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42
142
142화 공격대 (4)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
“아니 왜 전화를 안 받아!”
대치동 학원가의 터줏대감. 대치동 학원가의 살아있는 전설. 대마(大馬)학원의 원장 이경영이 분노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내려다보았다.
“젠장!”
아까 전부터 벌써 5통째. 그가 연결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전화가 연결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그는 초조한 안색으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1번 황정현] [2번 권용형] [3번 이환철].
.
1번부터 5번까지, 그가 소라게 학원에 잠입시켜 놓은 세작(細作)들의 이름이 보였다.
평소에는 그의 연락이 닿기가 무섭게 전화를 받던 이들. 그가 던져 주는 사료 한 톨에도 감사를 표하며 고개를 숙이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오늘따라 단체로 잠수를 타기라도 한 듯 모두 다 연락두절.
전화를 걸 때마다 소리샘으로 연결된다는 안내음만 계속 되풀이되며, 그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고 있었다.
“오냐 네놈들이 전화를 안 받는다 이거지? 어디 네놈들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이쯤에서 포기한다면 그 동안 들였던 돈과 시간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이었으니까.
‘어디보자.’
때문에 그는 터질 것 같은 마음을 다잡고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1번 황정현]그리곤 원하는 번호를 찾아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쨌든 오늘 목이 마른 자는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그러나.
뚜르르- 뚜르르-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이번에도…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도대체가…이놈들이 왜 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전화기를 든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후우….”
그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금방이라도 큰 소리가 터져 나올 듯 그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가 있는 곳은 아직 학원.
아무리 그가 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소리를 지를 수는 없었다.
소셜 포지션도 지켜야 하는데다가, 그가 전화를 걸어 하고자 했던 일이…그리 떳떳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부터 시작해야 할 텐데….’
그가 세작들에게 지시하고자 한 것은 바로…소라게 학원에 대한 흑색선전.
대치동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 소라게 학원을 퇴치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결행일이 바로 내일이었다.
물론.
‘그것도 연락이 닿아야 뭘 하지!’
정작 그것을 실행에 옮길 선수들이 행방불명이니 그로서는 열불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쾅-
그는 책상을 한번 크게 내려쳤다.
그러자 달아올랐던 감정이 조금 가라앉았다.
‘일단은 통화가 우선이다.’
그리곤.
[내일부터 작업 시작이니 문자 보면 바로 연락해라]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전송했다.
‘분명 술이나 처마시고 있겠지. 비렁뱅이 같은 놈들.’
분명 어제 수고비로 보내 준 돈으로 흥청망청 퍼붓고 인사불성으로 누워 있는 게 분명했다.
‘그 놈들이 뻔하지.’
그가 생각하는 세작들이란 본래 그런 놈들이었으니까.
자퇴생들.
가난. 왕따. 무고. 폭력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고등학교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낙과(落果)들.
사회라는 과수원이 포기해 버린. 염가로 떨이 판매해 버리는 저렴한 과일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내가 아니면 그냥 썩어 갈 것들.’
그런 그들에게 살 길을 열어 준 것이 바로 그였다.
‘뭐 그 동안 나한테도 도움이 됐지만.’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내야지. 소라게만 정리하면 이놈들도 확.’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며 다시 한 번 전화기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뚜르르- 뚜르르-
신호음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안 되면 직접 찾아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보세요.]수화기 너머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 동안의 분노가 순식간에 터져나갈 듯했다. 하지만…그는 가까스로 그 분노를 참아냈다.
만약 여기서 성질대로 내쏘아 버린다면 비록 기분은 좀 풀리겠지만 소라게 학원이라는 교란종을 몰아내는 것은 요원해지기 때문이었다.
‘삐져 가지고 안 한다고 버틸 수도 있으니.’
그러니 지금은 이 순간만은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했다.
나중에야 신고를 하든 조리돌림을 하든 맘대로 하더라도 지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녀석을 구슬려야 했으니까.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어 그래. 정현아. 네가 연락을 너무 안 받아서 걱정했잖아. 혹시 아픈 건 아니지?”
그의 입에서 어울리지 않게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뭐 괜찮아요.]수화기 너머에서 떨떠름한 기색 느껴졌다.
마치 ‘원래 안 그러잖아 갑자기 징그럽게 왜 그래?’라는 말을 함축하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나도 오글거린다 인마!’
하지만 오늘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오글거림 정도는 참아야만 했다.
이경영은 올라오는 쓴물을 삼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다행이네. 그건 그렇고 문자 보낸 거 봤지? 그…오늘부터 슬슬 일을 시작해 줬으면 하는데 어때?”
그러자.
[오늘부터 당장이요?]“그래. 이제 슬슬 일을 시작해야 너도 빨리 나오지 않겠어? 그 거지 같은 학원에 오래 있을 필욘 없잖아.”
그런데?
[…….]웬일인지 녀석이 말이 없었다.
평소에도 그리 살가운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키는 것은 꼬박꼬박 잘하고 대답도 잘 하던 놈이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이미 쏘아진 살이요. 엎질러진 물이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멈출 수 없었다.
“그러니까 같이 있는 애들한테도 전해. 이제 천천히 움직이라고. 내가 활동비는 꾸준히 넣어 줄 테니까 들키지만 않게 사부작사부작 알았지?”
