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215
215
215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1)
[사상 초유! 고덕승, 이문기, 장이후, 최순용 ‘후보 단일화’ 추진] [고덕승 후보 ‘다른 후보님들의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 [혼돈에 빠진 서울시 교육감 후보 선거…과연 그 승자는?]기사를 본 사람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모니터링 요원이 가져온 자료를 본 그 순간, 지금까지의 지지율 우세가 위험해 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어쩐지 이상하게 조용하다 싶더라니 고덕승 이 양반 이런 꿍꿍이가 있었구만. 아니 그런데 다들 전혀 눈치 못 챈 거야?”
당혹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본부장에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떨궜다.
“…….”
“설마 아무도 없는 거야? 아, 맞다. 김 비서 자네 고덕승이랑 이문기 선거 캠프에 아는 사람들 있다고 하지 않았어?”
김비서가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있긴 하죠. 있긴 한데. 휴, 아무 도움도 안 되네요.”
“그 사람들한텐 아무 이야기도 못 들은 거야?”
“네. 사실 오늘 아침에도 연락 한 번씩 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다들 지지율 떨어져서 죽겠다는 소리만 했었거든요.”
“그래? 젠장. 이거 감쪽같이 당했구만, 당했어.”
본부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라도 뭔가 들은 것이 있다면 대응책을 짜기가 보다 수월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단단히 준비해 놓을 걸 그랬어요.”
김 비서의 말을 들은 본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라니?”
그러자 김 비서가 기억나지 않느냐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아니 왜 그 TV토론회 막 끝나고 나서 있었던 전략 회의 때요. 그때 나온 안건 중에 단일화에 대한 것도 있었는데, 혹시 기억 안 나세요?”
그러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본부장이 이내 기억났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까 그때 그런 말이 나왔었지? 후, 젠장. 그때 확실하게 대비를 했었어야 했는데.”
그리곤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유덕현 후보 캠프 내에서 단일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유덕현 후보 지지율 45%] [고덕승 후보 지지율 29%] [이문기 후보 지지율 15%] [장이후 후보 지지율 8%] [최순용 후보 지지율 7%]아무래도 지금처럼 1, 2위간의 지지율 격차(16%)가 상당한 경우, 2위 입장에서는 한 번쯤 뒤집기를 생각해 보기 마련이었으니까.
‘단일화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건 어때? 다른 후보, 그러니까 고덕승 후보 입장에서는 이제 그것밖에 답이 없을 것 아니야?’
그러나 유덕승의 캠프에서는 고덕승 후보와 다른 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 단일화는 힘들걸요?’
‘아니 왜? 다른 후보들도 당선권에서 멀어진 걸 알 테니 어느 정도 자리만 만들어 주면 오케이 할 수도 있을 거 아니야?’
‘에이, 고덕승 후보 성격 아시잖아요. 그 사람 자기 혼자 다 먹다가 배 터져 죽으면 죽었지 절대 자기 손에 쥔 걸 다른 사람이랑 나눌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흐음, 그런가?’
‘네. 그리고 고덕승 후보가 단일화하려면 지지율 3, 4, 5위 후보들을 모두 아우르던가, 아니면 적어도 3, 4위 후보 정도는 포섭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3위 이문기 후보는 고덕승 후보와 지지층은 물론 공약, 사상 자체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요.’
‘뭐 이문기야 그렇지. 그런데 4위 장이후나 5위 최순용 같은 사람들이랑은 단일화 가능성이 좀 있는 거 아니야? 두 사람이면 고덕승이랑 지지층도 같겠다. 공약도 거의 비슷하고…또 두 사람 지지율을 합치면 15프로 정도는 나오니까. 흐음…내가 봤을 때 그 정도면 꽤나 위협적일 거 같은데?’
‘에이, 그래봐야 44%에요. 그리고 그 지지율이 모두 고덕승한데 간다는 보장도 없고요. 아니 요즘처럼 고덕승의 이미지가 안 좋을 때에는 오히려 다른 후보들, 저희 유 후보님이나 3위 이문기 후보한테 붙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흠… 그건 그렇긴 하지.’
