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203
203
203화 추락하는 것에겐 날개가 있다 (6)
2021년. 신입 원생들을 맞을 준비에 정신없이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을 때.
“준영 쌔앰! 이거 보셨어요?”
내 옆에서 빈둥거리고 있던 김연아가 내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뭐가?”
“아니 이거요. 여기 나온 사람 저번에 왔던 그 사람 아니에요?”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 휴대폰을 슬쩍 받아들자.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쉴 새 없이 번쩍이는 플래시.
‘한 말씀만 해 주시죠!’
‘댓글 조작단을 운영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여론을 조작 정황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이번 소송의 결과를 인정하십니까?’
화면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마이크.
그리고…그 앞에 선 최정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 최정순의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맞네.”
그러자 김연아가 베시시 웃으며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역시. 으 쌤통이에요. 그때 그 여자 진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아무래도 최정순에 대한 이미지가 몹시 좋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하긴 그녀가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얼마 전. 방금 김연아가 보여 준 영상의 나온 여자, 최정순이 나를 찾아왔었다.
‘그쪽이…김준영 대표 맞죠?’
자신을 K에듀의 부이사장이라 소개한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이상한 제안을 던졌다.
‘제 사람이 되는 거 어떠세요?’
나로서는 뜬금없는 제안이었다.
여론은 물론 명분까지도 내가 유리한 상황이었으니까.
때문에 나는 당연하다는 듯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국책 사업 수주 경쟁을 보고 알아차렸죠. 아, 이 사람도 뒤가 있었구나. 그래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날아오를 수 있었구나. 그렇다면 내가 이용할 수도 있겠구나….’
‘두렵지 않으세요? 높이 날다가 떨어지면 더 아플 텐데? 그냥 적당히 제 제안을 받아들이고 조금 낮게 나는 게 낮지 않을까요?’
그녀는 나와 정부와의 야합에 대한 시나리오를 한 번 읊으며, 은연중에 나를 협박, 내 선택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하긴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나로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전혀요. 그러니까 안녕히 가시죠. 법원에서 뵙겠습니다.’
그녀가 찾아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 약점은, 사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정부와의 야합이라니…창의력 하나만은 알아 줘야겠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긴장을 늦추진 않았다.
‘하, 후회하실 텐데요?’
3류 악당 같은 대사를 남기가 떠난 최정순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공격을 개시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최정순의 제안을 거절한 지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정부와 소라게 학원의 야합을 다룬 기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
[충격! S사와 정부, 사실은 ‘한 집 살림’ 국책사업 등 모든 편의를 봐주는 관계]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기사를 우라까이한 기사들로 인터넷이 가득 찼다.
[속보! S사과 정부의 야합. ‘K사’는 희생양일 뿐!] [모럴 해저드 ‘S사’는 과연 정부의 사냥개인가?] [정부의 사교육 시장 잠식 의혹, ‘야당’ 연일 비판의 목소리].
.
그러자 소라게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댓글 : X발 이게 사실이여?] [댓글 : 기사 보고 오니까 그럴듯하던데?] [댓글 : ㅋㅋㅋ어쩐지 그동안 X나 잘나가는 게 이상하긴 했다] [댓글 : 하, 진짜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아무래도 나와 소라게 학원에 대한 믿음의 크기가 컸던 만큼, 그 배신감 또한 크고 깊은 것 같았다.
‘뭐 이때다 싶어 분탕질을 치는 종자들도 있는 것 같지만.’
물론 언론사들의 갑작스러운 의혹제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댓글 : 야 어디 이런 일이 한두 번이야? 일단 좀 봐야 된다니까?] [댓글 : 그래 아직은 카더라 정도잖아. 기사 내용도 대부분은 ‘이럴 수도 있다더라’잖아.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댓글 : ㅇㅇ 어디 우리가 이런 거에 한두 번 속는 것도 아니고 이번엔 좀 조심하자. 괜히 엄한 사람 잡아서 숲속각 띄우지 말고]아무래도 무비판적으로 증오를 답습하기에는, 그동안 당한 것이 제법 많았던 데다…
그동안 정부와 소라게 학원이 보여 왔던 행보에 대한 믿음 또한 남아 있기 때문인 듯 했다.
