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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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화 총력전 (6)
“김호범 증인. K에듀의 1,000억 원대의 탈세 정황에 대해 할 이야기 없습니까?”
순간, 국감장 전체가 술렁거렸다.
“아니 1,000억원? 이런 미친….”
“이야. 대단하다 대단해. 무슨 탈세 규모가….”
“쯧쯧. 어쩐지 그동안 너무 잘 나간다 했다.”
1,000억 원대 탈세. 그 어마어마한 액수가 주는 무게가 너무나 크고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기나긴 국감에 다소 지쳐가던 사람들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들 중 하나가 모난 놈이 정 맞는 장면이니까.
“증인. 할 이야기 없냐고 물었습니다.”
이욱빈 의원의 말에 김호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떨리는 손가락을 보니, 그도 이렇게 갑작스러운 공격이, 그것도 전략폭격급 공격이 날아올 줄 몰랐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언제 당황했냐는 듯 뚱한 표정으로 이욱빈을 바라보았다.
“모르는 일이오. 탈세라니, 그런 더러운 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실행한 적도 없소.”
…소위 말하는 ‘배 째라’ 모드였다.
그의 뻔뻔한 태도에 이욱빈 의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 지금 그게 대답입니까?”
“…그럼 또 뭐라고 대답하겠소?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죄송하다고 설설 기기라도 할까?”
아무래도 그는 일단 이욱빈 의원의 대답에 모르쇠로 일관할 생각인 것 같았다.
하긴 그의 입장에선 저런 방법을 생각할 만했다.
아무래도 오늘의 이 자리는 국세청을 청문하기 위한 자리. 김호범 개인의 잘잘못을 청문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러니 이욱빈의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면 자연스레 화제가 넘어갈 가능성이 높았다.
‘김호범 개인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을 테니까. 그게 일반적인 국감 스타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김호범이 잘못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늘의 국감이 단순히 국세청을 털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 그 또한 도마 위에 올라간 한 마리 생선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국감이란 국감의원들의 살풀이 장소. 많진 않지만 가끔씩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그리고 그 자신의 정의를 위해 상대방을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의 앞에 자리한 존재, 이욱빈 의원 또한 그런 존재 중 한 명이었다.
“후, 뭐 좋습니다. 그러니까 증인은 절대 그런 적이 없다. 탈세혐의는 말도 안 되는 음해다. 지금 그 이야기죠?”
이욱빈의 말에 김호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그리곤 슬쩍 웃으며 국세청 쪽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는 절대 자신의 죄를 입증할 수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 십년간 1,000억 원대의 탈세를 저지르고서도 매년 있는 국감에 한 번도 연루되지 않던 전력이 있었을 테니까.
‘아마 확실하게 증거를 없앴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USB의 눈은, 그리고 나의 눈은 속일 수 없는 법. 진실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욱빈이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자신이 들고 온 두꺼운 자료를 펴 보이며 소리쳤다.
“거짓말 하지 마! 2010년부터 지금까지 K에듀에서 조직적인 탈세를 기획, 실행에 옮겼다는 증거가 여기 있어!”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한 점으로 모였다.
“증거가 있어?”
“아니 저걸 어떻게 찾았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국세청 직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니 김 부장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저게 사실이야?”
“아, 그게…저도 잘…아무래도 이 차장이 지시한 것 같은데 그게 그러니까….”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한 이욱빈이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어디 그것뿐인 줄 알아? 2015년 OO학원, 2017년 OO스터디, 2018년 OO교육…그리고 마지막으로 2021년 소라게 학원까지. 당신과 당신 회사 사람들이 국세청 고위직 공무원들과 야합을 했다는 증거까지. 다 나와 있다고! 이거 어떻게 설명할 거야?”
김호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음해요.”
김호범의 거친 목소리에 이욱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곤 바로 김호범을 바라보며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해는 무슨, 당신 그거 알아? 당신 X됐어.”
* * *
“당신 X됐어!”
갑자기 들린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김연아가 특유의 잔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딱-
그녀의 머리에 딱밤을 한 대 먹이며 말했다.
“연아! 바르고 고운 말.”
“에이 쌤 왜요오! 이게 요즘 대세라고요!”
나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대세든 아니든, 다 큰 어른이 그런 말 쓰는 거 아니다.”
그러자 그녀가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쳇, 맨날 애기 취급하면서 무슨…. 됐네요! 일하러 갈 거예요!”
그리곤 나에게 혀를 내밀어 보이며 직원들이 있는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에휴, 녀석.”
그런데 그 순간?
“허허 역시 연아 양은 에너지가 넘치는 군요.”
바로 옆에서 유덕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유덕현에게 인사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너지는요. 아직 애라서 그렇죠.”
“하하 그럴 리가요. 다른 때 연아 양 보면 얼마나 어른스러운데요. 맡은 바 일도 척척 잘 하고 싹싹하고. 오죽했으면 연아 씨를 정직원으로 채용하자는 말이 하루에도 한두 번씩 나올까요.”
그의 말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다람쥐처럼 바쁘게 움직이며 사람들의 일을 거들고 있는 김연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녀석이요?”
내가 ‘설마?’하는 표정으로 묻자, 유덕현이 인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연아 양이 장난을 치는 것도 다 감사님 앞이니까 그런 겁니다. 그만큼 의지한다는 감사님께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리곤 신선같은 얼굴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김연아를 바라보았다.
흐음, 연아 녀석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사이 사람들에게 깊은 신뢰를 쌓아놓은 것 같았다.
