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47
147
147화 노다지 (2)
“아니 그러니까 그 원장이 그랬다니까? ‘어머님! 제가 책임지고 명훈이 성적 올려놓을 테니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죠.’ 진짜 나중엔 무릎까지 꿇을 기세로 매달리는 데 증말 부담스럽더라.”
늦은 오후. 대치동 한 쪽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모여 앉은 일단의 중년 여성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냥 봐 줬어?”
그들의 정체는 바로.
‘학부모 모임’
지역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하는 모임이었다.
하지만 대치동 지역 학부모 모임이 여타 지역 학부모 모임과 차별성을 가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아니. 내가 미쳤니? 우리 애 바보 만들 것도 아니고. 내가 뭐 좋다고 실력도 없는 학원에 붙어있어? 그런데 다닐 바에야 차라리 대학생 과외를 하지. 안 그래?”
그들 대화의 주제 대부분이 바로 아이들 학원 문제에 닿아 있다는 점이었다.
“맞아요 언니. 읍소한다고 오냐오냐 받아 줘 봐야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빨리 손절해야죠.”
“그렇지? 역시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니까?”
그들은 한 학원의 존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들끼리 좋다는 듯 꺄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그렇게 한참 동안 학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랑스레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던 학부모가 테이블 한쪽을 바라본다.
그리곤.
“아, 맞다. 언니 그런데 그 학원 있잖아요?”
갑자기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한 여성에게 말을 건다.
그녀가 말을 건 여성은 바로 대치 학부모 모임의 터줏대감. 국회의원 보좌관 남편과 고1 아들을 두고 있는 안효림이다.
“응? 무슨 학원?”
안효림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아니 왜 그 저번에 언니가 말했던 그 학원 있잖아요. 그 싸가지 없고 실력도 없다던 그 학원.”
이야기를 꺼낸 학부모가 기억 안 나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그러자 안효림의 머릿속에 학원 이름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학원의 이름은 바로.
‘소라게 학원.’
요즘 제법 핫한 학원이면서 동시에…….
‘드디어 기회가 온 건가?’
그녀가 간단한 작업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 작업의 내용은 바로.
‘학원 이미지 망가뜨리기.’
빈자리가 없는 학원에 이미지를 망가뜨려 자리를 만들어 내려는 전법.
자신의 아들을 소라게 학원에 집어넣기 위한 방법이었다.
‘휴, 이런 일까지 하고 있다니.’
물론 약간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어쩔 수 없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대치동에 학원은 많았고 입맛에 맞는 학원을 골라 아이를 보낼 수 있었지만.
‘5등급이 웬 말이야 5등급이! 너한테 들어간 돈만 해도 빌딩 한 채는 세웠겠다. 으이그 내가 속이 터져서 원. 아니 대체 누굴 닮았기에 저리 공부 머리가 없을까.’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하고 나자 사정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중학생들 대상 학원이 믹스커피라면 고등학교 대상 학원은 진하디 진한 에스프레소.
그녀의 아들 등급으로는 입원은커녕 테스트도 보지 못할 정도였다.
‘대마학원만 망하지 않았어도.’
안효림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마학원이 건재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이고,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방법은 다 있는 법이니까요. 입원 점수라는 게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사실 그런 거야 저희들만 알고 슬쩍 넘어갈 수도 있겠죠?’
그녀는 아무런 걱정 없이 아들을 학원에 보낼 수 있었으니까.
물론.
‘남들보다 학원비를 더 줘야 하긴 했지만.’
그러나 하늘이 그녀의 평안을 시기하기라도 했는지.
[사교육 전반에 걸친 모럴해저드. 완전한 척결만이 살길!] [학원가 ‘개벽’ 학생, 학부모는 ‘전전긍긍’]이번 특별 조사에 대마학원 원장이 연루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야 설마…이러다가 망하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얼마 뒤.
[대치동 굴지의 D학원! 무너지다.]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엄마 우리 학원 망했다는데? 어떻게 해?’
그때부터 그녀는 정신없이 움직였다.
이대로 있다간 그녀와 그녀의 아들이 낙동강 오리알 마냥 대치동 학원가에서 붕 뜰게 눈에 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머님. 5등급으로는 아무래도….’
‘저희 학원은 3등급 이상의 학생들만을….’
‘음…죄송합니다. 힘들 것 같습니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입시 학원들의 입원 최저 등급은 3등급. 아들의 등급인 5등급으로는 테스트조차 볼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대마학원과 같은 학원이 있나 찾아봤지만…….
