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28
128
128화 대세 (3)
타닥타닥-
수능을 50일 정도 남긴 시간.
고3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원장 직강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쌤! 이거 봤어요?”
평소처럼 내 옆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던 김연아가 갑자기 내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뭐가?”
내가 김연아를 바라보며 묻자.
“이거요. 이거!!”
녀석이 씨익 웃으며 자신의 휴대폰 액정을 가리킨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잠시 녀석의 휴대폰을 바라보자, 지난번 출연했던 스타라디오의 편집 화면이 보인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른 게스트의 얼굴 위에.
‘저희…출연은 가능할까요? 아무래도 저희 분량은 없을 것 같은데? ㅜㅜ’
굵직한 자막이 딱 하니 박혀 있는 사진이 보였다.
아, 뭔가 했더니 그저께 방영된 스타 라디오 영상을 누군가 캡쳐해서 정리해 놓은 자료인 것 같다.
“음, 이건 처음 보는 거 같은데?”
“그래요? 히힛 저장해 놔야지!”
그러더니 자신의 휴대폰에 캡쳐 자료를 저장한다.
슬쩍 보니 휴대폰 사진첩 안에 비슷비슷한 캡쳐 자료들이 이미 한가득 자리하고 있었다. 전부 다 내가 나와 있는 화면들.
‘음…아니, 이 녀석은 왜 내 자료들을 모으는 거야?’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김연아를 바라보고 있을 때.
“아! 맞다!”
휴대폰 사진첩을 정리하던 김연아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든다.
“쌤! 그런데 진짜 어떻게 한 거예요?”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었다.
“뭐가?”
“아니 그 문제집 외우는 거 있잖아요! 그거 때문에 학교에서도 애들이 막 난리에요. 그걸 어떻게 하냐고.”
아, 뭔가 했더니만. 보아하니 김연아의 학교에 궁금증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 학원이 김연아네 학교 근처에 있는 곳이니 만큼 신기하기도 하겠지.
“안 그래도 요즘 다들 그거 물어본다.”
아무래도 저번에 스타 라디오 촬영 때 있었던 일이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꽤나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날 나와 김진상의 자존심을 건 대결은 결국.
‘허…이런 말도 안 되는…정말 문제가 다 떨어졌어…?’
제작진이 준비했던 문제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단 한 개의 오답도 허용하지 않은 나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그 결과.
[댓글123 : ㅋㅋㅋ 미쳐버린 거시어따ㅋㅋㅋ 실화냐?] [댓글256 : 나 김진상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봄 ㄷㄷㄷ] [댓글345 : 그러게 맨날 빚쟁이라고 놀려도 허허 웃고 마는 사람인데, 이번엔 좀 충격인 듯] [댓글657 : ㅋㅋㅋ 다른 게스트들 강제 병풍행ㅋㅋㅋ이번 화 레전드각] [댓글377 : 저 정도면 당연하지 그 많던 문제를 다 맞힌 건데ㄷㄷㄷ]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역관광.
아무래도 그 동안 스타 라디오 나온 게스트들 대부분이 MC들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것으로 재미를 얻었는데 반해.
이번엔 반대로 게스트가 메인 MC, 그것도 독하기로 소문난 김진상의 멘탈을 내가 영혼까지 탈탈 탈곡한 것이 키포인트였던 것 같았다.
덕분에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는 물론 MBM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까지, 그제 방영되었던 스타라디오에 대한 호평 댓글이 몇 페이지에 걸쳐 붙는다.
시청자들이 정성들여 만든 캡쳐 자료들이 마치 밀물 밀려오듯 인터넷 상에 흘러 넘쳤다.
[스타 라디오 레전드 캡쳐][조회수 120,391회] [이번 주 스라 대박! 김진상 vs 김준영!] [조회수 212,213회] [믿어지지 않는 영상 621회. avi] [조회수 70,211회].
.
더군다나 방송이 방영되었던 시기가 마침 10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있을 시점,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가 아닌가!
여러모로 호재였다.
덕분에 일반인들에 대한 나의 인지도는 나날이 상승 중이다.
홍보가 되어도 너무 잘 됐다.
스타라디오에서 출연료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홍보비를 내야 할 판이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여고생들이 싸인해 달라고 졸졸 따라올 정도.
그만큼 내 인지도는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었다.
그 전에 저격 방송만 진행할 때도 가끔씩 학생들이 아는 척을 해 올 때가 있긴 했지만 요즘에는 그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으…저번에 우리 반 애들이 쌤한테 싸인 받았다고 막 뭐라 그러던데? 나한테는 왜 안 해 줘요?”
나는 삐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연아에게 슬쩍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해 줘?”
“넹!”
내 말을 들은 녀석이 옳다구나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 복합기로 다가간다.
그리곤.
쾅-
내 앞에 수북한 A4용지를 내려놓았다. 대충 봐도 한 20~30장은 되어 보이는 양이다.
“히히 약속 했어요?”
잔망스러운 녀석.
“아니 이렇게 많이 받아서 뭐에다가 쓰게?”
내가 어이없다는 듯 말하자.
“학교 애들 주려고요. 안 그래도 애들이 쌤 싸인 있으면 받아다 달라던데. 헤헤.”
김연아는 말끝에 500원 정도는 받아도 되겠지? 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한 대 쥐어박을까 싶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에휴, 그래도 이젠 이상한 댓글들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에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김연아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 말에는 십분 동의한다.
