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233
233
233화 총력전 (5)
오전 10시 00분.
소라게의 오전은 여전히 분주하다.
업무를 처리를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학원 직원들과.
오후에 있을 수업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는 강사들.
그리고 소라게 학원을 찾은 외부 손님들까지.
소라게 학원을 둘러싼 사람들 모두가 바쁜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숲 속.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소라게 학원의 영어과.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어과를 책임지고 있는 은솔의 자리였다.
힐끔힐끔-
영어과에 소속되어 있는 강사들이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은솔을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오늘따라 그녀의 모습이 약간 이상하기 때문이었다.
평소 사람들에게 보인 은솔의 모습은…아름답고 강인하며, 도도한 히아신스.
레이디 고다이바(Godiva)와 잔다르크의 이미지를 동시에 품고 있는, 학원가의 프리마돈나(prima donna)였다.
‘김 선생님 A-3 클래스 테스트 결과가 다른 클래스에 비해서 평균 5.7 포인트 가량 낮은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 그, 그건…죄송합니다. 요즘 집안 일 때문에 신경을 잘 못쓴 것 같습니다.’
‘흐음 혹시 집안일이라는 게 어머님 건강 문제 때문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일주일 간 휴가 다녀오세요. 원장님껜 제가 말씀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네? 아니 그렇게까지는….’
‘선생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과 학원을 위해섭니다.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실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대신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아셨죠?’
그런데? 그랬던 그녀가 오늘은…
“하아….”
소설 속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처연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평소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 모습은 정말 낯선 것이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하아….”
그녀는 그들의 상급자이자 절벽 위에 핀 꽃. 고고한 장미였다.
때문에 그들은 함부로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그 꽃이 지닌 가시에 찔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을 때.
“어이구 여긴 무슨 일 있어? 왜 다들 다 죽어 가는 표정들이야?”
그들의 구원투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소라게 학원의 창립부터 지금까지 은솔과 함께 해 온 사람이자, 친근한 웃음이 잘 어울리는 남자.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의 모습을 확인한 영어과 사람들의 모습이 희망이 감돌았다.
그라면 지금의 이 숨 막히는 분위기를 타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본부장님!”
“오오 드디어!”
“형님! 어서 오세요!”
사람들의 환대에 박지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다들 왜 그래? 혹시 무슨 일 있어?”
지성의 물음에 사람들이 슬쩍 슬쩍 은솔을 가리켰다.
“은솔 본부장님한테 무슨 일 있는 것 같아요.”
“그래?”
“네. 아무래도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분위기가 아무래도 좀 심상치 않아서….”
그들의 말에 지성이 은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들의 말대로 고개를 숙인 채 한숨 짓고 있는 은솔의 모습이 보였다.
“음, 그렇단 말이지 알았어. 좀만 기다려봐.”
지성이 사람들의 기대 어린 시선을 한껏 받으며 은솔에게 다가갔다.
소라게 학원 이전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 온 사이니만큼, 그녀의 표정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그런데?
걱정 어린 표정으로 은솔에게 다가간 지성의 얼굴에 순간 짙은 미소가 맺혔다.
‘하하 이것 참.’
왜냐하면 고개 숙인 그녀의 시선 끝에, 익숙한 사람의 얼굴이 자리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바로.
[선서. 본인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증인 김준영]김준영.
그가 바로 은솔 그녀가 보고, 듣고, 한숨짓고, 안도하던 이유였다.
“아….”
작은 휴대폰 액정에 나온 준영의 모습에 따라 일희일비 하는 그녀.
그 모습을 확인한 지성이 피식 웃으며 은솔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일부로 인기척을 내며 입을 열었다.
“은솔 쌤.”
그러자 그 순간.
“네, 넷? 왜, 왜 그러시죠?”
그녀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휴대폰을 뒤집어 놓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지성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직도 얼굴이 빨갛구만 뭐.’
지성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김 대표 국감 나오는 날이니까 다들 모여서 시청하는 게 어때? 뭐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래도 응원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러자 그녀가 짐짓 고민하는 척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렇죠. 오늘이 국감이 있는 날이었네요. 음…그런데 다른 선생님들 일정도 있고, 오늘 강의 준비도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지성이 자신이 국감 영상을 못 봤을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어색한 연기를 본 지성이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에이 뭐 정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리곤 바로 자리르 떠날 스탠스를 취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은솔이 다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아니. 생각해 보니까. 아직 오전이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지성이 짙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다같이 모여서 모니터링 하자고!”
잠시 뒤.
교무실 한쪽에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고, 곧 소라게 학원의 모든 사람들이 모였다.
“자 그럼 틉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의 눈앞에 김준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 *
국정감사(國政監査).
국회의원이 행정부를 필두로 한 국가기관들의 행보에 대한 감사와 감찰을 진행, 사회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공개 청문회를 이르는 말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권한과 권력이 가장 잘 부각되는 순간이다.
때문에 국감의원으로 위촉된 국회의원의 경우, 정말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열차게 행정부를 물어뜯곤 했다.
국감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일수록, 행정부의 실수를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할수록, 자신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급격하게 상승, 다음 선거에서도 높은 투표율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오늘 국세청 간부들과 증인들에게 쏟아지는 국감의원들의 질문이 제법 매서웠다.
