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232
232
232화 총력전 (4)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라 국세청이 잘못한 거니까. 벌을 받는다면 그 사람들이 받아야죠! 왜 우리가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어요!’
엊그제 이아린의 말을 들었을 때, 마치 무거운 망치로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만약 내가 벗어날 수 없는 권력,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손발이 묶여 있다면, 그래서 어찌할 바를 모를 것 같다면, 그렇다면, 그것을 풀어 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 찾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나는 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나의 제자이자, 우리 학원의 만능 일꾼. 그리고 ‘4선 중견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지닌 사람의 자녀.
이아린이었다.
게다가 내가 아는 것이 맞다면 지금 그녀의 아버지는 이번 국감에서 파워풀한 질타로 인지도를 얻은. 이른바 ‘핫’한 국감의원이었다.
[오늘의 국감의원…‘이욱빈 의원’] [이욱빈 의원, 공공정책시민감시단 국감 최우수 의원 선정] [하늘, 땅, 바다 오간 열혈 국감의원 ‘이욱빈’]그러니 만약 그녀의 소개를 통해 그녀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면, 그와의 딜을 통해 내가 국세청의 국정감사에 참여할 수만 있다면, 그를 통해 내 누명을 벗고 국세청의 과오를 고발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현재의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국세청과의 대결에서 승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국가가 인정한 양심적인 납세자’이라는 타이틀을 획득, 앞으로 그 어떤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믿음을 담보할 수 있그 때문이다.
‘아마 학원 일은 물론, 교육청 일을 진행할 때도 도움이 되겠지.’
물론 걱정되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그녀가 우리학원에 오기 전까지 이아린 그녀와 그녀 아버지의 관계는 불과 물의 관계, 일방적인 압박과 그에 대한 반발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였다.
그러니 만약 아직까지도 그녀와 그녀 아버지의 관계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라면, 이 계획은 시작조차 불가능했다.
‘흐음 어떻게 할까? 그냥 확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가 고민에 빠져 있는 1분 1초에도 나의 적은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을 테니까.
때문에 나는 그녀의 서율대 입학 이후, 그녀의 얼굴에서 어둠이 사라졌다는 것과, 수능 이후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것에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만약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지만 말이야.’
그러나 내 조심스러운 태도와는 달리…….
“네? 저희 아버지요? 조, 좋아요!”
그녀는 내가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내 부탁을 받아들였다.
“정말로 괜찮아?”
너무나 빠른 그녀의 대답에 당황한 내가 묻자, 그녀가 베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요! 안 그래도 아버지가 선생님 한번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음, 선생님 그럼 언제가 좋을까요? 내일? 아니면 오늘? 아 좋다. 선생님 그럼 오늘 저녁 괜찮으세요? 저희 아버지가 좋아하는 가게가 있는 데 그쪽으로 잡을까요? 아니면 저희 집으로…?”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그 동안 아버지와의 관계가 제법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하긴 그녀와 그녀 아버지의 관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것이 바로 학벌, 그중에서도 서율대 학벌이었으니 만큼, 그녀가 서율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함으로써 그녀와 그녀 아버지 사이에 벽은 1차적으로 허물어진 것이나 진배없었다.
‘그동안에 쌓인 앙금이야 시간이 해결해 줄 테니까.’
그녀의 꾸밈없는 표정, 진실한 기대를 바라본 나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은데?”
“그래요? 음 그럼 지금 바로 연락드려 볼게요. 아마 괜찮다고 하실 거예요.”
“부탁할게.”
그리고 그 결과.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나는 그녀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소라게 학원을 맡고 있는 김준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좋아, 합격.”
“네?”
“하하, 아린이를 데려간다면 말리지 않겠다는 말이지.”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해 놓은 거야?
분명 국감 TV에서 봤을 때만 하더라도 젠틀한 독설가 이미지였기에, 그의 이런 농담은 정말 의외였다.
“네에?”
“하하, 농담이네 농담이야. 아니, 생전 남자 이야기를 안 하던 녀석이 갑자기 이런 부탁을 하기에 내 농담 한번 해 봤네.”
“아. 하하 그렇군요.”
뭐 덕분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기는 했다.
처음 만나는 데도 불구하고 그와 즐거운 분위기로 식사를 마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식사가 끝난 뒤, 나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의원님. 이번 국감조사에서 국세청의 정치적 세무조사에 대한 것들을 공격하실 거라 들었습니다.”
“…누가 그러던가?”
USB에서 봤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나름의 소식통이 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허허, 참 그래도 나름 보안에 신경 쓴다고 썼건만 쯧쯧. 뭐 좋네. 그래서?”
“저를 증인으로 등록해 주십시오. 그럼 의원님이 원하시는 바를 이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그런 거였나?”
“알고 계셨습니까?”
“뭐 자네가 아린이를 통해 연락을 해 왔을 때 어느 정도 짐작을 하기는 했지. 자네 같은 사람이 공격받고 가만히 있을 만한 인물은 아니니까.”
역시 4선 의원이라는 경력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셨군요.”
그러자 그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같이 시기에 국세청의 약점을 공격해 공신력을 회복한다라. 뭐 나름 괜찮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네. 어차피 자네에 대한 조사가 정치적인 스탠스라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런데…내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있나?”
말을 마친 그가 서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있습니다. 있고말고요.”