방송이 끝나고 난 뒤 제법 괜찮은 반응들이 줄을 이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준 것은 아니었다.
방영 초반에는 방금 김연아의 말처럼.
[댓글 : 저거 다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야? 요즘 방송에 진짜가 어디 있어?]내 퍼포먼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스타 라디오가 녹화 방송이기 때문에 조작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인 것 같았다.
‘하긴 예전에 조작하다 걸려서 폐지된 프로그램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댓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24 : 스타 라디오가 미쳤다고 주작을 하냐? 그러다가 사라진 프로가 몇 갠ㅤㄷㅔㅋㅋㅋ] [댓글16 : MC들이랑 게스트들 표정을 봐봐 저건 짜고 쳐서 나올 수 있는 표정이 아님] [댓글573 : ㅇㅇ 만약에 주작이었으면 다른 게스트들이 가만히 있었겠음? 바로 SNS에 올리지. 요즘은 주작도 SNS 무서워서 힘듦] [댓글343 : 현직 학원강사입니다. 저 정도는 저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 전공 과목에만 한정해서요…쭈글ㅠㅠ]시청자들의 반박 댓글과 인터넷 여포로 변신한 김연아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헤헤. 그거 다 제 덕분인 거 아시죠? 제가 친구들 쫙 풀어서 커뮤니티에 글 올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덕분에 요즘엔 나를 비난하는 댓글은커녕.
[댓글454 : 어ㅤㅇㅣㅋㅋㅋ 저 쌤 계신 학원이 어디라고?] [댓글114 : 소라게 아카데미라고 요즘 요튜브에서 핫한 인터넷 강의임] [댓글652 : ↑ ㄴㄴ 그건 인강이고 실강은 소라게 학원임]집에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언니, 오빠들은 물론 재수생 공시생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로 인해.
‘소라게 아카데미 채널에 할당된 서버 용량을 더 늘려야만 할 것 같습니다.’
‘김 작가님! 7차 증쇄 가시죠!’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가 높아졌다.
물론 개중에는.
‘선생님…직원들이 더 필요해요….’
이아린의 힘겨운 목소리도 섞여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며칠이 지난 지금.
나는 놀라운 결과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소라게 학원 수강생 수 300명!
인터넷 강의 수강생 수 30만 명!
저격 방송 구독자수 150만!
누적 판매 100만권 돌파!
입시, 인터넷 방송, 출판에 이르는 전 방위적인 기록들.
그리고.
‘김…선생님…혹시…저번에 말씀하신 제안 아직도 유효할까요?’
‘아하하, 김 대표님 그때는 제가 일이 바빠서…그러니 지금이라도….’
‘가입비를 내라고 하셔도 좋으니까 저도 합류를….’
소라게 아카데미를 처음 시작할 때 일언지하에 내 제안을 거절했던 스트리머들의 연락까지.
올해 수능이 지난 다음에나 가능 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대부분 이룰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그동안의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을 때.
“어 쌤? 전화요! 전화!”
김연아가 갑자기 호들갑을 떨며 내게 말했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
컴퓨터 옆에 올려놓았던 전화기가 울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내가 미처 전화를 받기도 전에.
뚝-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
그러자.
“아 끊어졌다…에이 그러게 왜 무음으로 해 놨어요? 그러면 전화 온 줄도 모르잖아요.”
어이가 없었다.
방귀 낀 놈이 성낸다고 내가 누구 때문에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놓는데.
내가 말없이 녀석을 바라보자.
“앗! 은솔 쌤! 영어 물어볼 게 있어요!”
녀석도 뜨끔한 게 있는 모양인지 갑자기 헤헤 웃으며 은솔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010-88XX-11XX]생전 처음 보는 전화번호가 보였다.
음…요즘 사업 문제로 전화가 많이 오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학원 데스크 쪽으로 돌려놓은지라 내 개인 전화로 전화가 걸려 오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걸려 오는 전화를 모두 받으려면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정도였으니까.
통화 버튼을 누르자.
[앗! 김 대표님! 전화 주셨군요! 감사합니다!]수화기 너머에서 경쾌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음…뭐지? 설마 내가 아는 사람인가? 하지만 전화번호는 분명 처음 보는 번호였는데?
“…누구시죠?”
내가 떨떠름한 어조로 묻자.
[핫! 죄송합니다! 제가 인사가 늦었군요! 저는 TK 텔레콤 콘텐츠 사업부 소속 서민영이라고 합니다!]생각지도 못했던 곳의 이름이 수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왔다.
TK 텔레콤.
국내 거대 통신사 중 한 곳으로 이동전화, 시내 전화, 초코속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였다.
“…TK 텔레콤이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아,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제가 잠시 찾아뵈어도 괜찮을까요? 대표님 편하신 장소와 시간에요.]“제가 요즘 시간이 많이 없어서, 전화나 메일로 용건 먼저 말씀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아, 그러시구나!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에 저희 회사 TV채널에서 강의 채널을 새로 런칭하려고 하는데. 혹시 당사의 파트너로 참여하실 의향이 있는지 여쭤보려고 전화 드렸습니다.]재미있는 제안이 왔다.
IPTV에서 새로운 자체 채널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
대기업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때는 으레 막대한 자본 병력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아예 작정하고 들어오려는 듯한데…….
그렇다면 그 막대한 초기 투자자본은 누구의 홍보비로 쏠리게 될까?
정답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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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먹는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