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65
165
165화 보석 상인(相引) (4)
사락-
페이지를 넘긴다.
그러자.
[피현득] 소설, 제1집필실.1. 출생 : 1989년 6월 OO일 OO광역시.
2. 학력 : 용평대학교 국문학 학사.
3. 데뷔 : 2020년 정상(頂上) 문학상 .
4. 수상 : 2020년 정상(頂上) 문학상 대상 수상.
5. 주요 작품 : 단편.
6. 현재 집필 중인 작품 : 장편.
[최요셉] 소설. 제2집필실. [임한성] 희곡. 제3집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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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게 아트 센터에 입주한 작가들의 그들의 인적사항과.
[피혁득] 기록자 : 오봉순1. 선호하는 것 : 맥주, 치킨, 족발, 보쌈, 안웃긴대학(커뮤니티), UI의 노래, 대동강 작가의 작품들.
2. 기피하는 것 : 각종 젓갈류, 민물고기 요리, 장어, 양파, 통조림, 운동 전반, 스테판 비버의 노래.
3. 주의할 점
1) 평소 성격은 온화한 편이나 스테판 비버의 노래가 들릴 때마다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냄. 주의할 것.
2) 순간적인 집중력은 뛰어난 편이나 지구력이 떨어짐. 장시간 집필시 급격하게 의지가 소모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방임적인 집필 환경 제공은 독이 될 수 있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함(추신 : 치킨과 맥주 제공시 의지 회복.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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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개인별 성향이나 주의할 점.
그리고.
[제1집필실 피현득 ; 소설 후반부 작업 중] [제2집필실 최요셉 : 소설 집필 중] [제3집필실 임한성 : 소설 집필 중]..
[제8 집필실 고봉만 : 시나리오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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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들이 어디에서 어떤 작품을 집필하고 있는지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사락-
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료의 퀄리티가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오봉순 씨가 고생했네.’
얼마 전, 의 출판과 피현득의 전속 계약 문제로 글로비언의 찾았을 때 나는.
‘이건 제 개인적인 부탁이긴 한데. 혹시…….’
이어진 대표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었다.
그것은 바로.
‘…제가 드린 명단에 있는 분들 찾을 수 있을까요?’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채 땅속에 묻혀 있는 보석들의 위치를 찾아 달라는 것.
USB를 통해 찾아낸,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지금은 무명에 불과한 작가나 작가지망생들의 연락처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 바로 내가 이어진 대표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물론 피현득의 계약과는 관계가 없는 내 개인적인 부탁이기 때문에, 이어진 대표가 내 부탁을 거절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이어진 대표 정도면 내가 왜 이 사람들을 찾는지 알겠지.’
피현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상을 타게 됐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흐음….’
처음엔 약간 고민을 하는 듯 대답을 아끼던 이어진 대표가 피현득을 한번 슬쩍 돌아본 뒤.
‘좋습니다! 이런 일이라면 제가 오히려 해 달라고 매달려야겠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콜’을 외쳤다.
그리고 그 결과.
[최요셉 서울 010-2875-XXXX] [임한성 안동 010-2875-XXXX][고봉만 인천 010-2875-XXXX] [이지은 양평 010-2875-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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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차로 명단에 있는 분들 중에 현재 작품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추려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생각보다 더 빨리 USB 안에 있던 작가들을 찾을 수 있었다.
‘역시 내가 직접 찾는 것보다 더 빠르네.’
하긴 글로비언 입장에서도 최대한 빨리 작가들을 찾아, 그들을 섭외, 성장시키고 싶을 테니까.
물론 그 마음은 나도 다르지 않았다. 나도 최대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싶었던 터라.
‘네? 선생님 이번엔 작가들 섭외라고요?’
‘응. 이번에도 부탁 좀 할게. 아린이 너 밖에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서 그래.’
‘…에휴, 알았어요. 그럼 내일부터 그쪽으로 출근하면 되는 거죠?’
‘미안한데 오늘부터는 안 될까?’
‘…선생님!’
결전병기를 투입. 작가들을 초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네? 소라게요? 아 그 웃긴 CF 찍은 곳 맞죠? 어? 그런데 거기서 창작 지원도 해요? 허허 재미있겠네요. 거기가 어디에요?’
‘혜택이…숙식 제공에 개인 집필 공간 제공까지 제공한다고요? 네? 거기에 편집자들이랑…창작지원금? 으앗! 지금 당장 짐 챙길게요!’
일이 일사천리로 풀려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누굴 흑우로 아시남? 끊습니다.’
‘아니 아직도 이런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네?’
‘안 사요.’
의심부터 하는 사람들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하긴 나 같아도 이런 전화가 오면 처음엔 못 믿을 테니까.’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막상 소라게 아트 센터에 발을 디딘 다음에는.
‘허…그게 낚시가 아니었어?’
‘히야. 내 살아생전 이 정도 대우는 또 처음이네.’
‘…바로 계약하겠습니다.’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계약을 하자고 달려들었다.
입주하는 순간,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무수한 혜택. 소라게라는 브랜드가 주는 공신력. 그리고 피현득이라는 증거까지.
프로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요소들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라면 거부할 수 없겠지.’
그렇게 잠시 내가 오봉순의 작성한 서류를 살펴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그때.
“작가님. 이쪽으로 와 주세요!”
