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44
144
144화 죄와 벌 (2)
2월이 거의 다 끝날 무렵.
국내 3대 입시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 자료 하나가 올라왔다.
[대치동 학원가의 진실 (1).jpg] [조회수31] [추천3] [반대7]그 자료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적절한 사진과 그림, 자막으로 담아낸 자료였다.
[댓글 : ㅋㅋㅋ 이거 뭐냐 재미는 있는데 이게 말이 됨?] [댓글 : 작성자 오바가 좀 심한 듯] [댓글 : ㅇㅇ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은데?]물론 처음엔 사람들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어그로를 끌려는 자료야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게 인터넷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게시물은 달랐다.
[대치동 학원가의 진실 (2).jpg] [조회수155] [추천50] [반대14] [대치동 학원가의 진실 (3).jpg] [조회수3091] [추천700] [반대25] [대치동 학원가의 진실 (4).jpg] [조회수30020] [추천8122] [반대177].
.
일주일에 두 편씩 꾸준히 올라오는 게시물. 그때마다 점점 퀄리티가 좋아지는 자료에 점점 사람들의 관심이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 : 와…이게 진짜 학원이야? 정말 상상초월이다 진짜] [댓글 : ㄷㄷㄷ 레알루다가 이건 뭐 영화네 영화야] [댓글 : 그럼 장르는 조폭물?] [댓글 : ㅇㅇ 저 정도면 그냥 조폭이니까.] [댓글 : 저런 미친놈 만날까봐 애들 학원 보내기 무섭다 ㅠㅠ]사람들의 반응이 180도로 뒤바뀌었다.
그동안 풍문으로만 들었던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대형학원 원장들과 강사들의 비윤리적인 행태가 여실히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댓글 : 그런데 이거 진짜 있는 일은 아니겠지?]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사실일지 아닐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댓글 : 에이 뭔 소리야. 저게 말이 됨? 나도 강사생활 해봤는데 저런 거 1도 없음 ㅋㅋㅋ] [댓글 : ㅇㅇ 진짜 저렇지는 않겠지. 작성자가 좀 오바한 듯]대부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만큼 게시물 안에 들어 있는 내용들이 충격적이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법.
얼마 지나지 않아…진짜가 나타났다.
[댓글 : 저…보다보니 제가 당한 일이랑 비슷하네요. 특히 이상한 학생들이 들어와서 학원 평판 깎아 먹는 부분이…휴…학원 접었을 때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정리된 거 보니 정말…] [댓글 : 우리학원에서도 이 비슷한 일 있었음…허허 이거 전말이 이런 거였구나…]게시물에 나와 있던 것과 비슷한 일을 겪은 전현직 원장들과 강사들의 증언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댓글 : 아니 이게 진짜 있던 일이었어? 와 미친]처음엔 믿지 않던 사람들도 게시물의 내용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댓글 : 야 이건 좀…아무리 우리나라가 썩었기로서니 학원에서…] [댓글 : 우아 글로만 본 나도 빡치는 데 실제로 겪으면 ㄷㄷ]그러자 사람들 모두 당사자들처럼 분노.
[댓글 : 이건 우리만 봐선 안 됨! 퍼갈게요!]순식간에 입시와 상관없는 일반 커뮤니티, 포탈 블로그 등으로 게시물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이 타이밍을 기다렸다는 듯.
[단독! 나는 고발한다. 대치동 학원가의 추악한 민낯!]인터넷 신문 기사가 떴다.
특별한 이슈가 없는 와중에 터뜨린 기사라선지 금세 우라까이 기사들이 붙기 시작했다.
[학원가의 모럴해저드. 그냥…성적만 올리면 된다?] [스타 강사의 두 얼굴. 낮에는 착한 원장님. 밤에는 조직폭력배] [학원 1번가 대치동에 파문 확산…학원권력의 본모습]마침 지방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 된 후 사교육과 공교육에 대한 변혁의지가 팽배했던 시기라 온오프라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이 문제에 집중되고, 급기야.
