 새벽부터 와 있었는데?”
“흥, 그럼 나는 어젯밤부터 와 있었다!”
“나는···.”
본사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자리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시간은 이제 13시 20분.
요튜브 측에서 예고한 행사 시작 시간이 얼추 가까워진 때라 조금이라도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기자라면 익히 이해할 수 있는 일.
좋은 자리에서 찍는 사진과 그렇지 못한 사진의 차이가 확연한 만큼, 이 정도의 신경전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하···이 이기적인 쪽발이(jap)가···.”
“뭐? 당신 지금 뭐라 그랬어! 보자 보자하니까 멕시칸 잡종(mutt)놈이···.”
그 경쟁도 어디까지나 정도가 있는 법.
처음에는 약간의 신경전으로 시작했던 자리싸움이 점점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야이 @$#@#$야!”
“이런 $#@&가!”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워싱턴포스트의 기자 대니얼 킴은 고개를 흔들며 대열을 벗어났다.
그리곤.
“개판이구만. 아무튼 저 싸구려 클리키들이 기자 망신 다 시킨다니까? 안 그래?”
불만스런 어조로 비아냥거렸다.
그의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드카펫 쪽에서 기를 쓰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 대부분이 프리랜서, 아니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사실 파파라치(paparazzi)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뭐, 저 치들이야 사진이 곧 돈이니까.”
난장판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이해하라는 듯 대니얼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긴 한데, 이까짓 대회가 뭐라고 이렇게들 난린지 모르겠어. 아니 말마따나 300만 불 정도의 상금은 흔하잖아? 메가밀리언이나 슈퍼볼만 봐도 몇 억 달러가 터지는 마당에 고작 300만 불 걸었다고 저렇게 난리를 피울 건 또 뭐야.”
대니얼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여성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 맙소사 대니 이 멍청아! 그건 복권이잖아. 그리고 정말 이 대회가 이까짓 대회라고 생각해? 만약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워싱턴포스트 샌프란시스코 지사에 조만간 자리 하나가 더 나겠는데?”
엘리의 말을 들은 대니얼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니···엘리 말이 좀 심하잖아.”
“전혀. 계속 기자질 하면서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네 쓸모없는 휴대폰으로 요튜브에 접속해봐. 그럼 너도 바로 수긍할 걸?”
“···아니기만 해봐. 그땐 가만있지 않겠어.”
대니얼이 요튜브에 접속해 대회를 방송에 접속했다.
그러자.
그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접속자 수 : 15,060,782명] [댓글1 : 드디어 시작이닷! 대한민국 화이팅!] [댓글2 : ↑ 미안해(ごめん) 우승은 우리 일본 차지야] [댓글3 : 무슨 나카사키 짬뽕 먹는 소리를 하고 있어. 우승은 당연히 우리 텍사스 차지지] [댓글4 : 텍사스ㅋㅋㅋ 그럼 나는 남부 연합의 승리를 기원한다] [댓글5 : 아무래도 우승은 우리 만주국이···] [댓글5 : 미개한 양키들과 칭챙총들은 꺼져라 우승은 우리 러시아의 차지다! 러시아 우라(ура)!].
.
방송에 달려 있는 댓글만 해도 수백만 개.
거기다 미친 듯이 갱신되고 있는 채팅방은 차마 읽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방송이 터지지 않는 것만 해도 요튜브의 서버 관리 능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라 볼 수 있었다.
대니얼 킴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렸다.
그리곤 허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미친···이게 가능한 거야?”
“그러게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 안 하고 뭐했어. 300만 불? 그딴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진짜 중요한 건 파급력이라고 파급력! 전 세계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을 만한 파워풀한 콘텐츠!”
엘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쯤해 둬 엘리. 대니도 알아들었을 테니까. 그나저나 다들 뭐 좀 들은 것들 없어? 이리저리 찔러봐도 다들 고슴고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으니···우리끼리라도 정보들 좀 나누자고.”
하지만 다들 고개를 저으며 서로를 돌아볼 뿐이다.
아무래도 다들 들은 것이 없는 모양.
요튜브 측의 철통 보안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음···하나 이야기를 들은 게 있긴 한데···.”
세상에 완벽한 방패는 없는 법인지, 구석에 있던 기자 한 명이 턱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코헨, 뭔데 그래? 좀 나누자고.”
“그래. 정보 좀 줘. 나중에 꼭 갚을게”
사람들의 간절한 시선을 보던 코헨이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이내 결정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
“그럼 다들 나한테 술 한 잔씩 빚지는 거야? 알았지?”
사람들이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정보만 확실하면 내가 위스키든 코냑이든 다 산다.”
“난 사케부터 소주까지!”
“저는 술 못 마시니까 식사로 대신할게요.”
코헨이 만족한 표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우, 한 동안 술 걱정은 없겠구만. 뭐 그리 큰 정보는 아니야. 이번 예선에서 하트 7개를 모은 사람 알지?”