“증인! 그래서 증인이 한 게 절세전략이라고요? 이건 절세가 아니라 탈세라고요! 탈세! 지금까지 증인이 해 왔던 모든 일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해야 할 납세의 의무를 더럽고 비겁하게 저버린 행위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똑바로 대답 하세요, 증인! 국세청과 사전에 협의를 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국세청장님. 지금 이 자료가 과연 맞다고 보십니까? 네 맞을 것 같다고요? 아니 세금을 다루는 분께서 ‘맞을 것 같다’니요! 똑바로 말씀하세요! 지금 이 자료가 확실한 겁니까?”
“그러니까. 올해 1월 감사원장 당신과 증인이 골프장에서 회동을 했다는 거 아니야! 그리고 그 회동에서 라이벌 기업인 A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주문했다는 거고! 아니라고? 아니긴 여기 똑똑히 증거 자료가 있는데! 어디서 오리발이야!”
그것은 전쟁터였다.
아니 전쟁터보다 더 치열한 곳이 바로 국감장이었다.
총알이야 살살 맞으면 안 아프다지만, 국감의원들의 혀는 한번 잘못 맞으면 자신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상사, 부하, 가족, 친지, 친구까지 한방에 날아가 버릴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였다.
때문에 나와 같이 오늘 이곳에 불려온 사람들 대부분이 정신을 못 차린 채, 의원들의 세 치 혀에 탈탈탈탈 마치 빨래 짜이듯 털리고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의원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무고합니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나라에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일어나 보니 하루아침에 탈세범이 되어 있었죠. 뭐 나중에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긴 했지만, 그로 인한 손해는 아무도 보상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국민 여러분. 국세청의 외압성 세무조사를 제발 멈춰 주십시오.”
스텔라리스의 임용석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에 잘 대응하는 사람도 없진 않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의원들의 질문과 독촉에 연신 물을 들이키며 간신히 간신히 답변을 하는 데 그치곤 했다.
“에…그게 그러니까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때의 만남은 단지 친분 도모의 의미를 지닌 만남이었을 뿐, 일체의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물론 나에게도 질문들이 쏟아지긴 했다.
“김준영 증인. 증인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의 수익이 지난 몇 년간 몇 배의 성장을 거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증인의 소득 신고액과 세금 납부액이 증인 사업체의 성장률과 비례해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지만 뭐, 그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다 겪은 몸. 이 정도의 질문 정도는 USB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했다.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의 사업의 경우 지난 2년간 몇 번의 변곡점을 겪으며 성장해 왔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현재의 성장률보다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게 잡힌 것으로 보일 수….”
게다가 현재 나의 역할은 국감의원들이 국세청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의 증거, 국감의원들의 칼이었다.
그러니 내가 오늘 국감에서 집중해야 할 일이란, 나에게 오는 공격들을 방어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쏟아지는 질문들을 날카롭게 가다듬어 국세청을 향해 던져 버리는 것이었다.
“…만약 제가 탈세를 할 생각이 있었다면 다른 사업자들이 의뢰를 맡기는 사무실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직접 세무사를 고용해 세무 처리를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 이번 세무조사는 저를 음해하기 위한 정치적 외압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은 제가 아니라 국세청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결과.
“김 증인의 말이 사실입니까?”
“그, 그게…김준영 증인의 말한 세무조사의 경우 약간의 오해가….”
“사실인지 아닌지 묻고 있습니다! 그럼 저희가 조사한 자료와 김 증인의 증언이 모두 거짓이라는 겁니까?”
“그, 그건….”
“사실입니까! 아닙니까!”
“…아닙니다.”
국세청의 담당관의 모습은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
영혼이 수탈당한 자의 모습이었다.
“좋습니다. 김준영 증인 훌륭한 증언 감사합니다.”
나의 진술이 끝나자 이욱빈 의원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져 있었다.
나와의 합동전선을 통해 이욱빈 의원의 이름 또한 당당하게 국감 스타의 자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다.
‘사위라는 농담만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국세청을 궁지에 몰아넣은 이욱빈이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다.
“김호범 증인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자신을 호명하는 소리에 김호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내며, 거침없이 증인석으로 나아갔다.
그리곤 오만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아는 얼굴들이구만. 거 피차 사정 다 아는 사이끼리 얼굴 붉히지 말고 빨리빨리 끝냅시다.”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던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이욱빈 의원이 날카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증인 예의를 지키세요. 여기 이 자리는 증인이 함부로 나설 그럴 자리가 아닙니다.”
그 말에 김호범이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쯧쯧 어차피 무슨 질문을 하더라도 소용없을 거요. 나는 죄를 짓지 않았으니까.”
그리곤 거만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마치 자신을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는 듯이.
그리고 건드려서도 안 된다는 듯이.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김호범이 짓고 있는 저 얼굴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이제 잠시 후면 그의 저 거만한 얼굴이 파랗게 질릴 것임을.
뭐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그야…
‘내 손으로 그가 꼼짝 못할 만한 질문들을 만들었으니까.’
나는 이욱빈 의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욱빈 의원이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쿵-
이욱빈 의원의 손에서 어마어마한 두께의 서류가 떨어져 내렸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직접 알아보면 되겠지. 자 그럼 일단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도록 합시다. 먼저….”
잠시 휴지를 준 이욱빈 의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K에듀의 탈세, 그것도 1,000억 원 대의 대규모 탈세 정황에 대한 이야깁니다. 증인 이것에 할 말 없습니까?”
순간.
김호범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