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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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암흑의 핵심 (3)
[김 대표님. 정말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수화기 너머에서 이한영 기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잔뜩 들뜬 목소리가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벌써 10분째, 나에 대한 감사와 칭찬만이 가득한 말을 듣고 있다 보니 왠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에이,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다 이 기자님이 기사를 잘 쓰신 덕분이죠.”
때문에 내가 그에게 슬쩍 공을 돌려 보려 했지만.
[아닙니다. 김 대표님이 보내 주신 자료가 없었으면 누가 신경승 작가를 건드릴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러니 이번 일은 대표님이 해결하신 거나 마찬가집니다.]그는 당치도 않다는 듯 격앙된 목소리로 대응하며, 이번 일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이번 일로 자신이 신문사 내에서 얼마나 큰 신임을 얻게 됐는지를 주절주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그의 입을 막는 것을 포기한 채.
“음….”
“오….”
“아….”
“예…”
그의 말에 추임새를 넣으며,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몇 주 전, 내가 한창 피현득에 대한 자료를 찾고 있었을 무렵, 나는 USB 내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2025년 O월 OO일. 신경승 작가 표절사건. 기자 회견 질의응답 자료]지금으로부터 약 5년 후 문학계에 큰 파란을 일으킨 사건. 문단의 원로 신경승의 표절 사건 자료였다.
물론, 처음 그 자료를 보았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어? 신경승? 의 그 신경승이 표정을 했었어?’
신경승 작가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었던 터라, 그저 신기하게 자료를 바라볼 뿐 그걸 가지고 뭔가를 계획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뭐 하려고 했다면야 할 수는 있었겠지만.
‘어차피 5년 후엔 터지는 일인데, 굳이 지금 내가 터뜨릴 필요가 있겠어?’
사실 피현득 작가의 대한 자료를 찾는 것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던 때라 굳이 건드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니 그저.
‘뭐 나중에라도 쓸 일이 있겠지.’
언젠가 쓸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자료를 따로 빼내어 저장해 놓았을 뿐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
[…출판사 ’M사‘가 주관하는 ’J 문학상‘의 경우 ’B 작가’를 필두로한 적폐 세력들에 의해 수준 이하의 작품을 대상으로 결정…(중략)…이러한 적폐들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문단 권력의 부당한 세습구조를 타파해야만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이어진 대표가 보낸 기사를 보았을 때.
‘…이거다!’
나는 그 ‘언젠가’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선빵필승’ 전략으로 공고한 위치를 구축한 신경승을 한 번에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그를 옹호하고 있는 사람들을 단번에 뚫어 버릴 정도의 크고 아름다운 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작가한텐 표절만 한 역린도 없지.’
때문에 나는 USB내에 있는 자료들을 취합.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신경승의 미시카 유키코 표절]이한영 기자를 통해 ‘신경승 작가 표절 사건’을 5년 앞당겨 터뜨려 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문단 최후의 양심 ‘신경승 작가’] [신경승 작가의 작품, 베스트셀러 차트 역주행!] [부터 까지 신경승 작가의 작품 세계]우리 시대의 최후의 양심, 문단의 저격수, 노벨 문학상 후보라는 평가를 받던 신경승은.
[신경승 표절 논란…김현 ‘이것이 진정한 타락’] [신경승 ‘신화’, 미시카 유키코 ‘오족’ 표절 논란] [충격 휩싸인 문단…신경승 표절 사태 어디로?].
.
순식간에 일그러진 영웅이 되어 사람들의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다.
뭐 처음부터 이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고려일보의 이한영 기자가 내가 준 자료를 기반으로 기사를 냈을 때만 하더라도.
[댓글 : 야 이거 뭐냐? 이거 또 적폐 세력이 장난치는 거 아니야?] [댓글 : ㅇㅇ 아마 그런 듯 궁지에 몰리니까 이제 막 던지는구만] [댓글 : 이런 분탕 종자에게는 관심을 주면 안 됨]사람들은 기사의 진실 여부에는 관계없이 이한영 기자와 그의 기사를 비판했었으니까.
‘원래 사람들은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지. 왠지 자기가 남한테 지는 느낌이 들거든.’
하지만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가 없듯.
