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46
146
146화 노다지 (1)
매서운 바람이 지나가고 난 후의 대치동.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대치동의 풍경이 변화했다.
무너지지 않는 성 같았던 대형 학원들이 있던 자리에.
[임대. 010-11XX-1029. 학원 병원 입지로 최적!] [급매 55 → 50억! 지금이 기회입니다!] [건물주가 미쳤어요! 파격 할인!!! 60억 건물을 57억에!]매매, 임대 현수막이 깃발처럼 나부끼고. 얼마 전까지 수십 대의 버스로 가득하던 학원 앞 주차장이 이제는…돈을 받아 내려는 채무자들의 차로 가득했다.
그러자.
‘대마 학원 문 닫는다던데?’
‘어 들었어. 그 옆에 있던 LDS학원도 문 닫는다더라.’
‘그래? 헐 뭐 이렇게 갑자기 막 닫냐?’
연일 무너지는 대형학원들의 소식.
‘원장 쌤! 영호 쌤 어디 갔어요?’
‘…사정이 있어서 오늘부터 못 나오시게 됐어.’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진 강사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소식에.
‘엄마! 큰일 났어. 우리 학원 곧 망할 것 같아!’
‘아니 갑자기 왜?’
‘몰라. 쌤들이 하는 이야기 들었는데 조만간 그렇게 될 것 같다는데?
‘그래? 그럼 빨리 다른 학원 알아봐야겠다. LDS학원인가? 거기 괜찮다고 하던데 거기로 옮길까?’
‘아 진짜 엄마! 거긴 저번에 망했단 말이야!’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우리 애 학원도 망하는 거 아니야?’
‘음…목동이나 노원구 쪽으로 옮기라고 해 볼까?’
‘에휴, 간신히 이사했는데 또 이사를 해야 하나?’
대한민국 사교육 1번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대치동이라는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음(陰)이 있으면 양(陽)도 있다고.
‘어머 영희 엄마. 영희가 어디 다닌다고 했지? 그 학원은 무슨 이야기 없어요?’
모두가 혼란에 빠진 와중에도 마치 시몬X 침대의 광고 멘트처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보여주는 곳도 있었다.
‘우리 애 학원이야 뭐 조용해요.’
그곳은 바로.
‘거기 학원 이름이 뭐라고 했지? 그 소라…무슨 이상한 이름의 학원 아니었어?’
‘소라게에요. 소라게! 소라…뭐시기처럼 이상한 이름이면 저희 애를 보내겠어요?’
소라게 학원이었다.
누군가에겐 비극일지 모르나 누군가에겐 희극이라고 소라게 학원에게는 지금이 사태가 근래에 다시없을 천재일우의 기회로써 작용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 그렇구나. 소라게…하하 이름이 참 좋네. 그런데 혹시 그 학원 자리 좀 남을까?’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왜요? 철우 다니는 학원도 괜찮지 않아요? 왜 저번에 들어보니까 작년에 애들 대학도 잘 보내고….’
‘그게…철우한테 들어보니까. 요즘에 학원 분위기가 안 좋다고 그러더라고. 원장이 경찰서에 자주 들락날락한다고도 하고 또 강사들도 눈치 보고 나갈 생각이라고 하니….’
‘아….’
가만히만 있어도 알아서 학원들이 자살골들을 넣고 있는데다가.
‘그러니까 영희 엄마. 영희 다니는 학원에 자리 있으면 우리 애도 좀….’
‘음…. 다른 학원들도 많지 않나요?’
‘휴…다른 학원들은 믿을 수가 있어야지. 언제 확하고 무너질지 모르니까. 그런데…그 학원은 왜 그 노량진이랑 강북에도 있고 또 인강도 크게 한다며. 그러니까….’
소라게 학원이 여러 분원들과 인강을 같이 유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무너지지 않는 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덩치가 있는 편이 낫지 않겠어?’
그래서 요즘은.
‘그게…사실 요즘에 저희 애 다니는 학원이 워낙 인기가 좋아서…자리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어서….’
