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20
120
120화 300만불의 사나이 (7)
톡톡-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천천히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고객님···.”
일주일 전 내가 캘리포니아행 비행기를 탔을 때 봤었던 스튜디어스.
단아한 미소가 잘 어울리는 그녀가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 뭐지?’
나는 살짝 당황한 채로 몸을 바로 세웠다.
“네? 무슨 일이라도?”
그리곤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아, 통 일어나지 못하시기에 본의 아니게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이제 곧 착륙이니 안전벨트를···.”
아, 이제 보니 벌써 착륙하는 모양이었다.
아까 기내식을 먹고 살짝 눈을 붙였을 때만해도 태평양 한가운데였는데···
한 십분 남짓 잔 것 같았는데 인천이라니 정말 시간이 빨리 갔다.
주위를 돌아보니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모두 다 착륙 준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나는 슬쩍 볼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합니다. 이거 피곤해서 정신없이 자 버렸네요. 오늘 좀 피곤해서···.”
그러자 그녀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바쁘셨으니 그러실 만도 하죠.”
그리곤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보아하니 그녀도 이번 요튜브 퀴즈 대회를 봤던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이번 대회가 끝난 뒤 마주쳤던 사람들이 짓던 것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나는 너를 아는 데 너는 나를 아니?’
라는 표정.
안 그래도 이번에 대회가 끝난 후.
‘크래도 여기까지 오셨는데 파로 돌아가시는 건 촘 그렇쵸?’
존슨의 안내로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돌아다닐 때.
‘오우, 세븐 하츠! 방탈출 잘 봤어!’
‘나도 나도! 300만 달러라니 부러워!’
‘킴! 싸인해줘! 아니면 사진이라도!’
내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마치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내게 다가왔었다.
그리곤 하이파이브며 피스트범프(Fist Bump)를 걸어오며 내게 사인이나 사진을 부탁해왔다.
물론 처음엔 내게 주먹질을 하려는 줄 알고 약간 당황했지만.
‘썬생님. 그만큼 썬생님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인사해 주시죠!’
존슨의 말을 듣고 몇 번 주먹을 부딪치다보니, 나중엔 사람들과 웃으면서 어울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 사람들이 짓던 표정이 바로 저랬다.
‘그나마 밥 먹을 때는 가만히 나둬서 다행이었지.’
그런데···
미국에서야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였으니 그러는 게 이해가 간다고 해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스튜디어스처럼 요튜브 같은 것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까지 내 얼굴을 알아본다는 것이 좀 의외였다.
아무래도 그녀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일에 치여 요튜브 영상 같은 것들을 볼 시간이 없을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혹시···영상 보셨나요?”
“그럼요. 정말 재미있게 봤는걸요.”
그녀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또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았다.
‘하긴 SNS 뿐만 아니라 뉴스나 신문에서도 다뤘으니까.’
그렇게 내가 잠시 이번 대회와 그로 인해 올라간 내 인지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
“그럼 착륙 후에 뵙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그녀가 다른 승객의 호출을 받아 사라졌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전벨트를 채웠다.
그리곤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유라시아 항공 퍼스트 클래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명색이 퍼스트클래슨데 한 일이라곤 또 밥 먹고 잔 것뿐이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처음 요튜브 측에서.
‘오실 때와 같은 비행기, 같은 좌석으로 예매해 놨습니다.’
우승자 특전으로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예약해 두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해도.
‘이번에야말로 퍼스트클래스의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보리라.’
라고 내심 다짐했었으니까.
그러나.
‘서비스를 다 이용해보기는커녕 눈 붙이자마자 바로 잠들어버렸으니···.’
뭐 그만큼 그 간의 일정이 빽빽하긴 했다.
일주일 전 본선이 모두 다 끝나고 나서.
[제1회 요튜브 월드와이드 퀴즈 대회의 우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우승자는 바로···한국에서 온 기적의 사나이! 세븐 하츠! 킴춘영 입니다!]본선 전에 생략했었던 웰컴 파티와 캘리포니아 투어 그리고 마지막 굿바이 파티까지.
쉴 새 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사진을 찍는 일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나 같은 경우엔.
