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87
187
187화 원더랜드 (2)
끼익-
버스가 완전히 멈춰 서자, 버스 안에 있던 학생들이 창밖을 바라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여기는?”
“헐 여기 오는 거였어?”
“대박사건. 나 여기 처음 와 봄.”
나는 그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눈앞에.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1946년 처음 개교한 이래로 지금까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으로 손꼽히는 학교.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동건홍 국숭광명의 맨 앞에 서는 학교이자.
카이스트 vs 포항공대.
연세대와 vs 고려대.
성균관대 vs 서강대.
이름 좀 있는 학교라면 으레 가지고 있는 라이벌 구도조차 존재하지 않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위상을 가진 학교.
국립대학법인 ‘서율대학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샤]나는 국립서율대학교의 초성 ㄱ, ㅅ, ㄷ을 형상화한 거대한 철제 조형물이 바라보았다.
지난 몇 년간 거의 매일 봐 오다시피 한 것이었지만, 이렇게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쌤.”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돌아보니, 내 옆에 앉아 있던 김연아가 예의 그 불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아니 여기가 원더랜드에요?”
“응. 그런데?”
“아니 여기가 무슨 원더랜드에요! 으아악 또 속았어!”
“대체 어디 갈 줄 안 거야?”
“난 또…무슨 랜드라기에 놀이 동산인 줄 알았죠!”
아무래도 그녀는 네버랜드나 서율랜드같은 서울 근교 놀이동산을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정신 차려. 너희 수능까지 10일 남았어.”
수능이 끝나기 전까지 고3은 절대 놀이동산 같은 곳에 갈 수도, 자유의 몸이 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고3이란 시간은 그들의 인생에 단 한 번만 찾아오는 것. 그들에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죠. 안 그래도 수능 스트레스 때문에 민감한 때에 어느 누가 이런 데 온다고 좋아하겠어요.”
“…그래? 그런데 다른 애들은 좋아하는 거 같은데?”
“네?”
“저기 직접 봐 봐.”
내가 학생들 쪽을 가리키며 말하자, 김연아가 고개를 돌려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와 진짜 ‘샤’잖아? 대박 신기해!”
“헐, 미친 학교 안에 버스가 다녀!”
“세상에! 저 언니 엄청 예뻐!”
신기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모습. 언제 죽상을 하고 있었냐는 듯 봄날 망아지처럼 방방 뛰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두다…서율대학교라는 꽃의 향기에 흠뻑 취한 듯한 모습이었다.
‘서율대학교’
샤대 혹은 스누(SNU)라 불리는 학교로, 관악구 전체 면적의 1/6을 차지하는. ‘좋은 학교’의 기준이 되는 학교다.
그 위상이 어느 정도냐 하면…읍면 단위의 고등학교에서는 아직도 해당 학교의 학생이 서율대에 합격하는 순간.
[경축. 양평의 자랑 최OO 서율대학교 국어교육과 합격!] [대박! 김OO 씨의 아들 김OO 서율대학교 수시 합격!] [한별 고등학교 3반 박OO 서율대학교 법학과 합격!]학생의 이름은 물론 학생 부모님의 이름까지 모두 다 현수막이 내걸릴 정도였다.
‘그러니 다들 저리 좋아하고 있는 거겠지.’
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그러자.
잠시 멍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던 김연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다들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거래요?”
그리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슬쩍 웃으며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서율대학교가 각광받는 이유. 그것은 간단했다.
그것은…….
[서율대 출신자 사법시험, 외무고시, 행정고시 합격비율 30~45%]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서율대 선호’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 등이 그 이유]‘서율대 공화국’ 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우리나라 각계각층에 서율대 출신들이 포진.
서율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해당 조직의 입사 당락이 결정되는 것은 물론, 이후 회사 생활과 진급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학원 강사를 처음 시작할 때에도 ‘서율대’라는 간판이 있는 지 없는지에 따라 급여에 붙는 ‘0’의 숫자가 달라지고, 호칭이 달라질까.’
나는 김연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이 최고니까.”
그러자 김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긴 하죠. 그런데 쌤. 왜 여기 올 때 원더랜드에 온다고 한 거예요? 그냥 서율대 갈 거라고 하면 안 되나?”
나는 그녀의 말에 작은 미소를 입에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율대! 죽어도 서율대!’를 외치며, 자신의 자식을 서율대에 보내기 위해 어마어마한 재화와 시간을 갈아 넣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그 울타리 안으로 받을 내딛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서율대학교 입학 정원 1999년 5,000명 → 2020년 3,000명]1999년 5천 명에 육박하던 입시정원이 2020년 현재 3천 명 정도로 축소되면서, 안 그래도 좁았던 문은 점점 좁아져 경쟁을 극대화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도 안 되는 사람들만 서율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
그러니 웬만한 재화와 시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수험생들에게 서율대란 크고 아름다운,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신기루와 같았다.
‘볼 순 있지만 갈 순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 학원 학생들이라면 가능하다.’
