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231
231
231화 총력전 (3)
국세청(國稅廳).
소위 ‘대한민국의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4개의 기관.
국세청,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중 한곳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검철이나 경찰이 가장 무섭겠지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검찰과 경찰보다, 그리고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국세청이다.
왜냐하면 국세청의 전가의 보도(寶刀).
기업을 향한 국가의 사랑의 매.
세무조사(稅務調査)가 국세청의 손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우.
‘아니 세무 조사 그런 거 세금만 잘 내면 걱정할 거 없는 거 아니야? 에라이 욕심쟁이들아.’
이런 속 편한 이야기를 할 지 모르지만, 사실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 무지의 소치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의 ‘탈세’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그 무엇보다도 잘 어울릴 정도로 유권해석의 폭이 크기 때문이었다.
‘잘하면 절세, 잘못하면 탈세지.’
물론 역으로 탈세 행위를 절세로 무마시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끝내주는 재력과 인맥을 가지고 있지 않인 이상, 그런 일은 극히 드물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자신의 사업체가 세무조사의 타겟으로 걸렸을 때, 절망할 수밖에 없다.
세무조사의 타겟이 된다는 말은 곧, 해당 기업의 투명성이 의심받는 다는 것, 사방에서 무차별적인 공격 받는다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 70~80년대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동아일보가 현재의 조중동이 되는 데 세무조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까.’
그런데 오늘…….
그 무서운 무기가 나를 향해 조준, 격발되어 버렸다.
“…….”
고개를 들자 보이는 심상찮은 풍경.
모니터 키보드만 덩그라니 남아 있는 책상과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서류들.
그리고…….
“휴, 이거 완전 전쟁터구만…. 한두 시간 정리하는 걸로는 티도 안 나겠어.”
“그것도 그런데, 일단 오늘 수업이 문제에요. 아니 선생님들 컴퓨터까지 모두 다 가져가 버려서 오늘 수업 자료도 없는 상태라….”
“염병, 아니 왜 갑자기 이런 짓을….”
망연한 표정으로 사무실 안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까지.
TV에서만 볼 것이라 생각했던, 절대 내 학원에서 보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풍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후.”
처음 이아린에게 국세청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가장먼저 든 생각은 ‘왜 나에게?’라는 말이었다.
사는 동안, 그리고 기업체를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사회에 지탄을 받거나 법에 저촉될 만한 일을 행하지 않았다고 자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날이 올 줄이야.’
하지만 잠시 생각을 정리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나와 교육청을 공격했던 사람들 중 대부분은 학원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위해 자신들을 공격한 주체를 추락시켜야만 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자신들이 저질러 왔던 모든 죄들이 자신들을 잡아먹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대폭로! 학원가에 만연한 모럴해저드 그 추악한 ‘민낯’] [서울시 교육청의 결단 ‘미래를 위해 과거를 끊겠다’] [시민들, 서울시 교육청의 결단에 박수 ‘지지한다’]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그 방법으로 자신들이 가장 우세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권력을 가진 개인 그리고 집단의 힘을 빌려, 합법적으로 나를 옭아매는 것. 그를 통해 내 도덕적 이미지에 상처를 냄과 동시에 내가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에 신경을 쓸 수 없게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게 세무조사가 들어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내가 쌓아올린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이 가는 것은 물론. 내가 그동안 행해 왔던 일들에 대한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잘나가는 MC, 정치인, 사업가라도 세무조사와 연관되면 한 방에 훅 가는 거지.’
이른바 별의 추락.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가장 큰 대적을 없앨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물론, 그들에게 그럴 만한 인맥과 배짱이 있다는 전제 하에.
‘김호범 정도라면…아마 충분하겠지.’
하지만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현재의 나는 독고진으로 대표되는 정부 쪽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 지속적으로 협력을 해 오던 사이였다.
그러니 상식적으로 봤을 때, 아무리 국세청이 독립된 기관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나를 엿 먹이려 할 수는 없었다.
‘교육 개혁을 위해서도 아직 내가 필요할 테니까.’
그러나 이어진 독고경과의 통화에서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저도 그 문제 때문에 따로 알아보긴 했는데…아무래도 국세청이라는 곳이 독립적인 성격이 다른 곳에 비해 짙은 곳이라…]조심스러운 어조로 내게 정부 측의 상황을 전달한 그는, 혐의가 없다면 곧 해결될 것이라는 말로 나를 위로하려 했다.
