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39
139
139화 공격대 (1)
“…저…그래서 학원비는 얼마정도 하죠?”
초라한 자색 머플러를 걸친 여인. 아들의 입시 상담을 위해 대치동에 온 이영자가 말했다.
그러자.
“음…아무래도 그건 자녀분의 실력이랑 수능까지의 남은 기간, 수업 싯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보셔야겠죠?”
그녀의 앞에 앉아 입시 상담사가 마치 그린 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영자는 만족하지 못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대충이라도 좀 알려 주실 수 없나요?”
왜냐하면 그녀에겐 정확한 금액. 그게 그 무엇보다 더 중요했으니까.
‘너무 비싸면…포기할 수밖에 없어….’
이영자가 긴장 어린 표정 상담사를 바라보자, 슬쩍 대답을 회피하려던 상담사가 마지못해 입을 연다.
“평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한 과목당 50에서 70선 정도로 예상하시면 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그 순간, 이영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상담사가 말한 금액은 그녀가 생각하고 있던 금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아들의 입시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한도는 명확했다. 없는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생…생각했던 것보다 비싸네요….”
이영자가 침중한 안색으로 말하자.
“어머님.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에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대마학원 같은 경우 한 반에 5명을 넘지 않는 소수 정예로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다가 학생별 책임 선생님이 일대일 과외 형식으로 학생들을 케어해 주니까요.”
상담사가 이영자를 설득하려는 듯 간곡한 어조로 말한다.
그리곤.
“솔직히…일반 학원에서 수업만 깨작깨작 하고 100에서 200씩 가져가는 거에 비하면 정말 합리적인 가격이죠.”
정말 그렇지 않냐는 듯 이영자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300은 좀….”
이영자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담사가 말한 금액은 무리였으니까.
그러나 경험 많은 상담사는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입을 연다.
“네 그렇죠. 그런데 어머님. 혹시 어머님도 들어 보시지 않으셨나요? 같은 서울이라도 대치동 학생들이랑 다른 지역 학생들의 실력 차가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요.”
상담사의 말에 이영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치동 학생들 성적에 대한 이야기야 자식 가진 부모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이야기였으니까.
“네. 솔직히 다른 지역에서 전교 1~2등 한다는 학생도 여기 오면…반에서 중간 정도밖에 못한다고 보시면 돼요.”
“설마요….”
이영자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자, 상담사가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연다.
“전혀요. 그런데 그게 대치동에 있는 학생들이 죄다 천재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죠. 그걸 가능케 하는 게 바로 대치동의 체계적인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러니까 적어도 제가 말씀드린 금액 정도는 예상해 두셔야 목표로 하신 대학에 가실 수 있다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그리곤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그나마 자녀분이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1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니까 그 정도 금액으로 커버가 가능한 거죠. 만약에 2등급이나 3등이었다면…아마도 그 이상의 금액을 생각하셨어야 했을 거예요.”
그러자.
“…….”
이영자는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어머님. 아까 들어 보니 인터넷 강의 이외에는 학원도 안 나가고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정말 이때를 놓치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그 정도의 재능이라면 조금만 더 체계적으로 관리해 줬을 때 무난하게 SKY 상위학과에 진학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아들을 입원 시키고 싶었지만…….
‘음…학원비가 한 달에 백만 원? 아니 한 백오십 만 원 정도 들려나? 그 정도면 내가 어떻게든 마련해 볼게. 한 일 년만 고생하면 되는 거니까.’
흙먼지로 가득하던 남편의 얼굴을 생각하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식당 서빙 타임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금액이었기 때문이었다.
“휴…나중에 다시 올게요.”
더 이상 상담사의 말을 듣기 힘들었던 이영자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정말 후회하실 거예요. 사실 3등급 이하 학생들은 돈이 넘치도록 있어도 못 오는 곳이 바로 저희 학원이니까요. 그러니 어머님 나중에라도 한 번 잘 생각해 보세죠. 자녀분을 위한 선택이 진정 무엇인지.”