그리곤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5선 그리고 당대표. 그리고 그 이후의 꿈 제가 이뤄 드리죠.”
순간, 묵직한 눈빛이 나를 관통했다.
“자네가?”
“네. 저라면 충분히 그럴 깜냥이 됩니다.”
그러자 그가 천천히 기세를 가라앉혔다.
그리곤 천천히 내가 했던 말을 곱씹어 보았다.
“5선과 당대표, 그리고 그 후의 꿈이라….”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그가 이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거창하구만. 뭐 좋아. 안 그래도 이번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자네 같은 사람이 필요하던 차였으니. 내 자네 이름으로 증인 신청을 하지.”
“…감사합니다.”
“대신 확실하게 해 줘야만 하네. 아무래도 국세청을 건드리는 일이니만큼 확실하게 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테니까. 뭐 나야 나랏밥 먹는 사람이니 그렇다고 쳐도, 자네는…아마 큰일 날 거 아닌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 그러니까 확실하게 준비하게. 확실하게 준비하지 못할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알겠나?”
말을 마친 그는 도자기를 감평하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5선을 바라보는 중견 의원인 만큼, 그 눈빛의 무게는 무거웠다.
뭐 그렇다고 내가 그 무게에 눌리는 일은 없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자 그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하지. 사위.”
아 진짜.
어쨌든 그렇게 그날의 자리가 끝났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의 둥지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찰칵-
차 문을 열고 나오자 보이는 건물.
우리나라의 모든 세금을 좌우하는 곳.
바로 국세청(國稅廳)이다.
* * *
“김 대표님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면 됩니다.”
국세청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다급한 표정으로 주변을 오가는 직원들과 나처럼 오늘 국세청의 감사를 위해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들, 그리고 오늘 국감에 쓸 자료들을 정리하는 의원 보좌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땀과 열기를 보고 있자니, 이제 잠시 후면 이곳에서 서로의 목숨을 건 전투가 벌어진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은 호전 9시 45분.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려면 아직 1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흠 그럼 그 동안 자료라도 좀 보고 있을까?’
그런데 그때.
톡톡-
“김 대표님.”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슬쩍 돌아보자, 곧 반가운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밝은 얼굴로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그는, 손나윤이 소속되어 있는 스텔라리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임용석이었다.
뜻밖의 인연, 그리고 뜻밖의 만남이었다.
나는 그에게 악수를 청하며 입을 열었다.
“아, 임용석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여긴 어떻게?”
그러자 그가 내 손을 마주 잡으며 호쾌한 웃음을 보였다.
“그게, 저도 이번에 증인으로 불려 왔습니다. 국세청 놈들한테 하도 호되게 당해 놔서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스텔라리스 정도의 규모를 가진 회사라면 한 번쯤 그런 일을 겪을 만하긴 했다.
아무래도 권력자의 갑질이란 분야를 가리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고생하셨었군요.”
“하하 대표님이 겪은 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희야 뭐 연래 행사려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아. 그나저나 다른 분들이랑은 인사하셨습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직. 아무래도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통성명을 하기가 좀 그렇더군요.”
그러자 그가 사람 좋은 미소를 띠운 채 입을 열었다.
“뭐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이랑 통성명이라도 하는 게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사회 각계각층에 계신 분들이니 알아 놔서 나쁜 건 없을 겁니다.”
그리곤 슬쩍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나와 같은 열에 앉아 있는 사람들, 오늘 국감에 참여 국세청의 실책들을 지적할,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다들 임용석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음, 그렇다면 친분을 쌓아 놔서 나쁜 건 없어 보였다.
적의 적인 동지인 법이었으니까.
나는 임용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그가 씨익 웃더니 한 명씩 나에게 소개를 해주기 시작했다.
“자 여기는 음식 프랜차이즈의 지배자 박종원 대표님이십니다. 그리고 이분은 한진소프트를 운영 하시는 이연우대표님. 그리고 이쪽에 잘생긴 분은…대표님도 잘 아시죠? 영화배우 최민종님.”
“처음 뵙겠습니다. 김준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잠시 사람들과 통성명을 하며 친분을 쌓고 있을 때.
찌릿찌릿-
갑자기 뒤통수가 간질거렸다.
슬쩍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국세청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쪽, 나를 죽이듯이 노려보고 있는 김호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자신이 이곳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더 마음에 안 들게 해 주지.’
나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그가 있는 곳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나갔다.
그러자 김호범이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뭐하자는 건가!”
나는 당황한 그에게 손을 내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하 김. 호. 범. 대표님이 너무너무 반가워서요. 자, 다들 인사 하시죠. 이쪽은 K에듀의 김호범 대표님이십니다. 참고로 국세청이랑 아아주 친한 분이시죠.”
그러자 의아한 눈으로 나를 따르던 임용석과 사람들이 불타는 눈으로 김호범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김호범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 * *
잠시 뒤.
국감이 시작되었다.
나는 나를 잡아먹으려는 사람들의 시선과 나를 이용하려는 시선, 그리고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삼키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서. 본인은 헌법 제61조, 국회법 제127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국세청의 조사 4국의 외압에 의한 정치적 세무조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감을 실시함에 있어 증인으로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며, 또 증인으로서 증언을 함에 있어서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7조 제8조에 의거하여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증인 김준영]드디어 나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