센터장실 밖에서 이아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센터 소속의 작가와 뭔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 네 죄송합니다. 신기한 게 많아서 이것저것 살펴보다 보니….”
목소리가 제법 낯설다?
센터 내에 있는 작가들의 얼굴과 이름 정도는 미리미리 숙지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방금 들린 목소리는…글쎄 내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오늘 새로 오기로 한 작가가 있었나?’
나는 궁금한 마음에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괜찮아요. 저도 가끔 그러거든요. 그런데 작가님 4층 집필실 쓰셔도 괜찮으시겠어요? 5층에 집필실은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셔도….”
“그게…그냥 4층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어차피 혼자 지내는 거는 이제 지긋지긋해서…그리고 다른 작가님들이랑 같이 지내는 게 시나리오 쓰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구요.”
“아…네 알겠습니다. 그럼 남은 집필실 중에 마음에 드시는 곳으로 골라 주세요.”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김주용 작가님도 이제 저희 센터 가족이니까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 보니 오늘 센터에 들어온 작가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어차피 내가 이어진 대표에게 건네줬던 작가 명단 중에 시나리오 작가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그러고 보니 저 사람이 그 영화 작가구나.’
그의 이름은 바로 김주용.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뒤. 2014년 이후로 최초로 국내 관객수 1700만 명을 넘은 영화. 누적 관객 수 1,800만 명이라는 신화적인 기록을 만들어 낸 영화 의 시나리오 작가였으니까.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1,800만명이라.’
책의 판매 부수와 이름 있는 상의 수상 여부가 중요한 소설과는 달리, 영화판에서는 무조건 관객 수가 많은 게 장땡이었다.
아무리 막장이라고 욕을 먹는 영화라도 관객 수가 먹어 주면 A급으로 대우받는 게 그 바닥이었으니까.
그러니 1,800만 명이라는 관객 수, 그리고 평론가들의 호평, 국내외 영화제의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쓴 김주용 같은 경우는 피현득에 꿇리지 않는 보석이라고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인구가 5,100만 명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기록이니까.’
물론 지금이야.
‘입봉도 못한 새싹에 불과하지만.’
그러니 지금쯤 나가서 얼굴을 익혀 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오늘 일 거의 다 끝내 놨으니까.’
그런데 내가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던 그때.
“저…그런데 여기 진짜 그분 있나요?”
“네? 아 작가님도 피현득 작가님을 찾으시는 건가요? 물론 계시죠. 저기 저 제1집필실 안에 있는 분이 그분이세요.”
“아니요. 그분 말고…그…김준영 작가…아니 대표님이 지금 계신가 해서요. 얼마 전에 그분 책 재미있게 봤거든요.”
응? 나를 왜?
김주용의 갑작스러운 말에 순간 멈칫했다.
그의 입에서 내 이름이 튀어나올 줄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음 지금 계시긴 한데…워낙 바쁘신 분이라 저희도 얼굴 보기 힘들어서요….”
“에휴, 그런가요…사인 받으려고 책까지 가져왔는데….”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에 작가분들이란 대표님 식사 일정이 잡혀 있어요. 그러니까 그때 말씀드리시면….”
음…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약간 부담스러워졌다.
대표로서 사람들을 마주 대하는 것이야 이골이 날 정도로 익숙한 상태였지만…작가로서 독자를 대하는 것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 그럼 이번엔 숙소를 보러 갈까요?”
“네. 좋습니다.”
밖으로 나갈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아차’한 마음에 서둘러 밖으로 나가봤지만. 그들의 이미 저 멀리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깝네,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뭐, 자연스럽게 안면을 트는 것은 실패했지만 어차피 오늘 저녁 식사 때 다른 작가들과 같이 볼 테니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작가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한테 싸인해 달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러자.
분주하게 오가는 편집자들과 휴게실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 작가들. 그리고 집필실 안에서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당첨이 확실한 복권들을 가지고 추첨일을 기다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띠동- 띠동- 띠동-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범인은 바로.
[글로비언 이어진] [부재중 문자 3]‘응? 무슨 일이지?’
평소엔 한두 개 이상의 메시지는 보내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나는 이어진 대표가 보낸 문자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김 대표님 이거 보셨습니까?] [http://www.whani.co.kr/arti/society/area/851721.html] [신경승 작가 이 인간 그동안 이상한 짓들 하더니 드디어 노망이 난 것 같습니다.]평소 이어진 대표의 성격을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공격적인 워딩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어진 대표가 보낸 링크를 클릭했다.
[원로 작가 신경승 ‘문단 내 적폐 청산해야 노벨 문학상 나온다.’ 쓴소리]자극적인 기사로 유명한 한굴레 신문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음? 뭐 별거 없어 보이는데 왜 그런 거지?’
뭐,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말이 ‘그’ 신경승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약간 우습기는 했지만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문단 내에 부조리들이 척결되어야만 한다는 것에는 나도 동의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스크롤을 내리는 순간, 나는 이어진 대표가 왜 그런 말을 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 문단은 부당한 권력들의 주체들의 야합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때문에 수준 이하의 작품이 문학상을 수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굴지의 출판사인 ’M사‘가 주관하는 ’J 문학상‘의 경우 ’B 작가’를 필두로 한 적폐 세력들에 의해 수준 이하의 작품을 대상으로 결정…] […이러한 적폐들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문단 권력의 부당한 세습구조를 타파해야만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허 참 이 양반 진짜 노망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