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43
143
143화 죄와 벌 (1)
‘휴,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어.’
황정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자신이 해 왔던 일에 대한 회의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괜찮은 일 있는 데 한 번 안 해 볼래?’
사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었다.
‘그래, 이름이 황정현이라고? 허허 자식 잘생겼네. 우리 한번 잘해 보자. 너만 잘해 주면 내가 한몫 두둑하게 챙겨 줄게.’
처음 친하게 지내던 자퇴생에게 대마학원의 원장을 소개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마침 돈도 필요했던 데다가.
‘뭐하는 거냐고? 음, 그냥 학원 들어가서 공부 좀 한다고 보면 돼. 뭐? 불법적인 일? 아니야 아니야, 내가 그런 짓을 왜 해. 그냥 대치동에 있는 학원들끼리 서로 피드백 해 주려고 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대치동 학원가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끌렸으니까.
‘그나저나 너 성적은 얼마나 나오냐? 모의고사 말이야 모의고사. 뭐 몇? 오 3등급? 좋아좋아. 그럼 바로 들어가자.’
다행히 학창시절에 공부를 어느 정도 해 놨던 터라. 테스트에서 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동안 학원비랑 용돈은 내가 대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학원 다녀. 대신 절대로 학원 사람들한테 네가 내 지시를 받는다는 걸 들키면 안 된다. 응? 야 인마 피드백 요원이 들키면 피드백을 어떻게 하려고 하냐! 언더커버 몰라, 언더커버?’
그리고 한동안은 나름 즐거웠다. 처음 두 달 정도는 정말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 정현이 배우는 게 빠르네?’
‘야 조금만 더 하면 되겠는데?’
‘쌤이 도와줄 테니까 화이팅하자.’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이 황정현이. 그래 그동안 잘 지냈어?’
그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 슬슬 움직이자고. 응? 피드백? 아 그거? 당연히 구라지 인마.’
대마학원 원장은 그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었던 데다가.
’어? 너 설마 그걸 믿었어? 이거 보기에는 똘망똘망해 보이는 데 의외로 순진하구만. 야, 인마 누가 미쳤다고 다른 학원 피드백을 해 줘. 잔말 말고 얼른 시키는 대로나 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그 또한,
‘뭐 싫어? 허 참. 야, 인마 그동안 돈을 받아 처먹었으면 돈값을 해야 할 것 아니야.’
대마학원의 원장이 저지른 범죄의 공범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자, 정현아. 너만 좀 자알 해 주면 내가 진짜 두둑하게 챙겨 준다니까? 아니 너도 두둑하게 돈 좀 벌어서 친구들처럼 대학도 가고 여행도 가고 해야 할 거 아니야.’
‘허허 너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하면 곤란해. 어린 나이에 큰일 치르고 싶지 않으면 그냥 모르는 척 하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게 좋을 거야, 알아들어? 인생 조지고 싶지 않으면 입 닫고 내 말대로 하라고.’
그때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었다.
거절하기엔 너무나 두려웠으니까.
그리고 얼마 뒤.
원장이 시키는 대로 일을 진행한 결과.
[건물 임대. 010-99XX-1132. 학원이나 병원 직종 추천]그가 두 달간 다녔던 학원이 순식간에 몰락했다.
모두다.
‘OO학원 다니던 애들 성적이 쭉쭉 떨어졌데.’
‘나도 들었어. 돈만 밝히고 애들한텐 신경도 안 쓴다는데?’
‘어쩐지 OO학원 원장 성격이 안 좋아 보이더라.’
‘그래서 그런가? 이번에 그 학원 강사들 다 나간다더만?’
그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불러온 결과였다. 물론 그로 인한 죄책감이 몰려들었지만.
‘수고했어. 너네 덕분에 한동안은 두 발 뻗고 자겠다. 자, 여기 수고비. 내가 넉넉하게 넣었으니까 술이라도 한잔해. 뭐? 미성년자? 아…맞다. 너네 미성년자였지. 허허 나이가 들면 이런다니까.’
금력과 권력을 가진 대마학원 원장 앞에선…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네 어디 가서 나 안다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마라. 응? 아니 난 너희들 걱정 되서 그러지. 난 너네가 누군지. 어디 사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 또한 학원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것을 원장의 눈에서 읽을 수 있었으니까.
‘내 밑에서 일해 볼 사람은 남고, 다른 데 가고 싶은 사람 있으면 지금 말해. 내가 괜찮은 데 소개시켜 줄 테니까. 어찌됐던 우리는 한 배를 탄 사람들 아니냐.’
때문에 그는 대마학원 원장이 놓아 준다는 제안을 했을 때 바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벗어날 수 있을 때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원장 또한 자신을 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돈 좀 모아서 아는 사람 없는 곳으로 가 버리자.’
그러나 그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어이, 황정현이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원장은 결코 그를 놓아 주지도, 그렇다고 잊지도 않았으니까.
‘알바? 에이 내가 강 사장한테 말해 놓을 테니까 한두 달만 같이 일해 보자. 어때? 저번처럼만 하면 이번엔 내가 조금 더 챙겨 줄게. 어때?’
갑자기 연락을 해 온 대마학원 원장은 그에게 거절하기 힘든 액수의 금액을 제시하며, 다시 한 번 죄를 지을 것을 요구했다.
‘할 거지?’
