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210
210
210화 토론회의 지배자 (1)
쿵짝- 쿵짝- 쿵짝- 쿵짝-
중독성 강한 멜로디.
“아 찍어찍어 고덕승 찍어- 서울 교육 살리는 2번 고덕승- ”
귀에 착착 감기는 가사.
그리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 기호 2번 고덕승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후보 기호 2번 고덕승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믿고 맡길 수 있는 후보 기호 2번 고덕승입니다! 감사합니다!”
선거 차 옆으로 주르륵 줄을 선 채, 오가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
그들은 바로…….
[작은 소리도 마음으로 듣겠습니다. 공감 교육감 고덕승]대한민국의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
사법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
셋 중 하나만 패스해도 탄탄대로가 펼쳐진다는 고등고시 3형제를 모두 섭렵한 인재.
90년대 ‘고덕승 공부법’이라는 교육방법을 통해 학부모들 사이에 파란을 일으킨 인물.
교육감 후보 2번 고덕승과 그의 선거 캠프 인원들이다.
“어머님 안녕하십니까. 기호 2번 고덕승이라고 합니다.”
고덕승이 세상 다시없는 미소를 지으며 폐지 수레를 끌고 가던 노인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노인이 화들짝 놀라 고덕승을 바라보았다.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내가 꼴이 이래 놔서…미안해유.”
아무래도 다 헤진 장갑을 끼고 있는 자신의 손이 부끄러운 듯했다.
하지만 고덕승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인의 손을 꼭 잡을 뿐이었다.
“하하 아닙니다. 어머님 추우시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김 실장님. 후원으로 들어온 장갑 하나 있죠 하나 가져다주시겠어요?”
그러자 김실장이라 불린 인물이 어디선가 새 가죽장갑 하나를 가져와 고덕승에게 내밀었다.
김실장이 가져온 장갑을 손에 든 고덕승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노인에게 장갑을 내밀었다.
“어머니 이거로 바꿔 끼우시죠.”
“아이고 아니에요. 아니야. 집에 가면 다 있어요. 괜찮아요.”
노인이 극구 사양해 보지만, 고덕승은 예의 그 후덕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다.
“하하, 제 어머니 같아서 그러는 겁니다.”
그러자 노인은 못 이기는 척 고덕승이 내민 장갑을 받아 제 손에 끼웠다. 그리곤 진물이 차오르는 눈 위로 맑은 눈물을 기워 올리며 고덕승을 바라보았다.
“아이구 참…얼굴도 번듯한 분이 마음씨도 참 선하구만요.”
“하하, 감사합니다. 자, 그럼 어머니 몸 건강하시고. 꼭 기호 2번 고덕승을 뽑아 주세요.”
“그러믄요. 후보님 같은 분이 당선 되셔야 우리 손녀도 좋은 핵교를 당기것쥬. 내 사람들한테도 꼭 알릴게요.”
그리고 잠시 뒤.
노인이 폐지 몇 장이 실려 있는 손수레를 끌고 골목 너머로 사라지자마자 잠시 주위를 살펴보던 고덕승이 옆에 있던 보좌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티슈.”
그러자 수행원이 허둥지둥 거리며 품에서 물티슈를 꺼내 고덕승의 손에 올려놓았다.
“으, 냄새. 거 노인네 옷 좀 갈아입고 다닐 것이지.”
물티슈를 받아든 고덕승은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으며 마치 사포질을 하듯 거칠게 제 손을 닦아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빌어먹을. 내가 이런 데 일정 잡지 말라고 말 했어 안 했어?”
다 쓴 티슈를 보좌관의 얼굴에 팍 던지며, 으르렁 거리듯 거칠게 입을 열었다.
고덕승의 거친 태도에 보좌관의 고개가 바닥을 향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고덕승을 건드리면 큰일 날 것이란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니 죄송이고 지랄이고 했냐고 안했냐고.”