[대치동 학원가 수사] [청원 진행 중]청와대 국민청원 청원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청원을 등록하고 청와대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서는 30일 동안 총 20만 개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했지만.
[참여인원 114,501명]불과 3일 만에 답변에 필요한 인원의 반 이상의 모였다.
상황이 이쯤 되자.
‘어…이거 우리 동네 이야기잖아.’
‘우리 애도 대치동 학원 다니는데?’
‘헐? 여기 나온 사진 우리 학원 아닌가?’
대치동 학원가 내부에서도 난리가 났다.
‘수학 1타 강사 출신 원장? 대형학원 10년? 그럼…대마….’
게시물에서 말하고 있는 학원들이 사실 뻔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성적이 먼저다’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드러나는 진실! 협박, 폭력…이번엔 억대의 뇌물까지]그들도 속속 밝혀지는 진실 앞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자기 아이 성적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범죄자에게 자신의 금쪽같은 아이를 맡기고 싶어 하는 부모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그렇게 하나둘씩 학생들이 빠져나가자. 해당 학원의 강사들도 차가운 눈초리 원장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원장님, 저 학원 그만두겠습니다.’
‘아니…이 선생 왜 갑자기?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요?’
‘…그 이유는 원장님이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그러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원장들이 부랴부랴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발 벗고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이렇게 가만히 있다간 다 죽어요!’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방법이 없는데.’
‘방법이 없으면 만들어야죠!’
그들은 힘을 합쳐.
[대치동 학원들! 모든 것은 날조된 것. 법적 조치 취할 것] [원장들의 눈물 ‘지난 10년간 양심을 지키며 살았는데…’ 소수의견은 어디로?] [우리 사회의 드레퓌스! 진실은 언젠간 밝혀지기 마련]자신들의 인맥을 총 동원에 여론에 맞불을 놓아 사람들의 의심과 분노를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대치동 학원가의 진실 (증거편).jpg] [조회수438,489] [추천212,451] [반대7,201]기다렸다는 듯 올라온 게시물과.
[댓글 : 사실 저거 다 트루임. 나도 우리 학원 원장이 시켜서 한 번했었음…후 양심에 찔린다]익명의 내부 고발자.
[저 김영철은 저 사건의 피해자입니다.]그리고 신분을 밝힌 피해자들이 나타나면서. 여론을 잠재우려던 학원 원장들의 연합전선은 금세 붕괴.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되어 버렸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흐음, 그러니까 이번 일만 잘 처리 되면 제가 적절한 보상을 해 드릴 테니까 이번에 올라온 내용들이 다 사실 무근이라고만…]피해자들과 합의를 시도했다는 내용의 녹음파일마저 공개되어 버리자.
[댓글 : 이놈들아! 우리가 개돼지로 보이냐!]사회를 기만하려고 했다는 것 때문에 연합 이전보다 더 깊고 넓게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참여인원 234,501명]국민 청원에 동조한 사람의 수가 20만을 넘어섰다.
그 결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정부가 칼을 뽑아들었다.
특별 수사팀이 꾸려지고 500인 이상의 대형학원의 전수 조사하여 관련 범죄들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러자 지역 경찰과 교육부 그리고 대치동은 눈앞에 벼락이 떨어진 것처럼 난리가 났다.
아무리 지역에서 방귀께나 뀌는 이들 이라고 하더라도 이번에 걸리면 그 즉시 갈려 나갈 것을 직감한 것이다.
‘꿀꺽, 이번에 걸리면 인맥이고 뭐고 없다.’
상황이 이쯤 되자 지역경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최대한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 만큼 그들은 특별팀보다 더 열정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김철호 씨, 20XX년 OO일 AA시에 어디에서 뭘 하고 계셨죠?’
‘아니 동생. 갑자기 왜 그래? 사람 무섭게.’
‘…철호 씨. 묻는 말에나 대답하세요. 그날 어디서 누구랑 뭘 하고 계셨죠?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오늘 집에 못갑니다.’