현재 우리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은 그 꿈을 현실로 바꿔 버릴 수 있을 만한 이들. 전국 모의고사에서 상위 1%대의 학생들이었다.
‘내가 그 동안 그렇게 만들어 놨으니까.’
그러니 수능 당일 방심하거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지만 않는다면, 이곳에 온 학생들 대부분이 서율대 입학을 꿈꿀 수 있었다.
‘연료만 충분하다면 말이야.’
때문에 나는 그들의 고갈된 연료통에 새로운 연료를 채워 놓고자했다.
남은 10일간 움직일 수 있는 연료만 충분하다면, 우리 학원에 있는 학생들 모두가 서율대라는 신기루, 원더랜드에 발을 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나는 학생들에게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을 선택했다.
‘경험만큼 기억에 남는 것도 없으니까.’
나는 의아한 낯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김연아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원더랜드가 아니면 안 되거든.”
* * *
잠시 뒤. 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다들 잘 따라와. 캠퍼스가 좀 넓으니까 딴 짓하다가 길 잃어버리지 말고. 혹시라도 길을 잃었다 싶으면 선생님한테 바로 전화해.”
“네.”
그리고 나서 바로 은솔, 이아린과 함께 학생들을 인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한 서율대 미술관(MoA).
32만 7,736점의 고문서, 고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서율대 규장각.
마치 갑주를 걸친 듯 단단한 디자인의 중앙도서관.
깨끗하진 않지만 나름 운치가 있는 작은 연못, 자하연(紫霞淵) 등.
서율대 내에 있는 명소들이 우리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잠시 뒤.
[서율대학교 사범대학]익숙한 건물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단풍나무 잎들이 만들어 내는 붉디붉은 파도를 눈으로 삼키며, 붉은 벽돌로 지어진 4층짜리 건물 앞에서 천천히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휴, 의외로 높네요?”
아이란이 가뿐 숨을 몰아 내쉬며 내게 말했다.
그녀 이마에 맺힌 이슬을 보니, 근 20분간의 언덕길 행이 약간 힘들었던 것 같다.
‘하긴…아무리 완만하다고 해도 산은 산이니까.’
슬쩍 고개를 돌려보자, 그녀 이외 다른 사람들도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 다들 고생했어요. 일단 사범대 앞에 있는 카페에서 간식이라도 간단하게 먹고 사범대로 이동할게요.”
그런데 그때.
“쌤! 큰일 났어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나름 익숙한 얼굴. 前 20군단 출신 학생들 중 한 명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무슨 일인데?”
“연아가 없어졌어요!”
응?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열 중간에서 학생들과 놀고 있는 모습을 보았었기 때문이었다.
“응? 무슨 소리야. 방금 전까지 너희랑 같이 있지 않았어?”
“그랬는데…아까 중앙도서관 쯤에서 연아가 뭐 사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여학생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여학생을 데리고 학생들이 있는 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 전화는 해 봤어?
“아니요! 전화가 꺼져 있어서 전화도 안돼요! 쌤 어떻게 해요?”
생각치도 못했던 상황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바로 연아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그러자.
[…고객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전화기가 꺼져 있어 통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만 계속 흘러나왔다.
“…일단 연아는 선생님이 찾아볼게. 그러니까 진정하고 선생님들 계신 곳에 가 있자.”
나는 여학생과의 대화를 서둘러 끝낸 뒤, 은솔과 아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그들에게 다른 학생들이 인솔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일단은 제가 이 근처 한번 돌아볼게요. 길이 엇갈릴 수도 있으니 연아가 오면 바로 연락 주시고요.”
그러자 그녀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학생들을 인솔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포면서 천천히 김연아가 갈 만한 곳을 생각해 보았다.
‘뭔가 사러 간다고 했다니까 기념품샵이나 미술관 아니면 자하연 쪽에 있겠지.’
그렇다면 의외로 범위가 좁았다.
거리로 따지면 200~300m안에 있는 공간 안에 있는 곳들이었으니까.
나는 천천히 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가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제발 좀 보여라.’
하지만 연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 어느 곳에서도 연아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분명 교복을 입고 있을 테니 눈에 띌 텐데….’
이쯤 되자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백주대낮의 서율대 캠퍼스라고 하더라도…하 수상한 세상이었으니까.
‘일단 학교에 방송요청하고 그래도 안 되면 경찰에 신고를….’
그러다 마지막이다 싶은 심정으로 자하연 쪽으로 다가갔다.
일단 방송요청을 할땐 하더라도 최대한 찾아봐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때.
‘응?’
저 멀리 자하연 안 숲 그늘 아래에 익숙한 색상의 옷이 보였다.
‘혹시….’
나는 바쁜 걸음으로 그쪽으로 다가가 그 옷의 주인을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그 순간.
“휴우….”
내 입에서 절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자하연 옆 벤치에 앉아 있는 김연아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다들 걱정하는 줄도 모르고….’
그런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뭔가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김연아와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뭔가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