이경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만 끝나면 진짜로 아웃이다 인마.’
그러나.
[모르겠는데요?]수화기 너머에서 뜻밖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이경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수화기에서 넘어 온 말은 평소 황정현과 그의 관계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응?”
그리고 바로.
[말한 거 할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 아시라고요.]황정현의 확인사살이 뒤를 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지.
“어…? 야 너 왜 그래? 뭐 잘못 먹었어?”
화가 나기는커녕 궁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뭐 잘못 먹은 건 아닌데. 이젠 이런 일 신물이 나네요.]황정현은 마치 놀리듯 대답할 뿐이다.
그제서야 이경영의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지금까지 발아래 깔고 있던 것이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느낌이었으니까.
“너 이 은혜도 모르는 새끼야! 인마 너 인마 이딴 식으로 하면 좋을 거 없어. 알아?”
이경영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불만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세요. 둘이 나란히 들어가면 되겠네. 나야 뭐 아쉬울 게 없는 놈이라 괜찮기는 한데…원장님은 들고 있는 게 좀 무겁지 않으신가요?]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경영은 머리가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설마?’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일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물론 20살 자퇴생의 말만 듣고 그가 구속되거나 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라는 게 있었다.
“…너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돈이 부족해서 그래? 그거라면 내가 인마 일 끝나고 두둑하게 챙겨 줄….”
저절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부드럽게 변했다.
하지만.
[됐고. 앞으론 이런 걸로 전화하지 마요. 당신 목소리 이젠 지긋지긋하니까.]황정현은 그걸 받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뚝-
“어? 끊어? 이 새끼가 끊어? 야이 개새끼야!”
그리고 곧 이성을 잃은 이경영의 목소리가 대마학원 안에 울려 퍼졌다.
* * *
[…너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돈이 부족해서 그래? 그거라면 내가 인마 일 끝나고 두둑하게 챙겨 줄….]수화기 너머에서 대마학원 원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황정현이 어떻게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허술한 음모의 원흉이 대마학원 원장이라는 것을 확인한 이상, 대마학원 원장의 헛소리를 듣고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자.
“됐고. 앞으론 이런 걸로 전화하지 마요. 당신 목소리 이젠 지긋지긋하니까.”
황정현이 단호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는다.
그리곤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됐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수고했어. 들어가서 앉아.”
저번 원장실 상담을 통해 황정현을 회유한 결과.
‘휴…이 학원에 들어온 사람은 총 5명이에요. 저랑 용형이랑 환철이 그리고…’
내 예상보다 더 많은 이들이 내 학원에 숨어들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음…이거 몰랐으면 제법 큰일이 났었겠는데.’
설마 5명씩이나 학원에 칼을 숨겨 뒀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살짝 놀랐다.
‘아직 일이 벌어지기 전에 찾아내 다행이네.’
아무래도 만약 조금만 더 늦게 발견했었다면 다른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 강사들에게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쳤었을 테니까.
그리고 지금 내 앞에는…
둥지를 벗어난 뻐꾸기들 다섯이 잔뜩 긴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안한 듯 떨리는 눈동자.
황정현의 연락을 받고 학원에 모였다가 내가 나타나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자들이었다.
“다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겠지?”
그러자 그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원망하는 표정으로 황정현을 바라보았다.
마치 배신자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 내부고발자를 바라보는 공무원들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눈빛에서 불구하고 황정현은 떳떳했다.
왜냐하면.
“야 너희 나한테 고마운 줄 알아 나 아니었으면 너네 소년원 가는 거였어.”
그의 말이 맞았으니까.
사실 처음 황정현을 회유해 다른 이들의 정체를 파악했을 때만 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경찰서로 다이렉트 시켜 버릴 생각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어린 나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들이 한 일이 대마학원 원장이 시킨 것을 따른 것뿐이라고 하더라도, 그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뭐 칼에는 죄가 없다지만…그 칼이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러니 차라리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범죄와 처벌이라는 개념을 그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켜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음, 사실 저 빼고 다른 애들은 아직 미성년자에요.’
그들의 나이가 문제였다. 아직 눈에 띠는 일을 벌이지 않은데다가 두드러지는 증거도 없는 만큼 이대로 경찰에 신고한다 한들, 만족할 만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더 나쁜 버릇만 들겠지.’
물론 그냥 쫓아낸다는 선택지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만약 이 상황에서 이들을 그냥 학원 밖으로 내보낸다면.
‘대마학원 원장이 좋다고 달려들어서 네가티브를 시작할 테니까.’
그러니 학원 내에서 이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나는 그들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솜털이 가시지 않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분필을 들었다.
그리곤.
탁-
칠판에 가져다 댔다.
[대학]내가 칠판에 적은 것을 본 뻐꾸기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들 대학가고 싶지 않아?”
그러자 녀석들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가기 싫어?”
내가 묻자.
“가고 싶죠. 가고는 싶은데…저희가 거길 어떻게 가요. 성적도 안 되고 그리고…돈도 없는데.”
박환철이 입술을 짓씹으며 대답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나만 따라오면 내가 올해 안에 너희들 장학금 받고 대학 다닐 수 있게 해 준다.”
그러자 그들이 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지.’
나는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신, 너희가 해 줘야 할 게 하나 있어.”
당하고만 있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