덕분에 빠르게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철호 씨가 민호 씨에게 사주해서 OO학원에 악성루머를 퍼뜨리고, 나중에 자수하려는 민호 씨를 또 경호 씨를 통해 폭행. 그 폭행을 무마하기 위해 진호씨를 끌어들였다…후…이거 뭐 영화도 아니고….’
그리고 그 결과의 여파는 제법 컸다.
[댓글 : 이 조사 결과 실화냐? 국정농간 때 미친 꼴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ㅋㅋㅋ 이건 진짜 어디까지 썩어 있는 거야]교묘하게 은폐되었던 범죄와 또 그것을 무마하기 위한 범죄의 연쇄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총체적 난국.
마치 고구마 줄기가 엮이듯 한 사람을 파면 다른 사람들 수십 명이 같이 끌려 들어가는 일이 연일 계속되고. 매스컴은 신나게 그것들을 보도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음…그것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약간 소름이 좀 돋았다.
처음 황정현이 정리해 온 자료들을 어떻게 쓸지 고민할 때만 하더라도 일이 이 정도로 커 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뭐 끽해 봐야 지방 경찰청에서 수사하거나 아니면 교육부에서 지시가 내려올 줄만 알았지….’
적절한 시기, 적절한 재료, 적절한 환경이 결합된 작품이었다.
그렇게 매스컴들을 살피며 지난 한 달간 있었던 일들을 확인하고 있을 때.
“쌤! 들으셨어요? 대마학원 원장 해외로 도망치려다가 잡혔대요!”
그동안 위장했었던 신분을 벗어던지고 내 밑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던 황정현이,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휴, 한 10년 나왔으면 좋겠는데…힘들겠죠?”
나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는 황정현을 바라보았다. 사실 이 녀석이 이 커다란 사건의 단초였다. 이 녀석이 아니었다면 이 거대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뭐 이 녀석은 그게 실감이 안 나는 것 같지만.’
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연다.
“어떤 기분이세요? 아니 쌤이 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리곤 기대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음…사실 내가 한 것이라야 그리 많지 않았다. 황정현이 취합해 온 정보를 알맞게 가공해 입시 사이트에 올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친분이 있던 기자에게 자료를 제공한 정도?
그러니 온전히 내 공이라고만 볼 수는 없었다.
대부분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의 힘이었으니까.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에이, 그게 다에요? 좀 더 즐거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황정현이 못내 아쉽다는 듯 투덜거린다.
녀석,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나 보다.
나는 슬쩍 웃으며 녀석을 바라보았다.
“공부나 열심히 해 인마. 그러다가 시험 못 봐서 울지나 말고. 그건 그렇고 아까 부탁한 건 다 했어?”
그러자 녀석이 언제 불퉁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씨익 웃는다.
“당연하죠!”
“지금 필요하니까 좀 가져다줘.”
“넵 알겠습니다!”
나는 프린트를 가지러 가는 황정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사실…조금 통쾌하긴 했다.
만약 내가 강사들과 회식을 하던 날.
‘…사실은 저도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강사의 말을 듣지 못했었다면 지금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사건을 바라보고 있진 못했을 테니까.
‘정말 그랬다면 지금쯤 유언비어 막는다고 정신이 없었을 텐데.’
때문에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타이밍. 이 공백을 어떻게 적절히 이용하느냐 뿐이었으니까.
‘흐음…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런데 그때.
철컥-
갑자기 교무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실례하겠습니다.”
처음 보는 얼굴. 왠지 위협적인 인상의 사내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교무실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마치 맹수가 초식 동물들을 살펴보듯 교무실을 한차례 스윽 살펴보더니 입가를 비틀면서 입을 열었다.
“여기 김준영 씨가 누구시죠?”
순간, 교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눈이 내 쪽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불안한 눈동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음…뭐지?
나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나갔다.
“아 거기 계셨군요.”
그러자 사내가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김준영 씨. 경찰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