‘융통성 없는 것들.’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학원은 없었다.
‘아니 돈을 준다고 하는 데 왜 받지를 않니!’
그러던 중.
‘그럼 소라게 학원 한번 가 보시는 게 어떠세요?’
‘그 학원은 뭐가 다른가요?’
‘아, 네. 다르다면 좀 다르죠. 그 학원…최저 등급을 안보거든요.’
‘아니 진짜요? 그런 학원이 있었어요?’
‘네. 대신 테스트가 조금 빡세요.’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사람에게서 아주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찾아간 소라게 학원.
‘허, 뭐 이렇게 사람이 많아.’
학원 밖까지 이어져 있는 사람들의 행렬. 장사진을 이룬 학부모들의 대열을 보는 순간.
‘그래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리는 학원이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여기라면 우리 애도….’
그녀의 마음속의 희망이라는 것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죄송합니다. 자리가 다 차 버려서요.’
그녀의 희망은 채 피어나기도 전에 꺾여 버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똑같은 입장. 똑같은 생각으로 소라게 학원의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
그녀의 표정이 어찌나 참담했던지.
‘나중에 연락드릴 테니 대기자 명단에 성함이랑 전화번호 좀 적어 주세요.’
데스크 직원이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에게 제안했다.
‘됐어요.’
하지만 그녀는 데스크 직원의 제안 단박에 거절해 버렸다.
단순히 빈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리가 없으면 만들어 내면 되잖아!’
학부모 모임 경력 10년.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온 인맥을 동원한다면 멀쩡한 학원 이미지 깎아내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되지.’
그리고 그 결실이 이제 보이려 하고 있었다.
“아, 그 학원? 그 학원은 왜?”
안효림이 이제야 기억난다는 듯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예상대로라면 이제 눈앞의 학부모에게서 나올 만한 말은 뻔했으니까.
‘아마 학생들이 빠져나갔다는 말이겠지.’
그런데?
“그게…저번에 언니가 말한 거 듣고 아는 언니들한테도 말을 쭉 돌려 놨는데…그 학원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버티는 거 같아서요.”
순간, 안효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 말은 곧 그녀의 계획이 어그러졌다는 말이었으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
그 동안의 경험으로 학부모 모임의 화력을 견디는 가게는 거의 없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융단폭격을 퍼붓는 학부모 모임의 화력을 견디려면 최소한 준재벌 정도는 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
그렇게 안효림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아무 말이 없자.
“그런데 언니 정말 이상한 학원 맞아요? 아니 이번에 그 학원 모의고사 성적이 장난 아니게 높게 나왔다는데?”
말을 꺼낸 학부모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안효림을 바라본다.
“…애초에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받았으니까 그렇겠지. 그 학원 정말 별로라니까?”
“그런가? 흠…그런데 그런 것 치곤 좀 이상한 게 옆 학원을 인수해서 학생들 더 뽑는다던데?”
순간.
안효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학생들을 받아들인다고?’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비록 계획은 실패했지만 사실 학원에 자리만 난다면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아들을 위한 자리가 나느냐 안 나느냐 였으니까.
‘어떻게든 빨리 소라게로 가야 해.’
안효림이 초조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아, 미안 생각해 보니 집에 가스 불을 켜 놓고 왔네?”
그러자 학부모들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니네 인덕션 아니에요?”
그들 중 한 명이 이상하다는 듯 말을 해 보지만.
다른데 정신이 팔린 안효림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그럼 나 먼저 일어나 볼게!”
학부모들의 시선을 받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비록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는 행위였지만.
‘우리 애만 학원에 들여보내면 되는 거야.’
애써 자위하며 불안을 잠재웠다.
그러나 잠시 뒤.
“…죄송합니다. 자리가 없네요.”
헐떡거리며 소라게 학원에 다다른 그녀의 귀에 데스크 직원의 목소리가 닿는 순간. 그녀는 가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것들이 지금 나랑 장난하나.’
“아니 학생들 더 뽑는다면서요? 왜 또 자리가 없다는 거죠?”
그녀의 입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거야 그사이에 자리가 다 찼으니까요. 대기하시던 분들한테 먼저 연락을 드렸거든요. 안타깝네요. 저번에 이름 남기셨으면 바로 연락 드렸을 텐데. 죄송합니다.”
직원의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입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분명 저번에 제안을 거절한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
대답이 궁색해진 안효림이 황망한 표정으로 직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지금이라도 이름이랑 연락처 남기시겠어요?”
