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94
194
194화 악의 꽃 (1)
“이런 X발 이게 뭐야….”
휴대폰을 확인한 반명호의 입에서 짧은 욕설이 튀어 나왔을 때.
‘됐다.’
차진철은 자신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다.
반명호가 어떤 자료를 보고 욕설을 내뱉은 것인 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내용이 어떤 것일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소라게 학원 관련된 자료겠지. 그것도 아주 안 좋은 쪽으로.’
차진철의 입가에 차디찬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사실 엊그제 김준영 원장에게 연락이 왔을 때 일이 더럽게 됐음을 직감했다.
지난 1년간 그가 댓글조작단 수행하면서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댓글 조작의 성공 포인트는 댓글 조작단의 일이 그 대상에게 발각되지 않는 것에 있다는 것.
대상에게 조작을 들킨 이후에 단 한 번도 일이 정상적으로 처리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는 칼날보다 피하기 쉬운 건 없으니까.’
때문에 처음 소라게 학원 원장이 그에게 연락을 가해 왔을 때, 그는 이번 일이 성공할 수 없음을, 곧 처참한 실패로 점철될 것임을 깨달았다.
‘보통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붕괴의 그 단초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그는 호텔 백제에서 김준영 원장을 만나고 왔을 때부터 줄곧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바로 댓글 조작단 전체가 혼란에 빠져 감시의 끈이 느슨해질 때를.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리고 오늘, 반명호의 입에서 신경질스런 욕설이 튀어나왔을 때 차진철은 깨달았다. 드디어 자신이 기다리던 기회의 순간이 도래했음을.
“…….”
그는 고개를 슬쩍 돌려 반명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X발. 아 왜 또 전화를 안 받아!”
어딘가로 정신없이 전화를 걸고 있는 반명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과 초조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입에서 연신 튀어나오는 된소리들을 보니, 그의 혼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저 상태라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던 신경을 쓰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순간, 차진철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게 좀 더 쳐 줬으면 내가 배신하지도 않았을 거 아니야. 아니 아무리 말단이라지만 꼴랑 300정도로 뭘 하라고.’
그러고 보면 약간이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기는 했다. 어째 됐건 반명호는 자신을 믿고 이 바닥에 불러들인 사람인 데다가, 사적으로는…학교 선배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신발, 범죄자가 무슨 선배야. 어차피 2년 뒤면 기억도 안 날 텐데. 차진철. 정신 차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반명호와 자신 간에 아주 약간의 인연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 인연을 지키고자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포기할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군대 2년이 지나면 이런 위태로운 인간관계야 깨끗하게 정리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때문에 그는 애써 고개를 흔들며 반명호에 대한 죄책감을 털어 버렸다.
‘그래 나중에 만나면 술이라도 한 잔 사면 되지. 설마 남자가 되어 가지고 그때까지 꽁해 있겠어?’
그리곤 주먹을 꽉 쥐며 이번 배신을 통해 한몫 단단히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X발!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최대한 비싸게 팔자. 군대 갔다 와서 차도 사고 해외여행도 가고 여자도 만나려면 한 1억, 아니 2억 정도는 필요할 테니까.’
다행히 그는 자신을 비싼 가격에 사 줄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자신에게 찾아내 연락을 가해 온 사람.
자신에게 흔쾌히 3천만 원이라는 돈을 건네준 사람.
그리고 댓글 조작단과 그 배후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고 있는 사람.
바로 소라게 학원의 원장 김준영이었다.
‘김준영 그 사람이라면 분명 확실하게 처리해 주겠지. 돈 거래든 뭐든 간에 말이야.’
사실 댓글 조작단 일을 하다보면 대상과 가까운 사람보다 더 대상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곤 했다.
왜냐하면.
대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더 대상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대상을 좋아하는 지.
그렇지 않은 경우엔 왜 그런 것인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때는 댓글을 조작하는 사람이 대상 자신보다 더 대상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사람은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봤을 때 김준영이란 사람은…….
자신의 적에게는 한없이 무서운 사람.
하지만 자신의 편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사람.
그리고 불가사이 할 정도로 능력과 운이 좋은 사람.
한 마디로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뭐…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말이야.’
때문에 그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김준영에게 팔기로 했다.
그가 파악한 김준영이라면 적어도 뒤통수를 맞을 걱정은 없어 보였으니까.
‘인심이 후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때부터 그는 조심스럽게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댓글 조작단의 내부 자료를 꺼내 튀려면 이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없기 때문이었다.
‘햇빛이 있는 동안 건초를 만들어라’
-세르반테스-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반명호가 관리하는 자료에 도무지 접근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X발 미쳐 버리겠네, 아니, 저 새끼는 뭐 약속도 없어? 왜 맨날 사무실에 주구장창 퍼질러 앉아 있는 거야!’
그는 불만스러운 눈으로 사무실 한쪽에 앉아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는 반명호를 바라보았다.
분명 그동안 자신과 다른 멤버들의 자료들을 알음알음 취합해 놓은 상태였지만. 반명호가 가지고 있는 자료가 없다면 그것은…….
파인애플 없는 피자, 맥주 없는 치킨, 핵 없는 김정은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비싸게 팔기 위해선 반명호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꼭 필요했다.
그러나 어째선지. 반명호는 하루 24시간을 자기 자리에 붙박여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네. 네 부장님. 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아직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을 신경 써야….”
아무래도 이번 사태, 그러니까 소라게 학원에서 만점자가 23명이나 나온 것을 커버할 수 있는 다른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난 차진철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 거지 같네…이러다가 새 되는 거 아니여?’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배신이 발각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냥 지금 있는 거라도 가지고 튈까?’
