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31
131
131화 끝장반 (3)
“팀장님!”
TK 텔레콤 콘텐츠 사업부 소속 서민영 팀장은 갑자기 들려온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강예리.
그가 있는 콘텐츠 사업부 소속의 직원 중 하나였다.
“왜?”
그가 정신을 차리고 묻자.
“아니, 식사 나왔는데 통 말씀이 없으셔서….”
강예리가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서민영이 ‘아차’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궁금한 김을 피어올리고 있는 청국장.
그리고 어색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팀원들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자신이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팀원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아, 이거 미안. 내가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고. 다들 어서 먹어.”
그제서야 직원들이 수저를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잠시 뒤.
“서 팀장님,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요즘 통 식사를 못하시는 거 같은데? 혹시…저번 김준영 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건 아니죠?”
강예리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러자.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요즘 그냥 생각이 좀 많아서.”
서민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실 고민을 있는 건 맞았지만 그걸 팀원들 앞에서 꺼내 놓을 생각은 없었으니까.
김준영.
그의 머릿속을 떠도는 이름.
그가 맡은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 사람.
사실 처음 김준영이.
‘기왕 저한테 대학 입시를 맡기기로 하신 거, 공시까지 맡기시죠.’
라는 말을 꺼냈을 때만하더라도 그는 김준영이 과욕을 부린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2주 후에 뵙도록 하죠.’
자신만만했던 그의 마지막 말을 떠올릴 때마다 약간의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김준영은 정말 불가사의한 사람이었으니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
하지만 불과 2년 사이에 500명 규모의 대형학원 원장, 대형 인강 회사의 대표, 요튜브의 전략 파트너의 이름을 차지한 사람이 바로 김준영이었다.
그러니 머리로는 2주 만에 그가 회사에서 인정할 만한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혹시 모르지.’
약간의 기대가 생기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소라게 아카데미의 인지도는 더욱 올라갈 것이고, 자연히 TK에서 런칭할 강의 채널의 인지도도 올라갈 것이었으니까.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 준영이 약속했던 2주의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2주 만에 공시 시장에서 성적을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건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어? 아! 팀장님!”
강예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또?”
“아니, 팀장님 이것 좀 보세요.”
강예리가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서민영이 살짝 이마를 찌푸리며 휴대폰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허….”
서민영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바로.
[소라게 아카데미, 공무원 끝장반 100명, 2019년 하반기 추가채용 필기시험 전원 합격!]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소라게 아카데미 채널의 메인 기사였다.
* * *
[인터넷 강의에 새로운 강자! S사의 무서운 질주!]요튜브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올해 첫 선을 보인 인터넷 강의 회사 S사의 성적이 예사롭지 않다.
11월 현재 S사의 시장 점유율은 49%. 경쟁사인 M사 24%, J사 12%, T사 8%과 비교해 봤을 때 큰 폭으로 격차를 벌린 상태다.
비단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 또한 타사의 인터넷 강의와 비교해서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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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S사의 대표 김OO의 말을 따르면 내년부터는 입시 강의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 강의 또한…이번 하반기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도 약 100명이 넘는 인원을….
.
.
스크롤을 내린다.
그러자 요튜브 측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 신문사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요튜브 측에서 자본의 힘을 보여 준다 어쩐다 하더니…이건 뭐 거의 기사가 아니라 소라게 아카데미에 대한 홍보인 것 같았다.
하지만 뭐 그 덕분에 수강생들 비율이 꾸준하게 늘고,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드륵-
그렇게 뉴스를 확인하며 강의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덥썩-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살짝 당황하며 내 팔을 잡은 사람을 바라보자.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익숙한 얼굴. 지난 2주간 부대껴 왔던 끝장반 수강생. 남윤제의 얼굴이 보였다.
처음 왔을 때만해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로.
‘선생님…정말 날 수 있을까요?’
회사에서 보낸 문자를 들이밀며 묻던 사람이라, 가끔씩 상담도 하고 점심도 먹으면서 의욕을 불어 넣는 것이 기억났다.