‘에이, 그래도 괜찮으니까 한번 소개만 좀 해 줘어. 그래도 원상 학부모 말이면 조금 나을 거 아니야.’
‘흐음…알았어요. 그럼 제가 원장님한테 한번 여쭤 볼게요. 대신 자리 없어도 원망하시기 없기에요?’
‘당연하지! 고마워 영희 엄마! 그럼 우리 오늘 점심은 기분 좀 내 볼까? 내가 살게!’
소라게 학원의 입원 티켓을 따내기 위해 학부모들은 갖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학원 원장 입장에서는 웃고 싶은데 간지러움을 태우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상황.
가만히 있어도 통장에 차곡차곡 돈이 쌓여 가는 소리가 들리는 때였다.
‘흠…세금 낼 때 머리 좀 아프겠는데?’
뭐 그 덕분에.
“선생님…여기 입원 희망자 명단이요.”
조금 짧아졌던 이아린의 다크써클이 다시 길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고개를 들어 이아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파리한 안색을 띠고 있는 이아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고마워.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밀려 있어?”
내가 묻자.
“네…아무래도 요즘 들어오려는 사람이 제법 많으니까요.”
이아린이 처연한 미소를 띠우며 대답한다.
원래 가는 몸에 하얀 얼굴이긴 했지만…요즘 들어 부쩍 더 마른 것 같았다.
‘빨리 데스크 직원 더 뽑아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그녀가 쓰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뭐 월급은 충분히 주고 있었지만.’
그녀가 한 달에 가져가는 돈은 약 450만 원 정도. 일반적인 데스크 직원 월급의 두 배 가량 되는 금액이었다.
그녀가 아직 20대 초반의 대학생인 것을 감안하면 제법 많은 금액이긴 했지만, 그녀가 현재 처리하는 업무의 질과 양을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당장 그녀가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 직원을 뽑기 위해 그 이상의 돈이 들어갈 테니까.
‘아니 그 전에 학원이 마비되겠지.’
물론 돈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었다.
“하아….”
그녀가 게임 캐릭터가 아닌 이상 돈으로 그녀의 약한 체력을 올려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 문제였다.
그러니 소라게 학원 행정의 중추를 맡고 있는 그녀를 위해서도 그리고 학원을 위해서도, 현재 데스크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을 뽑아 전문적인 행정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했다.
“힘들지? 일단 공고 올려놨으니까 조금만 더 고생해 줘.”
“네…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이아린과 학원 행정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쾅-
갑자기 누군가 원장실 문을 세게 열고 나타났다.
흠…우리학원에서 이런 식으로 원장실 문을 열 만한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지.
“쌤!”
역시,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올해로 고3을 맞이한 우리학원의 원년멤버. 저격방송의 다트 걸. 봄날의 망아지처럼 항상 힘이 넘치는 소녀. 김연아였다.
그런데?
“설마 잡혀 가신 거 아니죠?”
녀석은 원장실에 들어오자마자 이상한 질문을 던지며 내게 달려든다?
그리곤 유물을 감정하는 감정사의 시선으로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다가.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음 뭐지?
나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김연아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들어와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잡혀 갔으면 이렇게 대답했겠어?”
그러자.
“아, 맞다. 그러네?”
이 녀석이?
녀석은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헤실헤실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이린이 풋-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쳇, 학원 앞에 경찰차가 있기에 저번처럼 또 경찰서 간 줄 알았죠.”
녀석이 입술을 불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녀석이 한 말 중에서 이상한 단어가 섞여 있었다.
“무슨 말이야 그건? 경찰차라니?”
내가 묻자.
“응? 아 쌤 못 보셨어요? 학원 앞에 큰 차 있던데요? 그 막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차요.”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흐음…경찰차라.
사실 저번에.
‘원장님 저 최현철입니다. 왜 그 저번에 원장님 수사했던. 아, 네, 기억하시는군요. 네 이번에 무혐의 처리 나왔다는 걸 알려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아 정식으로 공문이 가긴 할 텐데. 아무래도 빨리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경찰조사를 마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조사했던 조사관에게서 나에 대한 혐의가 모두 무혐의 처리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흠, 그 뒤로는 경찰과 연루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때.
