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81
181
181화 X-EDU (2)
“어이고 죽겠다.”
김형로의 입에서 곡소리가 새어 나왔다.
벌써 며칠 째.
M스터디, S에듀, D학원, J학원 등.
이번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의 임직원들과 술자리를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끄윽. 으 속이 아주 썩어 가는구만.”
뭐 김형로의 직위가 직위인 만큼, 평소였다면 이런 일은 부하 직원들에게 맡긴 뒤, 슈퍼바이저 업무만 사부작사부작 보면서 일의 향방을 조절했을 것이었지만…….
‘…그럼 김 부장님 목도 걸 수 있겠네요?’
‘아….’
‘왜요 자신 없어요?’
‘아…아닙니다. 걸 수 있습니다. 걸겠습니다.’
엊그제 그가 K에듀의 부이사장 최정순의 압박에 굴복하면서, 일이 이상하게 꼬여 버렸다.
그가 최정순에게 ‘목을 건다’라는 말을 해 버림으로써 더 이상 한발 물러난 곳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에휴….”
김형로의 입에서 짙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해서든 최정순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만 했다.
혹시라도 일이 틀어져 최정순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경우, 그가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었다.
‘최정순이라면 분명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목을 쳐 버리겠지.’
근 20년간 조직에 헌신해 온 것치곤 무척이나 박한 대우.
과거였다면 칼을 거꾸로 쥐고 반란을 일으킨다고 해도 후대의 역사가들이 ‘그럴 만했네.’라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가혹함이었다.
때문에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에휴…뭐 뻔한 거지….”
그것도 잠시뿐. 이내 고개를 흔들며 털어버렸다.
그의 나이 이제 마흔다섯. 더 이상 불러 주는 곳도 또 갈 곳도 없는 이상, 지금의 자리라도 유지하기 위해선 삐걱거리는 몸이나마 움직여야만 했다.
그래야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아파트 대출금의 상환.
주둥이를 들이밀며 울어 대는 자식들의 학자금, 유학비, 결혼자금.
얼마 안 되는 은퇴자금이나마 마련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죽겠네 진짜….’
벌써 몇 주째 계속된 강행군으로 그의 몸과 정신은 이미 만신창이.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떨리는 지경이었다.
물론 그동안 짬이 날 때마다 사우나에 가서 피로를 풀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걸로는 한계가 있는 듯싶었다.
‘하긴 푹 자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니까.’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사업의 수주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지금까지 고생이 백배, 아니 천배의 과실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만 수주할 수 있다고 해도 대박이지.’
물론 대부분의 과실은 그의 윗선에 있는 자들, 그러니까 최정순이나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의 뱃속으로 들어갈 테지만…….
‘찌꺼기만 먹어도 배부를 테니까.’
그 과실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윗선에서 먹고 남긴 찌꺼기만으로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 배 정도는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0.1%라고 해도 10억이니….’
때문에 그는 억지로…억지로 몸을 움직여 나갔다.
이제 잠시 후면, 의 사업자에 대한 발표가 나올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계획의 첫 결실인 만큼 일단 사무실에 가서 꿀물이라도 마시며 오늘 있을 정부 발표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결과는 정해져 있으니까.’
김형로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공개경쟁입찰의 특성상 정부 측의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누가 주요 후보로 올라섰는지 알 수 없는 것이긴 했지만…그는 자신 있었다.
왜냐하면.
‘그러니까 김 부장님 말씀은 K쪽에서 을 맞는 대신 저희 쪽에 을 그리고 D학원에 을 맡는다는 말씀이시죠?’
‘네. 뭐 세부적으로 보면 더 복잡하긴 한데…지금은 그렇게 이해하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허, 그게 가능한가요? 아니 이번에 정부 측에서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텐데?’
‘그러니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 주셔야죠. 안 그래도 그래서 이번 기획도 입이 무거운 분들 위주로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고요.’
‘흐음…다른 사람들은 뭐라던가요? 아니 몇 명이나 참여하기로 한 거예요?’