직원이 웃으며 물었다.
안효림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 * *
“자리가 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살펴가세요.”
이아린이 학부모들을 상대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입에서 절로 감탄이 새어나왔다.
아무래도 그녀의 외모만 봐서는 건드리면 흔들릴 것처럼 가녀린 그녀였으니까.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선 모른다니까.’
그렇게 이아린의 모습을 바라보며 새삼 그녀의 능력을 확인하고 있던 그때.
“선생님.”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자.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학원으로 날아든 뻐꾸기. 황정현이 물기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내가 말하자.
“모의고사 점수요. 사실…저희까지 가르쳐 주실 필요 없으실 텐데…정말 감사해요.”
녀석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아…뭔가 했더니.
이제 보니 이번에 이번 모의고사 점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공짜로 해 준 것도 아닌 데 뭐. 나중에 받아 낼 생각이니까. 맘 놓지 마.”
“당연하죠.”
“허허 녀석이 농담인 줄 아나 보네. 야, 저번에 쓴 각서 기억하지? 그거 각서 아니야. 노비문서니까 이제 ‘아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 후회할 준비나 해. 아주 뼛속까지 뽑아 먹을 테니까.”
“에이, 괜찮아요. 그런 거라면 언제나 환영이니까.”
녀석. 아직 각서의 무서움을 못 겪어 봤구나.
나는 즐겁게 웃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저번에 특강을 시작하면서 뻐꾸기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날렸다.
‘특강도 듣게 해 줄 테니 대신 각서 하나 쓰자.’
그 전까지 간단한 업무를 도와주는 것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학원 업무를 보조해 주면, 나도 그만큼 대학 입시를 최대한 도와주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2등급에서 3등급.
그동안 공부를 쉬었던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점수가 나왔다. 아마 올해 말까지 열심히 한다면 대부분 서울권 대학에 지원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8월에 검정고시 붙고 그 다음 바로 수능 보는 거야 알았어?”
“넵! 당연하죠!”
그런데, 갑자기 녀석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리곤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내 등 뒤로 시선을 던진다.
뭐지?
혹시나 싶어 뒤를 돌아보자.
“쳇, 오빠들만 챙기고 나는 안 챙겨요?”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연아가 있다.
음…보아하니 내가 뻐꾸기들만 챙기는 게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하긴 녀석이 이번 모의고사에 받은 점수는…….
언어, 수리, 외국어, 사탐 모두 1등급.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이룬 점수였다. 이대로 유지만 한다면 올해 입시는 걱정 없을 것 같은 상황.
불과 3년 전 녀석이 중학생 때 20군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것을 생각하면 새삼 김연아를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어. 고생했어.”
생각과는 다르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짧고 간결했다.
그러자.
“…그게 다에요?”
녀석이 불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럼 뭐.”
“에휴, 됐어요. 요즘엔 저격 방송도 바쁘다고 잘 안하고…”
그러더니 투덜거리며 교실로 사라진다.
흐음?
평소에는 이 정도의 말도 곧잘 받아 주던 녀석인데…….
‘사춘긴가?’
뭐 아무튼. 이번 시험의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점수가 폭발적으로 올랐다.
특히 내가 맡아서 진행했던 고3 반의 점수는 그야말로 어마어마. 덕분에 고3 강사들이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소라게 학원의 실력에 대한 소문 또한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라게 대치동 분원이 개업한 지 아직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걸 생각하면 정말 놀랄만한 성과였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내가 원하는 정도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 많이 모자랐다.
‘적어도 대치동 안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선.
[급매 55 → 50억 → 48억! 제발 사가 좀!] [건물주가 진짜 돌았어요. 파격+파격 할인!!! 60억 건물을 55억에!]현재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야만 했다.
하지만…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본.
대치동이라는 곳의 특성상 아무리 싸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마음만 같아서는 요튜브 측에 자금 융통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지분 비율이 위험해.’
이 이상 투자금이 들어온다면 내 지분 비율이 위험했다.
‘휴, 들어가기만 하면 노다진데 이거 들어갈 방법이 없으니.’
그런데 그때.
불현듯 아까 김연아가 했던 말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아 됐어요. 요즘엔 저격방송도 잘 안하고.’
흐음…….
녀석이 했던 말을 곱씹어 보자.
순간, 머릿속에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소라게 학원의 뿌리나 다름없는 저격방송.
[이용자1 : 으아. 나도 소라게 학원 다니고 싶은데! 서귀포는 너무 멀다고!]그곳에 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