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69
169
169화 오즈의 마법사 (1)
“후우….”
서울특별시 강남구 일원동 중앙고등학교 3학년 3반 14번 자리.
올해 수능을 보는 고3 수험생 김호철의 입에서 길고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왜냐하면 오늘…….
[이번 수능에 신경승 꺼 나올까요?] [추천35][반대12] [저격, 표절사건 때문에 멘붕입니다] [추천71][반대12] [신경승 때문에 망했네요. 재수 생각 중입니다] [추천57][반대7] [올해 수능 밀리면 어쩌죠?] [추천23][반대6]그가 자주 가던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본 순간. 공부에 대한 의지가 싹 다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모두다.
‘신경승!!!! 이 노망난 늙은이야!!! 당신 때문이야!!!’
신경승의 노욕이 부른 참사였다.
“휴우….”
그는 억지로 펴 놓은 문제지를 접고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수험생 : 으아아! 검찰 조사! 신경승! 왜 하필 표절을 해! 아니 하려거든 나중에 수능 끝나고서 했었어야 할 거 아니야!] [수험생 : 그래 맞아! 저격을 하려면 저격을 하던가 표절을 하려면 표절을 하던가! 왜 둘 다 해서 사람을 슬프게 하는 거야!] [수험생 : 아 진짜 미치겠다! 우리 쌤이 저격당한 작가들이랑 신경승 수능에 꼭 나온다고 해서 작가별로 공부 싹 다 해놨었는데!]혼돈. 파괴. 망각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휴…난장판이구만.”
사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며칠 전 신경승이 다른 작가들을 저격하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수험생 : 아따 잘 탄다잉 더 훨훨 타라 훨훨 그래야 우리가 할 게 좀 줄어들지 안 그래?] [수험생 : ㅋㅋㅋ ㅇㅈ 우리도 굿이나 보고 꿀이나 빨아보자! 경승짜응! 파이팅! 올해 수능 언어는 동화책으로 가즈아!] [수험생 : 가즈아! 바쁜 벌꿀처럼 신경승 가즈아!]입시 사이트에 상주하고 있는 수험생들 대부분이, 신경승의 저격 사건을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사건을 바라보며, 신경승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을 저격해 주길 내심 기대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여유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수험생 : 야! 다들 멈춰 봐…쟤들 다 태우면 오히려 우리한테 더 안 좋은 거 아니야?] [수험생 : 읭? 뭔 소리임? 아니 작가들이 없어지는데 왜 안 좋아져?] [수험생 : 아니 그나마 우리한테 익숙한 사람들이 다 저렇게 되면…평가원이 삼엽충이 아닌 이상 다른 작가들 작품으로 꽉 채우지 않겠어?]수험생들 중 한 사람이 신경승의 저격에 담겨 있는 의미를 찾아낸 순간.
[수험생 : !!!] [수험생 : !!!!] [수험생 : !!!!!]순식간에 상황이 변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사실 모의고사나 수능에 어떤 작가의 작품이 나올지 말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주 출제되는 이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일반적인 수험생들은 기본이 되는 작가들의 작품들 위주로 수능을 준비. 그 이후 나머지 작가, 작품을 학습하곤 했다.
문제는…그 기본이 되는 작가들이 이번 사건으로 싸그리 다 불타올랐다는 것.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 대신, 그렇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출제될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것에 있었다.
그러니 언어 파트 하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수험생들로서는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때부터.
[수험생 :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제에발 신경승의 저 짓을 멈춰 주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입시 사이트에 상주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수험생 : 젭알…이만 좀 쏴! 더 이상 쏘면 우리가 죽어!] [수험생 : 신경승이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아무리 열심히 치성을 드려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나아지기는커녕.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신경승의 미시카 유키코 표절]오히려 상황은 점점 더 악화.
[검찰, 신경승 수사 착수! 한굴레 역시 옹호 발언 철회!]끝내는 신경승의 검찰 조사로 귀결되었다.
“…휴.”
김호철은 휴대폰을 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봐도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능이 연기되느냐 안 되느냐는 둘째 치고 일단 신경승, 이위채, 박봉신이 나오나 안 나오나 하는 것만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가 수능 등급에 연연하지 않는 입시 한량이라면, 신경승이 나오든 안 나오든, 수능이 밀리든 안 밀리든 상관없었지만.
‘1등급….’
어쨌든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등급을 노리고 있는 사람. 그러니 그의 등급에 위협이 되는 변수는 최대한 제거해야만 했다.
‘그 방법이 없는 게 문제지.’
그렇게 잠시 김호철이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던 그때.
“신경승, 이위채, 박봉신? 야, 걔들 다 안 나오니까 싹 다 정리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김호철은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들려 준 대답은 그야말로 불감청고소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목소리에 주인공을 확인한 순간.
“에휴….”
김호철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가 바라마지 않던 대답을 해준 이는 바로…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
김호철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가 친구를 싫어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믿을 만한 친구가 아니라 믿을 만한 정보였으니까.
하지만 친구는 김호철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 그리고 수능은 안 밀리고 9월 모의고사만 한 일주일 정도 뒤로 밀릴 거니까 그렇게 알아 둬.”
평이한 목소리로 평이하지 않은 일을 계속 이야기할 뿐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김호철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갑자기 뭔 소리야? 너 약 먹었냐?”
그러자.
“뭔 소리는 인마. 니가 중얼거렸잖아. 신경승, 이위채, 박봉신 수능에 나오냐고. 그래서 말해 줬구만, 흰소리는.”
친구가 슬쩍 웃으며 김호철의 어깨를 툭하고 건드렸다.
그제서야 김호철이 ‘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경승과 이위채, 박봉신의 이름을 중얼거렸던 모양이었다.