상담사가 이영자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보이지 않는 칼날이 이영자 자신을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휴….”
이영자는 그 고통을 견디며 학원 문을 나섰다.
그러자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
학생들이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학원. 학원. 학원.
하지만 그 많은 학원 중 그녀의 아들이 갈 수 있는 학원은 없었다.
‘음 적어도 250 정도는 예상하셔야 합니다.’
‘입시 반이라면 한 200 정도는….’
‘기본 300은 필요하죠.’
돈. 돈. 돈. 돈.
그것이 문제였다.
분명 같은 하늘 아래 있는 땅이었는데, 이곳에서만 다른 물가가 적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휴…이젠 들어갈 힘도 없다.’
한 나절 동안의 입시 상담을 마치고 나자 이영자는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 같았다.
학원에 들어가 입시 상담을 받을 때마다.
‘돈이 없으면 왜 이런데 와?’
라고 은연중에 말하는 듯한 그들의 눈빛, 말투, 몸짓이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으아아아! 준영쌤! 왜 맨날 수업만 하고서 싹 사라져요! 요즘엔 방송도 잘 안하고!”
“요즘 바쁜 걸 어떻게 하냐. 그래도 수업은 꼬박꼬박 하잖아.”
“너무해! 그러니까 하겐다즈 모찌 사 줘요!”
“에휴. 알았다 인마 학원 매점에서 사 줄게.”
“아싸!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고 귀여운 여학생과 훤칠한 키의 스물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무래도 저 앞에 있는 학원에 다니는 학생과 강사인 모양이었다.
대치동에서 봐 왔던 학생과 강사들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분위기에 저도 시선이 향했다.
그리고.
“저…”
저도 모르게 입이 움직였다.
그러자 앞서 걷고 있던 강사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무슨 일이시죠?”
순간, 이영자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멍한 상태에서 강사를 불렀단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미쳤지.’
그녀는 당황이 가득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아…아니에요. 죄송해요. 제가 정신이 좀 없어서….”
그러자 강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엥? 쌤 혹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여학생이 눈을 번쩍이며 강사의 귓가에 뭔가 말을 한다.
그러자 강사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영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날씨도 추운데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시죠.”
뜻밖에 초대였다.
“아…아니에요. 괜찮은….”
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사양하려는 그때.
“저희 학원 코코아 맛있어요!”
어느새 다가온 여학생이 불쑥 이영자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
순간, 팔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놀란 그녀가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약간의 당황. 하지만 배시시 웃는 여학생을 보자. 방금 전까지 깎일 대로 깎였던 그녀의 심장에 살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마치 홀린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곧.
[소라게 학원 대치분원]학원 안으로 그들과 함께 걸음을 옮겨 나갔다.
* * *
얼마 뒤 소라게 대치 분원의 상담실.
“저 그럼 이만 일어나 볼게요.”
상담을 마친 이영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어머님 밖에 추우니까 머플러 꼭 여미셔야 해요.”
이아린이 미소 띤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가 살짝 풀린 머플러를 단단하게 잡아 주었다.
“아, 한참 앉아 있었더니 풀린 줄도 모르고 있었네. 고마워요. 아린 씨.”
이영자가 따뜻한 눈으로 이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어머님. 그럼 같이 나가시죠. 제가 요 앞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잠시 뒤.
“휴….”
배웅을 마친 이아린이 상담실로 돌아왔다.
“아린아 수고했어.”
나는 그녀에게 따뜻한 코코아를 건네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코코아를 받아들며 살풋 웃음을 보였다.
“아니에요. 애초에 학원에 등록하시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오셔서 제법 수월했어요.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뭐가?”
“아니 어떻게 이영자 어머님이랑 같이 들어오신 건가 궁금해서요.”
“아, 그거?”
사실 아까 학원 앞에서 이영자가 나를 불렀을 때만 하더라도 그녀가 학원을 알아보고 있는 것인지 몰랐었다.
