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72
172
172화 오즈의 마법사 (4)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내가 차현철 부장의 제안을 거절하는 순간.
“네? 아니, 대표님 이 좋은 기회를 왜…?”
차현철 부장은 물론, 회의실에 자리한 사람들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들은 내가 자신들이 던진 제안을 거절할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하긴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제안을 받자마자 두말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테니까.’
그러나,
“두 달이나 갇혀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요.”
분명 검토위원으로 수능 출제에 참여한다는 것이 주는 장점 또한 꽤 크긴 하지만, 내게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수능도 준비에 입시 준비, 하반기 공무원 시험, 추가채용까지 준비하려면 시간이 부족해.’
그러니 그 두달 동안의 모든 일정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내가 수능 검토위원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대표님 말씀대로 두 달이 제법 긴 시간이긴 하지만…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이런 기회, 흔치 않다는 거 잘 아시잖습니까.”
차현철 부장이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때문에 나는,
“대신 역제안을 하나 해도 될까요?”
내가 차현철 부장에게 제3의 선택지를 던졌다.
“…일단 어떤 제안을 말씀하시는 건지…?”
차현철 부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 말을 받았다.
아무래도 내가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 같았다.
‘하긴 포섭 대상한테 제안을 받을 거라곤 생각해 보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수능 검토위원직에 어울리는 분들을 추천해드릴 테니 그분들을 한번 만나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순간.
“네? 아니 그 무슨….”
“허허 거 참….”
“그런 말도 안 되는….”
“대표님. 죄송하지만 그 제안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나와 차현철 부장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 이때까지 나를 간곡하게 설득하던 부장까지, 내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아하니 내가 했던 말이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았다.
하지만 뭐 이 정도 반응이야 충분히 예상했던 바였다.
평가원 사람들의 콧대가 높은 것 정도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으니까.
“제가 평가원의 제안을 거절했으니 다른 분들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내가 묻자.
“…네.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일단 결정된 사항이니까요.”
차현철 부장이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내 말을 받았다.
역시, 내 예상대로 평가원 측의 제안은 비단 나에게만 국한된 제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쉬워졌다.
“그러면 제가 소개시켜드리는 분들을 한번 만나 보시죠. 아마 후회하시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 정도 일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저희 조직이 허술하지는 않으니까요.”
거듭되는 내 제안에도 차현철 부장은 자신의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신감이 묻어나는 그의 표정을 보니, 평가원의 힘으로도 충분히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들을 초빙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했다.
뭐 평년 같았으면 그런 그들의 자신감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테지만…….
“글쎄요.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지금은 그때완 상황이 많이 달랐다.
왜냐하면.
‘쓸 만한 사람들은 내가 거의 다 긁어모았으니까.’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 그 이름이 가지는 가치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전국팔도에 있는 학원강사들 중 난다긴다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최고들만이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으니까.
그러니 만약 평가원 측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한다면 대치동 강사들을 먼저 훑어볼 가능성이 높았다.
‘대치동인 있는 한 다른 곳은 눈에 차지 않겠지.’
하지만 저번 대마 학원 사건을 계기로 이름이 있다 싶은 강사들은 죄다 소라게 학원에 끌어들인 상태.
평가원 측에서 원하는 인재를 찾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소라게라는 이름을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세상은 넓고 강사들은 많은 만큼, 분명 우리 학원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1타급 강사들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나랑 비슷한 상황이겠지.’
게다가.
“그리고 어차피 이런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은 게 좋지 아니겠습니까.”
아직까지 수능 출제에 사교육 인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것이 아니니만큼. 평가원 입장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적은 것이 좋았다.
‘동네방네 소문낼 만한 일이 아닐 테니.’
그러자.
“흐음….”
방금 전까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던 차현철 부장 얼굴에 갈등의 빛이 어렸다.
내 말을 듣고 나자 뒤늦게나마 소라게 학원에 대한 정보가 생각난 것 같았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현철 부장의 입은 쉬이 열리지 않았다.
‘흐음….’
아무래도 철밥통 특유의 자기보신 마인드가 부장의 머릿속에 싹을 틔운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리 변화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평가원 또한 ‘공’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기업.
복지부동의 대명사격인 공무원들보다야 조금 낫긴 하지만 그에 뒤지지 않게 모험을 싫어하는 것이 그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좀 힘들 수도 있겠는데?’
이쯤 되니 평가원 측에서 학원 강사들을 투입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아쉽지만. 대표님 어쩔 수 없을 것 같….”
차현철 부장의 입에서 막 부정적인 대답이 나오려던 그 순간.
철컥-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응? 누구지?’
낯선 얼굴을 하고 있는 사내 한 명이 거침없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헛!”
“이…이런!”
“오…오셨습니까!”
방금 전까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자리를 만든다 어쩐다 하면서 허둥대기 시작했다.
‘뭐야?’
나는 의아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들이 갑자기 첫사랑을 만난 어린아이처럼 정신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설마 원장이라도 되는 건가?’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나는 곧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사내의 얼굴이, 아무리 높게 쳐줘도 내 나이 또래로만 보이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사내가 주위를 스윽 돌아보더니 갑자기 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김준영 대표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뒤 내게 악수를 청하면서 명함을 건넸다.
그리곤 바로.