[끊이지 않는 의혹, 신경승 루이제 안네 ‘생의 한가운데선’도 베꼈나]계속되는 이한영 기자의 기사에.
[댓글 : 어? 야 다들 기사 한 번 봐봐 저 말이 맞는 거 같은데?] [댓글 : 진짜? 그럼 진짜로 신경승이 표절한 거야?] [댓글 : 빼박인 듯 기사 보고 책 주문해서 비교해 봤더니 장난 아니더라. 아무래도 안 걸리려고 다른 나라 작품 위주로 표절한 듯]사람들이 점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중략)…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카 유키코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중략)…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중략)…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승
단 한 번이라도 기사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아니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댓글 : 이건, 너무 확실해서 눈감아주기도 힘들 정도인데?] [댓글 : 내 말이. 이거 어지간해야지 뭐 봐주던가 하지] [댓글 : 이 부분이 제일 확실하긴 한데 뒤져보면 더 나온다.]더 이상 신경승을 옹호할 수 없을 정도로, 표절에 대한 증거가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한굴레 ‘신경숙 논란으로 딜레마…의도적 베껴 쓰기로 단정 못 해’]양심을 도매가에 팔아넘긴 채.
[…선남선녀의 결혼과 신혼 때 벌어질 수 있는 성애에 눈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데다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 저희 신문사에서는…]신경승을 옹호하려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댓글 : 야…우리가 빠가사리냐 표절도 못 알아보게?] [댓글 : 와 개돼지 취급하는 거 보소. 이거 한굴레 옛날부터 이런 식인건 알고 있었지만 참…씁쓸하구만] [댓글 : 이러니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는 소리를 듣지. 야 이 기레기 새끼들아! 니들이 이러니까 기레기 소리를 듣는 거야!]오히려 그런 기사가 나오면 나올수록 사람들의 비판이 거세어질 뿐이었다.
‘표절을 하는 소설가는 사기꾼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
‘본 지는 신경승 작가의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습니다…….’
한굴레 측에서 먼저 백기를 들었다.
‘사람들의 비판이 어마어마하긴 했으니까.’
그러나 사과문을 게재한 이후에도 비판적인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과문을 게재하기 전보다 더 빠르게 한굴레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왜냐하면.
‘그러나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그런 가운데서도 작가가 어떤 ‘기본’을 어렵사리 지켜낸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기본’을 고수하는 그 자세가 많은 비판자들의 맞춤한 표적이었고….’
‘…그러니 신경승 작가가 한국문학의 품위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이해…’
한굴레의 사과문은 사과문(謝過文)이 아니라 사(死)과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신문사는 벌써 구독자수를 아는 몸이 되었다…출판사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것은 물론 신경승이었다.’
‘무급인턴인 된 지 한 달 남짓. 나의 몸은 벌써 열정페이를 아는 몸이 되어 있었다. 물론 나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것은 사장님이었다.’
‘환속한 지 두 달 남짓. 나는 벌써 치킨을 아는 몸이 되었다. 나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것은 물론 계촌치킨 사장님이었다.’
자신들의 과거를 옹호하는 듯한 한굴레의 논조에, 사람들은 풍자와 해학을 통해 자신들의 분노를 드러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댓글 : 야. 그럼 신경승이 폭로한 것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댓글 : 헐…그러네? 그 사람들은 그럼 뭐임?] [댓글 : 이거 한번 털어 봐야겠는데?]신경승과 한굴레의 선도 아래 조리 돌림 당했던 이들이 재조명되기 시작.
[충격! 신경승 작가의 폭로 대부분 허위로 밝혀져!] [우리 시대의 드레퓌스…‘범인은 우리 모두다’] [한국의 ‘로로르(L’Aurore)를’ 꿈꾸던 한굴레의 몰락]신경승의 폭로 대부분이 애초부터 거짓에 기초하고 있었던 것이 속속 밝혀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며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던 신경승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그는.
[…문단, 거대 언론 그리고 거대 언론이 중독시킨 여론 등 모든 것이 저에게 적대적입니다. 그렇지만 제 마음은 너무나 평온합니다. 저는 승리할 것입니다…(중략)…오늘 여기서 저는 유죄 선고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대한민국이 자신의 명예를 구해 준 데 대해 제게 감사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한굴레 신문의 기고문을 통해 피 끓는 외침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며, 상황의 반전을 꾀하는 듯했지만.