“···그 빌어먹을 문제들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다 맞은 변태가 한국인이라는 것까진 다 알지. 문제는 한국인 5명 중 누가 그 변태인지 모른다는 거지만.”
“맞아. 아니 다른 사람들은 SNS에 올려서 자랑도 하고 막 그러던데, 그 사람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혹시 그 한국(Korea)이 남쪽(South)이 아니라 북쪽(North) 아니야?
“하아, 대니 네 개그 센스는 정말 최악이야···우리 할아버지가 나치 때려잡으실 때 하셨을 것 같은 개그를···.”
“···웃기려고 그런 거 아닌데?”
잠시 기자들의 만담을 듣고 있던 코헨이 씨익 웃으며 다시 입을 연다.
“그 사람 정체, 내가 알아.”
그러자 사람들이 숨을 죽인 채 그를 바라보았다.
코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김준영. 나이는 33세. 듣기로는 무슨 학원에서 근무한다고 하는데, 최근 200만 불짜리 건물을 인수했다고 하더라고.”
“200만 불? 하 무슨 교수 같은 거야?”
“아니,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이라는데?”
코헨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받은 정보를 최대한 빨리 신문사로 전달하려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코헨이 씨익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난 그 사람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알아.”
순간, 휴대폰을 두드리던 사람들의 손이 멈췄다.
“어디 있는데?”
코헨이 천천히 손을 들어 한곳을 가리켰다.
“바로 저기.”
그러자 그곳엔.
이제 막 차 문을 열고 나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 * *
끼익-
차가 멈춘 뒤.
“킴 썬생님. 내리시지 전에 한 가지 탕부 드릴 케 있습니다.”
바로 내리려는 나를 존슨이 만류했다.
“말씀하시죠.”
“음···그게 회사 사람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아직 썬생님이 만점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크걸 지켜 주셨으면 하는···아직 오픈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라서요.”
존슨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아, 난 또 뭐라고.
그런 거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다른 한국인 도전자들을 만나기는커녕, 호텔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 이외에는 주의할 게 없나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예압! 전혀 없습니다. 차 크럼 출발해 볼카요?”
존슨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그러나.
탁-
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미스터 킴! 전 세계 유일의 만점자이신데 기분이 어떠세요?”
“200만 달러짜리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던데 있는데 사실인가요?
“자신이 300만 불의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킴! 한 말씀만 해 주시죠!”
존슨의 당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내 눈앞을 가득 메운 기자들.
마치 굶주린 이리 떼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그들을 보니, 약간이지만 당황스러웠다.
‘아니 아무도 모를 거라며?’
내가 슬쩍 고개를 돌려 존슨을 바라보자.
‘망했다.’
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존슨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존슨 또한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뭐.
‘나한테만 기자들이 달라붙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주변을 돌아보니.
“겐지상. 미국은 처음이시라고 들었는데, 어떤 거 같나요? 일본보다 살기 좋은 곳 같나요?
“음, 미국도 나름 괜찮은 곳 같지만 역시 사계절이 뚜렷한 일본이 제일 살기 좋은 곳 같습니다. 그래서 우승하고 나서 바로 귀국할 생각입니다.”
다른 도전자들에게도 기자들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죄다 자국 기자들인 것 같지만.’
그러니 여기서 인터뷰 좀 한다고 해서 전체적인 일정이 어그러지거나 할 것 같진 않았다.
‘어차피 다 아는 것 같은데 굳이 인터뷰를 거절해서 안 좋은 이미지를 줄 필요는 없겠지.’
생각을 정리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영어에 서툰 편이어서요. 길게 대답하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오, 아닙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것 만해도 감사한걸요.”
기자들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영어공부를 해 두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말 한 마디 못했을 테니까.’
그 뒤로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이 오고갔다.
주로 내 직업과 재산 그리고 방송 출연에 대한 것들을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미스터 킴. 이번 대회에서 본인이 우승할 확률이 몇 퍼센트 정도 된다고 보시나요? 아시다시피 이번에 예선을 통과한 분들이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시던데.”
지금까지와는 살짝 다른 질문이 날아왔다.
“대단한 분들이요?”
내가 묻자.
기자가 설마 몰랐냐는 듯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아, 네 혹시···모르셨나요? 본선 도전자 중에 천재 추리소설 작가 에거사 휙스와 세기의 사기꾼(trickster) 알렉산드르 베넘 그리고 혁신적 CEO 오브라이언 스텐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거기다 그분들을 제외한 다른 분들도 대부분 멘사(Mensa) 회원들이기도 하고요.”
장황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세하게 도전자들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칭할 정도의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아까 몇 퍼센트 정도냐고 물어보셨죠?”
그렇다고 해도 꼬리를 말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네, 곤란하시면 굳이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왜냐하면 내게는 이미.
“0.00001%입니다.”
내 손 안에 들어온.
“제가 질 확률이요.”
승리가 보였으니까.
“······.”
주변에 있던 도전자들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비웃음.
짜증.
분노.
즐거움.
여러 가지 감정을 담고 있는 시선들을 뒤로한 채
나는 레트카펫을 밟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