‘처음엔 그냥 길 물어보려는 줄 알았지.’
하지만.
‘쌤. 혹시 학원 알아보시는 거 아니에요?’
김연아의 귓속말을 듣고 나자. 그녀가 학원을 찾고 있는 학부모라는 것 알 수 있었다.
‘그런 눈치는 또 얼마나 빠른지.’
“학원 앞에 서 계셨는데. 연아가 바로 알아차리더라고.”
내가 말하자.
“아…그래서 처음에 연아랑 같이 들어오셨구나. 어쩐지….”
아린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빨리 결정을 내리셔서 놀라긴 했어요. 다른 분들은 이것저것 물어보고 재 보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결정하시더라고요. 보니까 제법 많은 학원을 돌아다니신 것 같던데. 아마 학원비 때문이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150만원이요? 아니 입시 과목 전체 다 합쳐서요?’
그녀가 놀라던 모습이 눈에 선했으니까. 아마 다른 학원에서 그녀가 생각했던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안내 받았던 것 같았다.
‘그러니 우리 학원 학원비를 안내 받자마자 바로 등록하겠다는 말을 했겠지.’
“저희 학원 학원비가 저렴하긴 한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깜짝 놀라서 다시 물어볼 때도 있다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럴 것이라 생각했었으니까.
물론 그 이상의 금액을 책정한다고 하더라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많이 있었지만. 소라게 학원 본원의 학원비와 똑같이 책정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학원비를 급격하게 높이면 소라게 학원 본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길 테고 또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는 이들이 많아질 테니까.
“뭐 아까 말씀을 들어보니 소라게 아카데미에 대해서 원래 알고 계신 거 같긴 했지만요.”
그리곤 이영자가 작성한 서류를 정리해 파일에 넣는다.
“아린아. 그럼 이번 주까지 등록한 학생이 총 몇 명이지?”
내가 묻자 아린이 슬며시 웃으며 입을 연다.
“어디보자…예비 고1 35명에 예비 고2 61명 그리고 예비 고3 54명…해서 총 150명 정도예요.”
그리곤 등록자들 명부를 찾아 내게 내민다.
세세하게 정리된 명부 안에는 지난 한 달간 학원에 등록한 학생들의 이적사항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 중에 소라게 본원에 있다가 옮긴 애들은 몇 명 정도야?”
“음…옮긴 애들 몇 안 돼요. 연아랑 연아 친구들 정도? 그 외에는 다들 새로 들어온 학생들이에요. 음…아마 이대로 쭉 가면 한 달 안에 학원이 꽉 차겠는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로 속도라면 정말 한 달 안에 학원이 학생들로 가득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한 달 전 수능이 끝나고 나서 바로.
[TK IPTV에 새로운 채널 런칭! 입시, 공시 준비도 TK이와 함께!] [소라게 학원 대치, 노량 분원 오픈! 이젠 소라게 아카데미를 실강으로 만날 수 있다!]TK 강의 채널 오픈과 함께 소라게 학원 대치동, 노량진 분원을 개원했던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모두 다,
[2020년도 수능 킬러 지문! 소라게가 모두 다 잡아냈습니다!]이번 수능의 킬러문제들을 소라게 아카데미에서 캐치해 냈다는 것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 재빨리 일을 처리한 덕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표님! 벌써 저희 TV 가입자 수가 1.5 포인트이나 올랐습니다!’
‘광고주들한테 연락이 계속 오고 있어요! 언제가 괜찮으시죠?’
그 효과는 놀라웠다.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TK이의 시장점유율과 대형 광고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덕분에 TK측에서도 그리고 요튜브에서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나는 나대로 온·오프라인으로 수강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물론.
“에휴…이제 좀 쉬나 했는데 또 일이 많이 생기네요….”
또다시 다크써클이 짙어져 가는 이아린에게는 미안할 뿐이었지만.
사실 처음엔 다른 사람을 고용해 대치 센터를 개원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도무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학을 맞은 이아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네? 대치동이요? 음…거기가 집에서 훨씬 가깝긴 한데….’