“…휴.”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물론 내가 지금껏 단 한 번도 탈세를 획책하지 않은 만큼, 그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 분명했지만, 문제는…그 진실이 밝혀질 때쯤이면 대중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일 것이라는 점이었다.
[국민MC 강OO ‘탈세’ 무혐의…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주홍글씨’] [前국회의원 최OO ‘탈세혐의, 이미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 [OO전자의 김OO 회장 탈세 논란 후 ‘수척한 얼굴’]한 번 각인된 이미지, 부정적 이미지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의 몇 배에 노력이 필요한 법이니까.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반박에는 수많은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니 가만히 앉아서 국세청의 처분만을 기다릴 수 없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아무리 혐의가 없는 사람이라도 유권해석에 따라서 유죄 선고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세무조사라는 놈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국세청 안에 적이 있다는 것도 확인한 상태고.’
나는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까?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이번에도 USB 안에 무슨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아니야. 이번에는 세무조사니까 아무런 방법도 들어 있지 않을 거야. 그래? 확신할 수 있어? 그 안에 들어 있는 모든 자료를 다 확인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도무지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젠장….’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국세청의 판단을 기다리고 싶지도 않았다.
만약 여기서 포기한 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 버릴 것이 분명했다.
‘미쳐버리겠구만.’
그런데 그때.
짝짝-
“자, 다들 일어나세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힘없이 앉아 있는 직원들 사이 오롯하게 서 있는 존재.
나의 제자이자, 이 학원 운영의 중추.
이아린.
그녀가 굳은 결심이 선 표정으로 사람들을 독려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기운 내요! 기운 내! 어차피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라 국세청이 잘못한 거니까. 벌을 받는 다면 그 사람들이 받아야죠! 왜 우리가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어요!”
순간, 머릿속에서 전기가 파지직- 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이 상황을 해결할 만한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아린, 죄와 벌, 국세청, K에듀.
그랬다.
그녀의 말대로 본디 벌이란 죄를 저지른 사람이 받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본디 벌을 받아야 할 자들이 벌을 받게 만든다면.
그들의 잘못된 선택 또한 가치를 잃고 추락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씩씩한 모습으로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는 이아린을 바라보았다.
* * *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두운 공간.
무채색의 가구들과 장식품들이 무기처럼 도사리고 있는 그곳.
“…….”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TV스크린의 불빛에 기대어 고요히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정체는 바로 김호범.
사교육의 거대공룡 K에듀를 만들어 낸 사람이자, 지금 TV에 나오고 있는 상황을 설계한 남자였다.
쪼륵-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운 김호범이 TV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라게 학원]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거대한 빌딩 안에서, 수십 개의 서류 박스들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과,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김준영의 모습이 나타났다.
[금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S학원’에서 압수 수색이 벌어졌습니다. 해당 학원은 유명 강사인 김 모씨가 대표로 있는 곳으로…]순간, 김호범의 입에서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제법 어울리는군.”
지금까지 그의 계획을 요리조리 피해 오던 미꾸라지가 드디어 자신이 친 그물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만족스러운 웃던 그가 돌연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 심해보다 더 어두운 빛의 그림자 부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아니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의 윤곽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기분이 좋아지는 장면이야 그렇지 않나?”
그러자 어둠 속에서 나이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렇습니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느다란 목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은 김호범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허허, 이렇게 쉬운 일을 자네가 왜 실패했는지 모르겠구만. 아니 내가 없는 동안 얼마나 게을러진 건가? 응? 만약 그런 거라면…정말 실망인데. 안 그래 최정순이.”
순간, 최정순이 몸을 움찔 거렸다.
지난 날 자신의 실패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심장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면목 없습니다.”
그녀의 힘없는 대답에 김호범이 재미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 한동안 K에듀는 내가 관리할 테니 그동안 반성이나 하도록 해. 알겠나?”
최정순의 고개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네. 알겠습니다.”
“쯧.”
그렇게 최정순을 일별한 그가 TV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골치를 썩이던 상대가 낭패를 당하는 모습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뭐야?”
그의 물음에 최정순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잘….”
“뭐 확인해 보면 알겠지. 들어와.”
그러자 문이 열리며,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 사내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래 무슨 일이야?”
김호범의 물음에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그, 그게 정부에서 대표님께 연락을….”
사내의 말에 김호범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정부에서? 날? 거기서 무슨 일로?”
그러자 사내가 김호범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이번 국세청 국감에 증인으로 출두하시라고….”
순간.
파삭-
김호범의 손에 들려 있던 술잔이 깨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