그러나.
100%의 거짓말보다는 99%의 거짓말과 1%의 진실의 배합이 더 나은 효과를 보여준다.
-괴벨스-
거짓말의 힘은 생각보다 더 컸다.
[댓글 : 응. 다음 적폐] [댓글 : 소라게에서 알바 푼듯ㅋㅋㅋ 에이 더러운 새끼들아 얼마 받고 일하냐!] [댓글 : 아무튼 헬조선엔 깨끗한 놈들이 없다니까?] [댓글 : 블라에 비추 박는다. 양심 없는 새끼들]그러자 소라게 학원과 정부를 옹호하는 발언들은 힘을 잃고 소수의견으로 전락, 침묵의 나선 속에 빠져 버렸다.
어제의 개혁세력이 오늘의 적폐가 되고.
어제의 응원이 오늘의 야유가.
어제의 자긍이 오늘의 자괴로 변해 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내게 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느냐는 사람도 생겼다.
특히 내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내가 반격을 하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자신들이 도와 줄 테니 포기하지 말고 반격을 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그러나…나는 그들의 제안을 웃으며 거절했다.
왜냐하면 나는 포기한 것이 아닌,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복수라는 열매가 가장 무르익을 때를.
‘높이 날던 새일수록 추락의 고통은 더 큰 법이지.’
그리고 얼마 뒤.
드디어 때가 도래했다.
.
.
나는 소라게 학원과 정부의 밀월 의혹에 K에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 줄어들어, 진실을 가리고 거짓을 유치하려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그리고.
[K사의 분노, ‘유언비어’ 유포자들에 강경 대응할 것] [사상 초유, ‘K사’ 유언비어 유포자 700명 고소] [‘K사’ 용서는 없다. 형사 소송만 250여건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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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두려움을 통해 그나마 남아 있던 사람들마저 통제하려 할 때, 비로소 칼을 빼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독고경 감사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바로 발표하시죠.’
[아, 김 선생님. 네.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약간의 타격을 받을 것을 감수한 채 소라게 학원과 정부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만천하에 공개해 버린 것은 물론.
‘이형태 변호사님. 소송 시작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검찰 출석 요구서 : 김형로] [검찰 출석 요구서 : 차귀화] [검찰 출석 요구서 : 최정순].
.
100여개에 달하는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S사와 정부의 야합…진실은 ‘증거 없음!’] [유언비어의 출처는…역시나 ‘K사’ 네티즌들의 질타 쇄도] [S사의 반격! 100개에 달하는 민형사 소송 대상은 ‘K에듀’].
.
여론이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댓글 : 이거 어떻게 되는 겨? 누가 잘못한 거야? 소라게야 아님 K에듀야?] [댓글 : 글쎄 내 생각엔 둘 다 잘못한 거 같은데? 의도로만 보면 K에듀가 나쁜 놈인 건 빼박이지만, 소라게랑 정부쪽도 그래 깨끗하지 않아서…] [댓글 : ↑ 윙? 무슨 소리임? 소라게랑 정부가 왜 깨끗하지 않아? 오히려 깨끗하다고 칭찬해야 하는 거 아님?] [댓글 : 아니 그 사략학원이니 뭐니 해서 자주 만나고 또 정보도 주고 그런 건 사실이잖아? 또 이번에 수능 검토 위원으로 소라게에서 사람 집어넣은 것도…] [댓글 : ㅋㅋㅋ 제대로 안 본거야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본거야? 사략학원인가 뭔가 때문에 준 정보는 학원들 담합 정황 관련 정보였잖아. 그리고 수능 검토 위원? 그거 다른 학원 사람들도 다 들어갔던데, 그럼 다른 학원 사람들도 다 잘못한 거야? 우리 제발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좀 보자. 응?]상황이 이렇게 되자, K에듀 측에서 협상을 제의해 오기 시작했다.
[김 대표님. 우리 이쯤에서 그만 두기로 하죠. 그럼 저희 쪽에서 적절한 보상을…]하지만 내가 빠가사리도 아니고, 이 상황에서 내가 왜?
오히려 나는 정보원들이 가져온 자료들을 취합 매일매일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들에게 소송을 넣었다.
