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49
149
149화 프랜차이즈 (1)
촬영 스튜디오.
“자 다시 한 번 더 가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레디 큐!”
감독의 큐 사인이 올라가는 순간.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박자를 맞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최고의- 입시전략- 소라게 스쿨-
간단한 가락에 맞춘 간단한 가사.
부를 때마다 부끄러움을 생성해 내는 노래였지만.
재수도- 언제든지- 소라게 스쿨-
최대한 즐겁게 그리고 경쾌하게 노래를 부른다.
왜냐하면.
수능은- 이제부터- 소라게 스쿨-
지금 부르고 있는 이 노래가 내 새로운 사업인 ‘프랜차이즈 프로젝트’의 첨병이 될 예정이었으니까.
3~4년 전쯤일까?
‘수학이 안 되면 OO스쿨 닷컴!’
이라는 CM송으로 화제가 된 인터넷 강의 회사가 있었다.
그 회사의 광고 전략은 간단했다.
유명인과 대표가 같이 광고에 나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귀에 쏙쏙 박히는 짤막한 CM 송을 반복하는 것.
광고만 봐서는 과연 이게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광고였지만.
다소 유치해 보일 정도로 간단한 이 광고가 학원가에 불러일으킨 효과는 정말 놀라웠다.
‘아? OO스쿨이요? 당연히 알죠. 처음엔 유치했는데 계속 듣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던데요?’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10대 청소년부터.
‘응? OO스쿨? 그 뭐시냐 테레비에 나오는 그거 아녀?’
학원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70대 노인까지.
OO스쿨이라는 인강 회사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성공적으로 OO스쿨이라는 이름 넉자를 선명하게 새겨 넣을 수 있었으니까.
덕분에 OO스쿨의 수강생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순매출 450% 증가’
놀랄 만한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OO스쿨의 인터넷 강의가 충실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광고가 자극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별 효과가 없었겠지만.
‘기왕이면 OO스쿨로 등록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도 짤막한 광고가 OO학원의 성공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랬으니 계속 버전을 바꿔 가면서 광고가 나왔겠지.’
때문에 나는 이번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면서 OO스쿨의 광고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뭐 일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OO스쿨과는 다르게 이번 프랜차이즈 사업은 학원의 원장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다.’
원장들도 결국 학생, 학부모들의 선택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한다면 원장 또한 따를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자극적인 광고에만 모든 것을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만 바라고 사업을 진행하면 망하기 딱 좋지.’
원장들이 학원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프랜차이즈 학원의 인지도를 통한 공신력 획득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한 학생 관리의 용이 때문이다.
그러니 학원원장들이 가맹을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만한 급부를 보여 주어야만 했다.
그렇지 못한다면 초기 이후 가맹 상승률이 큰 폭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컸으니까.
‘뭐 그 부분에 대해선 철저히 준비해 뒀으니.’
그렇게 입으로는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의 사업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그때.
“컷. 자 수고하셨습니다! 머신건 청년단 멤버 분들은 촬영장 밖으로 나가셔도 좋아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노래가 드디어 끝났다.
그러자.
“휴우.”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나름 오글거림에 내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아직 내공이 부족한 것 같았다.
‘음…괜히 이걸로 한다고 했나?’
OO스쿨의 광고를 벤치마킹하기로 했을 때 CM송을 어떤 것으로 할지 고민했었다. 처음엔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을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소라게 학원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곳에 맡기기엔 좀….’
기왕이면 소라게 학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노래를 맡기고 싶었다.
그러다.
‘그럼 학원 내에 공모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 사람들도 좋아할 텐데?’
은솔의 제안을 듣고 ‘이거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CM송을 맡긴다면 학생들의 소라게 학원에 대한 소속감도 강해질 테고 차후 학원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었으니까.
때문에 나는 은솔을 이야기를 듣자마자 소라게 학원 내에 공모를 걸었다.
상품은 통 크게.
‘대학교 1학기 등록금’
그러자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소라게- 소라게- 성적 좋고- 강사 좋은 소라게-는 어때요?’
‘어디서 들어 본 멜로디야. 기각.’
‘소라게- 소라게- 디기디기 딩딩딩- 이건 어때요?’
‘듣기만 해도 정신이 혼미해진다. 각하.’
하지만 한 번에 번쩍하고 귀가 뜨이는 노래가 없었다.
대부분은 원래 있던 노래의 한 소절을 떼어 와 편곡한 정도거나, 아니면 말도 안 되는 멜로디로 고막을 사보타주하는 노래였기 때문이었다.
‘역시 무리였나….’
그렇게 학생들에게 CM송을 공모하는 것을 포기하고 전문 업체에 맡길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쌤! 헤헤 제가 어마어마한 명곡을 가져왔는데 한번 들어 보실래요?’