여러 요인들을 분석해본 결과, 고덕승이 단일화를 획책하고 또 성공할 가능성이 무척이나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하, 그렇죠? 그래도 뭐 조심할 필요는 있긴 하겠지만… 사실 뭐 거의 가능성 없는 일이라서….’
때문에 유덕현 캠프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에 대한 대응책을 골몰하기 보다는, 현재 있는 지지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의도 유세도 그래서 기획한 거고.’
그런데? 고덕승이 무슨 마법을 쓴 것인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3, 4, 5위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를 이뤄진 것이었다.
그러니 유덕현 캠프 사람들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었다.
‘상대 후보의 한계를 믿는 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그러나 언제까지 얼얼한 뒤통수를 감싸 쥐고 있을 순 없었다.
이대로 조용히 패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서든 공격을 방어해야했으니까.
“지금이라도 한번 흔들어 볼까요? 다른 사람은 힘들지 몰라도 유 후보님과 성향이 비슷한 이문기 후보 쪽은 이야기가 좀 통할 지도 모르는데?”
김비서가 본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기대어린 눈으로 본부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니. 이제 와서 대응해 봐야 늦을 거야. 기사들 올라온 타이밍을 보니 저쪽에서 아주 작정을 한 모양이니까.”
본부장은 흐린 안색으로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그래요?”
“봐봐 그 많고 많은 날 중에 하필 우리가 여의도에서 유세를 하는 날. 그것도 딱 유 후보님이 연설을 시작하는 시간에 기다렸다는 듯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어. 이게 뭘 뜻하는 것 같아?”
“아….”
“아마 하루 이틀 준비한 게 아닐 거야. 그러니 지금에 와서 다른 후보들을 만나봤자…우리만 점점 더 우스워지겠지.”
“휴, 그렇겠네요.”
본부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거기다 우리를 봐. 지금 상황에서 흔들기 하려고 사람들이 빠지면 여긴 누가 케어하겠어?”
그리곤 유덕현의 뒷모습을 슬쩍 가리켰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유덕현의 등 뒤에 닿았다.
와-
유덕현의 말에 따라 쉼 없이 튀어나오는 사람들의 함성.
2만 5천명을 넘어 3만 명에 가까워진 사람들을 본 캠프 인원들이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네요.”
현재 선거 캠프의 모든 역량을 이번 유세에 총동원한 상태였다.
그러니 섣불리 움직였다간 단일화는 단일화대로 못 막고 유세도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물론 최악의 경우긴 하지만.’
“그럼 어떻게 해요?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일단은 후보님이 내려오시기 전까지 자료 정리해놓고 대응책 마련해 놓자고. 아무리 유세 현장에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고 해도 캠프 사람들 전부가 필요한 건 아니니까.”
그리곤 본부장이 나서서 사람들에게 일을 배분하기 시작했다.
“일단 김 비서관이랑 선거대책위 사람들은 유세 현장을 지켜. 아무래도 사람들 일손이 많이 필요할 테니까.”
“네.”
“그리고 홍보부 사람들은 5시까지 단일화에 대한 자료들 취합하고, 상황 본부 사람들은 나랑 같이 대응책 마련할 거야 알았지?”
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긴장한 낯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휴, 알겠습니다.”
모두들 이 상황이 몹시 당황스럽고 또 두려운 것 같았다.
‘하긴 5시면 정말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 상황이 반가웠다.
위기는 곧 기회.
전투에 승리할 수 있는 전술이 마련되어 있다면, 그것을 실행할 의지와 실력이 있다면, 종전처럼 적들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것보단 지금처럼 적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이 열 배는 더 좋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만한 전략전술이 마련되어 있느냐가 문제긴 하겠지만.’
나는 긴장 어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하긴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으니까.’
나는 의아한 표정 짓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슬쩍 웃어 보였다.