“아…그거.”
옆에 있던 이아린이 뭔가 떠올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와 김연아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거…옆에 있는 학원에 온 걸 거예요.”
이아린이 희미한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아….”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나와 우리 학원은 무혐의 처리되었지만 다른 학원들은 아직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시점이었으니까.
“휴. 이번 특별 조사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좀 마음 편하게 저번엔 정말 너무 놀랐었거든요.
그녀의 말에 나와 김연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아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음…어느 정도 공감할 만한 말이었다.
[정부. 학원가의 쇄신을 위해 칼을 빼들다]처음 특별 조사가 발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 [전문가들. 이번 정부의 조치로 ‘새로운 사학 문화’ 형성을 전망]사회 각계각층의 환영은 물론.
‘뭐 깨끗해지면 좋지. 이 기회에 나쁜 놈들 싹 쓸려 내려가면 학원에 대한 이미지도 전반적으로 좋아질 테니까.’
조사 대상은 대치동 학원들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특검의 결과 잡혀 갈 만한 사람은 전체 학원에 비하면 소수인데다가, 그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학원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사기간이 길어지면서.
‘대치동 다 죽는다, 이것들아! 이제 좀 그만해!’
대치동 내의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사실 이번 특별조사가 전국에 있는 대형학원들을 대상으로 한 총체적인 조사이긴 했지만.
‘대한민국 사학 1번지 대치동’
아무래도 다른 지역과는 사람들의 관심도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지역과는 조사 강도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와 잠시 특별조사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아 쌤! 그런데 그 이야기 들으셨어요?”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김연아가 말했다.
내가 무슨 소리냐는 듯 그녀를 바라보자.
“애들이 그러는데 요즘 이상한 소문이 돈다는 데요?”
“무슨 소문?”
“그게 음 그러니까…대치동 학부모들 중에 우리 학원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나 봐요.”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런데 김연아의 말을 들은 이아린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진다.
“…선생님. 저도 그 비슷한 말을 들은 게 있어요.”
“무슨 말? 설마 연아가 들은 거랑 비슷한 말이야?”
그러자 그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네, 학원에 못 들어온 학부모들 중에 우리 학원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허허 보아하니 우리 학원에 못 들어온 학부모들 중에서 ‘가질 수 없다면 부숴 버리겠어’라는 심정으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식으로?”
내가 묻자.
“…그게…아무래도 소라게 학원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올린 게 없냐고…지금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다른 학원들이 휘청거리는 덕분이니까 다른 학원들이 정신을 차리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는….”
이아린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무래도 제법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긴 원래 학원을 운영하는 데 학부모들의 입소문이 중요한 만큼 그녀가 걱정을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뭐, 그 정도면 상관없어.”
학부모들의 악의적인 소문 정도야 이미 예상했던 것이니 만큼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천천히 대치동 바닥에서 실력을 드러냈을 테지만…특별 조사 때문에 갑자기 인지도가 올라간 거니까.’
때문에 그 원인을 알고 있는 만큼 그 해결책 또한 이미 가지고 있었다.
“걱정 하지 마. 안 그래도 생각이 있었으니까.”
내가 말하자 이아린이 걱정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저번에 내가 경찰 조사를 받고 온 뒤로부터 그녀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는 일이 많아진 것 같았다.
나는 괜찮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김연아를 바라본다.
그러자.
“엥? 쌤 왜욤?”
김연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마주본다.
나는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고 3반 특강 잡을 거야. 그러니까. 준비해.”
그 순간.
“진짜요? 아싸!”
녀석이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뻐한다.
“그럼 애들한테 말하고 올게요!”
그러더니 바람처럼 원장실 밖으로 튀어나간다.
나는 슬쩍 웃으며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은 사실 아주 간단했다.
‘그 논란이 성립할 여지를 주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나는 그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실력을 통한.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