고덕승은 더욱 더 그를 궁지로 몰아넣을 뿐이었다.
“하, 하셨습니다.”
“그래 하셨지. 그럼 좀 말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금방이라도 자신의 목을 물어뜯을 것 같은 고덕승의 태도에 질린 김실장이 허둥지둥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이 지역 보수 단체 협의회에서 꼭 요청을 했던 사항이라 어쩔 수 없이…네, 그리고 그동안 후보님 활동 지역이 강남권에 치중된 것도 있고 해서 저는 후보님을 위해….”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덕승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김 실장. 일하기 싫어?”
순간, 변명을 내뱉던 김실장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가까스로 들어온 고덕승의 보좌관 자리. 이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쫓겨난다면 자신의 커리어 또한 한순간에 쫑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 아닙니다!”
“그럼 왜 말을 안 들어. 아랫사람이면 아랫사람답게 짖으라면 짖고 울라면 울 것이지 왜 생각을 하려고 하느냔 말이야.”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에휴 김실장아. 우리 효율적으로 좀 가자 응? 아니 시간도 얼마 없는데 내가 이런 일 때문에 김실장이랑 얼굴 붉히고 그래야 쓰겠어?”
“…죄송합니다.”
보좌관이 배를 드러낸 개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고덕승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아. 그럼 앞으로 이따위 동네 유세는 지역장한테 시켜. 그런 일 하라고 비싼 밥 먹여 가면서 그 사람들 쓰는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일단은 두고 보겠어. 그건 그렇고 지금 지지율 차이는 몇이야? 아직도 유덕현이랑 7포인트 정도 차이나는 상태는 아니겠지?”
“아,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보좌관이 허둥지둥 휴대용 태블릿 찾아 지지율 추이를 확인했다.
그리곤 긴장 어린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네…아직도 7포인트 정도의 격차가 있는 상탭니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들은 고덕승이 얼굴을 팍 찌푸렸다.
처음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많이 좁혀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상당한 차이였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네…아무래도 선거 초중반이고 하다 보니.”
“흐음, 그런 것 치곤 생각보다 격차가 너무 안 좁혀지는 거 같은데?”
고덕승이 보좌관을 추궁하듯이 바라보았다.
만약 제대로 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재미없을 것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방금 전 고덕승에게 ‘생각하지 말라’라는 주문을 들은 보좌관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상황이었다.
‘아니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며!’
하지만 어쨌든 고용주는 고용주. 까라면 까야 하는 것이 보좌관의 숙명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맹렬하게 머리를 굴린 보좌관이 단단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후보님. 단일화를 한번 시도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만약 4, 5위 후보들과 단일화만 하시면 적어도 15포인트 정도는 무난하게….”
순간, 고덕승이 ‘어라 이것 봐라?’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보좌관을 닦달하긴 했지만 내심 기대를 가지지 않았었기에 나름 괜찮은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제법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후보 단일화’
선거에서 지지율이 분산되어 있는 후보들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지지율이 높은 후보로 통일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우리나라 정치 역사의 중요 순간마다 사건의 향방을 바꾼 중요한 정치 전략이었다.
하지만.
“단일화 같은 소리하고 있네. 왜 내가 유덕현이 못 잡을 것 같아?”
그는 그 길을 택할 생각이 없었다.
분명 그 길을 택한다면 손쉬운 승리를 얻을 수 있긴 했지만, 그만큼 자신이 가진 것, 그리고 가질 것들을 상대방에게 내어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미쳤다고 그놈들 입에 금덩이를 넣어 줘?’
그러자 고덕승의 대답을 들은 보좌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덕승을 바라보았다.
물론 짧은 시간 내에 생각해 낸 해결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해결책이라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아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혹시라도 유덕현 후보가 단일화를 시도한다면….”
순간, 보좌관의 말을 들은 고승덕의 얼굴에 짙은 웃음이 걸렸다.