그 돈이면 황정현이 반년을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돈. 알바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향할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어? 뭐 싫어?’
그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두 번은 못할 짓이야.’
그 동안 애써 내리누르고 있었던 죄책감이 그의 심장을 쿡쿡 찔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야! 너 인마 이게 제안이라고 생각 하냐? 허허 이놈이 이게 내가 웃으면서 말하니까 우습게 보였나 보네? 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제안이 아니야. 명령이야 명령. 알아들어?’
그는 벗어날 수 없었다. 원장이 목소리를 듣자 지난 날 원장의 눈빛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하면.’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럼 OO일 OO시까지 OO역 앞 카페로 와.’
결국.
‘자. 저번에 한 번 해 봤으니까 더 잘할 수 있겠지? 이번엔 새 선수들이니까 한번 잘 해 봐.’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죄악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번 타겟은 소라게 학원이라는 곳이야. 이상한 놈이 원장으로 있는 곳이니까 좀 조심해야 될 거야.’
그리곤 원장의 지시에 따라 소라게 학원으로 침투했다.
‘소라게 학원? 이상한 이름이네.’
그런데 그가 소라게 학원에 침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현아. 너. 고등학생도 아닌데 왜 여기에 있어?’
학원의 최종 보스인 원장에게 걸려 버렸다.
‘어떻게 알았지?’
처음엔 그저 도망가야만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들켰을 때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자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고, 정신이 혼미해졌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개새끼]때마침 걸려온 전화까지 가일층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때.
‘토끼는 자연 세계의 법칙이 정해 놓은 자기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늑대를 강한 자로 인정하지….’
자신에게 선택을 종용하던 최종보스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교활해지고 수세에 몰리면 겁을 먹고 도망을 치며 목숨을 부지해 가. 늑대와 싸우려 대드는 일도 없이 말이야. 뭐 그게 분수에 맞아 보이긴 하지만.’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웬 토끼?’
때문에 황정현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자신은 지금 혼란스러워 죽겠는데 무슨 토끼야,’
하지만 최종보스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던 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할 말을 계속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 현명한 걸까?’
이 사람…오글거리는 말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한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듣는 순간 황정현은 자신의 심장이 움찔 거리는 것을 느꼈다.
‘너무 오랫동안 침묵한 나머지 이제는 내 안에서 폭발하여 나가려고 한다….’
순간, 오래전에 봤던 영화 속 대사가 떠올랐다.
‘내 안에서 폭발하여 나가려고 한다.’
그는 그 대사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았다.
‘할 수 없어.’
그를 내리누르던 깊은 무력감.
‘걔들은 원래 그래.’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명령이야. 명령.’
그를 옥죄게 만드는 두려움.
그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전두엽이 절제된 환자들처럼 무력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가던 삶. 그 삶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똑똑-
황정현은 굳게 닫힌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찰칵-
닫혀 있던 문이 거짓말처럼 가볍게 열렸다.
“어서 와. 빨리 왔네?”
“네. 빨리 드리고 가려고요.”
“들어와.”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바로 그에게 선택을 종용했던 최종보스.
김준영이었다.
“아니에요. 집 가서 공부해야죠.”
준영의 제안을 거절한 황정현이 준영에게 자신이 들고 온 것을 내밀었다.
‘대신, 너희가 해 줘야 할 게 하나 있어.’
그것이 바로 그가 잘못 들어섰던 길을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였으니까.
* * *
스륵-
황정현에게 받은 자료를 확인한다.
그러자.
[2011년, OO학원, 폐업, 투입인원 3명…] [2014년, XX학원, 축소, 투입인원 5명…] [2016년, AA학원, 폐업, 투입인원 4명…] [2017년, QQ학원, 이전, 투입인원 3명…].
.
해당 년도와 학원 이름, 폐업 유무, 투입인원 그리고 투입인원의 이름과 연락처, 대마학원이 사용한 방법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많기도 하구만.’
엊그제 내가 우리학원에 들어온 뻐꾸기들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그것은 바로.
‘대마학원이 지금까지 저지른 일에 대한 자료 전반.’
그동안 대마학원 원장이 공작을 펼친 학원들에 대한 자료들이었다.
처음 우리 학원에 5명이나 되는 뻐꾸기들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에 대해서 고민했었다.
마음만 같아서야 당장에라도 찾아가 대마학원 원장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그건 하책 중의 하책이지.’
대마학원 측에서 선선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마학원과 드잡이질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라게 학원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학생이나 학부모들한테 이미지는 중요하니까.’
그러니 최대한 상대방에서 타격을 주면서 나에겐 손해가 돌아오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다 문득.
‘뻐꾸기들끼리는 연락을 하고 있지 않을까?’
대마학원 원장이 자신의 칼로 사용한 이들끼리는 서로 비밀을 공유할 것이라 것에 생각이 닿았다. 원래 같은 처지에 있는 자들끼리의 유대감은 강한 법이니까.
그리고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저희랑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요? 음…저한테 이 일을 소개시켜 준 형이 있긴 한데…한번 물어볼게요.’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자료였다.
자, 이제 이 무기를 어떻게 사용할까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흐음, 이걸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단순히 신문사에 투고를 해 버릴까?
아니면 경찰서에 증거로 제출해 버릴까?
그도 아니면…….
‘조금 색다르게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