“밖에서 살짝 들었는데 꽤 재미있는 제안을 하시더라구요. 저는 받아들여도 될 것 같은데 여러분들은 생각은 어떠신가요?”
평가원 사람들을 바라보며 ‘답정너’ 스킬을 사용했다.
순간.
평가원 사람들의 표정이 뭐 마려운 강아지들처럼 변했다.
.
.
.
며칠 뒤.
[…원장님 정말 감사합니다…수능 출제에 참여하게 된다니…정말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서….]“강하나 선생님이 그동안 잘해 주신 덕분이죠. 다 선생님의 덕(德)입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다 원장님 덕분이에요. 원장님 아니었으면 동네 학원에서 애들 가르치는 거에 골머리는 썩혔을 텐데 정말…아 네. 금방 끝납니다…예, 원장님 죄송하지만 평가원 사람들이 빨리 전화 끄라고 성화라서…]“아, 그렇군요. 네 선생님. 그럼 선생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요. 두 달 뒤에 뵙겠습니다. 그때는 전속 계약도 좀 연장해 주셔야 겠는데요? 하하. 한 2년쯤?”
[네. 알겠습니다 원장님. 2년이 아니라 20년도 괜찮습니다. 충성충성충성!!!]뚝-
그렇게 수능 검토위원으로 들어간 강하나와의 전화를 마친 순간.
“선생님 뭐래요? 잘 들어가셨대요?”
“어디로 간다고 해요?”
“평가원으로 가는 건가요?”
내 주위를 둘러싼 채,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들 강하나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죄송하지만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사전에 평가원 측과 ‘침묵의 서약’을 한 만큼, 입을 꾹 다물었다.
자칫 잘못해서 안 좋은 소문이라도 돌았다가는, 애써 만든 기회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애초에 미주알고주알 떠벌일 만큼 전해 들은 말이 많지 않기도 하고.’
그러자.
“네….”
“에휴…어쩔 수 없죠…….”
“으…부럽다….”
사람들이 아쉬움이 가득한 모습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흩어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며칠 전 있었던 일을 찬찬히 정리해 보았다.
며칠 전.
‘아쉽지만. 대표님 어쩔 수 없을 것 같….’
막 차현철 부장의 입에서 부정적인 막 부정적인 대답이 나오려던 그 순간.
‘밖에서 살짝 들었는데 꽤 재미있는 제안을 하시더라구요. 저는 받아들여도 될 것 같은데 여러분들은 생각은 어떠신가요?’
사태가 급격하게 반전되었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회의실에 불쑥 나타난 사내가 내 제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자마자.
‘네. 안 그래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도 막 그게 좋을 거라 생각하고 있던 차라….’
‘하하, 역시 보는 눈이 있으십니다.’
평가원 사람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제안을 받아들여 버렸기 때문이었다.
뭐 그 전까지 차현철 부장과 밀당을 하고 있던 나로선 어이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일이 마무리 되었다.
비록 의도치 않은 도움을 받긴 했지만. 처음 예상했던 대로 내 대신 소라게 학원에 있는 강사들 중 한 명을 수능 검토 위원으로 추천할 수 있었으니까.
‘강하나가 선택된 건 약간 의외였지만.’
사실 처음 학원 내에 있는 강사들을 추천했을 때만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경력이 많은 사람들 위주로 선택될 줄 알았다.
하지만.
‘제…제가요?’
의외로 평가원의 선택을 받은 것은 학원 내에서 제일 경력이 짧은 축에 속하는 강사인 강하나와 그 외 5명의 강사들이었다.
아무래도 인터넷 강의를 통해 젊은 층들과 직접 소통하는 그들의 방식이 평가원에게 새로운 바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 같았다.
‘경력도 중요하긴 하지만…아무래도 이번에 저희가 사교육 인사들을 초빙한 이유가 새로운 시각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되도록 젊은 분들 위주로 테스크포스를 꾸려서….’
뭐 나로서는 강하나 같이 우리학원 내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검토위원이라는 감투를 쓰게 된다면 두말할 나위없이 좋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번에 대거 영입된 인사들 같은 경우는 불안한 감이 없지않아 있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무기 없이 내 사람을 물가에 내놓을 수는 없는 법.
‘강하나 선생님 오늘부터 특훈입니다.’
USB안에 나오는 미래의 수능 문제들을 통해 강하나의 머릿속에 날카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검토위원으로 활동하는 거니까 극단적인 난이도의 문제들을 거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면 되겠지.’
그렇게 잠시 평가원에서의 일을 생각하고 있던 때.
따르릉- 따르릉-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슬쩍 전화 액정에 떠오른 번호를 확인하자.
[010-8875-XXXX]처음 보는 전화번호가 내 눈에 들어왔다.
‘누구지?’
약간의 의아함을 뒤로한 채 통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 이제 받으셨군요.]낯선 목소리가 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런데?
[김 대표님 접니다.]이 사람. 다짜고짜 자신의 정체를 알아낼 것을 주문한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약간 당황한 내가 의아한 목소리로 묻자.
[김 대표님. 이거 실망인데요. 저 모르시겠습니까? 저번에 평가원에서 잠깐 뵙지 않았습니까?]약간 서운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평가원, 젊은 목소리, 저돌적인 태도.
아…그러고 보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이 사람의 이름은 바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특별 감사 독고경]정부측에서 특별 임용한 저승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