어차피 증거는 차고 넘칠 정도로 있었고, 변호사를 선임할 돈은 충분했으니까.
‘한번 칼을 뽑았으면 확실하게 처리해야지.’
그리고 그 결과.
[사건] 2021고정123 정보통신망이용촉진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명예훼손). [피고인] 차귀화 (682398-1XXXXXX). [검사] 민중원(기소), 차OO, 양OO, 강OO(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맥달 담당변호사 김OO, 이OO.피고인을 징역 3년형에 처한다.
[이유]피고인은 2020년 9월 4일부터 동년 12월 31일까지 소위 ‘댓글 조작단’이라 불리는 유령 회사에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의뢰…(중략)…총 8천 970회에 걸쳐 정보통신망인 인터넷 사이트(안웃긴대학, 내일도유머, 눌린웹, 아웃스티즈, 뱀코, 일X, 메X) 및 SNS 등을 통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중략)…그 죄질이 심히 불량함으로 가중의 처벌이 가하다 판단한다.
[결론]따라서 피고인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에 의거 징역 3년 집행유예 2년형에 처한다.
형사는 물론.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0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민사까지 거의 모든 소송에 승리.
종국엔.
[사건] 2021다170 손해배상 [원고] 김준영 (860000-1XXXXXX),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형태 [피고] K에듀 (680000-1XXXXXX),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OO.1. 피고는 원고에게 35,000,000,000원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총액 370억 원!
소라게 학원의 작년 한 해 매출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카운터를 K에듀 얼굴에 꽂을 수 있었다.
뭐 대부분 1심 판결인 만큼, 항소를 통해 형기와 금액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복수라는 측면에선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이번 판결로 소라게 학원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는 확실하게 잡은 거니까.’
“으 아무튼 진짜 그땐 살 떨렸다니까요? 난 쌤이 가만히 있길래 증말 큰일 날줄만 알았다고요.”
나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린 채 포옥 한숨을 내쉬는 김연아를 바라보았다.
“걱정했어?”
“그럼요! 으 얼마나 걱정했던지 살이 1kg이나 쪘다니까요?”
“…응? 원래 걱정하면 좀 빠지는 거 아니야?”
“에잇, 그런 사소한 건 그냥 넘어가라고요!”
하긴 생각해 보면 녀석만큼 이번 일에 긴장을 한 사람도 없었다.
얼마나 걱정이 심했던지 일이 마무리 될 때까지 거의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원에 상주하며, 일의 경과를 하나하나 체크해 내게 보고할 정도였으니까.
‘한창 놀고 싶을 때일 텐데…녀석.’
나는 김연아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물었다.
“그나저나 너 원서 다 쓰고 나서 아이슬란드로 가족 여행 간다고 하지 않았어? 이번 수능 만점 맞은 기념으로.”
“아, 그거요? 에휴…거기엔 슬픈 전설이 있어요.”
“뭔데? 혹시 여행 약속 취소됐어?”
“헐, 쌤 대박 어떻게 아셨어요?”
“…뻔한 거 아니냐?”
이런 녀석이 어떻게 만점을 맞았을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몇 달 전부터 준비해 오던 여행이 그냥 취소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음…집에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에이, 그건 아니에요.”
“그럼 왜 갑자기 여행이 취소된 거야? 항공권이나 숙소도 다 예약해 놨다고 자랑했었잖아.”
“에휴, 그게….”
“……?”
“으, 이거 말해도 되려나.”
“왜? 나한테도 말 못할 만한 일이야?”
“아뇨, 그건 아닌데….”
“그럼 이야기해 봐. 뭐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면 최대한 도와줄 테니까.”
“그게…이번에 저희 아빠랑 할아버지가….”
그런데 그렇게 막 김연아의 입이 열리려던 그때.
“실례하겠습니다.”
교무실 안으로 일단의 사내들이 들어섰다.
‘뭐지?’ 싶어 그들을 바라본 순간.
“어…? 저 사람은? 쌤, 저 사람 혹시 그 사람 아니에요?”
김연아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방금 교무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
저 사람은 바로…이번에 치러지는 교육감 보궐선거 후보들 중 한 명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