그리고 그 결과.
‘…그럼 방학 기간 동안은 대치동에서 근무할게요.’
대치동 분원에서의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었다.
뭐 가끔.
“에휴, 누가 좀 안 도와주려나?”
그녀가 힘겨운 표정을 지을 때마다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음…내가 좀 도와줄까?”
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하자.
“에이, 농담이에요, 농담. 선생님은 강의 들어가셔야죠.”
그녀가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녀의 안색을 보니 딱히 농담 같지 않아 보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나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직 강의 시간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 서두른다면 그녀의 일을 어느 정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야, 조금 시간이 있으니까 좀 도와줄게.”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
그녀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내게 일을 시킬 수 없다는 듯 단단한 태도였다.
“음…그럼 너무 미안한데….”
“정 미안하시면….”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냥 거기 앉아 계셔 주세요.”
응?
* * *
“쌤! 무슨 좋은 일 있어요?”
강의를 시작하기 전 내 앞에 있던 학생들 중 하나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그 내용이 약간 뜬금없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아니 아까부터 계속 웃고 계시기에 전 뭔가 좋은 일이 있는 줄 알았죠.”
아 뭔가 했더니…·.
아무래도 아까.
‘아…아니에요! 선생님도 수업 준비 하셔야 하니까 얼른 나가셔야죠!’
아이린이 허둥거리던 모습을 생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던 것 같다.
‘그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 본 것 같은데.’
나는 고개를 저으며 내게 말을 건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너네들 괴롭힐 생각에 기뻐서 그러지. 자 이제 수업 시작한다. 정신 바짝 차려.”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말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12월 수능까지 1년이 남은 시기. 그들 또한 이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계속 들어왔을 테니까.
분위기가 잡혔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먼저 문법부터….”
잠시 뒤.
“…일단 국어의 기초는 어휘야. 어휘가 풍부해야 국어 내신이랑 수능 언어영역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 평소에 문학, 사회과학, 비문학 같은 것들 꾸준하게 읽어 놔. 알았지?”
학생들에게 평소에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쿡-
어딘가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작은 소리였지만 딱 수업의 맥을 끊는 소리였다.
나는 수업을 멈춘 뒤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금세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바로 맨 뒷자리에 앉은 3명의 남학생들. 얼마 전에 들어온 학생들 중 한 부류였다.
벌써 몇 번째 계속 그런 식으로 맥을 끊어 오고 있던 터라,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간단하게 주의를 주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들은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 일단 그럼 2번 5번 문제 풀어. 3분 있다가 바로 문제 풀고 설명 들어간다.”
나는 일단 학생들에게 문제를 풀라고 시킨 뒤, 천천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3명의 학생들이 살짝 긴장한 낯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희들 무슨 일 있어?”
내가 묻자.
“아니요.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공부하는 중이었는데요?”
“맞아요. 저희 그냥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에이, 선생님 왜 그러세요.”
녀석들은 결백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귀여운 녀석들. 나는 슬쩍 웃으면서 녀석들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곤 교재를 들어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손에 들른 녀석들의 교재는 깨끗한 백지 상태였다.
“그런 것 치곤 교재가 너무 깨끗한데?”
내가 말하자.
“아! 지금부터 하려고 했어요.”
“네. 강의 듣는다고 아무것도 못 적은 거예요.”
“맞아요. 선생님 강의가 너무 재미있어서 깜빡했어요.”
강아지도 믿지 않을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얼른 필기해. 내용은 다 기억하니?”
내가 슬며시 웃으며 말하자.
“어…그…그럼요 당연하죠.”
녀석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결국.
“어…야 나 펜 좀 빌려 주면 안 될까?”
“나도”
“어…나도.”
앞에 있는 학생에게 펜을 빌리려 했다.
“……?”
순간, 어이가 없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신들도 당황한 듯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책상에 고개를 받는다.
아니, 이 녀석들 공부를 할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