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66
166
166화 암흑의 핵심 (1)
…우리는 포획된 괴물이 족쇄에 묶인 것을 보는 것에 익숙하지, 하지만 거기에서는…넌 엄청나게 크고 자유로운 괴물을 볼 수도 있을 거다.
– 조셉 콘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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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저는 이 시대의 부당하고 부패한,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몰두하는, 문학인으로서의 양심을 벗어던진 저 추악한 집단을 고발하고자 합니다.]이어진 대표가 보내 준 기사를 다시 한 번 읽어 보았지만.
“……허허.”
읽으면 읽을수록 어이가 없어 웃음만 새어 나왔다.
이니셜을 통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긴 했지만, 문학에 약간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댓글 : 야 그런데 M사랑 J문학상, B작가가 누구야?] [댓글 : 문알못이구만 뻔하지 믿음사랑 정상문학상, 박연서 아니겠어? 짝 봐도 그림 나오는구만 뭘] [댓글 : 헐 진짜? 그 아줌마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ㄷㄷㄷ]신경승이 저격하고 있는 게 과연 누구인지, 어느 작품, 어느 출판사, 어느 문학상인지 다 알 수 있었으니까.
‘이 양반이 진짜.’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그가 왜 이런 짓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알기로 문단 권력 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가 바로 신경승이었으니까.
‘적폐로 치면 A급 적폐가 바로 신경승이지.’
그러니 그가 지금이라도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 제 얼굴에 침 뱉기, 다 된 밥에 재 뿌리기였다.
그가 비판하고 있는 그 모든 것에서 신경승 그 자신조차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으니까.
‘지인들 중에 한 명만 입만 열어도 위험할 테니…뭐 거의 미친 짓이라고 봐야지.’
그런데?
인터넷을 상황을 살펴보다 보니,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뭐지?’
신경승의 기사를 올라온 지 한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원로 작가의 피 끓는 절규 ‘나는 고발한다!’] [노벨 문학상 후보 신경승의 ‘내부고발’] [시민들, 문학계 내부의 ‘자정’ 촉구!]한굴레 신문의 기사를 파쿠리한 기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신경승 내부고발.
1983년 돼지바.
정상 문학상.
박연서.
원로 작가 신경승.
폭염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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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지나지 않아 포탈사이트 연관 검색어 순위 맨 위에 신경승의 이름이 노출되었다.
그러자 눈 깜박할 사이에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나 SNS를 타고 이 소문이 전파.
[댓글 : 허미야. 이거 무섭네. 문학계도 개 더럽구나] [댓글 : 하긴 그 바닥도 고인물들 천지니까. ㄷㄷㄷ 그런데 신경승 작가 소신있네 원로 작가가 이런 말 하기 쉽지 않을 텐데] [댓글 : 그러게 여윽시 노벨 문학상 후보는 다르구만]순식간에 여론이 만들어졌다.
‘뭐야 뭐 이렇게 빨라.’
이쯤 되자 사람들은 원로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내부고발을 한 신경승에게 우호적인 평가를, 그 이외의 다른 작가들에게는 한계 없는 비판을 쏟아 내며.
[댓글 : 아니 이쯤 되면 특별수사 청원 한번 가야 하는 거 아니야?]문단 내 권력 집단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댓글 : 아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 신경승이 누굴 욕해? 허 참 세상 살다 보니 진짜 재미있네] [댓글 : 그러게 신경승 정도면 문단 내에서 거의 언터쳐블 아니야? 그런 사람이 저런 말을 한다고? 다들 정신 차려!] [댓글 : 맞아. 다들 진정하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좀 들어 봐야지. 맨날 이러다가 다른 증거 발견되고 뒤집어졌잖아!]좀 더 신중을 기해 보자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들의 의견은…….
[의 작가 박봉신 ‘문단 내 부당 권력 존재한다.’ 소신발언] [이위체 작가 ‘그동안 말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 신경승 작가의 용감한 발언에지지 표명] [의 이준열 작가. 신경승 작가의 의견에 지지 표명]다른 작가들의 지지 선언이라는 복병을 만나.
[댓글 : 적폐 옹호세력 겁나 많네? 개돼지들이구만 개돼지들이야] [댓글 : 쯧쯧 너네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 거야. 정신 차려] [댓글 : 하여간 뇌에 우동사리만 가득한 것들이 문제라니까.]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러니 문단 내부의 일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마저, 자신의 일이 아니라면 쉬쉬하며 사태를 관망할 수밖에 없었다.
[댓글 : 빼박이네ㅋㅋㅋ 저도 신경승 작가님 지지합니다!] [댓글 : 나도 신경승이다! 용기 있는 작가님들을 응원합니다.] [댓글 : 적폐세력 박멸 가즈아!]자칫 잘못했다가는 자신까지 ‘적폐’가 될 수 있었으니까.
“허허, 개판이구만.”
상황이 이쯤 되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 양반들 대체 왜 이러는 거래요?”
신경승이 칼을 꽂은 사람들 대부분은 그와 동고동락을 함께 해 온 동료작가들. 길게는 지난 30년간 얼굴을 맞대 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그 관계를 청산하면서까지 이런 짓을 벌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만 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노망이 든 걸 테니까.’
그런데?
[저도 건너건너 들어서 정확한 건 아니긴 한데…….]이어진 대표에게서 들은 그 이유가 정말 걸작이었다.