“다들 유세 현장에 집중하셔도 된다는 말이죠.”
그러자 사람들이 ‘혹시?’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약간의 의아함과 약간 불안. 그리고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기대.
아무래도 그동안 내가 보여주었던 능력이 그들에게 묘한 믿음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김 대표님. 혹시 이번에도 무슨 방법이 있으신 겁니까.”
본부장의 조심스러운 태도로 나에게 물었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테니 기대 하시죠.”
.
.
.
며칠 뒤.
[고덕승 51%] [유덕현 49%]고덕승의 지지율이 유덕현의 지지율을 넘어선 그 순간.
와-
고덕승 캠프에 있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고덕승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후보님 축하드립니다!”
“정말 축하 드려요!”
사람들의 축하를 받은 고덕승이 사람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다들 고마워요. 고마워. 이제 당선까지 정말 얼마 안 남았으니까 다들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그러자 사람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고덕승을 바라보았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러워요!”
“단일화라니 신의 한수였습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사실 엊그제까지만 하더라도 고덕승은 끝이 보이지 않는 늪에 빠진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으니까.
‘후보님. 선거 알바들이 오늘 당장 결제해 달라고 아우성들입니다.’
‘후보님. 일양재단에서 더 이상 지원해 주기 힘들겠다고 연락을….’
‘후보님. 국세청이란 금감원 쪽에서 연락이….’
.
.
남들 같으면 후보직을 포기할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선거에 포기하는 순간, 그를 높은 곳으로 올려 줄 날개가 힘을 잃고 떨어져 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싸움에 진 개가 되겠지.’
한 평생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살아온 그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그는 그 전이라면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일을 기획했다.
그것은 바로… 단일화. 자신의 전폭적인 양보를 기본으로 한 통합 전략이었다.
‘이문기 후보님 오늘 시간 괜찮으십니까? 괜찮으시다면 오늘 저녁 식사 어떠신지요?’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지율 4, 5위 후보들이야 몇 마디 말을 섞기 무섭게 꼬리를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3위인 이문기 후보는…제법 강건한 태도로 그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사양하겠습니다. 고 후보님과 식사를 하면 왠지 소화가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러나.
‘하하 후보님. 괜찮습니다 후보님. 그럼 내일 점심은 어떠신가요? 아, 안 될 것 같다고요? 그럼 내일 저녁은?’
정치의 세계에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법.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함과 동시에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제시하자, 결국 이문기 후보 또한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휴, 졌습니다. 그럼 고 후보님의 제안에 따르기로 하죠. 대신 저희 사람들은 모두 다 챙겨 주시는 겁니다?’
‘하하 물론입니다. 환영합니다 이문기 후보님.’
그리고 그 결과.
‘대표님 드디어! 드디어 45%를 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비벼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유덕현의 지지율을 추월, 결국 과반 수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할 수 있었다.
TV토론회 이후 지금까지 갖은 오욕을 견디며 절치부심했던 그로서는 감개가 무량한 순간이었다.
물론 그를 위해 포기한 것들이 제법 많긴 했지만, 이 정도 결과라면 웃는 낯으로 그것들을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속이 좀 쓰리긴 하지만.’
그런데 그때.
“후보님….”
등 뒤에서 무거운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돌아보자 그의 새 보좌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이 고덕승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뭐지?’
마치 TV토론회에서 일격을 맞았을 때와 같은 그런 불길한 기분에 고덕승의 얼굴이 장승처럼 단단하게 굳었다.
“뭔데? 무슨 일인데 그래?”
그러자 보좌관이 그에게 태블릿PC를 내밀며 조심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게… 후보님 따님이….”
순간, 고덕승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뭐?”
“독일에 계시는 후보님 따님이 이번 선거에 대한 인터뷰를 하셨는데 그 내용이 좀….”
고덕승은 초조한 얼굴로 보좌관이 내민 태블릿PC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서울 시민 여러분 저의 아버지 고덕승 후보는 절대로 교육감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그가 버린 손가락이 그를 향해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