‘내가 불안해하긴 불안해했나 보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야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과연 어떻게 고등학생에 불과한 사람이, 선생님들도 쉽게 단정 짓지 못하는 문제를 저리도 단호하게 단정 지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 자식 속고만 살았나. 인마 다 믿을 만한 사람한테 들은 말이니까 그냥 닥치고 들어. 만약에 걔들 작품이 나오지? 그럼 바로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오케이?”
김호철의 표정을 본 친구가 별생각을 다 한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표정이 마치 ’안 믿으면 네 손해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믿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이야기가 믿을지 말지에 따라 남은 62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결정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러지 말고 말해 봐. 누구한테 들은 건데?”
때문에 그는 친구에게 그 출처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누구한테 듣기는 학원 원장님한테 들었지.”
그 출처가 약간 미심쩍었다.
“원장님? 그럼 틀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아니 확실할 걸? 준영쌤이 말한 건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으니까.”
“준영쌤?”
“얼레? 준영쌤 몰라? 아, 그 왜 있잖아. 소라게 스쿨.”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최고의- 입시전략- 소라게스쿨-’
몇 달 전부터 주구장창 TV에 나오던 광고, 인터넷 밈이 되어 떠돌고 있는 영상이었다.
“아, 그 웃긴 CF 하는 데?”
김호철의 잘게 웃으며 말했다. 그도 몇 번 보긴 했지만 그때마다 웃겼던 기억이 났었으니까.
그러자.
“어. 우리 학원 원장쌤이 거기 대표거든.”
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뭐 그 정도라면 어느 정도 공신력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믿을 수는 없었다.
어쨌든 김준영 또한 본질은 학원 강사였으니까.
“야. 뭐 그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란 건 알겠는데…그렇다고 막 믿을 순 없는 거 아니야? 아니 말마따나 그 사람 말만 믿고 접어 놨는데 나중에 나오면, 그땐 어떻게 해?”
“놉 절대 그럴 일 없을 걸?”
“왜?”
“준영쌤이 걔들 안 나온다에 공약을 하나 걸었거든.”
“공약? 무슨 공약?”
“만약에 자기가 틀리면….”
“틀리면.”
“다음 한 달 동안 학원비 전부 안 받는다고 하셨어.”
김호철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진짜?”
그가 알고 있는 소라게 학원의 규모를 생각해 보면, 한 달 학원비만 하더라도 제법 큰 규모의 돈이라는 것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럼 당연하지. 우리 학원 다니는 애들 대상으로 공약하신 거니까 믿어도 될 거야.”
친구가 한 치의 의심도 없다는 듯 단호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쯤 되자 김호철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아니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거야?’
친구의 말을 들을수록 그가 알고 있는 기존의 학원, 그리고 학원 강사에 대한 생각이 자꾸만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친구의 말만 들어서는 그 혼란만 더해질 뿐, 답답함이 해소될 것 같지 않았다.
결국, 김호철은 결단을 내렸다.
그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친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야 혹시 너네 학원 청강도 되냐?”
* * *
천천히 학원 복도를 걷는다.
그러자.
“이번에 수능이 연기된다 어쩐다 하는 유언비어가 도는 데 다 거짓말이니까 정신 챙겨!”
“신경승, 이위채, 박봉신? 그 사람들 작품이 수능에 나올 것 같냐고? 안 나와! 안 나오니까 지금부터 그 사람들 작품은 쳐다보지도 마.”
소라게 학원의 강사들이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내가 지시한 대로 학생들이 유언비어에 흔들리지 않도록 계속해서 학생들을 케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들 잘하고 있네.’
사실 얼마 전, 나는 신경승을 저격하기에 앞서 학원 국어 강사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리곤.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리는 작가의 작품은 다 빼고 수업하세요. 신경승, 이위채, 박봉신….’
‘그리고 이제 얼마 안 있어 수능이 연기된다 만다 하는 유언비어가 돌 텐데 그거 확실히 잡아 주세요.’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을 대비했다.
물론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약간 당황하는 사람도 그리고 불신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제가 책임집니다.’
그 혼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나의 단호한 대답과.
‘혹시라도 나오면 연말에 차 한 대씩 뽑아 드리죠.’
’학생들한테도 말씀해 두세요. 만약에 나오면 원장님이 학원비 안 받겠다고 했다고.‘
제법 큰 규모의 공약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한 작품이라도 나온다면 손해가 극심해질 만한 공약이긴 했지만.
’어차피 안 나올 텐데 뭐.‘
USB를 통해 사전에 다 확인을 해 둔 만큼, 마음 놓고 지를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학생들의 케어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때.
“…선생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뒤를 돌아보자.
“휴…간신히 찾았네요.”
이아린이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나를 찾기 위해 데스크에서 여기까지 뛰어온 모양이었다.
나는 파리하게 질린 이아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 힘들게 여기까지 뛰어왔어. 급한 일 아니면 좀 나중에 이야기하지.”
“그게…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아무래도 급한 일인 것 같아서요.”
“응? 어디서 온 전환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요.”
순간, 이아린이 내게 농담은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진짜예요.”
엄격 근엄 진지한 그녀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진짜 평가원에서 전화가 온 모양이었다.
음, 평가원에서 왜 나를 찾는 전화를 걸었는 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전화가 왔으니 받아야 할 것 같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그’ 평가원이었으니까.
‘아니 말마따나 강사가 언제 평가원 전화를 한번 받아 보겠어?’
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수능이라는 시험을 주관하는 최종보스 격인 기관이었으니까.
‘뭐 그렇다고 이제 와서 꼬리를 말 생각도 없었지만.’
나는 이아린에게 전화번호를 받아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곧.
[안녕하십니까. 김준영 선생님 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최민기라고 합니다. 혹시…]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