[…사실 요즘 신경승 작가 사정이 좀 안 좋았던 모양입니다. 그동안 벌어놨던 돈은 죄다 위자료나 아들 사업 자금으로 날려 버리고…출판사 쪽에서도 알음알음 대우가 안 좋아졌던 모양이에요…사실 신경승 작가가 말이 좋아 노벨 문학상 후보지 솔직히 그 정도 급은 아니라는 거 대표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물론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노벨 문학상 후보라는 이름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거지로 끼워 맞춘 것에 불과했다.
‘신경승이라는 작가도, 작품도 그 정도의 깜냥은 안 되지.’
그가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 되는 이유는, 그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과 비슷한 연배,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죠.”
[네. 그쪽에서도 눈치가 있으니 되도록 티를 안 내려고 했겠지만…그 양반이 그런 쪽으로 워낙 눈치가 빨라서요]“어떻게 됐나요?”
[당연히 난리가 났죠. 그 양반 그런 걸 참을 만한 성격은 아니니까. 그런데…출판사가 자선 단체가 아니고 이제 글빨이 다한 작가한테 탑급의 대우를 해 줄 리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그 사람 이름만 높지 사실 책 판매량은 얼마 안 되니…그냥 ‘예예’하고 말았겠죠.]“그래도 그 정도로 이런 일은 벌이지는 않았을 텐데요?”
[물론 그렇긴 하죠. 분명 그렇긴 한데…거기서 또 사건이 터져 버리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터져 버린 거죠]“사건이요?”
[아 왜 그 사람 원래부터 문하생 많이 들이는 거로 유명했잖습니까. 사실 지금 있는 위명도 대부분 그래서 생긴 거고요. 그런데…재작년부터 올해까지 그 사람 문하생들 성적이 좀 안 좋았었나 봅니다]“아니, 얼마나 안 좋았기에?”
[들리는 말에는 단 한 명도 등단, 수상을 못했다고……]“아니 한 명도요?”
[네. 운이 없는 건지 실력이 없는 건지 그렇게 됐다고 하더라고요…그러다 보니까 문하생이라고 붙어있던 사람들도 못 버티고 떨어져 나가버리고…그나마 그 전에 등단했던 사람들이랑도 요즘엔 좀…]이어진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신경승이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노인네 힘이 쫙 빠졌었나 보네.’
사실 데뷔 30년쯤 지난 작가들이 전심전력으로 창작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문하생들을 들인다거나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한다거나, 강단에서 강의를 하면서 창작에 쏟던 열정을 분산, 사회적인 위치를 공고히 하곤 했으니까.
‘물론 그것도 문하생들이 잘 따라 줬을 때의 이야기지.’
그러니 신경승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난 30년간 이룩해 놓은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었다.
그동안 키워 놓은 제자들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 남은 것이라곤, 빛바랜 소설책 몇 편과 원로라는 허울 좋은 이름뿐일 테니까.
‘높이 날아 본 만큼 그 추락이 더 두려웠겠지.’
하지만.
‘아니, 그렇다고 가만히 사람들 뒤통수를 후려갈겨?’
그렇다고 그의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작가였다면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더 치열하게 창작 활동을 수행했을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좌절을 자양분 삼아 보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이들이 바로 작가란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러나
‘꿀맛을 본 곰이 이래서 무섭지.’
신경승은 아무리 봐도 작가로서의 자신보다는 문단의 원로, 권력 주체로서의 자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듯했다.
그러니…….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질렀겠지.’
물론 내가 전면에 나서서 신경승의 행동을 판단을 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나는 문단 내부에 머물러 있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문단 내에 적폐 세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현재, 신경승이 저격을 가한 사람들 중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작가들을 꼽는다면 박연서와 피현득을 꼽을 수 있었다.
신경승의 고의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그가 처음 기고한 글에 나온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소라게 아트 센터를 위해서도,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신경승을 저지해야만 했다.
‘피혁득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때까지는 그의 이름에 한 치의 오명도 용납할 수 없다.’
물론 현재 신경승의 이름과 입지가 어마어마한 기세로 올라가고 있는 만큼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었다.
오늘만 해도…….
[신경승이 하는 이야기는 다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속지 마세요!] [무고한 작가들이 신경승의 거짓말 때문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저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억울합니다.]신경승에게 저격당한 작가들 중 몇이 어설프게 신경승의 의견에 반박했다가.
[댓글 : 네. 다음 적폐.] [댓글 : 반박문 올린 사람들 위주로 거르면 되는 거냐?] [댓글 : 뒤가 구린 것들이 꼭 말이 많더라. 안 그래?]처참하게 침몰하는 장면을 봤었으니까.
‘노인네…의외로 제법 실력이 좋아.‘ ’
때문에 신경승을 저격하기 위해서는 그가 저격할 수 없을 만한 위치에서, 그가 꼼짝할 수 없을 만한 강력한 화력으로 그를 저격해야만 했다.
반격의 빌미를 조금이라도 주었다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진흙탕 개싸움을 시작해야만 할 테니까.
뭐 그리고 그런 것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신경승의 무기가 화승총이라면, 내 무기는 16인치 함포니까.’
나는 이어진 대표와의 전화를 마무리한 뒤. 바로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그러자 곧.
[고려일보 사회부 기자 이한영]저번 경주-울산 지진 때 경주 방어리로 달려왔던 기자.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5년 후.
문학계를 뒤흔든 거대한 사건을 만들어 낸 사람의 이름이 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