‘대표님께서 아실 만한 분들은 모두 다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뭐…워낙 규모가 큰 사업인 만큼 다들 ’상생‘의 도리를 추구하시는 거죠.’
‘허허…상생이라…뭐 좋습니다. 저희도 그 상생이란 거 한 번 해 보도록 하죠.’
그동안 몸을 버려 가며 발품을 판 결과 사업에 참여할 사람들 대부분에게 확답을 받아 놨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그 개고생을 했는데 이 정도 성과는 있어야지.’
그런데?
김형로가 사무실에 거의 다 도착한 때쯤,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언제 오시는 거야?”
“하, 큰일인데?”
“부장님한테 연락 드렸어?”
그것은…초조한 표정으로 자신의 사무실 앞에 모여 있는 부하직원들의 모습이었다.
‘뭐지?’
김형로는 미식거리는 속을 내리누르며 자신의 사무실 앞에 모여 있는 자들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김형로를 발견.
“어? 저기 부장님 오셨어요!”
“오셨어? 어디? 아이고 부장님!”
마치 짜기라도 한 듯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젠장.’
김형로는 뭔가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간의 경험상, 심각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마다 이런 분위기,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야?”
“…설마 아직도 확인 안 해 보셨습니까?”
“뭘?”
“이번 국책사업 1차 후보자 결과 있잖습니까?”
순간, 김형로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국책 사업의 경우 들어가는 예산이 예산이니만큼, 그 과정에 투명성을 위해 몇 단계에 걸친 사업자를 선별, 사업을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이번 사업 또한.
[1차 사업 계획 검토] [2차 입찰가 경쟁]2단계에 걸쳐서 사업자를 선정. 혹시 모를 담합이나 로비 같은 것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뭐 정부쪽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중소 자본의 참여 또한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었지만.
‘원래 국책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자료와 형식, 인력은 단기간에 커버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그러니 사실상 경쟁을 하는 것은 K에듀와 비슷 체급을 가진 학원들뿐이었다.
흐음 그렇다면…직원들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설마…다른 학원들이 배신했어?”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M스터디나 D학원에서 우리 뒤통수 친 거 아니냐고?”
그러자 그의 말을 들은 직원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게 아니라…휴, 직접 한번 보시죠.”
그리곤 잠시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태블릿PC를 내밀었다.
‘다른 학원들의 배신도 아니면 또 뭐야?’
김형로는 긴장된 표정으로 직원이 내민 태블릿을 확인했다.
[1. 소라게] [2. K에듀] [3. M스터디].
.
순간, 김형로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미친…이게 뭐야.”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돼!”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부빈 뒤 다시 태블릿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자세히 태블릿을 노려본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소라게? 소라게에? 소라게에에?’
태블릿을 든 김형로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니 소라게가 여기 왜 나와?’
발품을 팔고 다니기 전, 그는 이번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만한 규모의 학원들을 한 번씩 정리했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업의 중요성이 중요성이니만큼, 만전을 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 했으니까.’
그리고 그때.
‘유한책임회사 소라게’
소라게 학원이라는 이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설립된 지는 한 4년 정도 됐고, 산하에 소라게 학원, 소라게 아카데미, 소라게 스쿨이 있다라….’
하지만 그때는 그리 큰 위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허허 1년 사이에 10배로 규모를 키웠다고? 대단하네?’
분명 지난 1년간의 소라게 학원의 약진 그 차제는 놀랍긴 했지만…
‘…그런데 연 매출이…350억대? 에이 뭐 별거 아니구만.’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K에듀(연매출 1800억 원)의 규모나, 경쟁 업체인 M스터디의 규모(연매출 1300억 원)을 생각해 보면. 사실 소라게 정도의 규모를 가진 회사는 경쟁자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이 정도면 굳이 연락할 것까진 없겠네. 2차는커녕 1차에서 걸러질 테니까.’
하지만…결과는 참혹했다.