“하하, 유덕현이가 다른 놈들이랑 단일화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말이 되는 소리를.”
“아니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아닙니까? 3위 이문기 후보 같은 경우 유덕현 후보와 정책적으로 비슷한 측면이….”
보좌관의 말을 들은 고덕승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유덕현이 3위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한다면 그것보다 더 위협적인 일은 없었다.
하지만…그가 알고 있는 유덕현 후보의 성격을 생각하면 유덕현 후보의 단일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그 딸각발이 놈…아마 단일화에 단자만 꺼내도 학을 떼고 방방 뛰겠지. 멍청하게 말이야.’
“그거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봐봐 지금 다른 후보들 중에 유덕현이랑 배가 맞을 만한 사람이 있어 보여? 아니 뭐 만에 하나 있다손 치더라도 유덕현이는 그놈들한테 줄 수 있는 게 없어. 협의가 불가능하다는 말이야.”
“아….”
그제서야 보좌관이 수긍하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또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러자 고덕승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러니까 자네는 쓸데없는 걱정 말고 스폰서 관리랑 TV토론회 준비나 잘해. 아무래도 유덕현 쪽에서 TV토론회 이야기가 먼저 나올 걸 보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으니까.”
“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재단 쪽 사람들한테 필요한 자료들을 다 받아 놓은 상탭니다. 그러니 후보님 염려 놓으시죠. 저쪽에서 어떤 방법을 가져왔든 저희가 준비한 것만 못할 테니까요.”
보좌관의 말에 고덕승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건 그렇고. 그 청년 서포터즈 어떻게 됐어? 잘 섭외하고 있는 거지?”
“물론입니다. 평소 사람들한테 이미지 좋은 개그맨이나 작가들 위주로 섭외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곤 지금까지 섭외한 이들의 명단을 보여 주었다.
[PD 김영돈] [웹툰작가 윤남인] [기자 변화재].
.
명단을 확인한 고덕승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보좌관을 바라보았다.
“잘하고 있어. 신문지상에 우리 이름이 끊이지 않게 계속 섭외해 놔. 왜 요즘 젊은 것들은 오피니언 리더들보다 그런 젊은 놈들을 더 신뢰하는 법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그 김준영인가 뭔가 하는 놈이 안 보이네?”
“아 그쪽은…저희 쪽에서 연락을 넣어 둔 상태긴 한데…음, 아무래도 몸값을 좀 더 높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허허 거참. 웬만하면 다 들어 줘. 아무래도 큰 물고기는 그만한 대우를 해 줘야 할 테니까. 정 못 이기겠으면 나랑 밥이라도 한번 같이 먹자고 하고. 설마 내가 직접 만나자는데 거부하지는 않겠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까짓 강사 나부랭이가 고덕승 후보님이 초대를. 아마 이야기를 넣자마자 그날로 바로 달려올 겁니다.”
그러자 고덕승이 흐릿한 미소를 띠운 채 입을 열었다.
“허허 이 사람. 나이가 들더니 아부만 늘었구만 아부만 늘었어.”
“아닙니다. 사실인 걸요. 언제나 존경하고 있습니다.”
“됐네 이 사람아. 그나저나 다음 일정은 어디야?”
“아, 네 일단 종로 쪽으로 가셔서 탑골공원을….”
* * *
그러나 며칠 뒤.
“김 실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들의 예상은 처참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방송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태블릿 피시를 켠 고덕승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수능의 신 김준영 대표, 유덕현 서울시 교육감 후보 캠프에 참여!] [유덕현 후보 ‘김 대표의 용단에 감사’…중요 직책을 맡길 것] [새로운 소식에 유권자들의 관심 폭발, 유 후보 지지율 상승 예상] [일주일 앞으로 닥친 TV토론회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 폭주!]그가 잡고 싶었던 물고기.
김준영이 자신이 가장 꺼려했었던 곳으로 향했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