아무래도 공시 2년차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급격하게 자신감과 자존감이 하락하고 그에 따라 공부의 능률도 떨어지는 만큼, 멘탈 관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법이니까.
그래도.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춥고 어둡다. 하지만 해가 뜬 새벽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기도 하다. 그 시간을 위해 이 어둠을 견디자.’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순간 주변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있는 상상력이 자신을 얼마든지 바꿔 놓을 수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날개는 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날개가 있다고 상상하고 생각하고 열망하자.’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들을 수업 중간 중간 던지며 케어했던 보람이 있는지.
“정말…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감사합니다. 진짜 어떻게 찍어 주신 문제들이 쏙쏙 다 나오던지….”
남윤제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이 일그러진 얼굴로 내게 감사를 표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리곤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남윤제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누군가 건드리기만 하면 눈물을 주룩주룩 쏟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으니까.
* * *
잠시 뒤.
“자, 그동안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그래도 아직 면접이 남아 있으니까 너무 정신없이 노진 마시고, 면접 준비도 충실하게 하셔야 해요. 아셨죠?”
“네!”
그렇게 수강생들과의 대화를 끝낸 나는 다음 스케줄을 위해 학원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요즘 일이 많아진 만큼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과 만나고, 움직이는 일이 많았다.
덕분에.
‘운전만 늘어 가고 있지.’
그런데 그때.
저 멀리 멍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한 표정.
깔깔이를 입고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발치에는 다 타들어간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다 타들어 간 초의 심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니, 가까이 다가가기가 좀 힘들었다.
보아하니 이틀 전 있었던 시험에 떨어진 사람 같았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가 앉아 있는 곳이 내가 차를 세워 놓은 바로 앞이라는 점이었다.
“…….”
어쩔 수 없이 최대한 조용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그를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차 쪽으로 다가가, 천천히 차 문에 손을 가져다 댔다.
순간.
탁-
차 문의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
“…….”
벤치에 앉아 있던 남자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 그의 시선이 나와 내 차를 훑는다.
그리고 잠시 뒤, 그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고였다.
“…부럽네.”
아주 작은 중얼거림.
하지만 주변이 이상하게 조용했던 터라 그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후우.”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반쯤 열었던 차 문을 닫았다.
그리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못 봤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본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러자 그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약간의 당황과 불안으로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뚜벅뚜벅-
나는 그에게 다가가 명함 한 장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리곤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내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시 준비하시는 분인 것 같은데…아닌가요?”
그러자.
“…맞는데요?”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의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최대한 우호적인 표정으로 그에게 입을 열었다.
“아, 저는 소라게 아카데미 대표를 맡고 있는 김준영이라고….”
하지만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누구신진 잘 아니까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어요.”
그가 딱딱한 어조로 내 말을 잘랐다.
슬쩍 그의 표정을 살펴보니 아무래도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
하긴 작년, 올해 노량진에 제법 많이 오고가기도 했고, 소라게 아카데미를 런칭하면서 광고에도 얼굴을 많이 비췄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이번에 공시반을 운영할 생각인데 혹시 생각 있으면 같이 공부해 보는 게 어떠신가 해서요.”
그러자 그가 살짝 놀란 듯 눈썹을 꿈틀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잠시 시선을 내리고 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가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일 테니까.
하지만 잠시 뒤.
“…이제 그딴 거 안 해.”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내가 예상치 못했던 말이었다.
내가 잠시 당황한 사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내 명함을 구겨 바닥에 던져 버렸다.
뜻밖의 상황.
“무슨 짓이죠?”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자.
“흥, 당신. 비싼 옷 입고 비싼 차 차고 다니다 보니 사람이 우습게 보이나 본데. 착각 하지 마. 당신 같은 사람들은 선생이 아니야. 그냥…그냥 문제 푸는 기계들이나 만들어 내는 기생충들이지.”
그가 적개심 어린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리곤 내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발길을 돌려 노량진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
나는 그가 사라진 골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 * *
‘…기생충들이지.’