‘킴준영 썬생님은 우승자시니까요. 다른 도전자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죠.’
다른 도전자들이 다들 돌아간 후에도 요튜브 자체 행사들과 지역 방송의 토크쇼 같은 간단한 홍보행사에 참여해야만 했다.
물론 그 만남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킴준영 선생님. 오브라이언 스텐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그 동안 말로만 들어봤던 사람들과 얼굴을 틀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피곤한 건 무시할 수 없었지···.’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약간 몽롱했던 정신이 천천히 깨어났다.
그리고 잠시 뒤.
[잠시 뒤 저희 항공은 인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기내에 계신 승객 여러분들께서는···]기내 스피커에서 기장의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비행기의 고도가 내려갔다.
그러자 곧 창밖으로 익숙한 바다.
익숙한 초록빛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 * *
탁-
정말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그러자 그 동안 내 몸에 쌓여있었던 긴장과 피로가 모두 다 풀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일주일간의 철야 근무를 끝낸 뒤 집으로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
육첩방을 벗어나 고향 땅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주일 밖에 안 됐는데 말이야.’
나는 슬쩍 웃으며 발걸음을 옮겨 나갔다.
서둘러 학원으로 돌아가 내가 없던 기간 동안 벌어진 일들을 처리해야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전화 꼭 연락하기요!’
오늘 출발하기 전 김연아가 신신당부했던 것이 떠올랐다.
‘안하면 다트걸 파업이에요! 파업!’
나는 슬쩍 웃으며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그 순간.
카톡카톡카톡카톡카톡카톡카톡-
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
휴대폰이 미친듯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뭐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렸다.
나는 사람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뒤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러자.
[카톡 999+] [문자 999+] [부재 중 전화 257통]어마어마한 양의 카톡, 메시지 그리고 부재중 통화가 내 눈앞에 드러냈다.
“······.”
본선을 치르기 전에도 제법 많은 양의 메시지가 한 번에 몰려왔었지만, 이번에는 그 양이 달랐다.
살짝 확인해보니 소라게 학원의 지인들부터 전혀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까지.
각양각색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메시지들의 홍수였다.
아 그래서···아까 스튜디어스가.
‘즐거운 비행되셨나요?’
‘네 덕분에 정말 편안하게 왔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나가실 때 긴장 좀 하셔야 겠던데요?’
‘네?’
‘요즘 선생님 인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거든요.’
내게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에는 그냥 간단한 립서비스인 줄 만 알았는데···
폭풍처럼 몰려온 메시지를 보자 그녀의 말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닐 것 같았다.
‘설마···.’
살짝 긴장한 상태로 소라게 학원 멤버들의 카톡을 확인해 보았다.
[연아 : 쌤!!! 우아아아악 여기 지금 장난 아님요!] [은솔 : 선생님! 조심해서 나오세요!] [지성 : 허허 난리다 난리 허허].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입국장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으아아아아-
커다란 환호성.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눈부신 카메라 세례.
그리고.
[축! 환영! 소라게 학원 김준영 선생님의 퀴즈 대회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거대한 플래카드를 흔들고 있는 소라게 학원 멤버들까지.
심장에 부담이 될 정도로 많은 환영인파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정말 가까스로 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
‘김준영 선생님! 한 말씀만 해 주시죠!’
‘300만 달러를 어떻게 쓰실 생각이십니까?’
‘손나윤씨와는 어떤 관계이신지!’
‘유니세프에 상금을 기부하신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연예계에 진출하신다는 정보는···.’
미친듯이 마이크를 들이미는 기자들.
‘이쪽 좀 봐 주세요.’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
나름 마음에 준비를 하고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아니, 이 정도라고?’
설마 이 정도였을지는 몰랐으니까.
캘리포니아에서 국내 기사들을 찾아봤을 때만해도 사람들 사이에서 나름 인지도가 생겼구나 하는 정도였지.
지금처럼 할리우드 유명 배우가 내한을 온 것 같은 반응일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때문에 만약.
‘으아아아! 쌤 이쪽이에요. 허리업허리업!’
플래카드 근처에서 방방 뜨고 있는 김연아를 찾지 못했었다면 지금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을 지도 몰랐다.
