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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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공격대 (2)
“아니 그 녀석이 글쎄 ‘선생님이 엄마도 아니면서 왜 이리 잔소리가 심하냐’고 하더라고요. 서른 초반 총각한테 아빠도 아니고 엄마라니…허참 어이가 없었죠.”
사내가 슬쩍 웃으며 말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다들 적대적이고 비협조적인 학생들과의 일화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사내가 학생과의 트러블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한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강사들 중 한 명이 묻자. 사내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으며 입을 연다.
“뭐 녀석이 그런 식으로 나오니 저도 제 나름의 방법을 사용했죠.”
“어떤 방법을요?”
“심플하게 학생 부모님께 연락드리고 3시간 논스톱 강의를 해버렸습니다. 뭐…그렇게 몇 번 하다보니까 나중엔 그럭저럭 따라오더라고요.”
사내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사람들이 피식 웃으며 사내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사내가 말한 방법이란 게 자신의 피로를 어느 정도 감수하지 않고선 사용하기 힘든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피곤하셨겠네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강사들 중 한 명이 말하자.
“뭐 그렇긴 했죠. 그런데 사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 정도 아니겠습니까.”
사내가 멋쩍은 웃음으로 답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가 말한 것처럼 강사와 학생 간에 트러블이 생겼을 때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사실 이상적으로야 방황하는 학생을 열정적인 강사가 계도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거야 그나마 상태가 괜찮을 때의 이야기였다.
‘가끔은 별 이상한 이유로 강사를 적대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러니 그 정도가 약한 정도라면 자체적으로 케어를 하겠지만 그 정도가 심한 경우 강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학생을 내보내던가 아니면 강사 자신이 학원을 떠나던가.
‘대부분은 학생을 내보내지.’
잔인해보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양자택일 하지 않으면 학생도 강사 그리고 학원도 고통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나마 그 녀석은 귀여운 편이었죠. 으 또 한 번은 말입니다….”
은근슬쩍 전에 하던 이야기를 끝낸 그가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술잔을 기울였다.
수업이 끝난 뒤 간단한 회식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지난 한 달 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왔던 터라, 소라게 학원 소속 강사들과 지난 한달 간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 달 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것 정도야 학원 회의를 하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내밀한 이야기는 회의자리보다는 회식자리에서 많이 나올 테니까.’
처음엔 다들 조금 어색해 하긴 했다. 아무리 지난 한 달간 같이 일을 해 오긴 했다지만 대부분은 그저 오다가다 인사를 주고받은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자 다들 한 잔 하시죠!‘
술이 몇 순배 돌자 사람들의 입이 가벼워졌다.
“아 제가 말이죠. 원래 ESB강의를….”
“이번 수능에 나올 문제들 같은 경우엔….”
“전에 있던 학원이 글쎄….”
그러자 곧 그들의 입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학생. 학부모, 학원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학원에서 회의만 해서는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지난 한 달 동안 학원에서 있었던 일들이 대략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첫 달은 무난하게 넘어간 것 같네.’
아무래도 대치동에 오는 학생들 대부분이 자의든 타이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머릿속에 각인하고 오는 게 큰 것 같았다.
‘수업 분위기가 쉽게 잡히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순 없었다. 대치동도 사람이 사는 곳인 만큼 언제 어떻게 사건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었으니까.
게다가.
‘한 번 터지면 대형 사고지.’
소라게 학원이 아직 대치동에 완전히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닌 만큼, 위험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랐다.
그러니 절대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렇게 강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난 한 달을 정리하고 있을 때.
“원장님.”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 왔다.
슬쩍 돌아보자 아까 학생과의 트러블 이야기를 하던 강사였다. 긴장의 역력한 강사의 얼굴을 보자 뭔가 이상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법 쾌활한 어조로 분위기를 주도해 가던 사람이 바로 그였으니까.
“네? 왜 그러시죠?”
“음…제가 지인한테 좀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
내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슬쩍 주변을 돌아본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들을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자기들끼리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던 터라 이쪽에 시선을 주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사내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휴…아무래도 요즘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도는 모양입니다.”
응? 소문?
그의 입에서 영 뜬금없는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나는 그의 잔에 술을 채워주며 그에게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그러자 그가 약간 멈칫하더니 슬쩍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음…그런데 그게 좀 허황된 이야기이기도 하고…원장님께서 불쾌해하실 만한 이야기라서….”
“괜찮으니까 말씀해 보시죠.”
내가 웃는 얼굴로 말하자.
“그게…원장님이 학교 교사들한테 돈을 주고 시험지를 빼돌렸다는 소문이…그리고 또 원장님이 전 학원에 계실 때 강사들 자료를 빼돌린다는 이야기도….”
아,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나 했더니…
보아하니 주변 지인들에게서 나와 소라게 학원에 대한 흑색선전을 들은 것 같다.
흑색선전.
투우에서 소를 유인해 정수리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를 의미하는 메타도르(matador)에서 유래한 단어로, 출처가 없거나 근거가 빈약한 내용들을 만들어 상대를 중상모략하고 교란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야기만 들어보면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이런 전략이 통하나 싶기도 하지만.
아, 왜 괴벨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기 필요하다’고.
