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3
13
013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2)
[쌤! 연락 많이 왔어요? 저희 엄마가 아는 분들한테 선생님 이야기 많이 했다는데. 헤헤 잘되고 저 잊으시면 안 됨요?]김연아의 문자였다.
어쩐지 이력서를 올리지도 않았는데 컨택이 많이 왔다 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학원들의 이름이 내 메일에 가득했으니까.
하긴 본점도 아니고 지역 분원이라면, 김연아 부모님의 입김이 닿을 만하지.
덕분에 하나하나 연락하는 수고를 던 것 같다.
띵동-
그때 또 다른 문자 알림음이 들려왔다.
[아참 요즘 언니가 공부 엄청 열심히 하던데··· 아마 선생님 덕분인 듯?]설마.
탁-
김연아와 그녀의 부모님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어쨌든 연락이 왔으니 이력서도 접수하고 면접 볼 때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야 한다.
대형 학원은 동네에 있는 작은 학원들과 달리 교원자격증을 요구하는 곳도 있으니까.
“···”
작은 학원의 경우 졸업증명서 같은 것들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학학원이라면 기본적으로 이런 서류들을 중요시 했다.
일견 번거롭고 불필요해 보일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철저한 것이 결국엔 강사에게도 좋았다. 중소형 학원의 경우 가장 중요한 근로계약서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나중에 노예처럼 일하고 퇴직금도, 4대 보험 혜택도 전혀 받지 못하고 나서 ‘아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라고 후회하기 싫다면 이런 기초적인 것들을 확실하게 해 둬야 한다.
달칵-
최초로 온라인 강좌를 상용화시킨 맥아스터디부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재수학원인 종각엔스쿨까지.
그 외 모든 대형 학원들이 요구하는 서류들을 첨부해 온 메일들에 답장을 마쳤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 * *
띵동-
문자를 확인한다.
적어도 하루는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연락이 왔다.
가장 좋은 조건을 불렀던 곳이다.
[김준영 선생님. 종전에 연락드린 맥아스터디 OO점입니다. 보내 주신 서류 잘 받았고요. 편하신 시간에 학원에 들러주셔서 면접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강하실 자료는 저희가 준비해 드릴 테니, 시강 준비도 해 주세요.]시강.
강사의 강의 능력이나 스타일을 평가하는 짧은 강의.
심사위원은 학생들이 아닌 학원 관계자들이다.
어떤 자료를 줄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강을 준비하라는 저 문자가 의아할 수도 있지만, 학원 강사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숙련된 학원 강사라면 어떤 환경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2시간 이상 강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하니까.
동네 중소형 학원에서야 시강을 생략하거나 강사에게 주제를 맡겨 버리지만 그래선 강사의 역량을 판단하기 어렵다.
“······.”
하지만 내가 받은 문자는 대형학원의 연락치곤 그 무게가 가벼워 보였다.
일단 제일 먼저 온 면접 문자이기도 하고, 이름도 제법 있는 학원이니까 가기는 가겠지만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가끔 이름 있는 학원인 척 구직 중인 강사들에게 연락하는 사기꾼들도 있었으니 되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았다.
일자리에 목마른 강사들이 미끼를 물고 찾아가면 갑자기 과외를 주선해 주겠다며 연회비를 요구하는 사기꾼들.
혹은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어린 강사들을 홀리는 이들.
[OO보습학원 전임강사 초빙]고등 : 영어, 수학, 사회 (300~500 만원)
중등 : 국어, 영어, 수학 (300~450 만원)
초등 : 국어, 과학, 사회 (200~250 만원)
[경력 무관, 주5일 근무, 강남 최고 대우]이런 내용을 올려놓고 강사의 키나 생김새를 묻는 학원들은 대부분 사기거나 어마어마한 양아치라고 보면 된다.
아니, 상식적으로 이제 막 개원하는 학원이 아닌 이상 저렇게 한 번에 학원 강사들을 뽑겠는가.
이제 막 개원하는 학원이라도 해도 문을 열자마자 망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갖은 인맥을 동원해 경력과 학력이 우수한 인재들을 모셔 가려 하지 저런 식으로 구인광고를 내진 않는다.
저런 광고에 낚여 헛걸음만 하면 그만이지만 심하게 데이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으니, 주소지나 전화번호, 문자 내용이 이상하다 싶으면 조심해야 한다.
나야 김연아 부모님의 소개로 온 연락이니 사기는 아니겠지만.
마우스를 움직였다.
달칵달칵-
일단 시강에서 어떤 부분이 나올지 모르니 고등 국어교과 전반을 정리하기로 했다.
어차피 10분에서 15분 시강일 테니까. 그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음운론 등의 기초 문법이거나 문학 일반이론, 작품 해설 정도겠지.
음운론 시강은 시작 부분이 중요하다.
단모음표니 자음체계니 하는 것은 나중에 학생들 강의 할 때나 사용하는 개념. 시강할 때엔 언어의 개념과 음운의 정의까지 강의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좋다.
문학 작품은 어떤 작품이 나올지 모르니 문법이나 문학 일반이론을 확인해야 한다.
학교교육에서 문학을 나누는 4가지 범주를 설명하고 그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면 얼추 시간이 맞는다.
물론 학원 관계자들이 추가적인 시강을 요구할 수도 있으니 서정과 서사 장르의 내재적 요소에 대해서도 강의한 준비를 해 둔다.
