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218
218
218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4)
휴대폰을 확인한 순간.
[부재 중 통화 +500] [미확인 문자메시지 +300]어마어마하게 와 있는 메시지와 부재 중 전화들이 눈에 들어왔다.
‘뭐 이렇게 많아?’
살짝 당황한 나는 천천히 눈에 보이는 문자와 전화를 확인해 갔다.
그러나 내가 미처 문자를 다 확인하기도 전에.
띠리링-
반쯤 차 있던 휴대폰의 배터리가 급격하게 줄어들더니, 이내 짧은 단말마를 내며 꺼져 버렸다.
“…….”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밀려 있는 메시지가 많을수록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는 이야기를 듣긴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어쩔 수 없이 예비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배터리를 찾아 교체했다.
그러자.
[김연아 : 으아! 쌤! 방금 뉴스 봤어요! 고덕승 그 사람 원래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아까 방송하는 거 보니까 정말 극혐;; 아 그리고 선거는 저만 믿으세요! 제가 아는 사람들 싹 다 동원해서 1번 찍을 테니까! 헤헤 적어도 한 천표쯤은 저 나오지 않을까요? 쌤 그럼 선거 끝난 다음에 놀러갈 테니까 그때까지 화이팅이에요! 쪽쪽쪽♡♡♡]김연아에게서 온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문자만으로도 녀석의 잔망스러움이 느껴졌다.
‘쪽쪽쪽이라니….’
나는 고개를 흔들며 간단한 답장을 보냈다.
[준영 : ㅇㅋ]아무래도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또 엄청나게 많은 문자들을 보낼 테니까.
그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지금쯤 학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 은솔의 메시지였다.
[은솔 : 김 선생님 소식 들었어요. 언제나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세요! 학원에는 별 일 없어요. ∑(。>﹏<。)∑]오랜만에 보는 이모티콘, 여전히 문자 내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모티콘이었다.
‘저런 이모티콘은 도대체 어디서 자꾸 가져오는 거야?’
그 뒤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박지성 : 김 쌤! 하하 뉴스 봤는데 대박이던데? 선거는 걱정 마 내가 아는 사람들 사돈에 팔촌까지 모조리 다 끌어 모아서 갈 테니까. 알았지? 끝나고 소주나 한 잔 하자고] [이아린 : 선생님! 가족들이랑 재수 때 친구들한테도 꼭 투표하라고 할게요! 아참 저희 아버지가 언제 밥 한번 먹자던데 혹시 괜찮으세요?] [박수한 : 쌤! 교육감 선거라니 대박이에요! 제가 학교 사람들 다 데리고 가서 투표 할게요! 기호 1번 유덕현! 아자!] [김자영 : 선생님. 뉴스 봤어요. 조만간 수한이 데리고 찾아뵐게요. 힘내세요!]
그 동안 관계를 맺어 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연락. 내가 유덕현의 선거를 돕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내게 전화나 연락을 한 것 같았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물론.
[큰아버지 : 큰아버지다…. 그래 인마 너는 선거 같은 큰일 시작했으면 큰아버지한테 제일 먼저 연락을 해야지 큰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처럼 TV에서 먼저 소식을 듣게 만들어! 음! 얼른 찾아와서 인사 올리거라!] [박훈 : 하하 김 쌤! 소식은 들었어요. 말만 하셨으면 제가 잘 도와 드릴 수 있었는데 혹시 자리 좀…]그리 달갑지 않은 메시지도 그 안에 섞여 있긴 했지만.
‘이런 문자들은 좀….’
그래도 몇몇 소수의 문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반가운 사람들의 메시지였다.
그들의 메시지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다 보니, 절로 감개가 무량해 졌다.
[손나윤 : 하하 역시 우리 선생님이셔! 선생님 저도 지원사격 팍팍 해 드릴게요! 멤버들도 꼬셔 놨으니까 10만 명쯤은 가능할 거예요!] [임용석 : 선생님 저 임용석입니다. 필요하신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제가 배우든 아이돌이든 저희 회사 사람들을 총동원해서라도 도와드릴 테니까요.] [이형태 : 김 대표님. 고소미 날리고 싶은 사람 있으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제가 아주 깔끔하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이아름 : 대표님! BJ협회 사람들도 지원사격 해주겠다고 이야기 나왔어요. 헤헤 그러니까 꼭 이기셔야 해요!] [피현득 : 대표님. 문인협회 사람들이랑 그날 투표소에서 미팅하기로 했습니다! 언제 한 번 사무실에 들러 주세요!] [독고경 : 하하 대표님 역시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시는군요. 대표님 행정적인 일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시죠.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전 같으면 올려다보지도 못했을 만한 사람들이 이제 나를 가깝게 여기고 또 나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잠시 휴대폰을 들어 사람들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던 그때.
웅성웅성-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슬쩍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자.
“하하 이거 오늘 장사 접고 우리 술이나 한잔 할까요?”
“어? 아 그러네? 그것도 괜찮겠는데? 본부장님은 어떠세요? 후보님한테 말씀드려서 오늘 하루는 쉬시는 게?”
주변에서 어이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아무래도 유덕현이 없는 사이 사람들의 개념이 미타찰로 출장을 가버린 것 같았다.