원래 아주 그럴 듯한 거짓이 진실보다 더 진실 같을 때도 있는 만큼, 흑색선전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란 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한달 동안 이 학원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게 있으니까요…그래도 이런 소문이 돌고 있으니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사실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사자인 내게 이런 말을 건넬 생각을 하지 못했겠지.
그렇게 보니 그가 고마웠다. 어떻게 보면 원장과 강사라는 관계에서 하기 어려운 말이었을 텐데 싫은 말을 들을 걸 감수하고 내게 이야기해 준 것이었으니까.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위기감이 든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야 알음알음 소문을 퍼뜨리는 것 뿐 일 테니까.
그리고 그런 것들이라면.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
어차피 학부모들이 학원을 선택하는 기준은 단 하나뿐이었다.
‘성적’
그러니 학생들의 성적만 안전하다면 흑색선전 따위야 웃으면서 넘겨 버릴 수 있었다.
“원장님 그래도 일단은 조심하시는 게…아무래도 이 바닥에 별에 별 일이 다 벌어지지 않습니까.
하지만 뭐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을 수밖에.
“괜찮습니다. 중상모략 흔들릴 거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죠. 그리고….”
나는 슬쩍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그 전에 선생님처럼 고마운 분들이 미리 말씀해 주시겠죠. 아니라면 제가 인생을 잘못 산 게 될 테고요.”
그런데.
“아….”
대답은 영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슬쩍 돌아보니 테이블 구석에 앉아 있던 여자 강사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유리잔을 깨뜨린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러시죠?”
내가 묻자. 잠시 주저하던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천천히 입을 연다.
“저 그게…사실은 저도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응? 또 왜?
“어떤?”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그게….”
그녀가 주변을 한 번 주욱 돌아보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연다.
“저 사실…우리 학원에 이상한 애들이 있는 것 같아요.”
* * *
‘저 사실…우리 학원에 이상한 애들이 있는 것 같아요’
‘네 이상한 애들이요?’
‘아…그게…’
그녀가 입에서 나온 말은 제법 충격적이었다.
사실 그녀가 전에 있던 학원이 폐업을 했을 때에도 지금처럼 흑색선전이 알음알음 퍼져나갔다.
그렇게 학원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나중엔 학부모들도 흔들리는 상태가 됐다.
물론 제법 실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던 학원이었기 때문에 그때까지 버틸만 했지만 곧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들 중에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들도 나타나고…또 성적이 쭉쭉 떨어지는 학생들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분명 들어올 땐 테스트를 가뿐하게 통과한 애들이 시험만 봤다하면 아래가 없다는 듯이…그러다 보니까 강사들 분위기도 안 좋아지고….’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퍼져나간 소문과 학생들의 성적하락 그리고 그로 인한 강사들의 이탈까지, 학원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음…그럼 그 학생들을 내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상한 학생들을 찾았을 때 바로 조치를 취했다면 그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
‘휴, 그랬죠. 그 학원 원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고 애들을 내보냈어요. 그런데…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너무 늦은 거죠. 가뜩이나 안 좋은 소문이 나 있는 상태에서 애들까지 내보내니까 그나마 있던 학생들도 다 나가 버리고….’
어제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전전 학원에 다닐 때에도 다른 학원에 뻐꾸기들을 집어넣어 학원의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었지만.
‘에이 그게 말이나 돼? 아니 어느 미친놈이 자기 성적 버려가면서 학원에 그런 짓을 해.’
그녀의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일은 그냥 강사들 사이에 떠도는 도시전설 같은 거으로 치부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내가 마음에 안 들었나?’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날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고.
물론 내가 대치동 평균 학원비 보다 적은 금액으로 학원비를 책정한 것도 그리고 또 제법 공격적으로 학생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거야 기존에 학원비가 그만큼 부담스러웠다는 말이지.’
아무튼 확실한 것은.
‘그런데 그 학생들 중에 한 명이랑 어제 학원에서 마주쳤어요. 아무튼 원장님 지금이라도 빨리 애들을 한 번 솎아 내시는 게….’
현재 내 학원 안에 내 원생이 아닌 존재가 스며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썩은 귤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 솎아 내야만 했다. 그래야만 상자 안에 있는 다른 귤들이 안전해질 테니까.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누가 뻐꾸기인지 아닌 지 알 수 없으니.’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마치 극악 난이도의 지뢰 찾기를 하는 기분. 눈을 가리고 스도쿠를 하는 느낌이었다.
‘흐음….’
그런데 그때.
똑똑-
누군가 원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내가 말하자.
찰칵-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람은 바로.
어제 수업시간에 걸린 세 학생들 중 한 명.
그리고 여자 강사가 말한 ‘이상한 학생들’ 중 한 명인 황정현이었다.
나는 슬쩍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어서와 빨리 왔네?”
그러자 그가 불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왜 부르셨어요?”
아무리 봐도 뭔가 마음에 안 드는 표정. 하지만 나는 그의 눈동자를 스치는 불안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그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며 다가갔다.
그리곤.
“상담을 좀 해 볼까 하고.”
슬쩍 웃으며 녀석을 바라보았다.
‘뻐꾸기를 모르면 뻐꾸기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