‘빌어먹을! 김형로 이 머저리 새끼야! 왜! 왜! 왜! 연락을 안 했어!’
김형로는 자신의 머리를 잡아 뜯으며 후회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칼을 잡아 뜯는다 하더라도, 한 번 빠진 머리칼이 다시 자라지 않듯,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그저 머저리 같은 선택을 한 과거의 자신을 욕하며,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계할 것인가 미친 듯이 생각할 뿐이었다.
‘생각해라 형로야 생각해!’
그러나 이미 알콜에 절어 버린 뇌로는 도저히 이 상황을 타계할 만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딴딴딴- 딴- 딴딴딴- 딴-
베토벤의 이 울려 퍼졌다.
순간, 김형로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 벨소리는 바로…….
[최정순 부이사장님]그가 제일 두려워하는 사람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X됐다….’
* * *
교육 개혁 사업의 1차 사업자 선정이 끝난 뒤.
“여보세요. 네, 소라게 학원 맞습니다. 네? 원장님이요? 흐음 지금 원장님이 자리에 안 계신데 저한테 연락처를 알려 주시면 나중에 연락을….”
“네, 소라게 학원입니다. 네? 대한 일보에 이철한 기자님이요? 아 이를 어쩌죠. 지금 원장님이 좀 바쁘셔서….”
“아, 어머님. 학원 내규상 원장님 개인 번호는 저희가 알려드릴 수 없으니 대신 저희에게 용건을 말씀….”
미친 듯이 전화가 쇄도하고 있었다.
모두다.
[파란! 유한책임회사 S학원 정부의 모든 사업을 씹어 먹다!] [교육 개혁 사업 1라운드 승자는…S학원] [업계 종사자들…‘뜻밖의 결과’에 당혹]이번 사업이 끝난 뒤 나온 기사들 때문이었다.
물론 평소 같았으면 나를 찾는 전화를 꺼리지 않았을 것이지만…….
걸려오는 전화의 양도 양이지만, 그 내용 또한 대동소이한 것들이라 웬만하면 대부분 이아린과 다른 직원들의 선에서 처리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전화만 붙들고 있어야 할 상황이니까.’
나는 이아린의 교통정리를 바라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선생님. 이제 곧 공개경쟁입찰이 시작될 테니 미리 준비를 해 두시는 게…]독고진에게 교육 개혁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소라게 아카데미, 소라게 스쿨 등의 사업을 진행하며 눈여겨보았던 사람들을 한데 불러 모았다.
그리곤 바로 [X-EDU]팀을 조직. 사전에 정부의 교육 개혁 사업에 대한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업의 내용이야 USB를 통해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지만, 사업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사전에 준비를 해 놓지 않는다면 알면서도 탈락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1. 소라게] [2. K에듀] [3. M스터디] [1. 소라게] [2. M스터디] [3. J학원] [1. 소라게] [2. K에듀] [3. D학원].
.
정부가 공고한 사업 대부분에 1순위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동안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쌓아올린 사람들의 팀윅과.
‘사업 하나 따낼 때마다 0.1%씩 여러분께 수익을 드리도록 하죠. 어떠십니까?’
어마무시한 액수의 성과급이 만들어 낸 마법이었다.
뭐 그 와중에.
[전문가들 S학원 사업 ‘독점’에 우려 표명] [참여 업체들 ‘깨끗한’ 선정에 대한 의혹 제기] [S학원. 과연 사업을 수주할 만한 능력이 있는가?]소라게 학원의 능력과 이번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의심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부의 강수 ‘모든 정보 공개하겠다’]그 모든 의심은, 뒤이은 정부의 대응에 힘을 잃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나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네? 시의원 사무실이요? 음…이거 어쩌죠. 지금은 원장님이 안 계신데…메시지를 남겨주시면 제가 나중에 꼭 전달해 드릴 테니….”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와 그 전화를 받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X-EDU]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 이제 완전한 사업 수주까지 남은 것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최저 입찰금 경쟁’
피 튀기는 눈치싸움, 바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