하지만 그러던 중.
“네? 지금이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탁-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후우…야 나 잠깐 본사 다녀올 테니까. 다들 일 하고 있어. 어디 다른 데 튈 생각하지 말고.”
아침나절부터 쉴 새 없이 본사와 통화를 계속하던 반명호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순간, 차진철은 피어오르는 웃음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기회다.’
“형. 그거 오래 걸려요?
“얼마 안 걸리니까. 괜히 뻘 짓 하고 돌아다니지 말고 일이나 해, 알았어?”
하지만 20살을 갗 넘은 남정네들의 욕망을 한두 마디의 말로 잡아 둘 수는 없는 법.
반명호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야. 술 빨러 가자.”
“뭔 대낮부터 술이야 이 미친놈아. 그러다가 명호 형 오면 니 새끼가 커버 칠 거야?”
“뭐? 그걸 내가 왜 커버 쳐.”
“허, 이 새끼 보소. 야, 그러지 말고 걍 당구장 가서 당구나 한 게임 치자.”
아무래도 근 한 달 동안 사무실 안에만 갇혀 있었던 만큼,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것 같았다.
차진철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쯧쯧 병신들. 배가 가라앉는 것도 모르고 팔자 좋구만.’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나서서 그들을 만류하거나 포섭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들이 가지고 있을 만한 자료는 이미 자신의 손에 들어온 상황, 제 손으로 파이 잘라 나눠 주는 취미는 없었으니까.
‘남들 일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빨리 마무리 짓자.’
그때부터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반명호가 감춰 둔 자료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됐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물주인 김준영과 만나 자료를 건네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받아내는 일 뿐이었다.
‘적어도 2억. 그 이하면 바로 일어난다.’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달콤한 꿈을 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찰칵-
“어? 늦었네. 거기 앉아.”
약속 장소에 도착한 그는 일이 더럽게 꼬여 버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눈앞에…….
“인사들 안 해? 아, 맞다. 다들 아는 사이지? 허허 참 세상일 한번 묘하다니까 안 그래?”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형태와.
아까 사무실에서 나갔던 사람들이 주르륵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X발 저 새끼들이 왜 저기 앉아 있어!’
순간.
차진철은 자신이 그물에 걸려 버렸음을, 그것도 아주 촘촘한 그물에 걸려 버렸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 * *
찰칵-
문을 열고 들어서자.
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일곱 명의 사내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오랜만이네?”
그러자 그들이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바로…내가 그동안 공을 들여 포섭해 놓은 내부자들.
신의 따윈 없는 7인의 사무라이.
소라게 학원을 공격하던 댓글 조작단 5팀의 멤버들이었다.
처음 댓글 조작단의 존재를 확인하고 차진철을 포섭했을 때, 나는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했다.
그만큼 차진철이 정리해 온 자료가 생각보다 제법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한 가지 의심이 드는 피할 수 없었다.
그것은…….
‘혹시 일부로 정보를 흘린 거 아니야?’
그들이 나를 낚기 위해 함정을 파 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었다.
물론 제법 큰 금액을 통해 포섭한 것이니만큼 그럴 가능성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었다.
그러니 안심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사전에 그 정보가 오염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확인해야만 했다.
때문에 나는 차진철 이외의 인원들을 비밀리에 포섭. 교차 검증을 통해 그 자료가 정확한 자료인지 아닌지 판별하기로 했다.
‘뭐 자료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그리고 그 결과…지금 내 눈앞에는 총 7명의 내부자들과 그들이 가져온 자료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나는 슬쩍 웃으며 이형태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나를 바라본 이형태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무래도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야기가 간단한 설명이 끝난 모양이었다.
나는 그의 인사를 받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들 변호사님 말 잘 들었지?”
그러자 그들이 슬쩍 고개를 들을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
그들의 입에선 아무런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겁에 질린 어린애들 같네.’
뭐 그들이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면 그에 어울리는 방법이 있었다.
“차진철. 나이 21살. 서율대학교 1학년. 댓글 조작단 5팀으로 지난 1년간 홍 반장 교육, 시원해스쿨, 바쁜 벌꿀 학교 등 12개의 회사들을 음해함.”
“김영순. 나이 22살. 홍문관대 2학년. 댓글 조작단 5팀으로…….”
“이호락. 나이 21살. 중앙정보대 1학년. 댓글 조작단 5팀으로…….”
그러자.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마치 살(虄)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는 그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슬쩍 웃어 보였다.
“그러게 왜 다들 말을 안 해.”
“…….”
“또 그러네? 그냥 이대로 버티겠다는 거야?”
“아, 아니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왠지 내가 악역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현재 포지션만 보면…약자는 바로 그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뺨을 맞고 나서도 허허 거리는 취미는 없었다.
누군가 내 뺨을 때린다면 그 고통의 열 배, 스무 배의 고통을 선사해 주는 것.
그것이 나의 정의였다.
게다가…지금 내 앞에 있는 자들은 어찌 됐건 내 뒤통수를 치려고 했던 자들. 상황이 불리해지자 배를 갈아탄 영악한 쥐떼들이었다.
그러니 사정을 봐준다 어쩐다 하며 어설프게 그들을 대우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죄인이니까.’
나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곤 단호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너희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야.”
그러자 그들이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무래도 그 방법이 뭔지 내심 궁금한 것 같았다.
나는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른 팀 사람들 인적사항. 그리고 그 팀한테 작업 당한 사람들 자료를 나한테 가져오는 거지.”
순간, 그들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