사람들의 말을 들은 본부장이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흠, 술 한잔 하자고?”
그러자 캠프에 있는 사람들이 기대 어린 표정으로 본부장을 바라보았다.
“네! 아니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또 언제 기분 좋게 한 번 마셔 보겠어요?”
“맞아요! 그동안 고생했으니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잖아요?”
“본부장님 제발요.”
끊임없는 사람들의 바람에 본부장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았어. 그럼 좀 있다 유 후보님 들어오시면 한번 말씀 드려 보자고.”
본부장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싸! 본부장님 최고!”
“하하 이렇게 된 것 그냥 여기서 먹는 건 어때요?”
…아무래도 가만히 내버려뒀다간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말려야할 사람들이 수긍을 하다니….’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천천히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들 정신들 차리시죠.”
그러자 그 순간,
‘갑분싸’
캠프 내 분위기가 차갑게 굳어 버렸다.
방금 전까지 즐거이 움직이던 입들이 굳게 닫히고, 캠프 내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
솔직히 나도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들의 일부로 미움을 사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가끔은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지금 우리 캠프가 선거에 우세한 건 사실이죠. 하지만 선거에서 이긴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지금 유덕현 후보님이 교육감에 준비되어 있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러자 캠프 사람들 중 한 사람. 본부장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김 대표님. 그건 일단 후보님이 교육감이 된 후에 실무를 파악하고 나서….”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늦습니다 늦어요. 본부장님 정도면 실무자들이 얼마나 복지부동한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처럼 아무런 준비 없이 유덕현 후보님이 교육감이 되면 후보님이 실무를 파악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모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남은 임기 동안에 교육 개혁을 성공하기는커녕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할 텐데. 혹시 그걸 바라시는 겁니까?”
그랬다.
현재 교육감 선거는 보궐 선거. 교육감의 남은 임기는 이제 고작 2년 남짓 남아 있었다.
그러니 그동안 교육감 업무를 인수인계 받고 조직을 개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일분일초가 모자랐다.
혹자는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공직은 실전이었다. 그것도 선출직 공무원은 더더욱.
뽑아 준 만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이 선거의 기본원칙이었으니까.
‘아마 미친 듯이 물어뜯겠지. 이번 선거 때문에 이를 갈고 있는 사람이 제법 많을 테니….’
“설마 당선되기만 하면 교육청 사람들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유 후보님을 맞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죠? 만약 그렇다면 꿈 깨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남은 길은 꽃길이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날카로운 가시들이 사방에 널려 있는 전장일 테니까요.”
“…….”
사람들의 고개가 점점 가라앉았다.
그들 또한 이번 선거가 보궐선거라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린 것 같았다.
‘다들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겠지.’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여러분과 제가 정신 차려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이렇게 작은 기쁨에 매몰되어 있을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남은 2년 동안 유덕현 후보님이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우리에게 표를 주겠습니까?”
그리고 그 순간, 어느 새 들어온 유덕현 후보가 내 말을 이었다.
“김 대표님 말이 맞아. 아니 우리가 아니 우리가 언제 선거에 이기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나? 우리 목표는 어디까지나 교육 개혁이라고 교육개혁. 만약 우리가 말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지금 캠프를 떠나더라도 상관없네. 우리가 가려는 길은…김 대표님의 말마따나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니까. 자 다들 어떻게 하겠나?”
유덕현 후보의 단호한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꾸중을 듣는 어린 아이처럼 그것처럼 벌겋게 물들었다.
새삼 자신들이 보였던 모습이 부끄러워진 것 같았다.
“휴, 부끄럽습니다.”
“정말 저희가 어리석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성공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감정의 앙금이 남지 않도록 그들과 나 사이에 난 상처를 봉합하는 일 뿐이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저도 너무 감정적이었던 것 같네요. 여러분들이 뭐라고 하시던 달게 듣겠습니다.”
그러자.
“아닙니다. 김 대표님 틀리신 거 하나 없습니다. 저희가 너무 기분을 낸 거겠죠.”
“맞습니다. 저희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건 선거가 아니라 그 이후니까요.”
그들이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미 앙금 따윈 저 멀리 사라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유덕현이 인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자 그럼 다들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도록 합시다! 이제 첫 번째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알았죠?“
“넵! 물론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우렁찬 대답과 함께. 사람들이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보여 주었던 부끄러운 모습을 만회하려는 듯, 사람들의 보보 마다 힘이 실려 있었다.
”일단 끝까지 모니터링에 집중해야해. 아직 며칠 남았으니까 그 동안 변수가 나타나면 안 된다고 알았지? 집중해 집중!“
“전임 교육감이 추친하던 정책이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 됐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교육청 실무자 전화번호 누구한테 있었지?”
“무상 교육, 무상 급식은 포기할 수 없는 주제야. 다른 후보들도 다들 비슷한 공약을 걸긴 했는데 내용들이 없어 내용들이. 그러니까 우리는 최대한 이 공약을 현실화 시킬 방안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언제 풀어져 있었냐는 듯 힘차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새삼 유덕현이 인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다른 캠프의 사람들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테니까.
‘그걸 알고 한 것이기도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덕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D-DAY 5]선거.
이 오랜 싸움의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