‘···뭐 이런 어려운 생각은 나중에 하자.’
이번 기회에 내 무기들도 점검했다.
내가 가진 가장 잘 드는 칼.
바로 USB를.
대형학원이라는 곳은 내가 있었던 학원과는 완전히 다른 생태계일 테니 무방비한 상태로 달려드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낯선 곳에 가기 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했다.
달칵-
USB드라이브를 클릭하자 해금된 폴더들이 맨 앞에 정리되어 있다.
처음부터 열려 있던 중등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그리고 후에 열린 [고등국어], [고등수학] 까지.
전 학원에서 USB를 사용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때마다 조금씩 차오르는 포인트.
[잔여 포인트 : 95]고등학교 과정의 [영어]와 [사회], [과학]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잠금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학원가 올마스터의 길은 바로 코앞에 와 있다.
* * *
달깍달깍-
시강 준비를 끝내 놓고도 마우스를 잡은 손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고등부로 지원한 것이니만큼 서둘러 수업 자료들을 정리해야 한다.
특히나 고3 같은 경우는 이제 다가올 10월, 11월 모의고사와 수능을 대비해야 하니 시간이 많지 않았다.
내가 준비할 것들은 앞으로 학생들의 점수를 깎아 먹을 오답률 베스트 문제들.
그리고 이의 신청이 제기될 만한 문제들을 미리미리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문제.
[비문학 지문의 어휘 문제]ⓐ 곡해(曲解) ⓑ 교란(攪亂)
ⓒ 이의(異議) ⓓ 수시(隋時)
ⓔ 반려(返戾)
28. 밑줄 친 ⓐ~ⓔ의 사전적 의미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사실을 옳지 아니하게 해석함.
② ⓑ : 마음이나 상황 따위를 뒤흔들어서 어지럽고 혼란하게 함.
③ ⓒ :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
④ ⓓ : 일정하게 정하여 놓은 때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름.
⑤ ⓔ : 빌리거나 차지했던 것을 되돌려 줌.
오답률 30%를 자랑하는 문제치고는 평범해 보이는 문제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조심해야 한다.
이 문제의 답은 ③번.
‘이의(異議)’는 ‘다른 의견이나 논의’란 의미다.
선택지에 제시된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은 ‘의견’의 사전적 의미로 자칫 잘못하면 혼동해 틀릴 수밖에 없다.
역대 수능이나 모의평가를 보면 심심찮게 [어휘의 사전적 의미]를 묻는 문제가 오답률 상위에 랭크되곤 했다.
그런 문제들 중에는 정말 어려운 어휘도 있었지만 위에 있는 문제처럼 어려운 어휘가 아닌데도 오답률 30%에 가까운 문제들이 있었다.
그런 것들은 USB내의 해답지와 풀이를 토대로 정리한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한자어들.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대비하지 않다가 틀리고 나서 후회하는 문제들.
이런 복병들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었다.
만능 USB가 있다면 나는 앞으로 수험문제에 관해서는 신이나 다름없다.
타닥타닥-
그렇게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로 바쁘게 자료를 정리한다.
10월, 11월 모의고사 중에서 오답률이 높을 것 같은 문제, 학생들이 시간을 많이 빼앗길 것 같은 비문학 지문, 준비하지 않으면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고전운문까지.
대부분의 모의고사 문제 유형과 지문 해설까지 정리하고 숙지한다.
그러고 나니 이제 최종보스만 남았다.
바로 수능.
대학수학능력시험(大學修學能力試驗)의 준말.
단순 암기 위주였던 학력고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SAT를 본 따 만들어진, 1993년부터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 교육 적격자를 선발하는 시험.
해외와 북한에서까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 시험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만큼의 중요성을 가지는지 알고 싶으면 수능 날 우리나라의 풍경을 보면 된다.
시험이 치러지는 날.
이날만은 대한민국 전체가 수험생들 위주로 돌아간다.
지하철, 버스의 배차 간격이 조정되고, 예비 차까지 전부 투입되는 것도 모자라 한시적으로 택시 부제가 해제된다.
거기다 수험장 근처의 도로의 경우 경찰에 의한 교통통제가 이루어지고 모든 관공서가 공식적으로 10시부터 업무를 시작. 주식시장과 은행의 모든 일정도 한 시간씩 미뤄진다.
그리고 비행기나 군부대의 소음이 수험생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영어 듣기가 시작되는 오후 1시 5분부터 1시 40분 사이에는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과 군부대의 훈련이 중지된다.
그 외에도 백일기도를 드리는 부모님과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으로 향하는 학생들,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새벽부터 와서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수능이라는 시험 하나에 사회 전체가 기울이는 정성을 보면 이 시험이 학생들에 인생에 얼마만큼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청소년기의 마지막 시험. 그리고 인생의 최초 분기.
설화 속 주인공들의 통과의례와는 전혀 다른, 현대인의 성인식이 바로 이날 치러지는 것이다.
때문에.
가계당 월 사교육비 평균 지출 64만 4천원.
지하경제를 포함한 전체 사교육비 33조 원이라는 액수에 기함하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다.
[2019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잠금상태)그리고 나는 이제, 그 거대한 시험을 지배하려 한다.
아직 해금되지 않은 과목들을 정복하고 수능까지 내 손에 넣는 날.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삼 내가 얼마나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자 저절로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수능 접수일이 언제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