[댓글 : …뭐임? 지금 나와서 무고하다고 하는 거임?] [댓글 : 어이가 없네. 저 양반 끝까지 저 지랄이네] [댓글 : 에휴, 눈물겹다 눈물겨워]대세는 이미 기울어 버린 지 오래였다.
아니 오히려 그의 뻔뻔한 호소문에 ‘깊은 빡침’을 느낀 사람들이 수없이 양산.
[신경승의 잘못을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표절을 했다는 것. 둘째, 발각되었음에도 진정성 있게 사과하지 않아 독자의 분노를 산 것. 셋째, 표절이 한 번도 아니고 상습적이라는 것. 넷째, 하필이면 군국주의를 옹호한 일본 극우 작가 미시카 유키코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것…]숨죽이고 있던 작가들과 문단 관계자들 그리고 관망하고 있던 사람들마저 배신감에 치를 떨며 한마음 한뜻으로 비판에 가세해 버렸다.
그러자.
[신경승 ‘읽은 기억은 없지만,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 [신경승 표절 논란, ‘日작품, 그대로 베껴’ 뻔뻔한 시치미] [신경승, 사과하고 표절저작들 폐기 내지 수거해야].
.
한굴레를 제외한 다른 신문사들도 신경승과 한굴레를 손절. 그동안의 잘못을 쇄신하겠다는 듯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며, 신경승이라는 인간 하나를 낱낱이 해부해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검찰, 신경숙 수사 착수! 한굴레 역시 옹호 발언 철회!]사법부가 결단을 내렸다.
뭐 그 뒤로는 뭐 일사천리였다.
신경승과 한굴레 그리고 그들을 옹호하던 문단의 여러 인사들이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인 조사와 그들의 공격을 받았던 사람들의 소송이 줄을 이었으니까.
‘아마 시장에 풀린 책들도 죄다 정리된다는 것 같던데.’
그렇게 잠시 지난 일주일간 벌어진 일을 떠올리고 있을 때.
[…뭐 그래도 그 양반들 덕분에 이상한 짓 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다들 크게 데인 터라 다들 조심하는 것 같더라고요.]이한영 기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한영 기자의 말대로 순기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죠 뭐 아무래도 그런 일을 겪고 또 허튼짓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그걸로도 대단한 걸 테니까요.”
[흐음…그런가요. 뭐 그래도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만약에 이번 사태가 조금 더 길어졌으면 더 좋았을 텐데…하고 말이죠.]아니 이 양반이?
이한영의 어이없는 말에 내가 잠시 말을 멈추자.
[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제가 기레기도 아니고 설마 그런 걸 바라겠습니까?]이한영이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너스레를 떨기 시작한다. 그리곤 바로 대화 주제를 바꾸겠다는 듯.
[그나저나 대표님 제가 요즘 좀 이상한 소문을 하나 들었는데…음, 이걸 말해도 되려나?]뭔가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흐음…소문이라.
안 그래도 요즘 여러 소문들이 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태를 겪고 나서 자의든 타의든 절필을 선언한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문단 내의 지각 변동은 필수적이었으니까.
“무슨 소문이죠?”
[그게…그…올해 남은 모의고사랑 수능이 또 연기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좀 돌고 있더라고요.]아, 뭘 말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나 했더니. 보아하니 어디서 올해 남은 모의고사와 수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하긴 신경승이나 신경승을 옹호하며 부정을 저질렀던 작가들 상당수가 우리나라 문학계의 원로들이었던 만큼, 이런 소문이 도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소문이 돌고 있나요?”
[네. 그 아무래도 신경승이나 그 밖에 다른 양반들이 이름은 좀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대표님도 대비를 좀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뭐 고마운 일이었다. 이한영으로선 자신의 소스 하나를 나에게 무상으로 푸는 것이다 나름 없었으니까.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런 거라면 뭐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대비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왜냐하면 내게는 기상청 슈퍼컴퓨터를 100만대 사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만한 것이 존재했으니까.
나는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라면 이미 준비를 다 끝내 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