‘하긴 연아 녀석 친화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니까.’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러자 유덕현이 짙은 미소를 띠운 채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죠. 그러니까 아껴 주세요. 뭐 제가 말하지 않아도 잘 해 주시겠지만.”
그렇게 잠시, 흐뭇한 미소를 띠운 채 나와 김연아를 바라보던 유덕현이 천천히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이번 일…. 후폭풍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설마 K에듀가 그렇게 될 줄 어느 누가 알았겠어요.”
유덕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한 대로 이번 일의 후폭풍은 엄청났다.
[‘당신 X됐어!’ 시원한 일갈! 우리시대의 진정한 의원] [사실로 드러난 국세청과 기업 간의 은밀한 야합!] [정부, 이번 사건은 국세청 내의 소수 권익집단이 저지른 짓].
.
그동안 숨어있던 국세청 내의 적폐세력이 그 더러운 민낯을 만천하에 내보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댓글 : 당신 X됐어라니ㅋㅋㅋ내 살다살다 국감에서 별 소릴 다 듣는다ㅋㅋㅋ] [댓글 : 왜 ㅋㅋㅋ 난 좋던데? 속이 다 시원하더구만] [댓글 : ㅇㅇ 저런 놈들은 그런 말 들어도 싸지]방송을 본 사람들은 연일 이번 국감에 대해 이야기 하며, 우리 사회의 부패와 그 부패를 배태시킨 세력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댓글 : 국세청 이 X새끼들 내가 너네 그럴 줄 알았다ㅋㅋㅋ세금 도둑 새끼들ㅋㅋㅋ]] [댓글 : 빌어먹을 놈들 싹 다 갈아버려야 한다니까? 아니 저 새끼들 뭐가 아쉬워서 저딴 짓을 저질러!] [댓글 : 그나저나 K에듀 빨던 흑우 새끼들 다 어디갔냐? 혹시 쪽팔려서 코박죽?]지금까지 자신들을 속여 왔던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 반발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방송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국세청 측에서 먼저 소라게 학원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를 정식으로 취소.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국감 조사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얼마나 심려가 크십니다. 저희 행정부 또한 국민 여러분들의 실망을 여실이 체감, 반성…(중략)… 때문에 저희 행정부 및 국세청 전 직원은 소라게 학원을 비롯한 여러 학원의 대표님들께 진심으로 사과하고자 합니다.]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분명 그전에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된 경우는 왕왕 있어 왔지만, 국세청 측에서 이렇게 먼저 전격적인 사과의사를 표명해 온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전까지는 대부분 유감표명에 그쳤었지.’
그러자 나와 소라게에 가해지던 비난들 모두 순식간에 힘을 잃고 사라져 버렸다.
[댓글 : 난 김준영 세무조사 받는 다는 이야기 나왔을 때부터 개소리라는 거 잘 알고 있었음 ㅋㅋㅋ] [댓글 : 여윽시 소라게, 여윽시 김준영이다!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사람! 김준영을 국회로!] [댓글 : ㅋㅋㅋ 내 동생 입시 학원 알아봐야 하는데 소라게 학원 자리 있을라나?]뭐 순식간에 변한 사람들의 태도를 보니 약간 씁쓸하긴 했지만, 뭐 원래 여론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나쁜 것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여론을 호도하는 이들이지,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이들이 아니니까.
게다가 나를 공격했던 이들을 단죄하는 힘 또한 대부분 그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니만큼 급변하는 여론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었다.
‘잘만 이용하면 그보다 좋은 무기는 또 없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국세청의 사과 방송이 나오자마자. 이번 일의 흑막인 K에듀와 국세청에 모든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펌) 갑질의 대명사 K에듀의 계열사들 모음.jpg] [전직 강사가 말하는 K에듀와 김호범 대표(후방주의)] [K에듀가 지금까지 했던 짓들 ] [국세청의 사과, 하지만 사후약방문격에 불과] [누리꾼들 ‘분노’ 관련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재발방지 촉구] [정부, K에듀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 착수]물론 국세청과 김호범 측에서도 빠르게 악화되는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긴 했지만…….
이미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는 바닥.
그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할지라도 그럴 리 없다며 증거를 요구할 정도였다.
[댓글 : 이제 K에듀의 K만 들어가도 안감 ㅋㅋㅋ] [댓글 : ㅋㅋㅋ 난 이미 K에듀 손절하고 소라게로 갈아탔음] [댓글 : 소라게 떡상 가즈아!]그리고 그 결과.
K에듀라는 거대 사교육 제국이 분열되기 시작했다.
[W학원 K에듀와의 결별 선언, 더이상 부조리에 동참하지 않겠다] [1타 강사 최OO 양심 선언 ‘K에듀는 연옥이다’] [잇따른 탈퇴, 학원 제국 무너지나?]제왕의 몰락이었다.
본디 학원이란 사람이라는 뿌리를 통해 신뢰라는 양분을 먹고 자라는 나무.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이상 그 무게를 버틸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K에듀라는 거인의 붕괴에 대비하면서 그 거인의 몸에서 뛰어내리는 이들을 받아 내는 일뿐이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마치 신화 속 거대한 거인이 쓰러진 뒤 그 몸에서 세상이 태어나듯, K에듀가 쓰러진 자리에서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나와 그 세계를 함께 만들어갈 사람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유덕현에게 양해를 구한 뒤 전화기를 확인했다.
그러자.
[010-XXXX-1233]처음 보는 번호가 찍혀 있었다.
‘뭐지?’
고개를 갸웃 거리며 통화 버튼을 누른 그 순간.
[…김 대표. 나 김호범이요.]늙은 범의 목소리.
상처 입은 짐승의 울음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