한동안 원장실에 찾아오지 않던 김연아가 웬일인지 슬쩍 원장실 문을 열고 나타나 말했다.
그러나.
‘그래 뭐. 한번 들어 보자.’
이미 수십 차례의 음성 테러를 당한 뒤라 큰 기대는 들지 않았다.
내게 노래를 들려 준 대부분의 학생들이 김연아와 같은 말을 하며 내 고막을 테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녀석이 쌜쭉한 표정을 짓더니.
‘쳇 한번 들어 보고 반하지나 마시라고요!’
이내 노래를 시작했다.
그런데 김연아의 노래를 듣는 순간.
‘응?’
나는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괜찮은데?’
김연아의 입에서 나온 노래가 제법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수능 금지곡 급 멜로디와 귀에 쏙쏙 박히는 가사. 거기에 맑고 고운 김연아의 목소리가 합쳐지자. 나름 괜찮은 CM송이 탄생했다.
이쯤 되자 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로.
‘진짜요? 으이 쌤! 진짜로 제 노래로 한다고요? 헤헤’
김연아의 노래를 CM송으로 쓰는 것으로 결정해 버렸다.
문제는.
‘상품 말고 다른 걸로 받으면 안 됨요?’
녀석이 영 이상한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
‘뭐?’
‘그…옛날에 받았던 거랑 똑같은 걸로 받고 싶은뎅?’
‘…?’
‘아, 왜 그거 있잖아요.’
‘그게 뭔데?’
내가 묻자. 김연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소원권이요! 그거 주세요!’
뭐 녀석의 잔망스러움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그냥 1학기 등록금을 내주는 것으로 결착을 보려 했지만.
‘놉! 그럼 제 노래 못 쓰는 거죠 뭐.’
저작권을 무기로 든 녀석의 완고한 태도에 결국.
‘뭐 알았어. 대신 아니다 싶으면 기각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 둬?’
녀석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그 결과.
“수고하셨어요.”
“아 네! 대표님도 수고하셨습니다!”
머신건 청년단과 같은 아이돌들과 함께 그녀의 노래를 부르게 됐다.
그런데 그때.
“김준영 선생님!”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름 귀에 익은 목소리. 하지만 한동안 들을 일 없었던 목소리였다.
‘설마.’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니 제법 오랜만에 보는 얼굴. 퍼플벨벳의 리더이자 내 한국사 제자. 손나윤이 두 팔을 벌린 채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등 뒤에 퍼플벨벳 멤버들이 난처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음, 그런데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 맞다 ’백인지적‘ 촬영 때.’
그러고 보니 그때도 그녀가 이 비슷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던 것이 생각났다.
물론 그때야.
‘이형태한테 토스를 했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포옹을 대신 받아 줄 이형태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막아야 하나?’
내가 막 고민을 하던 그때.
“손나윤. 스톱.”
다행히 그녀의 발길을 멈추는 목소리가 있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퍼플벨벳의 매니저 김종호가 엄한 표정으로 손나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쳇.”
김종호의 표정을 확인한 손나윤이 혀를 차며 손을 내린다.
“나윤 씨, 오랜만이네요.”
나는 웃는 얼굴로 손나윤을 맞이하며 촬영장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안녕하세요 퍼플벨벳입니다.”
“아틀란티카입니다!”
그리 낯설지 않은 사람들이 내게 인사를 건네 왔다.
사실 OO스쿨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니만큼 어지간한 정도로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힘들었다.
‘후발주자의 비애지.’
때문에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특단의 조치란 바로…….
최대한 많은 숫자의 유명인을 기용해서 광고를 만드는 것.
OO스쿨이 한 번에 한두 명의 유명인들을 섭외해 광고를 제작했다면…….
‘우리는 한 번에 여러 명을 그것도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아이돌들 위주로 섭외하면 되겠지.’
거기다.
“아, 김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을 주로 맞는 중견배우 김중상.
“그러게요. 저번에 ‘어른의 사정’ 이후로 처음인 것 같네요? 연락 좀 자주자주 하지.”
차가운 도시여자 분위가 물씬 풍기는 김희수까지.
‘네가 누굴 좋아할지 몰라서 다 불러봤어.’
라는 컨셉으로 섭외할 수 있는 이들은 모두 다 섭외해 광고를 제작한다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OO스쿨의 이름보다 더 먼저 ‘소라게 스쿨’의 이름이 생각나게 할 자신이 있었다.
‘물론 그 덕에 출연료가 좀 많이 나가긴 했지만.’
하지만 광고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는 것보다 더 큰 것을 노리고 있는 만큼, 그 정도의 지출은 감수할 만한 일이었다.
