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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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화 높은 성의 사나이 (3)
[서울시 교육청 대회의장]“그러니까 저쪽에서 기업의 이익 추구에 대해서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까요?”
“먼저 우리 쪽에서 정리해 놓은 저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자료들로 공격을 방어한 후에 앞으로의 정부 정책에 대한 이야기로 저들을 회유하는 게 좋겠죠.”
내가 말하자 주변에 있는 실무진들이 내 이야기를 메모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각자 내용 숙지하시고 새로운 아이디어 있으면 바로바로 공유해 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오늘 있을 회의에 대한 준비가 거의 마무리 될 무렵.
“수고하셨습니다, 김 대표님. 그런데…저기 저 직원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데 혹시 김 대표님 학원 다니던 학생 아닌가요?”
내게 다가온 유덕현이 미소 띤 얼굴로 회의실 한쪽을 가리켰다.
나는 유덕현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회의장을 세팅하고 있는 직원들 속, 회의실 안을 종휭무진 하고 있는 사람. 질끈 묶은 머리칼과 새하얀 얼굴이 인상적인…김연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저번에 그가 우리 학원에 왔을 때 교무실에서 얼쩡대고 있던 연아를 봤던 모양이다.
나는 유덕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올해 학교에 들어간 녀석이죠.”
“올해요? 허허 그런데 지금 어떻게 청에서 근무를…?”
“그게….”
사실 교육청 안에 김연아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엊그제 회의를 마치고 나서 잠시 쉬고 있을 때.
‘드세요!’
누군가 눈앞에 커피를 내밀었다.
뭐 평소에도 커피를 권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만큼 아무 의심 없이 커피를 받아들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으, 존댓말이라니. 으, 뭔가 간질간질하다.’
뭔가 반응이 이상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나는 내게 커피를 내민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게 커피를 내민 사람은 바로…세련된 정장을 입고 있는 김연아였기 때문이었다.
‘너 여기서 뭐해?’
당황한 내가 묻자 그녀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네? 헤헤 알바 하고 있는데요?’
‘알바?’
‘넵! 그게 학교 선배가 괜찮은 알바 자리가 있다고 그래서…공교롭게도 시간 맞는 사람이 저밖에 없더라고요!’
의외의 일이었다.
그녀 아버지가 제법 규모가 큰 무역회사를 운영하시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부모님이 뭐라 하지 않으셔?’
‘네? 아아뇨. 오히려 쌤 있는데라고 하니까 좋아하시던데요? 1학년 때 이런 경험도 해 보고 그래야 한다고….’
‘흐음….’
‘에이, 경험이에요 경험! 나중에 선생님이 됐을 때를 대비한 경험! 어차피 일주일 정도밖에 안 하니까 괜찮아요!’
김연아와의 대화를 떠올린 나는 유덕현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아무래도 이번에 사람들이 대거 물갈이 되면서 일손이 조금 부족해졌잖습니까. 그래서 아르바이트생들을 좀 뽑았었는데 그때 지원을 한 모양입니다.”
그러자 유덕현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어쩐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했습니다.”
“네. 아무래도 아직 채용 기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요. 녀석도 아마 일주일 정도니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리곤 슬쩍 고개를 들어 회의실을 세팅하고 있는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꽃밭에 풀어 놓은 강아지 마냥 해사한 웃음을 입에 문 채 이리저리 방방 뛰어다니고 있는 김연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유덕현이 흐뭇한 미소를 입에 내게 말했다.
“친한 사이인가 보군요.”
“네?”
“아니 김 대표님 표정을 보니 저 아가씨에 대한 걱정이 가득해 보여서요.”
“제가요?”
“네.”
갑작스런 그의 말에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처음엔 약간 걱정하기도 했었다.
교육청이라는 조직은 행정조직. 그중에서도 보수적이리고 유명한 교육 행정을 처리하는 공간인 만큼, 자칫 잘못했다간 하루 종일 야단만 맞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직원들도 심심치 않게 실수를 하고 야단을 맞곤 하니.’
그러나 나는 곧 내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실수를 해 사람들에게 혼이 나기는커녕….
“앗! 주사님! 그거 저 주쎄요!”
“아니에요, 연아 씨. 이거 무거운데….”
“괜찮아요! 으싸, 헤헤, 별로 안 무거운데요 뭐. 그럼 이거 어디다 놓을까요?”
“혹시 누구 손 남는 사람?”
“저요! 뭐 도와 드릴 거 있어요?”
“어? 연아 씨, 아까 내가 김OO 씨가 맡긴 일 하고 있지 않았어?”
“에이, 이미 다 끝내 놨죠. 뭐 도와 드릴까요?”
“연아 씨. 혹시 이거 연아 씨가 정리한 거야?”
“핫? 넵! 제가 처리했는데 혹시 문제라도…?”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잘 해 놔서….”
‘과연 이 사람이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싶을 정도로 빠르고 확실하게 교육청 조직 안에 녹아들었다.
아니 녹아드는 것을 넘어 교육청 안의 분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허허, 연아 씨만 보면 절로 힘이 난다니까? 연아 씨 그러지 말고 빨리 시험 봐서 교육청으로 들어오는 거 어때?”
“에이, 사무관님. 연아 씨 학교 어딘지 모르세요? 서율대 국교과잖아요. 빨리 학년 마치고 임용 준비해야죠.”
“휴, 아까워서 그러지 아까워서. 그러지 말고 생각 있으면 이야기해요. 내가 확실하게 도와줄게!”