나는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김연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휴대폰을 바라보며 헤헤 웃고 있던 김연아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세상 진지한 표정을 짓으며 내게 물었다.
“맞다 쌤! 그런데 고래는 봤어요?”
아, 뭔가 했더니.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녀가 때문이 아니기는 했지만 어쨌든 고래를 보긴 했으니까.
그러자.
“어 진짜로 봤어요? 어디서요?”
그녀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진짜로 고래를 보고 올 줄은 몰랐다는 표정.
정말 부럽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금문교 밑에서 고래 투어 요트 타고서 봤지.”
내 말을 들은 김연아가 방방 뛰며 입을 열었다.
“진짜요? 으아! 나도 가고 싶다. 그때 마지막 문제만 맞혔어도! 아 맞다. 혹시 사진 있어요? 사진! 사진!”
마치 내놓지 않으면 범고래처럼 물어뜯을 기세라 선선히 휴대폰을 넘겨주었다.
그러자.
‘하아, 범고래 귀엽다···.’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사진첩을 둘러보았다.
어쩐지 내가 떠나기 전부터.
‘나도 캘리포니아 가서 고래 보고 싶다아!’
노래를 부르더니 정말로 보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 동안 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김연아가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짓더니.
“우아 쌤. 이 돈이 다 상금이에요? 공(0)이 도대체 몇 개야 하나둘셋넷···흐아 마카롱으로 아파트도 세우겠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내 계좌의 잔액을 본 것 같았다.
그러자 연아의 말을 들었는지.
“선생님 세금은 어떻게 하셨어요?”
은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유학파 출신이니만큼 미국 주정부의 세금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눈빛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 그럭저럭 잘 처리 됐어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하면···.”
‘세금’
사실 처음엔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상금이 입금되기 전 존슨에게서.
‘썬생님···세금이 초큼 많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주 정부에서 이런 건 칼 같이 떼가거든요.’
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존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반적으로 미국 주 정부가 상금에서 세금으로 제하는 비율은 30~40%정도.
그러니 많으면 우리 돈으로 약 13억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할 상황이었다.
32억이라는 상금에서 13억을 세금으로 낸다니 생살이 뜯기는 기분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를 상대로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틸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그나마 미국에 세금을 납부하고 나면 외국납부세액공제로 국내 세금은 내지 않는 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랄까?
‘아니 정확하게는 국내 세금 42%에 차액 2%는 더 내야겠지.’
그런데 그때.
‘저희가 300만 달러를 이야기 했으니 그걸 지켜야겠죠. 세금은 저희가 부담하겠습니다. 사실···이번에 선생님 덕분에 벌어들은 수익에 비하면 정말 약소한 거지만요.’
제이미 수가 깜짝 놀랄 소식을 전해주었다.
뭐 요튜브 같은 거대 기업에게 13억이라는 돈이 큰 금액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답해 주겠다는 말을 들으니 살짝 당황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유튜브 쪽에서 내게 이런 호의를 보여준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퀴즈 대회의 결과 요튜브 측이 벌어들은 수익과 이미지 상승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
그들이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사용한 금액에 비해 거의 몇 배에 달하는 무형, 유형적 이익을 거두었다는 기사들을 보았다.
그러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내야할 세금을 대신 지불함으로서 나와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아올릴 생각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결과.
내 손에 들어온 돈은 총 3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250,000,000원.
예선 본선 합쳐 2주 동안의 시간 동안 벌어들인 것이라곤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금액이었다.
덕분에 학원을 확장하고 나서 줄어들었던 통장 잔고가 늘어나,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이렇게 된 겁니다.”
내가 세금에 얽힌 이야기를 마치자.
“아 다행이네요. 혹시나 미국이랑 우리나라에서 이중 과세가 되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그녀가 안심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
“쌤! 상금으로 뭐 하실 거예요? 혹시 차 사쉴? 아니 차는 이미 있으니까. 그럼 집?”
김연아가 물어왔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머리 아픈 세금이야기보다는 그 돈을 어떻게 쓸 지가 더 흥미로운 법이니까.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슬쩍 웃어보였다.
이미 내가 받은 이 돈.
32억이라는 이 커다란 돈을 사용할 곳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