‘돈을 아무리 준다고 해도 섭외할 수 없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나는 김중상과 김희수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김중상과 김희수 같은 중견 배우들이 광고 출연을 오케이한 것은 좀 의외였다.
아이돌들이야 평균 수명이 4년 정도 밖에 안 되는 만큼 그 안에 바짝 땡겨 놔야 나중을 기약할 수 있으니 그러려니 해도.
김중상이나 김희수 정도의 중견 배우들 같은 경우엔 섭외 요청을 거절해도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니 백번 양보해 허당 기질이 살짝 엿보이는 김중상이야 그렇다 쳐도.
‘김희수가 오케이할 줄은 몰랐는데?’
쎈 언니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는 김희수가 섭외 요청을 수락한 것은 정말 의외였다.
그러나.
“어떠십니까? 대표님이 만전을 기하라고 하셔서 최대한 노력해 봤는데…만족하십니까?”
김종호 매니저의 말을 듣는 순간, 어떻게 그들을 전부 다 섭외할 수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하긴 임용석 대표라면 이 정도는 가능하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더 바라면 도둑놈 심보겠죠.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러자.
“다행이네요. 선생님 덕분에 동훈이가 사람이 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대표님께서 만전을 기하라고 하셨거든요. 아, 이번에 동훈이 경휘대 입학한 건 들으셨죠?”
김종호가 짙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동훈.
임용석 대표의 아들이자 자신의 손으로 대학 입학을 거부한 남자. 아버지의 도움을 뿌리치고 지난 1년을 홀로 보낸 임동훈은 결국.
‘쌤 저 합격 했어요!’
자기 힘만으로 대학 입학에 성공했다.
“네. 합격하자마자 바로 연락이 왔더라고요. 저번에 임용석 대표님이랑 같이 학원에 왔을 때 학교 이야기를 어찌나 하던지….”
“그럴 겁니다. 녀석이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하긴 했거든요. 그러니 신이 날 만도 하죠.”
그가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 모습을 보니 얼마 전에 만난 임용석 대표의 모습이 떠올랐다.
‘으하하, 그러니까 이 녀석이 정말 독하게 공부 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그저 한 몇 개월 하다가 그만 둘 줄 알았는데…녀석이 글쎄 장학금까지 받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자신의 아들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
‘선생님! 저번에 드린 제 제안은 언제까지나 유효하니까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만 해 주십시오. 저 임용석 한 입으로 두말하는 남자 아닙니다.’
임용석 대표는 내가 1년 전 임동훈의 멱살을 잡고 경휘대에 집어넣었을 때보다 더 기쁜 표정으로 내게 호의를 보였다.
덕분에 일이 제법 쉬워졌다.
‘광고요? 그런 거라면 충분히 도와드릴 수 있죠.’
스텔라리스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있는 연예인들만 데리고 광고를 제작한다고 해도 몇 쿨에 걸쳐서 광고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임용석의 호의에 모든 것을 기대려는 건 아니었다.
‘상대방의 호의에는 숨겨진 비용이 뒤따르니까.’
그러니 상대방의 호의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게 다가올지 모르는 이상. 이런 일은 바로바로 처리하는 것이 좋았다.
‘허허 그냥 해 드릴 수도 있는데…음 그럼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떨까요?’
그 결과.
‘그럼 저희 회사 아이돌들과 배우들을 섭외해 드릴 테니 대신 선생님께서는 저희 회사 아이돌들의 강의를 좀 맡아 주시는 거죠. 사실 저희도 자체적인 교육 시스템이 있긴 한데…아무래도 김준영 선생님이 직접 강의를 해 주신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뭐 나로서도 그들을 가르친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번에 손나윤을 가르쳤었던 경험도 있는데다가, 스텔라리스 전속 강사라는 타이틀도 제법 쓸모가 있었으니까.
다만 우려되는 것이 있다면 그 기간이 문제인데…
‘물론 선생님 스케줄에 최대한 맞춰드릴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어떠신가요?’
그렇다면 두말할 것 없이 오케이였다.
나는 임용석 대표와의 딜을 떠올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어머, 이 노래 귀엽다.”
김연아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꺄르르 웃고 있는 손나윤과.
“어…정말 이걸 불러야 해?”
떨떠름한 표정으로 스텝들을 바라보는 김중상.
그리고.
“부르기 싫어요? 왜 재미있을 것 같은데? 중상 씨 성격이랑 딱 맞는 노래구만 안 그래?”
차가운 표정으로 김중상을 놀리고 있는 김희수의 모습이 보였다.
자, 이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
전국단위 평가시스템.
수준별, 단계별 교재와 시험 대비 교재.
입시 정보 및 학습자료.
통합운영관리시스템.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 준비.
그리고 오늘 찍는 광고까지.
이제 남은 것은…….
시장으로의 행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