무사안일(無事安逸), 복지부동(伏地不動)의 대명사인 공무원들이 서로 나서서 김연아를 챙기지 못해 안달을 낼 정도였다.
‘아니 이 사람들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이었어?’
학생으로서의 김연아만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약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김연아라는 사람은…자그마한 중딩 여자애. 잔망스러울 정도로 밝은 아이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뭔가 기분이 묘하구만.’
그런데…유덕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것 같았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제가 처음 맡은 제자라서요.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나 봅니다.”
“허허 아무래도 그렇겠죠. 첫 제자만큼 눈에 밟히는 사람도 없는 법이니까요.”
그리곤 아련한 눈으로 김연아를 바라보았다.
아마 그 또한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들을 추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회상에서 빠져나온 유덕현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어떤?”
“오늘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까요? 아무래도 그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자리 아닙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교육청 내부의 암세포들을 제거할 때 의외로 많은 학원들이 교육청 내부에 세포를 만들어 두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교육정책국 4급 서기관 이OO : K에듀, M스터디, J학원…] [교육행정국 5급 사무관 김OO : M투스, Z단기, W영어…] [기획조정실 6급 주무관 최OO : K에듀, W영어, J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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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우리나라에 있는 5만 683개(2013년 기준)의 학원(보습, 입시, 외국어, 고시)들 중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공룡의 비율은 0.5%.
몇몇 지방에 있는 학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원들이 서울에 있을 만큼 서울이라는 시장이 크고 넓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지키고 싶었을 테니까.’
뭐 그렇다고 그 행위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행위는 분명 불법적인 행위, 돈을 통해 사람을 옭아매고 그를 통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였다.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일반 학원들의 피와 땀을 빨아 내는 것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빌미로 그들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지금 같이 교육청 내의 암세포들을 색출. 교육청 안팎 그리고 시민들에게 충격을 준 상태에서 또다시 대형 사건을 터뜨렸다가는….
[아니, 학원들을 다 부숴 놓으면 애들은 누가 가르쳐!] [맞아! 우리 애들 대학은 어떻게 하라고!] [덮어 놓고 저지르면 그만이냐!]자칫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사교육의 비정상적인 확대를 바로잡기 위해선 공교육의 회복이 필요한데…현재로선 힘든 상황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그들은 가만히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교육이 학생들의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성적향상이라는 탈을 쓰고 일어나는 비상식적인 일까지 용납할 수는 없었으니까.
[유아 영어학원비 103만 원, 사립유치원비 4.7배, 대학등록금 1.8배] [초1 예비반, 초딩 때 고3 영어 끝장내기! 150만 원!] [입시 명문 OO학원 강사, 상습적인 원생 구타 ‘성적을 위해서였다’] [학원 수강 여중생을 협박 수차례 성관계한 30대 학원장 구속] [노량진 스타 강사의 여조교 상습폭행 의혹, 그 진실은?]때문에 나는 일단 서울시 사교육의 수장들을 불러 모아 그들과 ‘쇼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성적지상주의라는 면죄부를 쓰고 이뤄지는 비상식과 지나친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일을 제제할 수 있다면,
그렇게 두려움을 조장하는 세력들. 비정상을 정상화 시키는 첨병들만 확실하게 제재할 수 있다면.
냇물을 혼탁하게 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미꾸라지들을 단속해 잠시나마 냇물을 맑게 유지.
교육 정상화 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흐음….”
오늘 회의의 주제자인 유덕현은 아무래도 오늘 있을 회의가 약간 걱정되는 것 같았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학원들이 오늘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니까.
‘물론 간접적인 제재는 가능하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이미 내가 연락을 한 학원들 모두에게 오늘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확답을 받아 놨기 때문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참석하겠다고 확답을 받아 놨으니까요.”
“그래요?”
“네. 한 곳도 빠짐없이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왔으니 교육감님께서는 그들을 컨트롤 하시는 것만 신경 쓰기면 될 겁니다.”
“허허, 그렇다면 다행이긴 하지만…그런데 정말 한 곳도 빠짐없이 참석한다고 했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흐음…그건 그것대로 좀 이상하군요.”
그리곤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뭔가 고민에 빠졌다.
뭐 그의 말대로 이상한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얼마 전 학원 원장들에게 초청장을 보냈을 때. 그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우리의 제안의 수락했다.
[하하, 당연히 참석해야죠] [무조건 참석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연락 안 하셔도 갈 생각이었습니다]오늘 회의가 학원들의 무분별한 확장에 제동은 거는 자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약간 의외의 반응이었다.
‘호랑이가 좋다고 달려드는 여우는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회의를 취소할 수도 없는 법이었다.
사소한 의심 때문에 회의를 취소하기에는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했으니까.
나는 고민에 빠져 있는 유덕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들 또한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뭐 만약의 사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제가 있으니 믿고 맡기시죠.”
* * *
그리고 잠시 뒤, 그 불안의 정체가 드러났다.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회의실은 텅 비어 있었다.
오늘 참석하겠다고 연락을 취해 온 사람 중 단 한 사람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
직원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연락을 돌리고, 유덕현을 비롯한 고위직 공무원들의 표정이 흐려졌다.
의외의 사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니 누구 학원에 연락 닿는 사람 없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결국 참지 못한 고위직들 중 하나가 직원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전화기를 붙들고 있던 직원 중 하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이미 도착했을 거랍니다.”
“뭐?”
순간.
쿵-
무거운 소리와 함께,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하 미안합니다. 차가 좀 막혀서.”
호쾌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장년 사내 하나와 득의만만한 미소를 띠고 있는 수십 명의 학원 원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