아까 노량진에서 들었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떠올랐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들었던 것이니만큼 그 후폭풍이 제법 오래갔다.
그런데 그때.
“선생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자.
“결재 좀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은솔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당황한 기색을 지우기 위해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곤 은솔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이리 주시죠.”
그러자 은솔이 내게 서류철을 내밀었다.
그렇게 잠시 내가 서류들을 결제하고 있을 때.
“선생님…혹시 무슨 걱정 있으신가요?”
은솔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내게 물었다.
잠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자. 나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그녀의 눈동자가 보였다.
“네? 하하. 아니에요 걱정은 무슨…그냥 좀 신경 쓰이는 일이 좀 있어서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그녀가 내 앞에 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어떤 일인지 제가 들어 봐도 괜찮을까요?”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음…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웃으면서 넘겨 버렸을 테지만…은솔이라면 뭐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사람이기도 했고 그동안 같이 지내 온 기간도 길었으니까.
결정을 내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
잠시 후.
“…그런 일이 있으셨구나. 충격이 크셨겠어요.”
은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하, 괜찮아요. 시간이 좀 지나니 그 사람 얼굴도 기억 안 나는 걸요 뭐.”
물론 비수처럼 박힌 말의 파편은 사라지지 않은 상태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하고 났더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아까 전만하더라도 ‘기생충’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이젠 제법 멀리 있는 단어같이 느껴졌으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정말 그렇게 말했나요? 저희가 기생충이라고?”
뭔가를 생각하던 은솔이 말했다.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런데 학원에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그걸 부정할 수도 없겠더라고요.”
사실 학원 일을 하는 사람들 치고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드물었다.
아무래도 강사라는 직업이 시험 점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직업이다 보니, 학생들에 대한 교육 그 자체보다는 성적 그 차제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런데 그때.
“선생님…제가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내 말을 들은 은솔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내게 물었다.
“네. 마음껏 말해 주셔도 되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그건 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그리곤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물론 잘못됐어요. 하지만 그건 선생님이 아니라 이 나라의 교육제도 그 자체에요.”
사실 알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잘못하기 시작한 것 때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되어, 만약 자른다면 누가, 어떻게 자를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인 것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였으니까.
그러니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이 제도를 만들어 낸 사회, 그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들 그 자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음…그런데 생각해 보니 정말 열 받네요? 아니! 그렇게 비겁한 말이 어디 있어요. 자기도 제도권에 들어가고 싶어서 공부했던 사람이 강사한테 그런 말을 한다? 하 참! 진짜 제가 그 앞에 있었으면 따귀라도 한 대 올려붙였을 텐데!”
갑자기 은솔이 흥분한 어조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은솔을 바라보았다.
평소 은솔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잠시 그렇게 화를 내던 은솔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그러니까 선생님 지금처럼 의기소침해 하시지 마세요. 선생님은…예전…아 아니…평소 모습이 제일 잘 어울려요. 아셨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슬쩍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녀는 내 마음을 풀어 주기 위해 일부러 화난 척한 것 같았다.
“고마워요. 은솔 선생님.”
내가 말하자.
“앗…그…그러고 보니 저는 처리할 일이…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은솔이 떠나간 자리.
나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제도라….’
사실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였다.
아니 생각해 보지 않았다기보다는.
‘먼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이제는.
‘그리 멀리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자 내 마음속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열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제도가 문제라면…바꾸면 되지 않을까?’
그동안 꿈꿀 수조차 없었던 거대한 열망.
그것이 내 폐부 속에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렇다면 어떻게?’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나의 성공을 지탱해 온 USB에는 그런 것에 대한 답은 나와 있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때.
따르릉- 따르릉-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화를 확인하자.
[TK 텔레콤 콘텐츠 사업부 소속 서민영 팀장]2주 전에 봤었던 사람의 이름이 떠 있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고르기아스의 매듭을 푸는 법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압도적인 힘.’
그 압도적인 힘을 기르는 방법은 바로.
[확장]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